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91)
더이상 미룰 것도 없었다.
촬영이 없는 날, 새롬이 손을 붙잡고 직접 구청으로 향했다.
증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김희정이랑 최원준 형님이 동행했다.
마침, 둘 다 우리 집에서 뒹굴거리며 로미오랑 놀고 있었으니까.
“원준 형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
“오늘 스케줄은 없는 거죠? 이따 저녁에….”
“아니, 매니저가 지금 애타게 기다려.”
“…. 그럼 미리 말씀하셨어야죠.”
“그냥 가벼운 인터뷰야.”
아니, 근데 그러면 왜 우리 집에서 고양이랑 놀고 있던 건데.
“나한텐 안 고마워?”
김희정은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 물었다.
“그래. 너도 고맙다.”
“내가 언니 결혼식 들러리 서주기로 약속했는데. 그 은혜도 잊지 말도록 해.”
말투 킹받네.
“너 예능 나가서 퍼플걸스랑 같이 날다람쥐 춤추기로 했다며.”
“응?”
“아직 못 들었구나?”
“….”
껌 씹은 표정의 희정이를 뒤로한 채 다시 새롬이 손을 잡았다.
“일단 들어가죠.”
구청 내부를 스윽 둘러보고, 혼인신고서 제출 창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기, 김진우 작가님?”
“네. 여기 혼인신고서 가져왔는데….”
“팬입니다!”
“감사합니다.”
구청의 공무원은 자신의 신분도 망각한 채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
“저기, 사인 좀….”
“일단 서류부터 처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증인분들까지 네 분 신분증 제출해 주세요!”
“여기요.”
구청 직원을 뒤로하고, 새롬이랑 대화를 나눴다.
“부모님은 뭐라셔요?”
“저야 뭐, 당연히 쿨하게 허락하셨죠. 근데 부회장님은….?”
“저도 허락받았어요.”
직원이 서류를 처리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개중엔 소곤거리면서, 굳이 다 들리도록 품평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역시, 좀 어색하네요.”
“네?”
“이렇게 주목받는 거요.”
“음…. 근데 인방하는 건 좋아하잖아요.”
“그건 제가 방구석 여포라서.”
“자랑은 아니죠?”
“….”
매번 내가 먼저 놀려서 복수하는 건가.
“새롬 씨, 우리 같이 살 집은….”
“네?”
결혼까지 채 반년도 남지 않았으니, 이제는 거주지를 정할 시간이다.
보통 집 때문에 깨지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제 생각엔 새롬 씨 집이 좋을 것 같아요.”
“음, 저는 당연히 진우 씨 아파트에서 살 줄 알았는데.”
“왜요?”
“아니, 그냥….”
보통 남자가 집을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어느 때인가.
그냥 오손도손 같이 잘 살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솔직히 새롬 씨 집이 더 좋잖아요.”
“비슷할 텐데.”
“그래도 한강뷰로 가시죠.”
“알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손수 마련해 주셨다니, 의미도 남달랐다.
인테리어도 이미 훌륭해서 그냥 신혼 때 오락기만 가져가면 되겠어.
“저는 짐도 얼마 없어요.”
“진우 씨는 몸만 와요.”
“고마워라.”
“진짜 몸만 오라는 얘기예요.”
“네?”
“이상한 거 갖고 오지 말고요. 예를 들면 오락기 같은 거요.”
“….”
뭐여, 어떻게 알았지.
‘…. 김희정이 말했나.’
방학 숙제를 끝내듯 차근차근 결혼할 준비를 마쳤다.
웨딩홀도 봤고, 집도 마련했으니까.
혼수에 예물이랑 신경 쓰면 되겠다.
아, 그리고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는….
‘시스템이 정할 수도….?’
홀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새롬은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말을 꺼냈다.
“진우 씨, 천성 전자에서 미팅 잡았어요.”
“스마트폰 광고?”
“네.”
그래, 일단 급한 숙제부터 해결해야지.
【미션 : 당신의 인생 첫 번째 광고에서 개런티로 50억 원을 받으세요.】
‘개런티 50억….’
괜찮아, 조준 형님한테는 미리 연락했으니까.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전화를 안 받아서 불안하긴 하지만.
“광고비로 50억, 받을 수 있을까요?”
“…. 농담이죠?”
“진담인데요.”
“가능할 것 같아요?”
“네.”
