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199)
화려한 조명 아래, 진우와 새롬은 서로를 마주 봤다.
중소 제작사 직원과 무명작가로 시작한 두 사람.
예비신랑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비신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로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하객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알렸다.
재벌가 공주님과 세계적인 시나리오 작가의 결혼.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우리 엄마랑 아빠, 방송 타겠네.”
김희정은 바로 앞자리에서 신랑 신부의 절을 받는 부모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효주야, 오늘 부케는 네가 받는 거야?”
“응. 빨리 결혼하라고 하시네.”
희정이는 부러운 눈으로 효주를 바라봤다.
이미 그녀의 배는 눈에 띌 만큼 많이 불렀으니.
“나는 조카들한테 엄청 잘 해줄 거야.”
“정말?”
“응. 네 아이도 그렇고, 우리 오빠 아이도.”
“고마워요.”
그게 정말 달가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아이 키만 한 높이의 7층 케이크를 커팅하는 신혼부부.
두 사람에게 시선을 떼고, 강준이 서 있는 사회자 자리를 바라봤다.
‘결혼이라….’
곧이어, 강준의 가수 소개와 함께 축가 시간으로 이어졌다.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앞에 선 두 사람.
유설아와 세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듀엣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둔, 두둔둔두─♬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이 예식장에 울려 퍼졌다.
“와아, 천상의 멜로디….!”
“노래 너무 좋은데? 무슨 노래야?”
“유설아 님 자작곡.”
“…. 퀄리티 무엇.”
주변을 둘러보면 국내외에서 영향력 없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무슨 기업의 오너나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래알처럼 도처에 널렸으니.
‘우리 오빠, 진짜 대단하네.’
아마 첫 번째 작품, 순정마초부터 김진우의 전설이 시작된 것 같다.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탑작가의 삶이란.
이 정도면 영국의 왕자님 결혼식 정도랑 비견되지 않을까.
“로미야, 네 집사 쩐다.”
야옹─
이제는 아내가 된 새롬 언니의 손을 잡고 듀엣곡을 감상하는 친오빠가 오늘처럼 대단해 보인 적은 없었다.
자신도 마법소녀로 탑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래도 오빠와의 격차는 최소 3억 광년쯤 떨어졌을 것 같다.
“우리 오빠, 쪼금은 멋있네.”
“뭐야, 나는 옛날부터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당연하지. 내가 템페스트에 왜 들어왔겠어?”
“…. 변 팀장님 얼굴 보고 들어왔잖아.”
“….”
이어지는 순서는 마지막 행진.
“자, 그러면 마지막 순서로 신랑 신부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이어서 사진 촬영이 있으니, 하객분들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고 자리에 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따다다단, 따다다단─♬
결혼행진곡에 맞춰, 두 사람은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갔는데.
야아옹─
“앗, 아….!”
그 순간, 로미오는 희정의 품에서 폴짝 뛰어서 집사에게 달려갔다.
이에, 진우는 당황하지 않고 로미오를 들어서 새롬에게 안겨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성대한 결혼식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다들 스마일 하시고…. 김치!”
찰칵─
새우 커플의 결혼식 사진은 대한민국 연예계 최고의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되었다.
* * *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부부 커플은 곧바로 몰디브로 떠났다.
거의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휴가.
누군가에게 그 기간은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기였다.
《레전드 더 트라이브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한편, 새우 커플의 신혼여행지가 어디인지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네티즌들은….》
“하하. 이 커플은 이제 사생활이 없구나.”
정조준 부사장은 기사를 확인하며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한국 최고의 작가니까, 당연한 건가.”
처음 진우와 새롬의 교제를 확인한 재벌가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을 비웃는 분위기가 강했다.
탑스타도 딴따라 취급하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작가는 전혀 메리트 있는 직업이 아니었기에.
그런데 이제는 어떠한가.
단 두 개의 시리즈물로 디지니 플레이의 시가총액을 수십 조 원씩 떡상시킨 천재 작가.
작품을 냈다 하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에 빠트리는 괴물이 아닌가.
정조준은 천성 전자를 좀 먹는 인물들의 명단을 확인했다.
“어떻게 하나 같이 이렇게 똑같냐.”
예외 없이 전부 정영준 라인의 사람들.
그들 모두는 각자 크고 작은 비리를 저질렀다.
“정영준이 천성 전자에 있을 때 키워놓은 벌레들이구만.”
“아, 그, 그렇습니다.”
비서는 과격한 언사에 힘겹게 대답했다.
“쯧, 이것들만 아니면 실적만으로도 찍어 눌렀을 텐데.”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다 쳐내야지.”
