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90)
촬영을 마치는 동시에,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붕붕아, 힘내.”
곧바로 시동을 걸고, 목적지에 네비를 찍었다.
강남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웨딩 스튜디오랬나.
하필이면 눈까지 내려서 도로가 살짝 막히는 느낌이었다.
“후우…. 어쨌든 도착했네.”
살짝 늦었지만, 그나마 희정이라도 미리 불러서 다행이었다.
“김진우 고객님?”
“아, 네. 안녕하세요.”
“정새롬 고객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음, 희정이는 왔어요?”
“네. 김희정 배우님도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미소를 띤 직원의 안내를 받고 건물 내부에 들어섰다.
내부 인테리어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따로 두고, 2층으로 향하는 회전 계단이 있었으니.
똑, 똑─
타원을 반으로 싹둑 잘라놓은 듯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희정, 먼저 왔네.”
“오빠, 왤케 늦었어!”
“일하다 왔잖아.”
바쁜 와중에도 부르면 달려오는 여동생.
아마 결혼식 때 들러리도 얘가 해주지 않을까.
“여튼, 고맙다, 야.”
“언니 지금 화났어. 오빠 늦게 와서.”
“…. 그래?”
“응. 일단 드레스 입으러 들어갔어. 이따가 사과해.”
“그래.”
솔직히 연출팀에서 일하면서 정신없이 바쁘긴 했다.
봉 감독님은 대본에 써 놓은 단어 하나까지 전부 신경 쓰셨기에.
요즘엔 토씨 하나라도 설명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게 일상이었다.
“오빠, 그래도 밥은 먹고 다니지?”
“어, 다행히 밥은 먹게 해주시네.”
그래도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아마, 영화 촬영은 내년 초까지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편집은 바로바로 하겠지만, CG 작업 시간까지 고려하면.
“영화는 내년 4월에 개봉하는 건가, 두 편 전부?”
“응. 한 달 정도 텀을 두고.”
“작품 망하면 결혼식 때 우울하겠네.”
“…. 악담을 해라.”
“헤헤.”
격월로 연달아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
아무래도 3부는 성적을 보고 제작이 확정될 것 같다.
“신부님 나오십니다!”
그때, 뒤쪽에서 스튜디오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장막이 걷히는 순간, 하늘의 여신이 지상에 강림했다.
오프숄더형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정새롬.
사랑스러운 여친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우리 새롬이는 재벌로 안 태어나도 재벌이랑 결혼했겠네.
“신부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제가 12년 경력인데, 그중에서도 최고로 예쁘세요!”
“세계적인 드레스 디자이너도 미모를 전부 담을 수는 없는걸요.”
직원들의 입바른 칭찬이 그저 영업용 멘트는 아닐 것이다.
누가 촬영장에 있는 조명감독 샤인을 데려온 건지.
그녀의 등 뒤에서 미지의 후광이 비추는 모습은 마치….
“앗, 신부님 조명이 너무 밝네요. 낮추겠습니다.”
“….”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롬이 표정은 묘하게 상기되었다.
“늦었네요.”
“미안해요.”
“그래도 왔으니까…. 저 어때요?”
당연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작가치고는 표현이 진부하네요?”
“음, 그대의 눈알은 호수요. 내 마음은 등불….”
“아, 오빠 제발 좀!”
“읍, 읍!”
옆에서 희정이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하여튼, 정말 예쁘다는 뜻이에요.”
“그래요.”
아무 말도 없이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착한 새롬이.
이제는 내가 진상짓을 해도, 그저 사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진우 씨, 이제 다른 드레스 입고 올게요.”
“맞춤 아니에요?”
“세 벌 맞췄어요.”
“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세 벌을 맞춰주셨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네.
“그래도 한 번에 고를 순 없잖아요.”
“알겠어요.”
나는 장막 뒤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여친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 * *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배우.
아직 연기력으로 정상을 찍지는 못했지만.
마법소녀의 인기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흐흐흥.”
여민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쉬는 시간에 프라모델을 조립했다.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본드질을 하는데, 매니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띠리리링─
“여보세요, 오빠?”
-민서야, 황효주 작가님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임신하셨대.
“응….?”
-지금 SBC 드라마 제작국도 비상이야.
“….”
황효주의 작품, 「변호사이코패스」의 여주인공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아직 주연을 맡겠다고 도장을 찍은 건 아니라도 당연히 수락할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드라마 제작은 계속 진행하는 거야?”
-응. 그렇긴 해.
“후…. 그건 다행이네.”
-그렇지, 뭐.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작품.
혹시라도 드라마 중간에 작가가 바뀌기라도 한다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여민서는 홀로 그 작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데,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은 매니저 쪽이었다.
