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95)
미국의 ‘TV 과학기술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시상식.
아시아권 국가에는 불모지에 가까워던 에미 어워드였는데.
세계 최고의 TV 시상식에 낯익은 한국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흠, 우리 사위가 카메라 빨을 잘 받는군.”
천성 그룹, 정대한 부회장은 진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에게 한 마디라도 더 붙이려고, 자식들은 앞다투어 말을 붙였다.
“새롬이가 결혼을 잘했네요.”
“역시 우리 집안은 남자 보는 눈이 남다르죠. 호호.”
“에미상 5관왕! 이건 기적이에요!”
백인들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는 에미상.
그런 곳에서 한국의 드라마가 상을 휩쓸다니.
“조준이, 네가 고생이 많았어.”
“아닙니다.”
“아니, 지금 대한민국에서 MDN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하, 부끄럽습니다.”
천성 그룹의 부회장은 조준을 콕 집어서 칭찬했다.
사실, 다른 이들도 미리 알았으면 중계권을 따낼 수 있었을 테지만.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실력이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장남 정영준은 그들의 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슬쩍 말을 꺼냈다.
“아버지, 건강은 괜찮으시죠? 제가 30년산 산삼이라도….”
“정영준, 내 건강 챙기기 전에 네 회사부터 챙기지 그래? 사장이란 놈이….”
“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
정영준은 싸늘하게 표정을 굳혔지만, 부회장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아버지, 이제 후보로 받을 수 있는 상은 하나뿐입니다.”
“흠….”
로다주, 에바, 최영준 배우는 각종 주조연상을 휩쓸었다.
게다가, 심 감독의 연출상과 맥스 음악감독의 음악상까지.
“최우수 드라마 수상은 어렵겠지?”
“네. 아무래도 유니버스 스튜디오 경쟁작이 쟁쟁해서요.”
“흠…. 지금까지도 대단하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와 명성을 쓸어 담은 작품.
「맨 vs 스페이스」 시리즈의 수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유명인들이 해시태그를 달았으며.
무려 디지니 플레이 역사상 최고 조회수를 달성한 드라마였으니.
“아무래도 상을 5개나 준 것도….”
“최우수 작품상은 제외하려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새, 마지막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수상작만을 남겨두었다.
아무리 디지니 역사상 조회수 1위를 찍었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우리 진우 작품이 승승장구하니까 기분 좋군.”
“저도 그렇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이 자리에는 부자간의 대화가 심히 불편한 사람도 있었다.
‘누가 보면 후계자를 정해놓은 것 같잖아!’
정영준은 아니꼬운 눈으로 조준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톰 스미스, 쓸모없는 놈!’
그는 분명히 김진우의 작품이 상을 타지는 못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는 생각보다 뿌리 깊이 박혀있다고.
동양인 불모지에서 상을 단 하나만 타도 아주 선방한 거라고.
‘장난해? 벌써 5관왕이잖아!’
미국에서 김진우의 이름값이 올라가면 곤란했다.
배급을 끊어버리겠다는 톰 스미스와 자신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테니까.
‘이제 나한테도 길을 하나뿐이야.’
김진우의 새 영화가 망하면 정조준이 위험해지는 것처럼.
조만간 개봉할 「베히모스」가 망하면 자신에게도 미래는 없었다.
‘됐어, 어차피 미국도 1등만 기억하니까.’
최우수 드라마상을 가져가지만 않으면….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은…. 축하드립니다! 맨 대 스페이스!
순간, 정영준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욕설을 뱉어냈다.
“씨발….”
누군가에겐 행복이지만 누군가에는 최악의 불행일 수도 있는 법.
“영준이, 뭐라고 했니?”
“…. 집에 가스 불을 안 끄고 와서.”
* * *
같은 시각, 「맨 vs 스페이스」 제작진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한두 개만 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고의 상을 포함해서 무려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으니.
지금 이 순간, 심주원 감독은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섰다.
“감독님, 수상 소감을 발표해주세요.”
“아…. 최우수 드라마상은 당연히 저희가 타지 못할 줄 알았는데….”
최근 2년 동안 찍은 작품만으로도 거장급 커리어를 쌓았으니.
아마 한국에서 그를 능가하는 연출가는 손에 꼽을 터였다.
“제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은 김진우 작가님을 만난 겁니다.”
뜬금없이 나를 쳐다보며 고백하는 심 감독.
사전에 말을 맞춘 게 아니라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김 작가님 작품은 대본에 쓰여 있는 그대로 그냥 촬영만 하면 되거든요. 저는 그냥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상 소감 중 하나를 오마주 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에미 어워드에서 저 말을 들을 줄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시상식에 참여한 수많은 셀럽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음 날,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굉장히 호의적이었는데.
