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87)
천성 그룹 막내딸과의 결혼.
언젠가는 당연히 함께 살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으로 우주에서 프로포즈도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코앞에 닥쳐오니 멍한 기분이 들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진작에 프로포즈를 했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소 1년에서 2년쯤은 지나서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진우 씨.”
“네.”
“일단 부모님부터 봬요.”
우리의 정새롬 실장은 결혼할 때도 주도적이었다.
“저번에 뵀잖아요.”
“…. 그건 우리 집 부모님이죠.”
“네?”
“저는 진우 씨 부모님 댁에 못 가봤잖아요!”
“아….”
생각해보면 회장님이든 부회장님이든 시스템 덕분에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막무가내로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분들은 절대 아닐 테니까.
“한번 말씀드려볼게요.”
“지금 바로 메시지 보내요.”
“네.”
일단 자리를 파하고, 결혼 이야기를 다음에 다시 떠내기로 합의했다.
“날짜는 아마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실 거예요.”
“정덕수 회장님이요?”
“네. 아마 사주팔자를 보실 것 같네요.”
젊게 사셔서 몰랐는데.
옛날 분이긴 하시구나.
새롬이를 집에 바래다주고, 나 홀로 집에 돌아와 상념에 잠겼다.
‘결혼이라….’
시스템이 있는 이상, 평탄한 결혼 생활을 기대하긴 어렵겠지.
막말로, 결혼식 당일에 글을 쓰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스템….”
인간의 힘을 아득히 초월한 신적인 능력.
여태까지 시스템의 빛을 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말해, 제한시간 내에 시스템의 빛을 못 찾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뜻.
만약에라도 못 찾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시스템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골치 아프네.”
이제 시스템이 없어도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처럼 매년 두세 작품 이상을 뽑아낼 수는 없겠지.
‘쇼핑이나 해볼까.’
혹시 모르잖아, 상점에 해결책이 있을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얼마 전에 무려 56pt를 얻었으니까.
그걸로 뭘 살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지.
곧이어,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항목이 뭔지 확인했다.
【랜덤 시스템 업데이트 ※주의※ 한 번 구매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상품 하나.
“뭐지….?”
이렇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간지템이 있다니.
확실한 건, 이전 등급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
마지막 등급, 레전드리에 오르기 전에는 없던 항목이다.
장소와 깊은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영상이 바뀌는 걸까.
만약 업데이트가 승급을 의미하는 거라면.
‘이제 돈 대신 포인트로 승급하라는 건가.’
유일하게 딱지까지 달려있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띠링─
그때, 부모님께서 내 톡에 대한 답장을 보내셨다.
[주말에 새롬이랑 같이 집에 들러라]
무뚝뚝한 아버지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
이거 진짜 조만간 새롬이랑 결혼하기는 할 것 같다.
* * *
정조준 부사장은 여느 때처럼 조용히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똑, 똑─
누군가 들어와 보고하기 전까진 평온했는데.
“부사장님, 천성 증권에서 돈세탁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정덕수 회장의 오른팔, 김 비서가 건넨 서류를 확인했다.
그의 인맥과 정보력은 천성 그룹 내에서 당해낼 사람이 없었으니.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정 회장의 지시로, 그는 당분간 조준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형제들이 알게 된다면 공평한 경쟁이 아니라고 욕하겠지만.
‘글쎄. 이것도 내 능력이지.’
그렇게 따지면, 태어날 때부터 공평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5년 먼저 태어나서 그만큼 준비 기간이 길었을 테니까.
“정영준 사장이 뭔가 꾸미고 있군요.”
“네. 생각보다 자금 규모가 큽니다.”
“….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노력해 보죠.”
“감사합니다.”
이제 반년쯤 남았을까.
그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얻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당연히 회사에서의 실적은 기본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를테면…. 대중의 인기라던가.’
자신만 해도 김진우의 작품에 투자해서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저기, 김 비서님.”
“말씀하십시오.”
“혹시 할아버지께서 날짜는 언제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아, 두 분 결혼식 말입니까?”
“네.”
조만간 사주쟁이를 통해 날짜를 정하실 테니.
그때까진 무작정 할아버지를 기다릴 수밖에.
“내년 5월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5월의 신부?”
“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김진우와 정새롬의 결혼은 적당한 때를 봐서 대대적으로 보도할 예정이었다.
해외 로열패밀리나 유명 인사들이 방한하려면, 날짜를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MDN 방송국에서 공개하는 걸로 하시죠.”
“네. 그게 좋겠군요.”