-민서야, 같은 회사라고 꼭 희생해야 하는 건 아냐.
“응?”
-그냥 지금이라도 너랑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오빠, 바보야?”
-응?
“어떻게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해?”
-…. 미안, 내가 좀 나빴지.
나쁜 게 아니라 멍청한 거지.
황 작가가 물러나면, 당연히 김진우가 돕겠지.
그러면 오히려 작품 퀄리티는 더 좋아지겠지.
-미안, 나는 네가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인 줄 몰랐어.
“응?”
-요즘 사람들이 개과천선했다고 하더라고.
“뭔 개떡 같은 소리야.”
-나는 알아. 네가 입은 거칠어도 심성이 착하다는걸.
“…. 나 이제 분노조절잘해.”
-응, 다행이야!
근데 개과천선이면, 원래 나빴다는 건가.
‘은근히 기분 나쁜데?’
김진우 때문에 굴욕적인 날다람쥐 춤까지 추고.
언제부터 이렇게 회사 말을 잘 들었던가.
사실, 요즘 성질을 많이 죽이고 사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김진우 작가가 몇 년 사이에 너무 거물이 됐잖아.
승질 부리다가 찍혀서 배역 못 받으면 누구 손해야.
원래는 은퇴 작품으로 생각했던 ‘마법소녀’.
이제 그 작품은 여민서의 시작이자 끝이 되었다.
더이상 마법소녀 이전의 여민서는 떠오르지도 않았으니.
‘은퇴는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벌써 판타지 영화 제작에도 들어갔다고 들었다.
그중 자신의 촬영 분량은 단 한 장면.
2부의 마지막 씬, 쿠키영상이 전부였다.
‘진짜 히어로물처럼 세계관 확장이 되는 건가.’
아마, 이번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부턴 여민서가 곧 마법소녀 미미가 되는 거겠지.
스윽─
슬쩍 시선을 돌려 옷걸이에 걸린 마법소녀 옷을 바라봤다.
“이게 다 업보로다.”
템페스트에 제로투 바이러스를 퍼트린 게 자신이 아니던가.
그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을지도 모르겠다.
“에휴, 날다람쥐 춤이나 연습하자.”
조만간 예능에서 시킬 게 뻔하니까.
* * *
며칠 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봉 감독님은 편집하고 계시고, 나지수 조감독이 찍는 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촬영장에 오라고 안 하나.’
이내, 보조 작가들과 함께 너튜브에 신청한 버튼들을 확인했다.
특히, 천만 구독자를 달성하고 획득한 다이아 버튼의 모습은.
“삐까뻔쩍하구만.”
“와, 대박.”
“천만 너튜버는 진짜 대단한 거예요.”
“축하드려요!”
“그래요. 고마워요.”
솔직히 너튜브고 뭐고, 새롬이 생각밖에 안 났다.
이제 연말이기도 하고, 여친 생일도 다가오고 있는데.
‘예능이라도 나갈까.’
거기 나가서 고백하면 좀 로맨틱하려나.
아니면, 결혼 전에 복근이라도 만들어 볼까.
‘음, 그건 안 될 것 같네.’
새롬이랑 행복하게 잘 살려면 뭐가 필요할까.
일단, 돈은 썩어 넘칠 만큼 많으니까 제외하고.
‘그냥 시스템을 좀 더 개발하자.’
전 세계에서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거잖아.
연예계에서는 어떤 미션이 주어져도 웬만하면 다 깰 수 있었다.
지금도 매주 발생하는 주간 임무는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니까.
100포인트만 모으면 곧바로 질러봐야겠어.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고 보조 작가 대가리가 들어왔다.
아니지, 이제 누군가의 어머니인데 표현이 좀 과격했나.
“음, 효주야.”
“오빠, 대본 한 번 봐주실 수 있으세요?”
“….”
얘는 말 안 듣고 계속 회사에 나오네.
“집에서 쉬라니까.”
“여기서 쓰는 게 편해서요.”
“…. 대본 줘봐.”
“넹.”
효주에게 대본을 받아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기본적으로 완성형 캐릭터에 전개도 빨라서 좋았지만.
앞에서부터 뜯어보며 아쉬운 점이 보일 때마다 지적했다.
“여기서 주인공이 너무 잔인한 것만 좀 수정하자.”
“아, 26씬이요? 그 부분은 고민했는데.”
“그래도 주인공이잖아.”
“넵.”
다시 대본을 고치려는 효주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언제 하게?”
“찬물도 위아래가 있잖아요. 오빠보단 늦게 해야죠.”
“…. 니가 그런 걸 신경 썼어?”
“당연하죠. 내년에 아이 낳고 하려구요.”
“변 팀장님도 그렇게 하재?”