“저, 전부 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동안 중립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실행할 수 없었지만.
이제 더이상 작은 실적이나 정치질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스윽─
조준은 책상 한 귀퉁이에 고이 모셔둔 서류를 꺼냈다.
[테솔라, 멜론 머스크]
세계적인 부호의 직인이 찍힌 태양광 사업 계약서.
미국의 테솔라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 부동의 1위 기업이지만.
안타깝게도 천성 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는 대체가 가능했다.
즉, 이 계약서 한 장의 가치는 돈으로 측정할 수가 없을 터.
“고작 후계 자리에 오르려고 쓰는 건 아깝지만….”
어차피 후계자에 오르면, 천성 전자를 주력 기업으로 삼고 키워야겠지.
삐이이이─
그때, 책상 위에 있는 호출기에서 신호가 울렸다.
-부사장님, 정영준 사장님 오셨습니다.
“거참, 눈치는 더럽게 빠르네. 들어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곧이어, 정영준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 멜론 머스크 회장이랑 무슨 대화를 한 거야?”
“여동생 결혼식에도 안 오더니, 그건 궁금해?”
“정새롬이 어떻게 내 동생이야!”
“하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뭐?”
“그게 당신이 나한테 개박살난 이유라고.”
“너, 이 새끼, 방금 뭐라고….!”
정대한 부회장의 자식들은 대부분 첫 번째 부인의 아이들이었기에.
유일하게 두 번째 처에게 태어난 새롬을 배척하는 형제들도 있었다.
그래서, 새롬의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던가.
“정영준, 잘 들어.”
“이런 건방진 놈이….”
“내가 당신을 깜방에 안 처넣은 건 네가 예뻐서 그런 게 아니야.”
“….”
정영준은 서슬 퍼런 분위기에 위축되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지저분하게 싸울수록 새롬이 얼굴에 먹칠할 테니까. 연예계 생리가 원래 그래.”
“그게 무슨….”
“그니까 앞으로 조용히 살아. 안 그러면….”
“….”
조준은 테솔라 계약 서류를 챙기더니,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영준 사장한테 그동안 정리한 자금 세탁 횡령 증거 보여줘.”
“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게임 다 끝난 줄을 본인만 모르네. 눈치가 없어서 그런가.”
그는 정영준을 뒤로한 채 그대로 부회장 댁으로 향했다.
왕국을 부흥시킬 무기를 들고, 왕위 계승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 * *
최소한의 경호 인력을 두고, 신혼여행지에 도착했다.
사파이어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몰디브 바다.
여친…. 아니, 아내와 함께 선베드에 누워 풍경을 즐겼다.
“우리끼리 여행 온 건 처음이네요.”
“아, 그러네.”
사귈 때부터 이미 유명인이라 한국에서 여행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할리우드에 진출한 초창기에 미국 여행을 즐겼지만.
“미국은 희정이랑 같이 살았죠?”
“네, 뭐….”
사실 새롬이와 연애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알게 된 지도 고작 4년 반 정도.
그중에서 연애 기간은 고작 1년 반.
“무슨 생각 해요?”
“우리가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나 해서.”
“그게 뭐가 중요해요?”
“음, 안 중요하죠.”
중요한 건 몰디브 바다 어딘가에 시스템의 빛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해적왕이 바다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유명한 만화가 떠오른다.
“새롬 씨, 원피스가 잘 어울리네.”
“고마워요.”
그래서 대본을 쓰긴 써야 하는데.
아니면, 시스템 상점에서 찾아볼까.
“진우 씨.”
“네?”
“지금 대본 생각하고 있죠.”
“….”
들켰다.
이제 내 속마음을 귀신처럼 캐치했다.
“내가 지금 뭐 입고 있는지 알면 대본 생각 같은 건 못 할 텐데?”
“응? 원피스….”
“아뇨, 그 안에.”
“!!!”
우리 새롬이가 달라졌어요.
섹드립 3년 들으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뭐, 뭐를 입었는데요?”
“직접 봐요.”
슬쩍 어깨의 검정색 브라끈을 보여주는 새롬이.
“가주아….! 다시 호텔로 드루가즈아!”
“좋아요.”
이제는 아내가 된 새롬의 손을 붙잡고 서둘러 우리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지금 급하니까 빨리!”
“뭐가 그렇게 급해요?”
“벌써 1년 반을 기다렸다고!”
“…. 그럼 사귈 때부터잖아.”
새롬이는 피식 웃으면서 무드 없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새롬 씨.”
“네?”
“사랑해요.”
