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1)
외전
[1] 이상한 세계의 김진우(1)시스템에 표기된 제한 시간, 열흘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금세 찾을 줄 알았던 집필 장소를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다닐 줄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황효주의 수상 소감을 듣자마자 홧김에 시스템을 업데이트했을 때?
한동안 바꿀 수 없다는 경고를 듣고도 를 선택했을 때?
시스템이 내린 다음 집필 장소는 ‘그린 드래곤 레어’.
아무리 생각해도 시스템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느낌상 시스템의 빛을 찾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나마 라는 효과를 가진 베네핏을 빌려주기는 했지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지난 열흘 동안, 익숙해진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숲을 돌아다녔다.
밀림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초록색 도마뱀을 찾기 위해서.
“오! 전방에 하이에나 발견!”
들창코에 이족보행을 하는 특이한 동물.
아마 이곳 세상에서는 짐승도 걸어 다니는 모양인데.
끄에에에엑─!
그냥 가볍게 주먹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충분했다.
저 뒤쪽의 나무에 처박혀서 곤죽이 되었으니까.
“이거, 참….”
한순간에 신체 능력이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시스템이 인위적으로 만든 조작된 세계일까.
아니면, 실제로 우주 어딘가에 있는 행성일까.
“다 필요 없고, 집에 좀 가자고.”
벌써 제한 시간으로 주어진 10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시간이 지나면 현실 세계에서도 시간이 흐른다고 했으니.
“뭐, 혼수상태라도 되는 거야?”
시스템, 이 미친놈 때문에 새롬이랑 이혼하는 거 아닌지 몰라.
보름 동안 돌아다녔는데, 이 넓은 땅에서 특정 장소를 찾는 게 말이 되냐고.
내게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 상점을 오픈합니다.】
어떻게든 시스템을 이용해서 돌파구를 찾아야겠지.
문득, 몰디브에서 살지 말지 고민했던 베네핏을 떠올렸지만.
【길을 인도하는 푸른 빛 plus+ 】
【이세계에서 집필 장소를 찾아주는 푸른색 빛을 생성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개월).】
장르 소설 모드로 바꾸고 나서 가격 정책도 바뀌었다.
다행히 여기서도 주간 미션이 뜨니까.
계속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살 수 있으려나.
콰아아아앙─!
그때, 저 멀리서 거친 파괴음이 들려왔다.
“뭐지?”
짐승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가서 소리의 근원지를 확인했는데.
챙, 챙─!
엄청난 크기의 괴물에 맞서, 얇은 검을 들고 싸우는 가녀린 소녀.
여인은 거대한 몽둥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힘겨운 전투를 이어갔다.
‘푸른색 눈동자에 뾰쪽한 귀….’
얼핏 봐도 여배우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영화 속 트롤을 연상시키는 5m 크기의 거한과 무척이나 대비되었다.
‘엘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배우들의 엘프 분장을 원 없이 보지 않았던가.
오늘은 실사판으로 엘프의 아름다운 외모를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진짜 엘프네.’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청초한 외모에 강인한 여전사의 면모까지.
스턴트우먼처럼 요리조리 피하며 카운터를 먹이는 자태가 일품이었다.
‘이야…. 배우가 될 상인데?’
순간, 그녀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
“오, 한대 맞겠….?”
퍼억─
“…. 내가 맞는다고 했잖아.”
나 때문에 괴물한테 처맞은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뜻 나서서 도와줄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음, 아프겠다.”
하이에나는 몰라도 5m 크기의 괴물과 싸워도 이길 거라는 확신은 안 들었기에.
한창 싸움 구경을 하던 와중에, 여인은 무척 화가 난 상태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
“…. 뭐라는겨.”
처음 보는 지적 생명체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마 그린 드래곤 레어가 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저 사람…. 아니, 엘프는 알고 있으려나.’
혹시나 해서 시스템 상점에서 관련 상품을 찾아봤다.
‘진짜 없는 거 빼고 다 있구나.’
전투력 관련 상품부터, 이곳의 언어나 문화를 배우는 학습까지.
역시, 베네핏 포인트는 시스템의 범주에서 뭐든 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였다.
【르센 대륙 공용어 학습 】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르센 대륙 공용어를 습득합니다.】
시스템 쉑, 삥 뜯는 영업력은 전국에서 1등인 것 같아.
승급으로 돈 떼먹고 강제로 기부시킬 때부터 느꼈지만.
“후우…. 일단 못 먹어도 고.”
당장 말은 통해야 할 거 아냐.
【베네핏 포인트를 5pt 만큼 소모하여 ‘르센 대륙 공용어 학습’을 획득합니다.】
【잔여 베네핏 포인트 : 2pt】
자, 이제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엘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살려달라고 개새끼야!”
