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0)
새롬이와 결혼한 지도 벌써 6개월째.
그동안, 회사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잭 니콜슨 감독님은 얼마 전에 공식적으로 은퇴했으며.
정새롬 실장은 본격적으로 두 회사의 관리를 맡기 시작했다.
랜덤 스튜디오와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사실, 지금까지도 혼자 도맡아서 일 처리를 진행했기에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남편분, 들어오시겠어요?”
“아, 네.”
간호사의 호출을 듣고, 곧바로 진찰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웃으면서 내게 새롬의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
“아내 분이랑 태아, 둘 다 아주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는요. 부인께서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덕분이죠.”
“하하. 원래 운동광이라서.”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 사진 몇 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시죠? 태아의 머리예요.”
“아, 그러네요.”
“여기는 손이고….”
내 피를 물려받은 아이가 아내의 배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신기하네.”
“저도 그래요.”
사실, 원래는 둘째를 가질 마음도 있었는데.
새롬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우리 공주님, 아빠가 행복하게 해줄게요.”
“뭐예요, 그게.”
새롬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근데 진우 씨, 오늘 대본 완성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음, 오늘 봉 감독님께 보내드렸어요.”
“여태까지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제일 오래 준비했잖아요.”
“….”
“다 잘 될 거예요.”
솔직히, 시스템도 없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늘 봉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던데….”
“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프랑스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요.”
“와아, 우리 남편 잘나가네.”
아내는 양팔을 벌리고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따듯한 품에 안기는 건 좋지만, 작품을 생각하면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미쳤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칭송받는 레전드 판타지 대작.
그런 시리즈물의 마지막 작품을 시스템의 도움도 없이 쓰다니.
제한 시간은 무제한이라, 다시 몰디브 심해 난파선을 뒤질까도 고민했지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아요.”
“음…. 티가 나요?”
“당연하죠.”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골머리를 싸맸는지 모르겠다.
“진우 씨.”
“네.”
“그동안 랜덤 스튜디오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로 벌어들인 돈이 얼만 줄 알아요?”
“얼마길래….?”
“템페스트 엔터를 합병할 수 있을 만큼.”
“…. 실화냐.”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영화의 가치는 그 정도였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엔터를 통째로 집어삼킬 수준.
“저는 진우 씨를 믿어요.”
“…. 그래요.”
우리는 다시 집에 돌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야옹─
신혼집에 지 살림도 차린 로미오가 옆에서 알짱거렸다.
“가라.”
우리 ‘둘’ 만의 보금자리에서, 탁 트인 한강뷰를 보며 차를 마셨다.
원래 새롬이 혼자 살던 집이었지만, 이제는 신혼집으로 탈바꿈했다.
“진우 씨, 주말에 조준 오빠랑 식사 약속 잡았어요.”
“바쁘지 않을까요? 후계 수업 듣는다고.”
“그래도 우리랑 시간은 보내려고 하잖아요.”
“고맙네.”
천성 그룹의 후계 다툼은 생각보다 싱겁게 막을 내렸지.
언플이나 세력 싸움으로 끌고 가려고 하더니만 결국엔.
“갑자기 꼬랑지를 내려서 의아했는데.”
“뭐, 그렇게 된 거죠.”
배임 혐의로 조사 한 번 받고 멘탈이 나가버렸다.
“그래도 이복 오빠잖아요. 괜찮아요?”
“정신 좀 차려야죠. 이혼까지 당한 마당에.”
“…. 나는 잘할게.”
“지금도 잘해요.”
웃으면서 말하는 새롬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저는 너무 피곤해서 들어갈게요.”
“응. 들어가서 쉬어요.”
임신하면 원래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한 법이지.
타의로 5kg 무게의 짐을 계속해서 들고 다니는데.
아니, 근데 아직도 회사 출근하잖아.
“새롬 씨, 이제 회사는 그만 나가요.”
“안 돼요. 지금 중요한 시기라….”
“그만.”
“음….”
랜덤 스튜디오와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양쪽 회사에서 정 실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일보다 건강이 먼저죠.”
“알겠어요.”
방에 먼저 들어가는 새롬이를 확인하고, 시스템 상점을 확인했다.
시스템 업데이트 비용.
힘들게 모은 100 포인트.
아마 다시 모으라고 하면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주간미션의 난이도가 살인적인 수준이라서.
“시스템 업데이트…. 이거 그냥 하지 말까.”
지난 6개월 동안 베네핏 없이 살아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으니까.
굳이, 불확실한 무언가를 사려고 비상금을 탈탈 털어 넣을 필요가 있을지.
