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93)
천성 전자 본사에 설치된 광고 촬영장.
워낙 회사가 넓다 보니 남는 강당을 세트장으로 활용했다.
화려한 조명기구가 세트를 비추고, 스탭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네요.”
“네. 템페스트랑 랜덤 스튜디오 직원들이니까요.”
“음.”
우리 새롬이는 언제 연기 공부를 하면서 이런 준비까지 했을까.
터벅, 터벅─
걸음을 옮겨 심주원 감독에게 다가갔다.
“바로 분장실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감독님.”
배우의 입장에서 현장에 서는 경험은 굉장히 어색했다.
그나마 새롬이가 함께라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김진우 작가님! 노인 분장을 하려면 6시간은 걸릴 거예요.”
“음….”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그래도 시간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미리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시는 게….”
“화장실은 괜찮구요.”
미리 봐두었던 대본 집필 장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서 분장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상관없긴 한데….”
내 까탈스러운 성격 때문에 새롬이도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분장 받으면서 손은 움직일 수 있겠죠?”
“그럼요.”
전문가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정신은 온통 노트북에 집중했다.
타다닥, 타닥─
「당신을 사랑합니다 2부」
이번에는 다른 컨셉의 광고 대본.
일부러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광고에 최적화된 대본이었다.
‘이번엔 할아버지가 손녀딸한테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컨셉인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슬로건.
천성 전자가 추구하는 스마트폰의 컨셉과 정확히 일치했다.
-할아버지!
-어이쿠, 우리 손녀딸 왔어요?
-네에!
작품 속에서 나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여보, 다쳐요.
-하하 괜찮아.
내 미래의 손녀딸이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아직 자식도 없는데, 그 자식까지 보여준다고 믿겠냐고.
“후우….”
“진우 씨, 왜 그러세요?”
“아, 아니에요.”
옆에서 분장을 받던 새롬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 얼굴이….”
“이상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시스템이 보여주는 영상 속의 할머니랑 똑같이 생겼잖아.
‘이게 설마 진짜 내 미래야?’
혹시 마이너리티 팔로워 시즌 2, 뭐 그런 거냐?
물론,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미래가 바뀌니까.
소매치기나 트럭 사고도 막았는데, 이게 진짜 내 미래라고 볼 순 없겠지.
‘…. 나는 자식을 딸 한 명만 낳는 건가.’
적어도, 시스템이 보여주는 영상 속에선 오직 한 명뿐이었다.
사위는 딱 한 살 위의 잘생긴 남자였는데,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빡치네.
‘뭐지, 이 딸래미를 뺏긴 기분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을 뺏긴 기분을 왜 간접 체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 저 도동놈 이름 알려줘.’
아니면 사돈집이 어딘지라도 알려줘.
저 자식 내가 못 태어나게 막을 거니까.
* * *
갑자기 대본을 쓰다 말고 그림을 그리는 지누킴 작가.
새롬은 남친이 대체 왜 이러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뭐를 그렇게 열심히 그려요?”
“있어요. 도둑놈.”
“….”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미리 몽타주를 그려놔야 나중에 안 뺏기죠.”
“그래서, 대체 뭐를 뺏긴다는 건데요.”
“내 딸래미!!!”
“…. 딸이 있어!?”
억장이 와르르 무너질 뻔했다.
남친의 다음 말을 듣지 않았다면.
“당연히 미래의 딸이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날.”
“…. 이런.”
노멀 펄슨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 김진우가 드디어 미친 게 아닐까.
“진우 씨, 우리 지금 광고 찍을 때가 아니에요.”
“당연하죠! 지금 도동놈이….”
“우리 병원부터 가요.”
“네….?”
“저는 진우 씨가 많이 아파도 아껴줄 거예요.”
“뭔 소리 하시는 거예요.”
관심병도 병이니까.
아픈 남친을 이해할 생각이었다.
“부모님께 사랑 듬뿍 받고 자랐으면서 왜 그래요, 진짜?”
“…. 뭔가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것 같은데.”
“혹시 노인 분장 받았다고 치매 걸린 연기라도 하는 거예요?”
“….”
“그럼 거의 메소드 연긴데.”
“됐고, 그림 같이 봐요.”
이내, 김진우는 벌써 다 그렸다면서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밍쁨처럼 훌륭한 그림 솜씨는 아니지만, 몽타주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림만 봐서는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당연하죠. 아직 세상에 없는 사람이니까.”