“…. 내 환상.”
“뭐, 뭐야! 너 말할 수 있어!? 이런 씨브…. 꺄악!”
주둥이 걸걸한 거 보소.
* * *
엘프 왕국의 공주, 엘레이나는 오늘 처음 본 인간에게 분노를 느꼈다.
응당 사내라면 여인을 지켜주는 게 당연하다.
기사가 아니라 평범한 남성도 가지고 있는 상식.
“하아, 하아, 그대는 조르덴 제국에서 보낸 첩자인가?”
“음, 그건 아니고.”
어둠의 숲 한복판에 있다는 건 상당한 실력자라는 의미.
자신을 도와서 함께 트롤을 상대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텐데.
“네 놈이 사내라면 기사도 정신을….”
“됐고, 여기 근처에 그린 드래곤 레어가 어디에 있나?”
“뭐….?”
이 미친 인간은 뭐라고 하는 건가.
그린 드래곤의 권역에서 존칭도 없이 그분을 함부로 부르다니.
위대한 존재는 천 리 밖에도 귀가 달렸다는 속설도 모르는 건가.
“초록색 도마뱀 말이야. 양판소에 나오는 그거.”
“이런 미친놈이….!”
죽으려면 혼자 죽을 것이지.
후우우웅─
순간, 방심한 틈을 타서 몽둥이를 크게 휘두르는 트롤.
미처 피하지 못하고 팔을 들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꺄아아악!”
“어우야, 아프겠다.”
“끄윽.”
인성 터진 인간은 도와줄 마음은 없고 놀릴 생각만 가득한 모양이다.
‘저 자식만 아니었으면….’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다 틀렸….?’
바로 그때, 기적이 찾아왔다.
트롤이 자신에게서 신경을 끄고 놈에게 어그로를 돌려버렸으니.
“뭐야, 싱싱하고 예쁜 엘프 두고 나를? 굳이?”
“너, 이씨….“
“도망가야 하나.”
“이런….!”
끝까지 이기적인 인간은 혼잣말로 끔찍한 소리를 지껄였다.
“근데 말이 통하는 생물을 또 어디서 찾냐고.”
홀로 이상한 소리를 뱉으며 고민을 하는 인간.
물론, 트롤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고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렸다.
후우우우웅─
“으악, 반칙!!!”
깡─!
정확히 그의 옆구리에 적중했을 터인데.
“느려.”
정통으로 맞았으면서 느리긴 뭐가 느려!
트롤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다니.
저렇게 무식한 인간이 어디에 있을까.
르센 대륙의 10강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한가닥 하는 거 같은데, 내가 회복하는 대로 같이….!”
부우욱─
무식한 인간은 트롤의 팔을 잡고 옆으로 찢어버렸다.
북해에 사는 곰은 인간을 맨발로 찢는다고 들었거늘.
“엘프쿤,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얘는 덩치도 엄청 큰 놈이 졸라 약하네.”
“….”
거의 모든 종족보다 마나와 친숙한 하이엘프가 아닌가.
몸을 열심히 수련한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사내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전혀 없었다.
‘어떻게 마나도 없이 트롤을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지?’
아니, 마나가 있어도 불가능하겠지.
이렇게 강한 인간이 르센 대륙에 존재할 줄은 몰랐다.
정말로 이 앞의 존재는 대륙 10강의 일인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린 드래곤 레어는 어딨냐고.”
“아, 그게….”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나 마나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를 노리는 것 같은데.
이 정신병자는 레어 앞에서 설치다가 죽을 게 분명하다.
“생명의 은인이시여.”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엘프 왕국의 율법에 따라 은인에게 대접할 기회를….”
“지랄 노.”
“음,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뭐래, 소설 속 캐릭터 주제에. 으딜 감히.”
“….”
정신병자 맞네.
“그린 드래곤 숙소, 알지?”
“…. 알아요.”
“어디야, 빨리 말해.”
본인이 그렇게 죽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알려줘야지.
어차피 엘프는 태어날 때부터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 안내할게요.”
쿠오오오오오오─!
바로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숲에 드리워졌다.
본능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거친 울음소리와 함께.
“이, 이럴 수가….”
수백 m 크기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초록빛의 드래곤.
위대한 존재를 보는 동시에, 엘레이나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음…. 찾았다.”
초록빛 포식자는 개미들을 배려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육중하면서도 거대한 꼬리를 내리쳐 단숨에 뭉개버리려 했으니.
후우우웅─
엘레이나는 마지막을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뭐야, 약하잖아?”
“….”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내의 한쪽 손에 붙잡힌 위대한 존재의 꼬리를 보았다.