그냥 지금처럼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다작은 못 하겠지만, 매년 괜찮은 작품 하나씩 찍어낼 테고.
“흠….”
띠링, 띠링─
그때, 친한 동료들의 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효주 극본상 대박 ㄷㄷ]
[오빠 지금 보고 있어?]
[축하드려요 작가님]
문득, 오늘 저녁에 SBC 연기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황효주 드라마!”
경쟁작이 없었던 드라마 「변호사이코패스」
어쩐지, 하루종일 뭔가 잊고 있다 싶더라니.
띠리링─
곧바로 TV를 켜서 SBC 채널을 시청했다.
극본상 탈 수도 있다고 엄청 기대했었는데.
“오, 다행이다. 아직 수상소감은 시작 안 했네.”
텔레비전의 화면 속, 효주는 상기된 표정으로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어…. 제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을까요? 그냥 보조 작가로 평생 살아도 만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황효주,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는구나.
쟤랑 밍쁨은 야망이 너무 없어서 문제야.
-진우 오빠! 아니, 김진우 작가님! 정상에 있으면서도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응….? 부끄럽게 왜 저래.”
-지난 반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요. 천재가 노력하면 얼마나 더 대단한 작품을 쓸 수 있는지….!
나는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들 눈에는 엄청난 재능으로 작품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겠지.
시스템을 이용하면 매년 수작을 서네 개쯤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
“…. 반성하게 되네.”
정상에 있으면서도 항상 발전하는 모습.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삶.
어쩌면, 그게 시스템이 바라는 내 미래가 아닐까.
“효주야, 고맙다.”
덕분에,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스템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시스템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장소에 휘둘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도구로 활용할 마음은 있었기에.
【랜덤 시스템 업데이트 ※주의※ 한 번 구매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동안 모은 포인트를 전부 소진했다.
띵동─
【예상 업데이트 소요 시간은 5개월입니다.】
【해당 기간 동안 시스템 이용이 제한됩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Y/N)】
“5개월은 뭐냐.”
5시간도 아니고 5개월?
오래 걸린다고 접을 생각은 없다지만.
“뭐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 * *
정새롬이 사라진 자리에, 업무 대행으로 변혁주 팀장이 자리했다.
덕분에, 그는 정 실장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업무를 홀로 감당했는지 실감했다.
“저기, 감 대리님?”
“네.”
“이게 다 뭐죠?”
“오늘 사인해 주셔야 합니다. 광고 계약 건이랑, 투자 미팅, 그리고….”
“….”
산처럼 쌓인 서류를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분명히 주말도 없고 야근도 없이 일만 했는데.
“저기, 변 팀장님.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습니다.”
“…. 네. 뭔들 안 중요할까요.”
“정말 중요합니다. 봉진호 감독님 계약 건이니까.”
“아, 그건 저도 알죠. 제일 중요하잖아요.”
“정새롬 실장님 지시 사항 쪽지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래요.”
감 대리가 나가고, 변 팀장은 머리를 꾹꾹 누르며 머리를 식혔다.
“바빠도 아들 사진 보고 참아야지.”
고작 몇 달 전에 태어난 아들, 변지석.
울고, 자고, 먹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데 왜 그렇게 귀여운지.
“보고 싶다…. 황효주.”
어젯밤에 SBC 연기 대상과 극본상을 포함해서 5관왕에 오른 작품.
「변호사이코패스」 제작진 단체 회식 때문에 어제는 얼굴도 못 봤다.
똑, 똑─
그때, 봉진호 감독이 직접 실장실에 노크를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처음 계약 건에 대해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할리우드 유명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고사했으니.
“칸 영화제 초청받았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변 팀장님 여자친구분, SBC 대상 타신 거 축하드립니다.”
“아아…. 가, 감사합니다. 하하.”
변 팀장은 생각지도 못한 축하를 받고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프랑스 영화제는 5월에 있겠네요?”
“뭐, 그렇죠.”
그때쯤이면 정새롬 실장님도 출산하고 두 달쯤 지날 테니까.
“그럼, 오늘은 정말 우리와 계약하려고 오신….?”
“그럼요. 제 최고의 작품을 여기서 찍었으니까요.”
“열심히 서포트하겠습니다!”
“지금처럼만 하면 되겠어요.”
봉진호 감독은 손에 한 편의 시나리오를 들고 있었다.
“그 작품은….”
“아, 시나리오는 어제 받았어요. 김진우 작가님께.”
“오….!”