“….”
“어쩌면 안 태어날 수도 있고.”
“음….”
스윽─
곧바로, 분장으로 주름이 자글자글 한 남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는데.”
“그런 거 아니래도.”
“차라리 우주를 한 번 더 가요.”
“…. 가능?”
그때, 멀리서 심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님! 바로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잠시만요!”
촬영 준비를 마친 듯싶은데.
‘일단 촬영부터….’
어쩌겠는가, 이제 남친도 아니고 곧 남편이 될 사람인데.
촬영만 끝나면 병원이라도 데려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겠다.
잠시 후,
진우와 새롬은 서로 마주 보는 상태로 첫 번째 광고 촬영을 시작했다.
“스탠바이…. 액션!”
김진우 작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연기 도전.
아주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연기판에서 구른 짬밥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여보, 이게 요즘 나온 어플인데, 한 번 봐요.”
“나는 새로운 기능은 어려워서 잘 몰라요.”
“이건 쉽다니까.”
새롬은 진우의 말을 듣고,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를 손쉽게 조절했다.
“거 봐, 금방 배우잖아.”
“그러네요.”
열심히 배운 덕분일까, 두 사람의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심주원 감독의 큐 사인과 함께 오늘의 촬영은 종료되었다.
그런데, 어떤 랜덤 스튜디오 직원이 진우에게 접근하더니.
‘대본….?’
대본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건네는 모습.
“작가님.”
“네. 감독님.”
“대본인가요?”
“네. 다음 촬영분입니다. 2부요.”
“설마 아까 분장하면서 쓰시던….”
“네. 맞아요.”
분장할 때 앉은 자리에서 새 대본을 쓰기 시작했던 모습을 확인했는데.
“완성하신 건가요?”
“그, 그렇긴 한데….”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어보니까 안 보여줄 수가 없었다.
촤라락─
이번에도 어김없이 광고에 쓰면 딱 좋은 내용의 대본.
역시, 전개나 캐릭터는 김진우답게 부족함이 없이 완벽했다.
“배우분들만 괜찮으면 바로 가도 되겠는데요?”
“….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뇨, 분장하는데 6시간이나 걸리니까요.”
“음….”
원래 촬영 일정은 세 번의 촬영을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오늘 촬영을 마치면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었다.
“한번 해볼게요.”
새롬은 호기롭게 나서는 진우를 바라보더니 먼저 나서서 말렸다.
“진우 씨, 아직 연기도 완벽하지 않잖아요.”
“에이, 이 바닥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는데.”
“….”
“쫄!?”
“제가요? 설마요.”
“고고!”
심주원 감독도 생각이 있으니까 제안하지 않았을까.
“알겠어요.”
이날, 드라마 광고 촬영은 밤늦은 시각까지 진행되었다.
물론, 진우의 연이은 NG가 없었으면 훨씬 빨리 끝났겠지만.
* * *
12월의 겨울은 빠르게 지나갔다.
옆구리가 시린 솔로들은 크리스마스 날도 집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중 한 명, 탑작가 오빠를 둔 여배우는 오늘도 어김없이 로미오를 찾았다.
야옹─
김희정은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진우의 집에서 야옹이와 놀았다.
오늘은 최원준 배우도 스케줄이 있어서 혼자서 집사 노릇을 해야겠다.
딸랑, 딸랑─
기다란 장난감 끝에 달린 방울 소리를 듣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고양이는 꽤나 귀여웠다.
“원준 오빠는 좋겠네.”
최근에 제일 핫한 장르소설 원작 영화에 캐스팅 제의가 왔다고 들었는데.
그 작품 제목이 전지적 작가 시점이랬나…. 하여튼, 잘 됐으면 좋겠다.
띠리리링─
그때, 희정의 스마트폰에 강준의 연락이 걸려왔다.
“깡준, 웬일?”
-희정아, 오늘 같이 영화 볼래?
“뭐?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 자동차 극장 미리 알아봤어.
“그래?”
-응. 너한테 줄 것도 있고.
“…. 줄 거?”
예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로다.
예의상 가볍게 한 번 튕겨주는 센스.
“음…. 고양이 밥 줘야 하는데.”
-그럼 주고 나와.
“오케.”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의미가 무엇인가.
드디어 고백 타이밍을 잡았다는 뜻이 아닐까.
전화를 끊고, 희정이는 야옹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 누나도 연애는 해야지.”