“네. 남친이 요즘 제 말 엄청 잘 들어요.”
“….”
그분도 나처럼 잡혀 살게 생겼네. 아디오스.
아니, 근데 나는 속도위반한 것도 아닌데 왜 잡혀 살지?
“내가 분유랑 기저귓값은 챙겨줄게.”
“…. 고마워요.”
“요즘 기저귀가 금값이라더라고.”
“맞아요. 요즘 육아용품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어요.”
“그래도 아이는 귀엽겠네.”
“헤헷.”
변 팀장님도 남자답게 생기고, 효주도 귀염상이니까.
“오빠, 근데 최근에 영화화 확정된 웹소설 아세요?”
“웹소설?”
“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소설인데요.”
“아, 그거 알지.”
어떤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아포칼립스 세계에 떨어져서 헤쳐나가는 내용.
“그게 영화화된다고?”
“네!”
웹소설은 생각도 안 해본 장르인데.
그래도 다행이야.
시스템이 웹소설 쓰라고 했으면.
‘드래곤한테 쫓기고 다녔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방송을 준비했다.
“자, 이제 다이아 버튼 개봉기 영상 찍을 거야.”
“와아!!!”
라이브 방송을 켜자마자, 팬들이 순식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진우 ㅎㅇ
-라이브 오랜만 ㅋㅋㅋ
-설마 또 스터디 윗 미?
-보조 작가들 얼굴 보고 뽑음?
-갓진우 결혼한다더니 얼굴이 폈네 ㅋㅋㅋㅋ
-효주랑 밍쁨이 넘나 예쁜 것 ㅠㅠ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창을 확인하고, 다이아 버튼을 들어 올렸다.
“여러분 보이세요?”
-다이아 버튼?
-홀리쉣 ㄷㄷ
-실버랑 골드도 같이 왔네 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ㅋ
새삼스레 너튜브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느껴졌다.
그냥 장난감에 불과한 버튼만 보여줘도 반응이 뜨거운 걸 보면.
“자, 이제 개봉할….”
띵동─
그때, 시스템이 새로운 미션을 던져주었다.
【‘첫 광고 찍기’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당신의 인생 첫 번째 광고를 찍으세요.】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2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너무 쉬운 임무라서 그런지 보상이 짜다.
그냥 보상 많고 어려운 임무가 훨씬 나은데.
‘시스템 쫄보 쉑.’
띵동─
‘어라….?’
【‘첫 광고로 비싼 광고 찍기’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당신의 인생 첫 번째 광고에서 개런티로 50억 원을 받으세요.】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5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이전 미션을 수락하기도 전에 새 미션으로 바뀌었다.
‘시스템, 너 말 할 수 있지? 말해봐.’
* * *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세트장.
지성호는 대기 중에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채널을 확인했다.
‘음, 100만이면 만족스러울 줄 알았는데.’
김진우 작가의 다이아 버튼이 왜 이렇게 부러울까.
글로벌 팬층을 좀 더 확보하면 어떻게든 될 것도 같은데.
“꺄하하. 우리 작가님 좀 봐.”
옆에서 소채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천만 구독자 찍어서 좋아하는 거 완전 귀엽잖아!?”
“그러게.”
그 모습을 보니 다이아 버튼을 더욱더 받고 싶었다.
‘나도 관심받고 싶어.’
천만 구독자를 찍으면 자신을 바라볼까.
“나도 열심히 할게.”
“네?”
“너튜브 활동.”
“아, 네! 저도 팬이에요!”
“진짜?”
“그럼요.”
아직 구독 해지하지 않았구나.
“저기, 채담아.”
“네.”
“오늘 저녁에….”
그때, 멀리서 나지수 조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채은 배우님! 바로 들어가실게요!”
“네에!”
채담은 오늘도 섹시한 의상을 입은 김채은에게 관심을 보였다.
“같이 보러 갈래요?”
“그래.”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촬영장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제 헤어질 텐데….’
이제 얼마 후면 자신은 알래스카, 채담은 노르웨이로 떠날 텐데.
그 전에, 이런 소소한 추억들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와, 김채은 배우님 매력 터지네요.”
“너도 그래.”
“네?”
“아, 아냐.”
이내, 성호는 시선을 돌려 김채은을 쳐다봤다.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 네크로멘서를 휘하에 두는 여악당.
검과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에서도 마법사의 존재는 귀했다.
‘스토리 좋네.’
마법소녀를 등장시키기 위한 빌드업.
던전에 떨어진 여악당이 판타지 세계를 정복하기 전에 막는 엔딩일까.
“김진우 작가님은 진짜 천재예요.”
“당연하지. 한국 최고의 작가인데.”
“그거 알아요? 마법소녀에도 판타지 떡밥이 몇 개 있었던 거.”
