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3)
외전
[3] 이상한 세계의 김진우(3)창조신 루의 뜻을 받들어 모시는 신성 왕국, 로엔.
어떤 미치광이 때문에 왕국은 큰 홍역을 앓고 있었다.
벌써 수천의 성기사들이 그의 꿀밤에 맞고 쓰러졌으니.
이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놈이 바라는 게 뭐라고?”
“…. 성녀 성하의 침실에 들겠다고 하오.”
“허허. 미친놈이 감히!!!”
대주교는 성기사단장의 분노를 덤덤히 지켜보며 읊조렸다.
“…. 신께서 우릴 버렸는가.”
“대주교, 말씀을 가려서 하시오!!!”
“지금 성벽 앞에서 쓰러진 본국의 기사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외다.”
“설마 내 탓을 하는 게요!?”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소?”
“됐고, 차라리 내가 직접 나가서….!”
“아니, 그대가 잘못되면 본국은 끝이야.”
“크윽.”
벌써 그를 제외한 3개 기사단장들은 전부 핵꿀밤을 맞고 허망하게 쓰러졌다.
그뿐인가, 수천 명의 성기사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근데 성문 앞에 함께 쓰러진 엘프 전사들은 대체….”
“놈이 엘프 공주를 납치했다더군.”
“이런, 미친 음적놈이….!”
검의 경지나 신성력이 얼마인지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꿀밤 한 방 맞고 인질 무리에 편입됐을 뿐.
“성녀 성하꼐서 드십니다!”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사뿐히 걸음을 옮겼다.
“서, 성녀 성하!”
“저도 이야기는 들었어요.”
“소, 송구하옵니다. 개의치 마시고….”
“아니요. 더이상 저 때문에 피해를 늘릴 순 없어요.”
“….”
“조르덴 제국이 성기사단 전력의 공백을 눈치채면 어떻게 될까요?”
“아….”
현 조르덴 제국의 황제는 그야말로 철혈의 정복자였다.
손쉽게 집어삼킬 수 있는 먹잇감을 놓칠 리는 없을 터.
“저 한 명의 희생으로 끝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해요.”
“크윽….”
주교들과 기사단장은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를 입궁하게 하세요.”
“아아….”
감히 성녀 성하의 침소에 들겠다는 파렴치한 말을 하는 색마.
그의 압도적인 무력에 로엔 왕국은 완전하게 백기를 들어야 했다.
한편, 김진우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 그 집에는 꿀을 발라놨나. 뭐 이렇게 아껴?”
“…. 그야.”
“그야, 뭐.”
“아니에요.”
“뭐야, 싱겁게.”
함께 따라오는 엘레이나는 황당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당신은 지치지도 않아요?”
“응. 여기서는.”
“…. 여기서는?”
수천의 기사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깔끔하게 기절시켰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조르덴 제국의 황제라면 가능했을까.
‘아니, 불가능해.’
그 역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진 못 했다.
드래곤의 꼬리를 맨손으로 뜯을 수 있는 존재는….
‘혹시 이 분도 위대한 존재?’
아니, 드래곤은 절대로 동족을 공격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드래곤을 적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진짜 모르겠어.’
왜 하필 성녀의 침실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진 채 로엔의 궁성 입구와 가까워졌다.
주변에선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살기가 존에게 집중되었다.
사르르─
그때, 궁에서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걸어왔다.
“귀한 손님을 뵙습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 일단 안에서 차라도 한잔 하시겠어요?”
“차는 됐고, 그쪽이 성녀 맞지?”
“….”
주변 인물들은 그의 무례한 언행에 눈쌀을 찌푸렸는데.
성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제가 로엔의 18대 성녀 오클레아….”
“그럼 빨리 가자고. 이제 20분도 안 남았으니까.”
“네? 어디를….”
“어디긴 어디야. 네 침실이지.”
“!!!!”
당대 성녀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똑같은 말을 하다니.
르센 대륙에 있는 수천만 신도들이 적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이 사람은 대체….’
엘레이나는 복잡한 눈으로 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정신에 문제는 있지만 여색을 밝힌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 그리 원하시면 들어가시지요.”
“어. 빨리.”
빠른 걸음으로 성녀를 재촉하는 사내와 그를 따라다니는 엘프.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오직 발걸음 소리뿐이었다.
터벅, 터벅─
마침내, 세 사람은 성녀의 침소 앞에 도착했다.
“뭐냐, 두 명은 왜 들어와?”