냐옹─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듯한 로미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땅콩도 없는 누구랑은 다르게, 건장한 성인인걸.”
냐아─?
요즘 오빠는 광고 대본 집필에, 연기 수업에, 분장이나 촬영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새롬 언니랑 데이트도 하고, 결혼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으니.
“나도 남자 한번 만나보자고.”
오랜만에 만나는 강준과의 데이트.
꼼꼼하게 화장을 하고, 예쁜 원피스까지 골라서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잠시 후, 희정은 강준을 만나자마자 옆에 있는 진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둘이 보는 게 아니었구나….?”
“으응? 그,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르면 쁠리 말을 흐주지 그랬니.”
공들여서 풀 메이크업은 안 하고 왔을 거 아냐.
“…. 미안해.”
“오늘 나한테 줄 것도 있다며.”
“아! 그건 이따가 진호 없을 때 따로 줄게.”
“….”
크리스마스에 주는 선물이 뭘까.
그것도 단둘이 있을 때 주겠다니.
‘반지? 목걸이?’
함께 나온 장그래 극단 멤버, 이진호는 무안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저…. 그냥 먼저 갈까요?”
“아냐, 온 김에 영화는 보고 가야지.”
“넵.”
못 본 사이에 이진호는 진성 헬창이 다 됐다.
온몸을 흉기로 만들어서 뭐 하려고 그러는지.
“너 요즘 작품 활동 뜸하더라?”
“아, 얼마 전에 캐스팅 제안받았어요.”
“그래?”
“네! 그래서 몸도 만들고 있어요.”
“…. 더 만들 몸이 있어?”
이 정도면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는 형사 역할도 맡을 수 있겠는데.
“일단 바로 극장에 들어갈게.”
“응.”
김희정은 영화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강준의 선물을 기다렸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슬슬 저녁으로 뭐를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준이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이진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맛집을 검색했다.
“제가 좋은 샐러드 집 알아보고 있는데!”
“진호야, 아직 안 갔니?”
“네?”
“지금 보니까 손에 반지도 꼈네. 여친도 있나 본데 빨리 가.”
“아뇨, 이거 우정 반….”
“가.”
“…. 네.”
역시 크리스마스는 연인끼리 보내야지.
“후우….”
콜택시를 불러서 보내버리고, 강준을 기다렸다.
“응? 왜 혼자야?”
“응. 싱글이야.”
“???”
이제 선물을 받을 차례가 아닌가.
“깡준, 선물 빨리 꺼내 봐.”
“응? 아, 잠깐만….”
그의 품에서 나오는 조그마한 반지 케이스.
역시! 예상은 한치도 틀리지 않았구나.
“이거 우정반….”
“니 마음은 잘 알았어.”
“어?”
“하아, 니가 이렇게 갑자기 고백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아, 그런 건 아니….”
“아니야?”
“아닌 게 아니고, 맞아! 맞네! 내가 오늘 고백하려고 반지도 가져왔는데!”
“그래, 그럼 일단 끼워봐.”
희정은 강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리가 얼마나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져도 우리 우정은 변치 말자.”
“그럼! 당연히 우리 우정이 사랑보다 먼저지.”
“오, 쿨한데?”
“원래 쿨한 편이야.”
“쿨 몽둥이로 맞았니?”
“일본에서는 쿨준이라고 불린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두 사람 모두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아, 근데 희정아! 잠깐만….”
“왜.”
“오늘 진호한테 인사도 못 했잖아. 톡이라도 좀 보낼게.”
“어, 그래.”
톡, 토톡─
[진호야, 그거 우정반지 아냐][우리 친구 아니고 선후배잖아, 그치?]
[반지는 당장 버려!]
[그냥 버리지 말고 인천 앞바다에 밀봉해서 버려][그렇다고 너를 버릴 수는 없잖아]아끼는 후배에게 연속해서 톡을 보내고 있었는데.
순간, 김희정이 의문스러운 어조로 말을 늘어트렸다.
“이상…. 허다? 이걸 어디서 봤더라….?”
“응? 뭐가?”
“이 반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것도 방금 전에.”
“무슨 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아냐, 진짜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아.”
“…. 흔한 디자인이라서 그런가.”
“그래?”
“그, 그럼!”
위기의 순간이다.
강준은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말을 돌렸다.
“우리 그러지 말고 밥 먹으러 가자!”
“밥? 좋아.”
강준은 여자친구의 단순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금붕어의 브레인을 가진 여자친구라도 좋았으니까.