“응. 들었어.”
“진짜 김진우 작가님 너무 멋있는 거 같아요.”
“….”
자칭 마법소녀 덕후, 제시라는 랜덤 스튜디오 직원이 찾은 떡밥이었다.
아마, 이번 작품이 개봉하면 관객들이 더 많은 복선들을 찾아내겠지.
‘NG 한번 안 나고 끝났구나.’
나지수는 샤인과 제이라는 미국의 인재들과 함께 순식간에 촬영을 마쳤다.
연기하는 시간보다 세트장을 고치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들었으니.
‘예정보다 빨리 끝날 수도.’
* * *
야옹─
오랜만에 집에서 로미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물론, 초청하지 않은 쓸데없는 군식구도 함께였다.
“희정아, 너는 이제 여기 사는구나.”
희정이는 어깨를 으쓱이고 오히려 내게 질문했다.
“신혼집은 어디로 하게?”
“모르겠어.”
“새롬 언니네 집이 좋지 않을까?”
“그래?”
“응. 그럼 내가 거기에 매일 가도 되잖아.”
“…. 그걸 왜 니가 골라.”
이제 진짜 강준한테 전화 한번 해야겠어.
결혼은 모르겠고, 연애라도 하면 낫겠지.
“오빠, 내일 언니 생일인 거 알지?”
“모르겠냐.”
“나는 엄청 좋은 선물해줄 건뎅.”
“….”
“오빠 선물보다 좋으면 어떡하징?”
“그럴 일 없어.”
내가 말하는 화분을 선물해도 니가 선물한 에르메즈 가방보다 소중할 테니까.
“흐흐, 이거 봐라?”
“뭔데?”
희정이는 손에 차키를 흔들며 자랑했다.
“자동차 선물할 거야.”
“미친. 돈 많냐?”
“응. 마법소녀 터지고 돈이 복사됨.”
“….”
내가 재벌이랑 결혼한다고 지가 재벌이라도 되는 줄 아네.
“연예인 한순간이다, 돈 모아놔라.”
“에이, 마법소녀는 연금이야.”
“…. 인정.”
시스템이랑 내 손꾸락이 고장 나기 전까진 아마 영원할 거야.
“너 하차.”
“앗, 안 돼에.”
“잘해라.”
“넹.”
희정이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고 광고 미션을 확인했다.
뚜루루루─
곧이어,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새롬.”
-네. 진우 씨.
이제 진짜 여보가 새롬이 됐다.
새삼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일 데이트할래요?”
-좋아요.
묘하게 기쁜 듯한 목소리를 들어보니, 본인 생일인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저 내일 꼭 주고 싶은 게 있어요.”
-무슨….?
“내일 말해줄게요.”
첫 번째 광고비를 통째로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찾아보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 것 같다.
* * *
정새롬은 눈앞의 사내를 빤히 바라봤다.
갑자기 찾아와서 광고를 찍겠다는 남친.
그동안 광고를 안 찍는 건 작가로서 신념이 아니었던가.
“정말 광고를 찍으려고요?”
“네. 여친 선물도 사주고, 효주 기저귓값 좀 벌어주려고요.”
“…. 황금으로 만든 기저귀를 사주시게요?”
“그것도 나쁘지 않네.”
김진우의 첫 번째 광고.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터였다.
“마법소녀 전원을 합친 금액보다 높을 수도 있어요.”
“잘됐네. 이참에 돈도 벌고.”
“음….”
문득, 새롬의 머리를 스쳐 가는 광고가 있었다.
진우를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던 천성 증권의 정영준 사장.
“진우 씨, 천성 전자 스마트폰 광고 찍으실래요?”
“네?”
“조준 오빠가 엄청 꼬셨는데, 매번 거절했거든요.”
“나쁘지 않네요.”
김진우와 천성 전자의 시너지는 나쁘지 않았다.
둘 다 세계적으로 인지도도 있었고 이미지도 좋은 편이라서.
무엇보다, 정영준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했다.
“제가 알아서 추진할게요.”
“아, 근데….”
김진우는 일어나기 전에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새롬 씨, 사인 한 번만 해줄래요?”
“제 사인이요?”
그게 왜 필요하지.
“새롬 씨 열성팬이 한 명 있는데. 꼭 받아달라고 하네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있더라고요. 김진우라고.”
“???”
새롬은 진우가 건넨 서류를 확인했다.
“혼인신고서….?”
“작성은 제가 다 했어요. 사인만 해줘요.”
“….”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는데, 남친은 여지없이 분위기를 깨트렸다.
“울어?”
“…. 안 울어.”
“에이, 우는 거 맞네.”
“안 운다니까.”
진짜 남친이랑 언젠가 스파링 한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