“네?”
진우는 함께 따라오려는 성녀와 엘레이나를 보고 물었다.
“같이 따라 들어오게?”
“아니, 그게….”
“둘 다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제, 제 몸을 원하는 게 아니었어요?”
“뭔 개 같은 소리야. 나 유부남이라고.”
“….”
성녀는 생각지도 못한 사내의 반응에 정신이 멍해졌다.
새하얀 천으로 장식한 침실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사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여인들.
이내, 진우는 시스템의 빛을 찾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저깄…. 아니, 뭐야.”
“네?”
“벌써 누가 와있네. 쟤는 손님인가?”
“무슨! 그럴 리가….”
“저 위에 누가 있잖아.”
“???”
존은 천장 모퉁이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순간, 부근의 배경이 일렁이며 사람 형체가 정체를 드러냈다.
“죽어라!!”
조르덴 제국의 암살자는 품에서 칼을 빼내어 들었다.
오직 성녀를 죽이려는 일념으로 왕국에 숨어들었으니.
채앵─
곧이어, 엘레이나는 검을 들고 그와 당당하게 맞섰지만.
“존! 어서 저를 도와…. 아, 어디 가!!!”
“응. 수고.”
“???”
아쉽게도 진우는 오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지체하면 시상식 때처럼 기절할지도 몰라서.
“…. 양아치냐?”
곧이어, 눈앞에 보이는 시스템의 빛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 * *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소설 속 스토리에 대한 기억이 밀려들었다.
‘어차피 나 대신에 또 다른 내가 구해주네.’
일 검에 태산을 무너뜨리는 ‘진짜’ 절대자.
힘만 믿고 깝치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
“진우 씨?”
“네? 아.”
새롬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갑자기 멍하게 쳐다봐서요.”
“….”
시스템을 얻은 뒤로는 원래 그랬지만.
점점 더 평범함이랑 멀어지는 기분이다.
저쪽 세상에서는 5일이나 지났는데, 이곳에선 고작 1초도 지나지 않았으니.
“아무튼, 오늘 중으로 템페스트에서 공식적으로 기사 낼 거예요.”
“응? 무슨….?”
“진우 씨 대본 집필이요. 당분간 휴식기를 갖는다고요.”
“아…. 고마워요.”
어차피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3부 촬영 끝난 지도 얼마 안 됐고.
그리고 시스템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은 장르 소설만 생각해야겠지.
“근데 내일이 무슨 날인 줄은 아시죠, 진우 씨?”
“???”
“설마 몰라요?”
“다, 당연히 알죠.”
“기대할게요.”
“….”
내일이 무슨 날이었더라.
띵동─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첫 댓글 작성자’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주간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강화 포인트를 6pt 만큼 획득합니다.】
‘뭐야. 글희저아, 이 자식.’
내가 믿고 있었다구.
가끔 선플을 달기도 하는구나.
“새롬 씨, 제가 지금 소재가 생각나서….”
“또 대본 쓰러 가려구요?”
“네. 끝나고 주은이는 제가 볼게요.”
“편하게 해요.”
와이프 눈빛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언제나 이해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근데 내일이 진짜 무슨 날이지….?’
왠지 모른다고 하면 좆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
딸깍─
곧바로 내 글의 댓글창을 열어서 선플을 확인했다.
[Comment ’ 4]
– 재랑이 : 요즘 보기 드문 수작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gmaa88 : 이거 조회수가 왜 이러냐.. 제목 때문인가?
– 도아도아 : 30편 때 추천글 올릴게요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써주세요 ㅠㅠ
– 글희저아 : 볼만하네 ㅋ
볼만하네, 이게 선플이야?
시스템 판정 후한 거 보소.
미션 깼으니까 너는 바로 칼차단이다.
[‘글희저아’ 님을 차단했습니다.]드라마 찍을 때는 댓글 거의 신경도 안 썼는데.
저 친구는 그냥 냅두면 멘탈이 흔들릴 것 같아.
댓글창 외에서 컨택 쪽지함에도 제법 많은 메세지가 쌓였다.
첫 컨택 쪽지를 보낸 레이블 미디어만큼 정성스럽진 않았지만.
“연락 한 번 해봐야겠네.”
이쪽 업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정도는 알아야지.
타다닥, 다닥─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27화]매일 서너 편씩 쓰니까 진도는 팍팍 나갔다.
한 권당 25편 분량에, 대충 6권 정도로 잡으면.