사실, 50억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탑스타들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한민국에서 그 돈 받고 광고 찍을 수 있는 그룹은 오직 한 팀뿐.
“저랑 방탕소년단이랑 비교하면 누가 더 급이 높아요?”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로 보면 당연히 방탕소년단이 훨씬 높죠.”
“훨씬?”
“네. 아득히.”
“…. 팩폭 쩌네요.”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짱돌 맞으니까.”
“누구 남친이에요?”
“여친이니까 이런 말도 해주는 거죠.”
나도 그 정도는 잘 아는데, 그냥 내가 잘났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삐졌어요?”
“아뇨.”
“에이, 삐진 것 같은데?”
“….”
새롬이랑 싸우면 내가 지겠지?
* * *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명실상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은 배우가 있었다.
「맨 vs 스페이스」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한국인.
소위 반전 캐릭터로서, 극의 후반부를 홀로 캐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원준 배우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소속사에서 시키면 하는 거죠.
“요즘 인기는 실감하시나요.”
“아뇨, 주로 집에만 있거나 진우 집에서 야옹이랑 놀아요.”
“아, 야옹이라면….”
“고양이 탐정 메로로.”
“하하, 아직도 메로로랑 친분을 유지하는군요.”
“아직도 턱이랑 배는 허락 안 해줘요.”
“뭐, 고양이가 원래 그렇죠. 하하.”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최원준 배우.
탑스타의 취미가 고작 남의 집 고양이랑 노는 거라니.
소탈한 이미지로 기사를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차기작은 생각해 보셨나요?”
“음….”
솔직히, 만족할 만한 작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진우는 판타지 영화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아서.
“당분간은 좀 쉬려고 합니다.”
“지, 지금 쉬기엔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글쎄요.”
아무 작품이나 하는 것보단 낫겠지.
“좋은 작품이 있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오, 역시 마인드가 다르네요.”
“가능하면 김진우 작가님의 작품에 또 출연하고 싶네요.”
“아…. 그런가요.”
외부인이 보기에 템페스트 엔터와 랜덤 스튜디오는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였다.
제작, 연출, 배우, 촬영, 음악, 투자, CG 작업.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작품들을 선보일 때마다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다.
‘그 원천이 전부 대본에서 나온다는 소문이 있지.’
주어진 역할과 찰떡같이 잘 맞는 배우들.
장소와 음악과 퍼즐처럼 들어맞는 시나리오.
심지어, 적절한 연출까지도 대본에 세세하게 적혀있다고 들었으니.
“김진우 작가님의 작품에만 출연하고 싶어 할 법도 하군요.”
“다른 작가분들의 작품이 싫다는 건 아닙니다.”
“하하. 압니다. 기사는 최대한 좋게 쓸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나쁜 기사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겠지.
하루아침에 회사를 통째로 말아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네.”
“아,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로미오 보러 갑니다.”
“….”
대체 왜 남의 집 고양이를 보러 가는 걸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사들이란….’
최원준은 매니저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음, 아직도 인기 많네.”
확실히, 이럴 때 새 작품에 들어가면 좋았다.
만약에 김진우가 새 작품을 쓴다면 당장 들어갈 텐데.
‘웹드라마든, 막장 드라마든.’
김진우의 작품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 * *
천성 전자 광고주와의 미팅 자리.
대기업 직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본사에 들었다.
내 손을 꼭 붙잡고 걷는 여친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김진우 작가님의 광고라니, 이건 귀하군요.”
“그렇죠? 그럼….”
“그래도 안 됩니다.”
“….”
그런데, 광고주 아저씨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대체 윗선에서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20억 원, 그 이상은 절대! 네버! 안 됩니다!”
“후우…. 조준 형님이랑 말 끝났어요. 50억 따리로 계약서 다시 준비해 오시지요.”
“부사장님께서 언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어제요.”
“저는 30분 전에 보고 드렸습니다.”
“….”
정좆준, 이런 치사한 사람.
어쩐지 아침부터 전화를 안 받더라고.
“주님, 제 인생에 첫 광고 아닙니까.”
“네.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거 말고 다른 광고를 찍을 생각도 없어요. 진짜 유니크하지 않아요?”
“다른 광고도 마음껏 찍으셔도 됩니다.”
“….”
한 치의 물러섬이 없구나.
마치 대장군의 기세로다.
“오케이! 광고 대본까지, 콜!?”