“회장님께는 따로 보고하겠습니다.”
할아버지와 김 비서의 존재는 조준에게 그 누구보다도 든든했다.
‘정영준 씨, 나중에 알면 피눈물 흘리겠네.’
본인이 MDN 방송국에 갈 기회를 걷어차고 천성 증권으로 향했지.
그게, 김진우나 회장님과 더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라는 것도 모르고.
그 당시에 정영준이라는 사람은 절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높아 보였는데.
“김 비서님, 좀 더 수고해 주세요.”
“네. 부사장님.”
어느새, 자신은 고지를 눈앞에 둔 산악인이 되어있었다.
* * *
오늘따라 템페스트 엔터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어젯밤 MDN에서 단독으로 터트린 뉴스 기사 때문이겠지.
“작가님, 축하드려요!”
“아, 네.”
“사내 커플 1호!”
“…. 그래요.”
나는 작업실까지 얼굴을 푹 숙이고 걸어갔다.
드르륵─
아무도 없는 공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
[특종] 내년에 5월의 신부가 되는 템페스트 엔터의 정새롬 실장!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의 러브 스토리는….》기사를 천천히 읽고 있었는데, 순간 작업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대표님?”
“아, 여기 있었네요.”
새롬이 삼촌, 정기태 대표님이 바쁜 발걸음을 하셨다.
“요즘 통 대화를 못 했군요.”
“아, 제가 찾아갔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그 말 들으러 온 건 아니고….”
대표님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
“저번에 이사할 때, 우리 새롬이랑 같은 아파트에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네. 대표님의 배려 덕분에 다른 아파트에서 잘살고 있습니다.”
“어떻던가요?”
“…. 대표님의 혜안에 감탄했어요.”
“허허. 뭘, 감탄씩이나.”
지금도 잡혀 사는데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면.
밤에 친구랑 술 마시러 나갈 때도 허락 맡고 나갔을걸.
‘아니, 잼깐만. 지금도 허락 맡고 나가잖아?’
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갑자기 삶에 회의감이 느껴진다.
이럴 거면 그냥 섹-, 아니, 사랑하는 사람 근처에나 살걸.
“작가님, 아직 늦지 않았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인생을 살다 보면 이 여자랑 결혼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죠.”
“그 위기의 순간을 잘 견뎌내야만 해요.”
“….”
우리 새롬이 친삼촌 맞아요?
똑, 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새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어? 두 분이 함께 있네요?”
“아….”
대표님은 멋쩍은 듯 머리를 매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한다고 말하고 있었지.”
거짓말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삼촌.”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은 축복인 것 같아.”
“정말요?”
“당연하지, 나는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옆에서 살며시 대화에 끼어들어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 많이 힘들게 하시는지….?”
“아, 아니! 절대! 할리우드에서 돈 펑펑 쓰라고 용돈 카드도 줬는걸!?”
“용돈이라뇨, 그건 원래 대표님 돈이잖아요.”
“….”
갑자기 결혼하기 무서워진다.
또르마무. 딱 한 수만 무르면 안 됩니까.
넥마블 오목에선 현질하면 무를 수 있던데.
“진우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런 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요?”
“저도 행복해요.”
감격에 겨워 나를 꼭 끌어 앉는 새롬이.
그녀의 어깨 너머, 대표님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내 말 들어.’
‘뭐, 나보고 어쩌라고요.’
‘진짜 후회한다니까?’
‘새롬이는 유단자라고.’
‘그냥 맞아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이게 다 김진우 작가를 위해서….’
거참, 정 대표님 진짜 안 되겠네.
새롬이한테 당장 일러바쳐야지.
“새롬 씨, 대표님 좀 봐요.”
“여보세요!!!”
정기태 대표는 급하게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자리를 벗어났다.
‘악마한테 홀릴 뻔했네.’
아니면, 혹시 내가 천사를 내쫓은 건 아니겠지?
드르륵─
그때, 정 대표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는 일련의 무리.
효주를 필두로 보조 작가단이 작업실에 들어왔다.
“오우야….”
“뭐.”
“아닙니닷!”
“….”
꼭 껴안고 있던 새롬은 배시시 웃으면서 작가들에게 인사했다.
곧이어, 새롬이까지 작업실을 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결혼 축하드려요.”
“원래 결혼할 거 알고 있었잖아.”
“그래도 이제 현실이 됐잖아요.”
효주의 얼굴에는 부러운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너도 남친 있잖아. 변 팀장님이랑 결혼 안 할 거야?”