“두 달 컷 쌉가능.”
지금이 5월이니까 7월이면 끝나겠네.
“아니, 잠깐만. 5월이면….”
결혼기념일이 내일이었잖아!?
와, 이걸 살았네.
새롬이한테 돌려차기 맞고 목 돌아갈 뻔.
딸깍─
급하게 인터넷을 켜서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알아봤다.
* * *
레이블 미디어 사장, 도준배는 놀라운 신인 작가를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쓰는 글은 절대 아닐 거야.”
“네. 아마도.”
준배는 편집자와 대화를 나누며 새로 올라온 글을 확인했다.
“민지야, 이런 글을 어떻게 찾았어?”
“자유연재란 다 뒤져봤죠.”
“크으, 잘했어.”
흔한 소재를 재밌게 쓰는 게 필력이 아니겠는가.
장면 전환 기법을 보면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와 같았다.
‘머릿속에서 그냥 상상이 되잖아.’
그야말로, 천재의 영역이지 않을까.
벽돌처럼 빼곡하게 붙여 쓰는 습관만 고치면 완벽할 테지만.
오히려 대여점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지누….”
처음 그의 작품을 봤을 때는 눈을 의심했다.
자유연재란에서 연독률 70%를 기록하는 작품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혹시 주작기를 이용해 지저분한 수법을 쓰지 않았을까 살짝 의심했지만.
“이렇게 재밌는 글은 오랜만이네. 절대 신인 작가는 아닐 거야.”
“오늘도 세 편씩이나 올렸어요!”
“원래 글을 빨리 쓰시는 거 같아.”
“그러게요.”
유료 전환을 했을 때 두 편 만큼 손해를 보는 건데.
자신과 계약한 작가도 아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휴, 다른 회사랑 계약하겠지.”
“에이, 혹시 모르죠. 아직 발견한 회사는 많지 않을걸요?”
“그러길 바래야지.”
솔직히 이런 실력이면 계약하려는 매니지는 널렸겠지.
작은 매니지에서 챙겨줄 수 있는 프로모션은 한계가 있으니까.
업계를 잘 몰라서 계약서에 덜컥 사인한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면, 상대가 돈에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든지.
“하하. 뭔 말도 안 되는….”
뚜루루루─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쪽지 받고 연락드렸습니다.
“네? 아, 혹시 웹피아에서….”
-네.
“음, 혹시 필명이 어떻게 되시는지….”
하루에도 수십 명에서 컨택 쪽지를 보냈으니.
큰 기대 없이 상대의 필명을 물어봤는데.
-지누요.
“누, 누구요?”
-지누 작가요.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라는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 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도준배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굴리기 시작했다.
“작가님! 혹시 어디 사시나요? 제가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아뇨, 전화로 하시죠.
“아…. 그, 혹시 계약 때문에 연락하셨는지….”
-그냥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어휴, 무엇이든 다 여쭤보세요.”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하하하.”
도 사장은 웹소설 시장을 모르는 신인 작가에게 성심성의껏 대답을 이어갔다.
“지금처럼 하루에 서너 편씩 올리면 조회수를 너무 손해 보시거든요.”
-그래도 그냥 올리려구요.
“하, 하지만 유료 때 연참하시면 훨씬….”
-상관없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하여튼, 다음에 계약할 때 레이블 미디어를 고려해 볼게요. 비대면으로.
“네, 작가님! 언제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럼.
뚝.
생각지도 못한 월척이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작은 회사지만 편집자들의 실력 하나 만큼은 으뜸이라고 자부했다.
“민지야, 오늘 방상구 작가님….”
“네?”
“뭐해, 지금?”
“인터넷 기사 봐요. 지금 템페스트에서 기사 떴거든요.”
“무슨 기사.”
민지는 도 사장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김진우 작가님 잠정 은퇴하신대요.”
“그래?”
“네. 이제 작품 못 보겠네요. 힝.”
“흠….”
작품 하나로 10억, 100억도 버는 억만장자.
천상계에 사람은 마인드가 다른 걸까.
“최소 1년은 쉬신대요. 그때 칸 영화제에서 기절했던 게 컸어요.”
“그래도 부족 전쟁 3편은 촬영은 끝나서 다행이구나.”
“그나마 다행이죠.”
도준배는 피식 웃으면서 민지와 대화를 이어갔다.
“너는 진짜 그분 광팬이네.”