“저도요, 저도 사랑해요.”
호텔 방에서 우리는 밤새도록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옆자리에 새근새근 자고 있는 새롬이를 확인했다.
둘 다 처음이었지만, 서로 간에 배려로 가득했던 뜨밤.
그래도 얃옹으로 학습한 내가 선배에 가깝지 않을까.
“으음….”
새롬이는 잠결에 뒤척이며 뽀얀 몸매를 드러냈다.
“오우야….”
머리로는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했었지만, 본능이 이성을 이겨버렸다.
“더울지도 몰라.”
원래 몰디브가 더운 나라거든.
안 그래도 5월이라 날씨가 따뜻한데.
쪽─
어젯밤에 리미트 없이 갈긴 키스를 다시 한번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음…. 일어났어요?”
“좀 더 자지.”
“…. 헤헤.”
부끄러운지 이불을 끌어당기는 마누라.
새롬이는 결혼 전에도, 후에도 내게 완벽한 여자였다.
“글 쓰러 가는 거예요?”
“네. 이제 가보려고.”
“같이 갈래요?”
“음…. 아니, 여기서 쉬고 있으면 혼자 갔다 올게요.”
“조심히 갔다 와요.”
신혼여행 때 글 쓴다고 삐쳤었으면서, 이제는 건강도 챙겨주네.
“알겠어요.”
나가는 길에 시스템 상점을 오픈했다.
【길을 인도하는 푸른 빛 】
【집필 장소를 찾아주는 푸른색 빛을 생성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개월).】
‘비싸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아까울까.’
최근 들어서, 주간 미션은 미친 듯이 어려워졌다.
목표로 했던 100pt를 다 모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너무 유명해졌어.’
유명해질수록 미션 난이도는 올라가고 보상을 줄어든다.
가령, 미국 대통령의 사인을 받아오라고 한다거나.
로다주랑 대중목욕탕에서 깐부 인증샷을 찍으라고 하거나.
‘미친 시스템 쉑….’
게임으로 치면 강해질수록 보상이 많은 게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흔한 법칙이다.
마치,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내는 것과 같다.
‘시스템이 정한 법칙이라….’
정말 밍쁨처럼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면 괜찮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랜덤 스튜디오의 사장이라 의미가 없겠지.
내게 주어진 환경이 풍족한 것만으로도 미션이 어려워져서.
“흐음….”
아무 생각 없이, 호텔 바깥을 걸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몰디브 심해 난파선이었나.”
나는 걸음을 멈추고, 시스템 상점을 종료했다.
“세 번째 작품은 내가 직접 쓰자.”
실패해도 온전히 나의 몫.
종족 간의 전쟁이라든지, 마법소녀로 이어지는 전개.
내 머릿속에도 스스로 구상한 스토리가 차고 넘쳤다.
반년쯤 미친 듯이 빠져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만약, 대본 하나 무시했다고 시스템이 사라진다면….’
어쩌면 그 또한 내 운명이 아닐까.
언제까지 시스템에 의존할 수는 없지.
“나를 위해 살겠어.”
곧바로, 다시 호텔로 달려가 새롬이를 찾았다.
“음, 진우 씨….? 대본 쓰러 가신다더니….”
“새롬아.”
“네?”
“내가 쫄딱 망해도 나를 사랑할 거야?”
“뭐예요, 그게.”
“….”
이내, 새롬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당연하죠.”
“내가 쓰는 글이 이전만 못 해도…. 그래도 나를 사랑할 거야?”
“네. 진우 씨가 내조해요. 내가 일하고 올 테니…. 꺄악!”
“일로와.”
우리는 밤이 아니라, 낮에도 뜨거운 낮을 보냈다.
* * *
진우와 새롬이 몰디브에서 뜨밤과 뜨낮을 보내는 그 시각.
랜덤 스튜디오의 두 작가는 사장 없는 회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 이제 일주일 동안 칼퇴!?”
신혼여행이란 좋은 것.
이런 게 결혼의 순기능인가.
“은빈아.”
“네, 언니.”
“나는 퇴근 못 해….”
“….”
무려 시청률 30프로를 유지하는 공중파 작가.
원래 시청률은 올리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어렵다.
“근데 언니 부케 받았으니까 결혼하겠네요.”
“음…. 내년에 할 것 같아. 아이 낳고.”
“언니 결혼식도 엄청 성대하게 열리는 거 아니에요?”
“아니.”
김진우 덕분이긴 하지만, 효주의 인맥도 무시할 순 없었다.
아마 진우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인맥이 넓은 작가 중 한 명이 아닐까.