《미국 최고의 TV 시상식에서 정상을 찍은 한국인, 심주원과 김진우!》
《MDN 방송국에서 중계한 최우수 드라마의 수상 소감 시청률은….》
《올해 에미상 최대의 이변! 맨 대 스페이스는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새롬 씨, 어제 저 어땠어요?”
“세상에서 제일 멋졌어요.”
미국의 랜덤 스튜디오로 가는 길에도 새롬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내가 운전하겠다고 해도 극구 사양하며 직접 운전대를 잡은 재벌 여친님.
“새롬 씨, 하루종일 싱글벙글하네요.”
“당연하죠. 오랜만에 남친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는데.”
“…. 오랜만에?”
“네! 두더지 코인처럼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제 진우 씨는 정말 최고였어요.”
“….”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
너무 해맑아서 칭찬 같잖아.
“하여튼, 이제 배급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 다행이네.”
말로는 틱틱거려도 내 말을 따라주는 고마운 여친.
나 혼자였으면 알고도 당했을지도 몰랐을 텐데.
“안젤라 이사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어제 축하한다고 톡 보내셨어요. 오늘 오신다는데.”
“랜덤 스튜디오에 직접?”
“네. 에바도 상 탔잖아요. 동생 보러 오신대요.”
띠리리링─
그때, 한국에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어젯밤에 하도 전화가 많이 걸려와서 얘랑 연락을 못 했는데.
“효주냐?”
-오빠아아아아!!! 축하드려요!
“야, 너는 임산부가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질러.”
-당연히 쏴리 질러야죠! 이건 진짜 대박이에요!
“…. 그래, 고맙다.”
봉 감독님이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기록과 비교되었다.
아무래도 영화 쪽이 좀 더 무겁고 권위적인 느낌이 있지 않나.
-갓작가! 외쳐 지누킴!
“알겠으니까 그만해.”
한동안 효주랑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희정이에 대한 주제로 화제가 전환됐다.
-디스패치 쪽에서 사진을 입수했다네요?
“무슨 사진?”
-희정이 열애설 증거요!
“어휴, 걔는 조심성이 없어.”
연애 처음 하는 거 엄청 티 내는구나.
꼭 하는 짓이 지 오빠 연애하기 전이랑 똑같네.
“효주 너는 언제부터 알았어? 걔 연애하는 거.”
-오빠, 괜찮아요?
“걔도 성인인데 알아서 하겠지.”
-오, 완전 쿨하시네.
“강준이 촬영 끝나려면 석 달은 걸릴 텐데….”
-무슨 소리예요. 이진호 배우님인데요.
“???”
-희정이 남자친구, 이진호 배우님이라고요.
“…. 이런 미친.”
김희정 뭐냐, 양다리야?
아니, 애초에 걔는 친구인 건가.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아뇨, 디스패치에서 보낸 사진이 커플링 사진이에요. 희정이가 저한테 커플링 맞다고 직접 시인했어요!
“…. 도랐네.”
전화를 끊고, 새롬이랑 심각하게 대화를 나눴다.
나는 오빠 입장에서, 여친은 소속사를 대표해서.
“어떡하죠?”
“글쎄요.”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내 탑배우들의 열애설.
근데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라 더 당황스럽다.
‘이진호랑도 썸이 있었구나.’
이건 새롬이에게도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강준이랑 김희정이 썸타는 느낌이었으니까.
“지금 당장 김희정한테 전화해서….”
“희정이는 지금 여민서, 이진호 배우랑 같이 정글 갔어요.”
“네?”
“SBC 예능 프로그램, 변호사이코패스 드라마 홍보한다고 정글 갔어요.”
“…. 스마트폰도 없어요?”
“있긴 한데. 통화 품질이 좀….”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김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어찌어찌 받긴 받았는데, 진짜 정글 깊숙이 들어간 모양이다.
-여… 요?
“오, 바로 받았네?”
-오-, 에미…. 축….
“…. 엄마 욕했냐?”
-아니, 끊….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본론부터 꺼냈다.
“너 지금 이진호랑 사귀는 거 맞지?”
-그-, 이….
“그이? 이진호가 그이야?”
호칭 도랐네.
“여튼 축하해.”
-고마….
뚝.
답답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냥 열애설 발표해요.”
“괜찮겠어요?”
“네. 어차피 언젠가 터질 일이었어요.”
“그쵸. 요즘 마법소녀가 워낙에 핫해서.”
솔직히, 반지도 끼고 돌아다니는 거 보면 숨길 생각도 없는 것 같고.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정기태 대표님은 어차피 예쓰맨이잖아.
우리 실장님이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한국에 돌아가는 데로 언론에 공개할게요.”