한국에서 최초로 2,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전설을 써 내려간 영화.
두 편을 합쳐서 총 관객수 3,800만에 달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운 작품.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시 복장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니.
전문가들은 향후 30년간 이 기록은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새 작품은 읽어보셨는지….?”
이내, 변혁주 팀장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흠…. 뭐랄까.”
템페스트 엔터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김진우가 처음으로 작품을 쓰면서 힘들어했다는 걸.
천재 작가에게 주어진 첫 번째 시련이 아닐까.
“일단 전작처럼 촘촘하고 섬세한 맛은 없어요.”
“아….”
“근데 그래서 더 좋더군요. 투박한 맛. 부족 전쟁 아닙니까?”
“그, 그쵸!”
“전쟁을 오락적으로 잘 풀어갔으면서 특유의 김진우스러운 감성을 잘 살렸어요.”
“그럼….?”
“이 대본으로 가면 될 것 같네요. 물론, 현장에서 촬영하며 각색을 하겠지만.”
사실, 1편과 2편에서도 많은 각색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 봉 감독님이 수락했으니까 앞으로는.
“곧바로 촬영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요. 새로운 캐릭터들 캐스팅부터 준비하죠.”
“넵! 감독님!”
한동안, 템페스트 엔터의 직원들은 영화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 * *
시간이 흘러, 마지막 영화의 촬영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해도 촬영 기간은 3개월을 넘지 않는다.
그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타이트한 촬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드르륵─
오늘도 여느 때처럼 감독님의 요구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고 있었는데.
똑, 똑─
“뭐냐, 문 열고 노크하는 건 무슨 매너야?”
“오빠가 아는 척을 안 해서.”
“….”
김희정은 오늘도 쓸데없는 말을 하며 작업실에 들어왔다.
“이제 다음 달이면 프랑스 가겠네?”
“응.”
“좋겠다.”
“내가 놀러 가냐?”
“칸 영화제, 나도 가고 싶은데.”
“니 연기력으로는 안 돼. 너는 그냥 돈 내고 가라.”
“….”
우리 희정이는 양심이 없네요.
깐느 영화제가 조스로 보이나요.
“오늘도 와서 개소리만 하려는 건 아니지?”
“개소리라니! 오빠는 언니 출산 예정일이 얼마 안 남은 건 알아?”
“당연히 알지.”
“후우, 진짜 무심한 남편이야.”
“일 열심히 하는 남편이겠지.”
요즘 희정이도 강준이랑 연애하랴, 스케줄 소화하랴 바쁘지 않나.
“너 뭐 보냐?”
“남이사.”
들어오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래서 뭐 보는데.”
“웹소설.”
“음….?”
“요즘 웹툰 대신 웹소만 보잖아.”
“재밌니?”
“응. 개꿀잼.”
옛날부터 웹툰은 베스트 도전까지 싹 다 보더니.
요즘엔 장르 소설에 빠져서 남친이랑 데이트도 펑크냈다.
“너어는 진짜….”
“뭐.”
“아니다.”
그래도 요즘 아이돌 덕질은 자제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무슨 소설 보는데?”
“나는 다 봐.”
“…. 스케줄 없냐?”
“응. 엄는뎅.”
얘는 가성비가 진짜 개쓰레기네.
탑스타를 만들어 놔도 쓸데가 없어.
“특히, 이 작가 소설이 재밌어. 이거 한 번 읽어봐 꿀잼.”
“뭐냐, 필명이….?”
“글맛이라고, 요즘 이 사람 글 재밌게 보고 있어.”
“필명 구린 거 보소.”
“재밌다니까.”
차라리 맛 좋은 글이 낫지. 맛글.
나도 웹소설 한 번 써볼까.
시나리오랑 많이 다르겠지?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주간미션 보상이 좀 오르려나.’
지금은 미션이 너무 어려워서 1pt 모으기도 쉽지가 않다.
얼마 전에 전부 소진한 100 포인트를 다시 모으라고 한다면.
‘음…. 꿈도 못 꾸겠지.’
띠리리링─
그때, 병원에서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산모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연락이었다.
“야, 빨리 오래. 빨리!”
“뭐? 아직 예정일까지 일주일은 남았는데….”
“됐고, 너 차 가져왔냐?”
“응.”
“네가 운전해. 지금.”
우리는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달려가 시동을 걸었다.
잠시 후,
다행히 늦지 않고 도착해 새롬이에게 머리를 뜯길 수 있었다.
1초라도 늦었으면 살면서 얼마나 많은 핍박과 잔소리를 견뎌야만 했을까.