“어라, 도마뱀 꼬리 떨어졌는데?”
“!!!!”
“아니, 그냥 나는 살짝만….”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거대한 꼬리를 채찍처럼 흔드는 악마.
누가 보면 진짜 실수로 드래곤의 꼬리를 찢어발긴 줄 알겠다.
“어휴, 미안허다. 근데 이거 어떻게 다시 붙이냐.”
케에에에에엑─!
어둠의 숲에는 고통에 찬 그린 드래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근데 원래 도마뱀 꼬리는 다시 자라지 않나?”
“….”
* * *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나리오 각본가, 김진우 작가.
그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은 총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마법소녀’, 다른 하나는 ‘부족의 전설’.
심지어, 두 시리즈물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으니.
전 세계 영화 팬들은 조만간 나올 차기작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깐느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최고의 상을 수상하는 명예를 누려야만 했는데.
얼마 전에 열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영광의 주인공을 발표하는 순간.
시상식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공동수상자인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의 김진우 작가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기에.
프랑스 현지 병원에 이틀간 머무르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정새롬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내, 혼란스러운 공항을 빠져나와서 곧바로 한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니.
“처음엔 진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언니….”
한국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 있는 한국대학교 병원.
김진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삐, 삐, 삐─
정새롬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옆에서 희정이가 팔을 붙잡고 위로하려고 했지만.
“너 스케줄 있잖아. 가 봐. 여긴 내가 있을게.”
“가면 또 울 거면서.”
“안 울어.”
똑, 똑─
그때, 문밖에서 정기 검진을 위해 방문한 주치의가 노크를 두드렸다.
“선생님, 남편은 어떤가요?”
“음, 그냥 수면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근데 왜 못 깨어나는 거죠?”
“그, 그게,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
차마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뜻을 알아채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영원히…. 이렇게 누워있을 수도 있는 건가요?”
“그건….”
“….”
의사들이 입을 모아 발표한 소견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
지난 5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시나리오를 뽑아냈으니까.
특히, 최근에 봉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처음으로 반년이나 대본을 집필하고, 촬영 중에 각색은 또 얼마나 많이 요구받았는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세 번째 시리즈 제작도 벌써 끝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몸이 견디지를 못하고 쓰러졌을까.
‘이제 대본 안 써도 되니까…. 그냥 일어나기만 해줘요.’
김진우와 결혼하고 고작 1년밖에 안 됐는데.
그마저도 아이를 임신한 기간을 빼면 고작 한두 달.
“언니….”
“응.”
“주은이도 생각해야죠.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
물론, 10개월 동안 힘들게 고생해서 낳은 딸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까지 딸보다는 남편이 훨씬 더 소중했다.
“일단, 집에 가서 식사부터 해요.”
“그래. 주은이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지.”
“그럼요!”
새롬은 희정이에게 남편을 맡기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삐, 삐, 삐─
“오빠야, 이제 그만 좀 일어나자.”
희정 역시 오빠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건 고역이었다.
매일 장난을 치면서도 가족 간의 애정이라는 게 있었으니.
“이제 내가 안 놀릴게.”
까딱─
그때, 진우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보름 만에 처음으로 반응한 게 아닌가.
“어, 어….? 뭐, 뭐야!”
김희정은 곧바로 의사 선생님을 찾으러 병실을 빠져나왔다.
* * *
생각보다 분노 조절을 잘하는 드래곤이었다.
가볍게 꼬리를 만져주니까 금세 온순해지더라고.
“으음….”
드라마나 영화 때와 원리는 비슷했다.
판타지 배경과 기본적인 캐릭터 구성을 포함한 방대한 내용.
잠에서 깨어나는 동시에, 1권 분량의 소설이 자연스럽게 ‘기억’났다.
‘그 엘프가 공주였구나.’
내가 겪은 사건을 포함해서, 내가 겪지 않은 내용까지.
일련의 스토리 라인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진우 씨!!!!”
일어나자마자 새롬이는 나를 꼭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괜찮아요.”
“나는 이대로 진우 씨가 못 일어나는 줄 알고….”
“….”
아내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안심시켰다.
‘역시, 혼수상태였어.’
그러면 이런 반응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5일 동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니까.
“저는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 왤케 화냄.”
“진우 씨가 그동안 너무 무리해서 그래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시스템이 멋대로 이상한 세계로 보냈다고 하면 당장 정신과 병동으로 옮기겠지.
“이제 한동안 대본은 쓰지 말아요.”
“아니, 그럴 필요는….”
“그냥 집에서 쉬면서 주은이랑 놀아줘요.”
“그래요.”
어차피 한동안 시스템은 시나리오 대본을 주지도 않을 테니까.