* * *
안젤라는 에바의 얼굴을 보러 랜덤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김진우 작가님!”
“오, 이사님!”
집에서 빈대처럼 살았던 여동생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은인.
“정말 감사드려요.”
“네?”
“우리 동생 말이에요.”
마법소녀와 맨 vs 스페이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심지어,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으니.
“앞으로도 에바를 계속 잘 키워주세요.”
“제가 더 잘 부탁드려야죠.”
“어쨌든! 오늘은 제가 크게 대접하겠습니다.”
“음, 그보다…. 조용한 데서 따로 이야기하시죠.”
“네?”
안젤라는 진우와 새롬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한지 예상했다.
“역시, 알고 계셨군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에 김석필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네. 알아요. 정덕수 회장님 비서시죠.”
그녀는 김 비서와 공유한 정보를 새롬에게 건네주었다.
“정영준 사장이 돈 세탁했다는 정황이에요.”
“이걸 어떻게….?”
“김 비서라는 분이 구해주셨어요.”
“흠….”
이 정도면 배임에 횡령으로 빵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
물론, 천성 그룹 사람이 쉽게 감옥에 가지는 않겠지만.
진우는 표정을 굳히고 안젤라에게 말했다.
“이사님, 저희는 지금 새로운 배급사를 알아보고 있어요.”
“네? 이미 계약한 배급사는….”
“그쪽은 믿을 수가 없어서요.”
“….”
확신에 찬 그의 표정을 보니 묘하게 안도감이 들었다.
유니버스 측에서 뭔가 수작을 부릴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새 배급사를 구하는 건 제가 돕죠.”
“하지만 디지니 플랫폼을 통하면….”
“아뇨, 제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할 거예요. 비밀스럽게.”
“…. 굿.”
안젤라와 김석필이라는 지원군.
톰 스미스와 정영준은 절대 예상할 수 없는 변수였다.
“작가님은 대본에만 집중하세요.”
어깨를 펴고 활짝 웃는 안젤라 총괄 이사.
진우의 눈에는 웬만한 사내보다 훨씬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
* * *
뉴질랜드,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촬영지.
수많은 판타지 영화들이 거쳐간 아름다운 배경의 세트장.
봉진호 감독은 해외 촬영 중에 진우의 에미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역시 대단하군.”
한국에서는 김진우 덕분에 다시 한번 국뽕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아카데미에서 「기생벌레」가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아, 봉 감독님 같은 사람이 한국에 한 명 더 있네요.”
“아, 송 배우님.”
봉 감독은 넉살을 부리는 송강우 배우에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보다 훨씬 대단하죠. 나이를 생각하면.”
“아, 김진우 작가님이 삼십대 초반이던가요.”
“한국에는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닙니까?”
“이야, 김 작가의 시나리오를 봉 감독님이 찍으면 호랑이의 날개네요.”
“뭐, 호랑이는 아니고 북극곰 정도?”
김진우가 설립한 할리우드 제작사, 랜덤 스튜디오.
템페스트 출신의 스탭들은 하나 같이 일당백의 실력자들이었다.
‘특히…. 샤인이랑 제이.’
조명감독과 촬영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재들.
대충 설명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었다.
“봉 감독님!”
그때, 나지수 조감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랜덤 스튜디오에 보낸 편집본, 오늘 예고편이 완성됐다고 연락받았습니다.”
“벌써요?”
“네. 잭 감독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네. 감독님!”
봉 감독은 나지수가 보여주는 영상을 진지하게 감상했다.
송강우를 중심으로, 수많은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는 예고편.
출연진들 중 누구 하나 부족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
“…. 훌륭하네.”
“그럼 이대로 너튜브 채널에 올릴까요?”
“그러시죠.”
이미 촬영은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었다.
촬영하자마자 영상을 편집하느라 예고편도 외주로 맡겼는데.
‘랜덤 스튜디오라….’
역시,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현재 미국 최고의 에이전시와 계약 중이었지만.
만료 후에 전속계약을 옮겨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 오늘 촬영 마치고 빨리 가서 쉬죠.”
“네, 감독님!”
“다음 촬영은…. 강준 배우님.”
그때, 촬영장에 작은 소란이 발생했다.
“저기, 강준 배우님이 안 보입니다.”
“응?”
촬영 중에 갑자기 사라질 사람이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지.
“갑자기 뉴스 기사를 보더니….”
“무슨 기사?”
곧이어, 스탭은 봉진호 감독에게 뉴스 기사를 보여주었다.
《템페스트 공식 입장 “김희정, 이진호 현재 연락 안 돼…. 열애 사실이면 축하!”》
“음, 이게 무슨….?”
한편, 같은 시각.
강준은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뇌정지가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정글에 떠난 김희정이랑 이진호.