“끄아아악!”
머리숱 없는 남편도 좋으면 다 뜯어가도 좋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올 때쯤, 소중한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산모님, 조금만 더….!”
“응애─ 응애─!”
쪼끄만 게 목소리 한번 우렁찼다.
“새롬아, 고생했어.”
“아이는….?”
“건강해요.”
“다행이다.”
새롬이는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며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예쁜 공주님이에요!”
“그러네요.”
간호사들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다.
바깥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아이에겐 안 좋을 수가 있어서.
“정말 고생했어요.”
“으응. 졸려요.”
“자도 돼.”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을 확인하고 신생아실 유리창 앞에 있는 가족들을 찾았다.
“엄마, 오셨어요?”
“응. 당연히 와야지.”
유리창 너머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우리 조카님 이름은 뭐로 지었어?”
“정덕수 회장님께서 유명한 작명소에 들러서 직접 지으셨어.”
“그니까, 뭐라고!?”
희정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물었다.
“김주은.”
앞으로 주은이랑 새롬이를 위해 살아야겠지.
시스템만 있으면 회사가 날아가도 굶어 죽을 일은….
띵동─
그때였다.
【시스템 업데이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한동안 반응하지 않던 시스템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챌린저 등급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사용자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합니다.】
“도전…. 챌린저….?”
“응? 뭐가.”
“….”
분명히 레전드리가 최종 등급이라고 했는데 챌린저라니.
그럼 지금 뜬 등급은 아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건가.
띵동─
【사용자는 앞으로 ‘장르 소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와 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모드를 선택하면 1년 동안 변경할 수 없습니다.】
‘장르 소설….?’
시스템은 여전히 불친절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제 할 말만 했으니.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장르 소설 모드를 선택합니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작품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네.’
일단, 기존의 베네핏들이 전혀 사라지지 않은 걸 보면.
앞으로도 드라마나 영화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시스템에 새로운 분야가 추가됐다는 거잖아.
“아니, 근데….”
쓰기 싫어도 강제로 발동시키는 거 아니었나.
* * *
얼마 후, 프랑스 칸 영화제.
그 영광의 레드카펫 위를 봉 감독님과 함께 걸어갔다.
황금 종려상.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 초청작들 중 최고의 작품에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상.
본래 해당 작품의 감독에게만 돌아가는 상이지만, 공동수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작품 내에서 감독이랑 주연 배우가 함께 수상한 경우도 있었어요.”
“에이, 저는 기대도 안 하네요.”
오히려, 봉진호 감독님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지.
「기생벌레」로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니까.
“작가님, 요즘 딸 키우느라 정신이 없으시다고….”
“네. 아내가 많이 바쁘네요.”
“하하. 그래도 아이가 참 예쁘죠?”
“그럼요. 요즘 주은이 때문에 살아요.”
오늘 극본상을 타면 당당하게 새롬이랑 주은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텐데.
잠시 후에 시상식장에서 불린 작가는 아쉽게도 다른 인물이었다.
“극본상의 주인공은 루틴의 패트리샤 헤이즈! 축하드립니다!”
“까비.”
저 작품만 아니었으면, 내가 2순위쯤 되지 않았을까.
“작가님, 낙심하지 말아요.”
“괜찮습니다.”
솔직히, 수상 욕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그걸 원했으면 시스템으로 미친 듯이 다작을 했겠지.
영화 시나리오를 계속 쓰다 보면 상을 쓸어 담을 테니까.
곧이어, 무대 위에서 시상자가 황금종려상을 발표하는 순간.
두근─
시스템이 새로운 작품을 물어다 주는 감각을 느꼈다.
‘여기 배우가 많아서 그런가….’
두근─
계속해서 뛰는 심장 박동 너머, 마침내 시상자의 입이 떨어졌다.
“공동수상입니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의 봉진호 감독, 김진….”
띵동─
【내용 :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1권】
【장르 : 판타지, 먼치킨, 힘순찐】
【장소 : 그린 드래곤 레어 】
【제한 시간 : 10일】
순간, 공간이 왜곡되었다.
시스템이 새로운 작품을 던져주는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숲.
한국에서는…. 아니, 지구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은 웅장한 밀림지대였다.
“이게 무슨….”
내 입에서 나오는 낯선 목소리를 듣고, 내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몸이 바꼈어!?”
【상세보기 : 그린 드래곤의 둥지를 찾으세요. 제한 시간 동안에는 현실 세계에서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빙의….?”
시스템, 미쳤어?
이건 도전이 아니라 자살이잖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