그 대신 이세계에 보내고, 거지 같은 장르 소설 내용을 알려주겠지.
‘족 같네 진짜.’
이러다 또 이세계로 떨어질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열 받는다.
그나마 베네핏 포인트로 말이라도 통해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포인트를 더 벌어야만 해.’
저쪽 세계에서 비현실적으로 강력한 힘과 속도를 가졌지만.
마법, 오러, 신성력, 사령술, 정령술, 언령.
그런 미지의 힘에도 면역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포인트를 많이 모으는 게 정답이야.’
곧이어, 병원을 빠져나오는 길.
수많은 기자들이 내 상태를 걱정하는 척하며 질문을 걸어왔다.
“김진우 작가님!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작가님! 한 말씀만….!”
저 인간들은 진짜 너무하잖아.
표면상 죽다 살아난 국민 작가 아닌가.
“집에 가고 싶으니까 비켜주세요.”
“아, 네. 네!”
내 말을 듣고, 모세의 기적처럼 기자들이 비켜섰다.
이내, 새롬이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당연하죠. 보름 동안 누워있었으니까.”
“….”
거기선 날아다녔는데.
여기선 내 몸도 가누지 못했다.
“시상식은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긴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았구나.
봉 감독님은 깐느 최고의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대단하네.”
더이상 시나리오 작가의 몸으로는 베네핏 포인트를 모을 수 없다.
미친 듯이 올라간 몸값에 비례하는 살인적인 난이도의 미션.
심지어 그렇게 어려운 미션을 깨도 고작해야 1pt를 던져주니까.
‘필명부터 만들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랜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하이에나를 사냥하다가 현대 문명을 접하니까 이질감이 들었다.
타닥, 타다닥─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1화」
숲에서 수련한 올힘 캐릭터가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스토리.
그 와중에 엘프와 엮이고, 드래곤을 가볍게 털어버리는 내용.
‘주인공은 힘을 숨기고 싶은데 내가 깽판을 쳐놨네.’
설마 제목 바꿔야 하는 거 아니겠지?
직접 경험한 내용이라 생생하게 표현했다.
“흠, 하루에 서너 편 이상 쓰긴 어렵겠어.”
내용이 머릿속에 있어도 손가락이 허락하지 않았다.
똑, 똑─
그때, 새롬이가 주은이를 안고 내 방문을 두드렸다.
“진우 씨, 지금 또 대본 쓰는 거예요!?”
“아, 그냥 나중에 쓸 거….”
“안 돼요.”
“….”
수많은 장르 소설 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조만간 이 바닥에서 갓작가가 탄생할 예정인데.
“그냥 취미로 하는 거예요. 스트레스 안 받고.”
“….”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혼자서 쓰는 거예요.”
“알겠어요. 그럼.”
방을 나서는 새롬이를 뒤로한 채 다시 노트북에 집중했다.
“시나리오 쓰는 실력이 어디 가겠어?”
어쨌든 앞으로 1년은 장르 소설에 묶이게 됐으니까.
이 판을 쓸어 담고 베네핏 포인트를 쪽쪽 빨아먹어야지.
딸깍, 딸깍─
언젠가 희정이가 내게 추천했던 사이트 에 접속했다.
누구나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는 열린 공간.
간편하게 가입한 후에 곧바로 필명을 입력했다.
타닥, 타닥─
[지누]
“아, 이건 너무 내 이름인가.”
아니, 뭐 진우가 한국에 한 두명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어.
“흠….”
오늘부로 지누 작가로 다시 태어났으니.
망설임 없이, 곧바로 3화 분량을 업로드했다.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1화][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2화][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3화]
“아, 이거 하루 만에 떡상하면 좀 곤란한데.”
너무 성공하면 포인트 벌기도 어렵다고.
그냥 적당히 성공해서 캐시 카우처럼….
띠링─
그때,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렸다.
“첫 댓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댓글을 확인했다.
[Comment ’ 2]
– 글희저아 : 벽돌체 극혐이네요 읽기도 전에 지침 ㅋ – 글희저아 : 요즘 개나 소나 작가하나? 이딴 걸 읽어야 하나….;;
마치 이민주 보조 작가 시절로 돌아간 느낌.
만렙 캐릭터를 키우다 부캐를 만들면 이런 건가.
“뭐지, 이 오묘한 기분은?”
할리우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거늘.
지금 당장 대본을 써도 시청률 1위는 따놓은 당상일 텐데.
“어디보자…. 차단 기능이 있다고 들었….”
띵동─
【‘첫 댓글 작성자’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글희저아’에게 선플을 받으세요. 작품 외적인 활동 수단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6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아, 왜 하필….”
근데 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