“요즘 법정 드라마 준비하랴, 오빠 판타지 영화 준비하랴. 정신이 없어서 잘 못 만나요.”
“그래? 나는 니가 놀고먹는 줄 알았는데.”
“저 요즘 엄청 바쁘거든요!”
간단한 덕담이 오가는 삶의 체험 현장.
이런 분위기, 아주 바람직하고 좋구먼.
“오빠, 다큐에서 날다람쥐 춤 공개되고 너튜브 난리 난 거 아세요?”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날다람쥐 춤 안 췄던 너튜버들 죄다 부랴부랴 찍어서 올리고 있어요.”
“나 때문에?”
“당연하죠! 너튜버들은 기본적으로 인싸 집단이잖아요.”
“…. 나는 인싸가 아닌데.”
“아싸인 척하는 인싸죠.”
날다람쥐 춤은 한동안 더 뜨겠구나.
어쩐지, 레인보우 엔터 사장이 고맙다고 톡을 그렇게 보내더라고.
과한 선물도 주려고 해서 단호하게 거절했는데, 안 말렸어도 될 뻔했다.
이내, 작품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효주, 너 대본 언제 보여줄 거야?”
“지금 초반부 완성했어요. 봐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생각난 김에 지금 보자.”
자리를 잡고 앉아, 효주의 법정물 드라마 대본을 확인했다.
이제 보조 작가들도 많이 늘어서 쳐다보는 게 부담스러웠다.
“각자 할 일 해요.”
“아, 넵!”
이런 게 성장캐인가.
시스템의 완벽한 대본으로 공부해서 그런가.
황효주도 몇 년 사이에 진짜 실력이 많이 늘었다.
“효주야, 나는 대본에서 손 뗄게.”
“네?”
“보조 작가님이 변호사 출신이라며. 같이 잘 해봐.”
“그, 그렇게 별로예요?”
“뭔 소리야. 내가 손댈 부분이 안 보인다는 말인데.”
“오….!”
법적인 부분은 모르겠고, 전개나 캐릭터는 살짝 손 봐주려고 했는데.
“지금 딱 좋아. 마지막까지 이렇게만 해.”
“아….”
감격에 빠진 효주를 뒤로하고, 밍쁨에게 말을 걸었다.
“밍쁨이랑 새 작가님은 판타지 영화 2부 콘티 그리고 있는 거야?”
“네. 작가님.”
“구성락 디렉터님도?”
“네. 지금 프리 비주얼 작업 중이세요.”
캐스팅도 거의 끝났고, 장소 헌팅도 마무리 단계.
이제 나 없어도 랜덤 스튜디오는 알아서 잘 굴러가네.
앞으로는 정말로 그냥 대본 셔틀만 해도 되겠어.
“저기, 작가님. 경쟁작 소식 들으셨어요?”
“응? 톰 스미스?”
“네. 유니버스에서 제작하는 영화, 베히모스요.”
“무슨 소식?”
“거기 출연하는 한국인 배우가 황정수 배우님이에요. 조만간 언론에도 공개할걸요.”
“…. 그래?”
누군가 나에게 연기파 배우를 두 명만 뽑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황정수와 송정우를 뽑을 것 같다.
‘당분간 영화 제작에 집중해야겠네.’
정신 안 차리면 진짜 묻힐 수도 있겠어.
톰 스미스 감독, 인성은 몰라도 실력은 찐이니까.
* * *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
안젤라는 평소처럼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렸다.
각종 스탭들을 신경 쓰고, 촬영장의 뒤처리는 언제나 제작사가 담당했기에.
‘맨 대 스페이스 촬영도 슬슬 끝나가는구나.’
한국과 미국, 양국의 스탭들이 섞여 있어서 트러블이 많을 거라고 걱정했지만.
랜덤 스튜디오의 핵심 멤버인 잭 니콜슨과 제이, 샤인의 노력으로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특히, 잭 감독은 본인의 작품이 아님에도 자사의 작품에 신경을 기울였다.
심 감독이 찍은 작품의 편집을 도와주는가 하면, 종종 촬영장에도 들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니.
“제이든, 상부 지침 확인했나요?”
“네?”
안젤라는 주변에 있는 부하 직원을 불러 질문을 던졌다.
“이제 한 번에 8부작을 전부 올리잖아요.”
“아, 들었습니다!”
그동안 디지니 플레이는 한 편씩 올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게 더 오랜 기간 화제성과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었으니.
넥플렉스처럼 한 번에 모든 회차를 전부 올리는 형식으로 바꾸면.