“흠, 그건 좀 관심이 생기는군요.”
“오, 그럼….”
“30억.”
20억에서 30억이 됐네.
이 정도면 진짜 많이 올렸다.
“쓰는 김에 좀만 더 쓰시죠.”
“30억!”
“…. 너무 단호해서 단호박인 줄.”
그래, 이쪽 업계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으니까.
“묻고 더블로 가시죠.”
“네?”
“정새로미까지, 콜!?”
“????”
그때, 옆에서 화들짝 놀란 여친이 말을 꺼냈다.
“내 의견은….?”
“음 내조 한번 하시지요.”
“…. 외조할게요. 진우 씨는 집에서 아이 키워요.”
“아니, 그건 좀.”
잠깐만, 아이를 키우라고?
“아들 하나, 딸 하나?”
“…. 기회만 되면 하여튼.”
그래도 하나만 키울 거면 딸이 낫지.
첫 아이는 딸을 낳고 싶다고 시스템 신께 빌어야지.
“대본도 써주시고, 두 분이 함께 출연하시면 개런티도 맞춰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내가 새롬이 패턴은 진작에 파악했다구.
여친은 부담스럽게 쳐다보면 은근히 약해진다니까.
“왜, 왜 그래요.”
“제바류.”
“아니, 왜 그렇게 50억에 집착하는 거예요?”
“그야….”
시스템이 시켜서 그래요.
“50억짜리 다이아 반지 해주고 싶으니까?”
“….”
* * *
천성 증권 사장 정영준은 비서를 통해 기분 나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천성 전자 스마트폰 광고 모델이 누구라고?”
“그, 그게….”
“똑바로 말해!”
“김진우 작가라고 합니다.”
“….”
얼마 전에 여동생을 직접 찾아가서 부탁했는데.
그때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단번에 거절하더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젊은 나이에 슈퍼스타가 된 한국 최고의 각본가.
광고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나 때문에 일부러 한 거야. 엿 먹으라고.’
확실히 정조준 라인에 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띠리리링─
그때, 정영준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서주희]
“아씨, 짜증 나게.”
한국에서 제법 잘 나가는 여배우이자 여자친구.
물론, 상대는 불륜 관계인 걸 알고도 만나는 사이였다.
“어, 주희야.”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재계약 불발됐다고 연락 왔어.
“…. 이제 나는 천성 전자랑 상관없는 거 알잖아.”
-그런 게 어딨어. 지금 당장….
정영준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개나 소나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건가.
“야.”
-응….?
“놀아주니까 내가 친구 같아?”
-그, 그게 아니라….
“조심해라.”
-으응.
뚝.
이제 서주희랑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대충 돈 몇 푼 쥐여주고 정리해.”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후계자 선정까지는 앞으로 반년.
벌써 반년씩이나 흘렀는데, 자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천성 전자 영업이익이 얼마라고?”
“전 분기 대비 19.4프로 정도 상승했습니다.”
“참나, 재수도 좋군.”
“아, 음…. 네. 요즘 시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진짜 위험해.”
만약 김진우를 모델로 채용하면 다시 한번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겠지.
“방법을…. 찾아야만 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톰 스미스 감독한테 전화해.”
“네?”
지금까지는 오직 익명으로 영화에 투자했을 뿐.
유니버스 측에 직접 접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김진우 영화를 어떻게든 흥행하지 못하게 막아야 해!”
“아, 네! 알겠습니다.”
정영준은 본인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아쉽게도, 시스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지만.
* * *
마법소녀 네 명은 전투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으으, 쪽팔려.”
“우리 회사 싸장님, 나빠요.”
“왜요? 저는 좋은데. 헤헤.”
“….”
각자 할 말을 하면서 무대로 향하는 마법소녀들.
무대에서 기다리던 퍼플걸스는 그녀들을 환영했다.
현재 영화 촬영 중인 세미를 제외하고, 똑같이 네 명이었다.
“와아! 마법소녀, 완전 팬이에요!”
“…. 감사합니다.”
여민서는 대표로 인사를 하며 춤출 준비를 마쳤다.
MBS 다큐 방송 시청률이 무려 56%가 나왔다.
화제가 안 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
“일단 자세는 그게 아니에요.”
“네?”
“좀 더 손을 높이 들고 사선으로. 오, 지금!”
“…. 팔 아픈데.”