그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혹시 나 차인 거야!?”
김희정은 분명히 자신의 여자친구인데.
어찌 본 소속사는 이진호를 택하는가.
“하늘은 왜 나를 낳고 이진호를 낳았나.”
곧바로 김희정과 이진호의 열애설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는데.
그들 사이를 인정하는 내용의 댓글을 볼 때마다 비수가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템페스트 공식입장 실화냐 ㅋㅋㅋㄴ열애 사실이면 축하 ㅋㅋㅋㅋ
ㄴ둘이 어울려요 ㅎㅎ
ㄴ희정아 안 돼 ㅠㅠㅠㅠ
-이진호? 상남자 스타일 좋아하는 듯 ㄴ근육질 봤음? 차기작에서 마블리 뺨따구 때릴 듯 ㄴ김진우한테 처남 소리 듣는 거임? 개부럽다
뚜루루루─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희정아아, 전화 좀 받아주이….”
그때, 멀리서 지성호가 다가와 강준에게 말을 걸었다.
“아씨, 한참 찾았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으응?”
“뭐야, 너 울어? 우냐? 이 자식 우네?”
“…. 우는 거 아니라고.”
촬영도 펑크 내고 구석에 처박혀서 울고 있다니.
이거 소문나면 상남자 액션 연기는 영원히 날아가겠다.
“깡준, 나도 네 맘 이해해.”
“뭔 소리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좋아하는 그 심정.”
“…. 뭔가 좀 억울한데.”
근데, 반박할 수도 없다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 * *
미국에서 배급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본가에서 로미오를 데려왔는데.
“나 없는 동안 심심했지?”
냐아─
“…. 물지 말고 대답해.”
우리 야옹이, 주인 못 알아보는 건 여전하네.
대충 츄르 멕이고 머리 쓰담쓰담 하면 꼼짝 못 할 거면서.
삐, 삐삐삑─
그때, 현관문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희정이 벌써 왔나.”
“오빠!!!!”
정글 갔다 오더니 목청 한번 우렁차네.
“미쳤어!?”
“뭐래.”
“오빠가 열애설 기사 허락했다며!!!”
“응. 잘했지?”
“….”
뚱한 표정의 희정에게 굳이 설명을 덧붙였다.
“어차피 디스패치에 돈 주고 무마해도 잠시뿐이야. 그냥 당당하게….”
“나 차이면 다 오빠 책임이야!”
“이진호 쉑, 내 동생 차기만 해봐라. 내가 발로 차벌라.”
“아, 이진호 아니라고! 강준이라고!”
“…. 너 양다리야?”
“….”
우리 마법소녀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더니 마인드도 할리우드네.
“너 어떡하려고 그러냐.”
“아오, 진짜!”
잠시 후, 김희정은 이진호를 우리 집에 불러와 삼자대면을 시켰다.
“…. 우정반지?”
요즘 누가 그딴 거를 해.
“강준 형님이 맞춰줬는데….”
“강준이 잘못했네.”
아니, 빙신도 아니고 우정반지를 커플링으로 쓰는 사람이 어딨냐고.
김희정은 지가 쉐어 하우스 주인공이었다고 아직도 시트콤 찍고 있네.
“돌아버리겠네.”
“빨리 정정 기사 내라고!”
“왜 나한테만 그래.”
“오빠 때문이잖아! 우리 깡준이 멘탈 터졌다고!”
“….”
시스템은 이것도 예상했을까.
위험요소로 간주하진 않은 것 같은데.
“만우절 얼마 안 남았는데, 그때 정정 기사 낼까?”
“뭐? 왜 그러는데?”
“너무 빨리 말 바꾸면 가오가 안 살잖아.”
“…. 지금 장난해?”
며칠 뒤,
템페스트 엔터에서 공식적으로 정정 기사를 발표했다.
《김희정과 강준 배우, 핑크빛 열애설! 이진호가 아니라 강준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열애를 축하했다.
-그래 이게 맞지
ㄴ둘이 딱 어울림 ㅋㅋㅋㅋ
ㄴ학원 예능 찍었을 때부터 희정이랑 강준이 존버했다구
ㄴ와 김희정 데뷔 전 ㄷㄷ
ㄴ그거 레전드 짤이다
-일주일에 열애설 두 번 실화냐ㄴ이거 팜므파탈 그런 거냐?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그래서 누가 남친이냐고
ㄴ이진호 ㅇㅇ
ㄴ아닠ㅋㅋㅋㅋㅋㅋㅋ
ㄴ강준이라니까 ㅋㅋㅋㅋㅋ
김희정(28)은 일주일 만에 열애설 두 번이라는, 연예계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희정아, 너는 나처럼 잡혀살지 마라.”
“내가 오빤 줄 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