득과 실이 있겠지만, 단숨에 인기를 끌어모을 수는 있을 터였다.
“네. 지금 편집팀 상황은 어떤가요?”
“잭 감독님과 심 감독님이 노력하고 계셔서, 런칭일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됐네요.”
“저기, 그런데 입구에 또 꽃바구니가 도착했습니다.”
“…. 멜론 머스크 회장님?”
“네. 어떡할까요?”
“이번에도 돌려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벌써 수차례 보내는 회장님의 꽃바구니.
원래는 딱 잘라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서….’
얼마 전, 김진우 작가와 정새롬 실장의 결혼 소식을 듣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벌써 날짜까지 잡았으니, 가까운 지인이 서로 결혼한다고 하니까 괜히 부러웠다.
‘일단 촬영 먼저 생각해야지.’
이번 드라마까지만 마무리하고 휴식기를 가져야겠어.
그동안 김진우 작가 덕분에 너무 바빴고, 많이 성공했다.
‘김진우 작가님은 내년에도 바쁘시겠지.’
당장 판타지 영화 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마 내년쯤엔 아카데미와 깐느 영화제에서 기대를 해도 좋지 않을까.
“경쟁작이…. 강력하겠어.”
톰 스미스의 「베히모스」는 벌써 세트장을 완성했다고 들었다.
김진우의 판타지 대작.
디지니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해외 로케 헌팅에 도움을 줬다.
그의 성공이 곧 디지니의 성공이라고 확신했기에.
‘베히모스도 대단하지만….’
언론은 「베히모스」의 우세를 점쳤으나, 안젤라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김진우 작가님은 항상 이겼으니까.’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결혼 준비와 영화 제작 준비를 동시에 하는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새롬 씨, 우리 부모님은 어땠어요?”
“너무 따뜻하시네요.”
“오, 다행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진우 씨랑 희정이는 별종이에요.”
“네?”
“어떻게 그런 차분한 집안에서….”
“???”
방금 그거 무슨 뜻인가요.
“상견례도 했고, 날짜도 잡았으니까….”
“새롬 씨?”
“일단 웨딩 플래너를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무슨 날인 줄 아시죠?”
“무슨 날인데요?”
디지니 플레이에서 「맨 vs 스페이스」 런칭하는 날.
새롬은 그 말을 듣고 기억났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아! 벌써 그렇게 됐나요. 축하해요, 진우 씨.”
“지금 할리우드에서도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에 꼽힌다고 들었어요.”
“요즘 괜찮은 미드가 잘 안 나오긴 하죠.”
“8부작 한 번에 다 올라온대요.”
“그래요? 그럼 우리 같이….”
“같이 시청하자구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모니터링을 하다니.
역시 우리 새롬이는 프로패셔널이라니까.
“아뇨, 같이 웨딩홀 보러가요.”
“….”
결혼이 더 중요하구나.
“진우 씨 표정이 묘하게 기분 나쁘네요?”
“뭐가요.”
“엄청 귀찮아하는 것 같아. 결혼식 준비하는 거.”
“절대 아니에요.”
“맞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에요.”
잠시 후, 정조준 부사장님이 추천한 웨딩 플래너와 미팅을 가졌다.
“와, 대한민국 최고의 커플을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웨딩 플래너라고 하시던데.”
“아…. 네! 최원준, 장세연 커플도 제가 결혼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래요? 원준 형님, 스몰 웨딩 아니었나.”
“그, 그래도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 아니면, 재벌분들 중에서도 현신 그룹의….”
“음, 알겠어요.”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걸 보니 실력에는 자신이 있는가 보네.
웨딩홀, 신혼여행, 스드메, 예물, 한복, 신혼집.
혼자서 준비하려면 하나하나가 귀찮은 일이었겠지.
“신혼여행은 역시 몰디브겠죠?”
“팔라우도 괜찮은데요.”
근데 하나 걱정되는 게 있다면.
‘시스템이 가만히 있으려나.’
결혼식이든 신혼여행이든 뭔가 하나 할 것 같단 말이지.
결혼하고 하루 만에 파혼당하면 전 세계 토픽감이다.
“진우 씨,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이잖아요.”
“그, 그쵸.”
“결혼은 무난하게 해요. 제발.”
“….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
새롬은 활짝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떤 작가가 결혼식 당일에 글 쓴다고 하면.”
“….”
“그분 결혼 생활이 평생 고달플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왜 3인칭으로 말을 하지.”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아시겠죠?”
“넵.”
본인, 방금 신혼여행에 글 쓰러 가는 상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