뚜뚜뚜루 뚜뚜뚜─♬
스피커에서는 수백 번도 더 들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이거 찐막이야.’
민서는 동생들과 함께 32살의 마지막 댄스혼을 불태웠다.
앞으로 날다람쥐는 죽을 때까지 거들떠보지도 않겠어.
마법소녀 이후, 셀프 흑역사를 얼마나 창조했는가.
때로는 스스로 나서서, 어떨 때는 김진우 작가 때문에.
인기와 수치심이 비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저희느은~ 퍼플걸스입니다!”
“리더 미령입니다. 이번 신곡에서 선보인 날다람쥐 춤은….”
댄스부터 시작하고, 천천히 노래를 홍보하는 미령.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웠는지, 에바가 슬쩍 말을 꺼냈다.
“우리도 저거 하면 안 돼요?”
“뭐를.”
“우리느은~ 마법소녀입니다!”
“…. 나를 죽여.”
이 친구는 마법소녀라고 하니까 자기가 걸그룹인 줄 아나.
“정신 차려, 우린 배우라고.”
“아, 맞다.”
“…..”
한국말 패치 하나도 안 된 에바 삽니다.
* * *
며칠 뒤.
결국, 광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임무를 달성했다.
여윽시, 50억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는 아무도 못 참지.
‘새롬이한테 잘 해줘야겠다.’
아무리 남친 부탁이라지만, 재벌 3세가 광고 출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가 본 재벌 중에서는 제일 예쁘고 대중한테 인기도 많은 셀럽이긴 한데.
《김진우 작가와 정새롬 실장! 천성 전자 스마트폰 광고 모델로 발탁! 약 3개월 뒤에 출시되는….》
하여튼, 뉴스로 뜨는 걸 보면 확실히 보통 사건은 아니었다.
“기사가 뭐 이렇게 빨리 나오냐.”
천성 전자 측에서도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나 보다.
혹시 위약금 물고 계약을 무를까 봐 겁이 났을 수도.
띵동─
【‘첫 광고로 비싼 광고 찍기’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주간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5pt 만큼 획득합니다.】
천성 전자를 상대로 먹튀할 수는 없고.
기깔나는 대본을 뽑아내긴 해야겠는데.
‘음….’
어떤 대본을 쓰면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을까.
그것도 고작 짧은 광고 드라마 대본 한 편에.
‘요즘 시스템에 너무 의존하긴 하지만….’
솔직히 작가의 자존심이고 뭐고.
50억 받았는데 퀼리티 낮은 대본을 쓸 순 없잖아.
마법소녀 작품을 탄생시킨 대단한 베네핏.
시스템 능력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같은 능력.
곧바로, 새롬이 집에 직접 찾아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저예요.”
“엥? 아까 헤어졌잖아요.”
“또 보고 싶어서 왔죠.”
문이 열리고, 새롬이는 편한 복장으로 나를 맞았다.
“아니, 이렇게 늦은 시각에….”
“새롬 씨.”
“네?”
“그러고 보니까, 우리….”
대본이 필요한 광고에 나랑 새롬이가 출연한다고 했다.
그 말인 즉, 우리 두 명이 동시에 연기자로 데뷔한다는 뜻.
“광고에서 연기해야 하잖아요.”
“…. 그쵸. 그냥 지금이라도 무를까요?”
“왜요, 혹시 자신 없어요? 쫄?”
“제가요? 설마요.”
내가 포인트 5개 벌려고 진짜 별짓을 다 했구나 싶다.
평범한 주간 미션은 고작 포인트 한두 개쯤 던져주니까.
“제가 새롬 씨한테 딱 맞는 작품을 생각해 볼게요.”
“…. 왜 불안하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중 집필(Lv 2)을 사용합니다.】
‘먹힌다!’
하긴, 야옹이한테도 먹히는 스킬인데.
우리 예쁜 새롬이한테 안 통하는 게 더 이상하지.
띵동─
‘제목이 좀 오글거리네.’
【내용 : 당신을 사랑합니다 1부】
【장르 : 로맨스, 휴먼 드라마, 가족】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506호】
【제한 시간 : 무기한】
곧바로, 베네핏 마지막회 정보열람을 사용했다.
‘뭔가…. 뭉클한데.’
총 4화 분량의 짧은 대본.
노년에 할매랑 할배랑 행복하게 사는 따뜻한 내용의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