* * *
연말에 새롬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어느새 새 해가 밝았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황효주는 드라마 진행을 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는데.
“효주야, 요즘 드라마 제작은 어때? 잘 돼가?”
“지금 SBC에서 편성도 잡혔어요.”
여민서, 신조훈 배우님이면 라인업도 굉장히 좋았다.
신 배우님은 첫 주연작이지만 연기력이 워낙 탄탄하니까.
“내년 대상은 네가 먹자.”
“에이, 꿈도 안 꿔요.”
작년 연말 시상식에 나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그전까진 3년 연속 방송국 3사에서 대상을 탔는데.
‘올해도 바빴지.’
작년엔 마법소녀 파트 2, 맨 대 스페이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굵직한 작품들을 찍었지만, 한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하진 못 했기에.
‘그래도 디지니에서 많이 성공했으니까….’
영화도, 드라마도 내는 족족 성공했다.
심지어 이번 달 말에 있을 에미 어워드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던가.
“오빠, 에미상 기사 떴네요.”
“아, 봤어.”
“수상까지 하면 정말….”
“됐어. 김칫국 마시지 말자고.”
이미 출품한 것만으로도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
디지니와 랜덤 스튜디오 합작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오빠, 그래서 광고 촬영은 끝난 거예요?”
“어, 힘들었다.”
대본을 급하게 쓰고 촬영에 들어가는 일정.
아무래도 드라마 대본이라서 곱절로 힘들었다.
“분장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네요.”
“음, 근데 할아버지로 나와서 어색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는 거 아냐?”
“마지막 촬영은 분장 없이 맨얼굴로 했잖아요.”
“그렇긴 하지.”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를 회상하는 씬.
그때도 스마트폰은 천성 전자였다는 내용의 촬영이었다.
“내가 너무 사서 고생하는 것 같아.”
이번 주엔 처음으로 주간 미션 클리어에 실패했다.
결혼 전까지 몸을 만들어 보려고 꾸준히 운동했더니.
[팔굽혀펴기 1시간에 200회 1pt ]
‘대체 어디까지 올릴 생각이야.’
내가 이진호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하냐.
한 시간에 150번이면 벌써 나한테는 한계라고.
운동 뿐만이 아니다.
시청률이나 너튜브 조회수 같은 미션도 마찬가지.
내가 유명해질수록 보상은 줄어들고 난이도는 올라가니까.
“이거 방법이 없나.”
“네? 무슨 방법이요?”
“안 유명해지는 방법.”
“…. 그게 뭐예요.”
드르륵─
그때, 밍쁨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오빠! 오셨어요!?”
“어….?”
“네?”
“밍쁨, 고마워.”
“???”
얘처럼 가명을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아무도 내가 김진우라는 사실을 모르면 그만이지.
어차피 작가들은 필명을 쓰는 게 이상하지 않으니까.
‘일단 그건 다음에 다시 생각하자.’
곧이어, 은빈이는 서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여기요, 오늘 봉 감독님께서 주신 대본 수정 요청 사항이에요.”
“그래. 고맙다.”
벌써 알래스카 현지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다행히 나까지 촬영장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이제 광고도 끝났으니까 집중해야지.’
그런데,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었다.
아니, 문제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사안’이라고 해야 할까.
‘천성 증권 정영준 사장….’
새롬이 오빠지만, 한 번씩 볼 때마다 나한테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었지.
그런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도 않고, 경쟁작에 투자하는 것도 전혀 상관없다.
“근데….”
톰 스미스랑 손잡고 물 멕이려고 하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주간미션 덕분에 포인트는 매주 쌓이고 있었다.
이벤트성으로 포인트를 왕창 풀어주기도 했으니까.
‘돈을 벌었으면 써야 맛이지.’
100 포인트 모아서 업데이트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급한 건 아니라서.
【탐색 범위 Max 】
【모든 베네핏의 탐색 범위를 최대치로 만듭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주일)】
“이게 바로 플렉스….?”
위험 요소를 찾는 베네핏은 이미 있으니까.
이 정도만 사서 대비를 해놔도 마음이 든든하다.
* * *
며칠 뒤,
천성 전자 공식 너튜브 채널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는데.
그동안 베일에 싸인 김진우 작가의 첫 번째 광고였다.
물론, 기자들은 그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된 김진우!? 탑작가의 충격적인 비주얼을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기사 수듄….”
이 기자 이름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