“우린 그냥 스몰 웨딩으로 하려고.”
“정말요?”
“응. 그렇게 합의했어.”
“이야…. 대단하네요.”
“응?”
“그럼 그동안 낸 축의금도 회수 못 하잖아요. 김진우 작가님처럼 축의금은 한 푼도 안 받으시려고….”
“무슨 소리야.”
“네?”
“계좌 이체로 받아야지.”
“…. 아하.”
알뜰하시네여.
“근데 은빈이 너는 요즘 남자 안 만나?”
“음…. 형식이 조만간 말년 휴가 나온대요.”
“형식이…. 정형식 배우님!?”
“네.”
템페스트 엔터, 정기태 대표의 아들래미.
정새롬 실장의 사촌 동생이기도 한 연예계 금수저.
“아직 만나는 거야?”
“그야, 헤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 너 진우 오빠랑 가족이 될 수도 있겠네?”
“에이, 무슨….”
“너한테 잘 보여야겠다.”
효주는 자신의 배를 매만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혹시 모르잖아. 우리 아들이 나중에 연기를 하고 싶어 할지도.”
“배우 시키려고요?”
“글쎄. 본인이 원하면 하는 거지.”
미래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거잖아.
* * *
6개월 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올해의 마지막 날, 효주는 예쁘게 차려입고 내게 말했다.
“오빠, 저 오늘 대상 받고 올게요!”
“오냐.”
최근 몇 달은 효주에게도 정말 중요한 기간이었다.
예쁜 아들을 낳았고,
결혼식 날짜를 잡았으며,
SBC 연기대상 후보에 올랐으니까.
“오빠, 결혼하고 달라진 거 없어요?”
“달라진 거? 글쎄…. 새롬이랑 같이 사는 거?”
“에이, 그건 당연한 거죠.”
“그렇긴 한데….”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누렸어야 했는데.
신혼여행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줄 알았으면.
“설마 원큐에 임신할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왜요, 그토록 바라던 딸이잖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
연애할 때도 못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못 할 줄이야.
피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더니, 역시 인생의 진리였구나.
“효주야, 니가 모르는 그런 게 있어.”
“…. 변태.”
“뒤진다.”
임산부 버프 끝난 지가 언젠데.
타닥, 타다닥─
시상식에 가는 효주를 뒤로한 채 대본을 확인했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최후의 전쟁」
지난 반년 동안 밤낮없이 몰두한 시나리오.
이렇게 공을 들인 대본은 내 인생에 다신 없겠지.
내가 이렇게 오래 쓰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압박감으로 다가왔지만.
“…. 다 썼다.”
시스템 없이 썼어도, 있을 때와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심리 묘사는 물론, 밍쁨의 도움을 받아서 외견 묘사에도 공을 들였으니.
“후우….”
참혹한 전쟁 씬을 표현하면서도, 숨겨진 메시지를 곳곳에 설치했다.
부디 봉진호 감독님이 만족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보내볼까. 기다리실 텐데.”
오늘쯤 보내드린다고 약속했기에.
뚜루루루─
곧바로, 봉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오, 작가님. 설마….?
“네. 다 썼습니다. 오늘 보내겠습니다.”
-고생했어요. 하하.
이어서, 봉 감독님은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렸다.
-우리 작품,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네요.
“와우, 벌써 후보작 선정됐어요?”
-네. 잘 됐지요.
이번 시리즈물, 마지막 작품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안 그래도 시스템 없이 써서 쫄리는데.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봉 감독님이 소속된 스튜디오에 대본을 전송하고 눈을 감았다.
“정말 열심히 썼으니까….”
드르륵─
그때, 작업실 문이 열리고 희정이가 들어왔다.
“오빠! 오늘 산부인과 가는 날이잖아! 언니가 기다려!”
“알아, 인마.”
“알기는! 확 그냥, 빨리 안 일어나?”
“희정아, 뒤질래?”
“덤벼라.”
결혼하고 나서 한동안은 안 깝치더니 요즘 다시 돌아왔다.
“너 아웃. 대본에서 뺄 거야.”
“흥! 안 뺄 거 다 알고 있거든!?”
“….”
이제 안 먹히네.
갑자기 김희정이 맡은 캐릭터가 사라지면 작품이 무너지겠지.
시스템으로 쓸 때는 베네핏을 이용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어휴, 내가 진짜.”
이번 작품만 끝나고 두고 보자고.
다행히 시스템이 안 사라졌거든.
주간미션도 매주 갱신되고 있고.
‘포인트도 이제…. 100pt.’
마침내, 시스템 업데이트 비용을 전부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