“한국에서 김진우 작가님 팬 아닌 사람이 어딨겠어요.”
“아냐, 너처럼 모든 작품 DVD를 소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그야…. 제가 원래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잖아요.”
“아, 그랬어?”
“네. 지금도 사실 편집 일하면서 틈틈이 대본 쓰고 있어요.”
“그건 몰랐네.”
모든 사람이 노력한다고 천재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
편집자 정도면, 그래도 반쯤은 적성을 살린 직업이 아닐까.
“김진우 작가님…. 그분이 쉬는 동안 웹소설 작품 하나만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
“에이, 그게 말이 돼요?”
“음, 말이 안 되지.”
세계적인 탑작가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면.
아마 K-웹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부흥하지 않을까.
물론, 상식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일단 지누 작가님부터 어떻게든 붙잡아야지.”
“당연하죠.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걸요?”
“…. 가능하겠지?”
“안부 인사도 자주 드리고 기프티콘 선물도 좀 보내요.”
“그래.”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사옥.
오랜만에 회사에 들러서 그런지 처음 보는 직원들이 여럿 보였다.
요즘 장르 소설을 집에서 쓰니까 촬영팀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
사실 회사에 오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새롬이 생각뿐이었다.
오늘 저녁에 소소하게 준비한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좋아할지.
드르륵─
작업실 문을 열자, 먼저 출근해서 수다를 떨고 있는 효주와 밍쁨, 그리고.
“김희정, 너는 인마. 여배우가 왜 매일 여깄어?”
“뭐래, 나 오늘 기분 나쁘니까 시비 걸지 말아줘.”
“니가 언제는 기분이 좋았니?”
“몰라.”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진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강준이랑 헤어졌냐?”
“아니거든.”
“차였구만. 강준이 보살이었지.”
“그런 거 아니라고.”
“???”
진짜 누구한테 차인 사람처럼 눈을 훔치는 희정이.
“나쁜놈, 내가 얼마나 정을 줬는데.”
“….”
진짜 차였나 보네.
“매일 꽃에 물 주는 것처럼 막 키웠는데…. 히잉.”
“음….”
그래도 동생이라고 울먹거리는 게 안쓰럽다.
강준…. 이 자식, 니가 내 동생을 차?
걸리면 뒤졌어. 내 눈에 띄기만 해 봐.
똑, 똑─
그때, 누군가 작업실에 노크를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뭐야, 강준. 니가 여길 왜 와?”
“네? 희정이 데리러….”
“헤어진 주제에 무슨….”
“뭔 소리야. 내가 강준이랑 왜 헤어져.”
“….”
희정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강준과 함께 사라졌다.
“…. 쟤네 헤어진 거 아냐?”
“아니에요.”
효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희정이가 얼마 전부터 보던 웹소설 작가한테 차단 먹었대요.”
“차단?”
“네. 매일 댓글도 써주고 자식처럼 키웠는데 배신당했다고.”
“좋은 독자구만, 뭔 차단씩이나.”
“그쵸? 그래서 부계정 만들어서 응원 엄청 해줬대요.”
“무슨 응원을 해?”
“아직도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와, 나도 그런 독자 한 명만 있었으면 진짜.”
“네?”
“….”
효주와 밍쁨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해명을 요구했다.
“일이나 해라.”
“…. 네?”
“일하라고.”
“넵.”
나도 자리에 앉아 오늘 달린 댓글이나 확인하려고 했는데.
곧이어, 밍쁨이 주뼛거리면서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작가님, 얼마 전에 김희정 배우님이 추천한 작품을 봤는데요.”
“웹소설?”
“네. 재밌어서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아. 그래?”
김희정이랑 내가 취향이 맞을 것 같진 않은데.
“됐어. 나는 소설 안 봐.”
“오빠! 그거 진짜 재밌어요!”
“황효주, 너도 봤어?”
“네!”
“너희 요즘 일이 없니? 만들어줄까?”
“…. 꼰.”
뭐 얼마나 재밌길래 김희정에 이어서 효주랑 밍쁨까지.
드라마 쓸 때는 전혀 없던 추악한 질투심이 들끓었다.
‘이런 걸 뱀심이라고 한다던데.’
글희저아, 독자 한 명 때문에 자존감이 뚝 떨어져서 그래.
“제목이….”
“오! 바로 알려드릴게요!”
“아니, 아니야. 됐다.”
남의 작품 잘 되는 걸 부러워해서 뭐 해.
“너네 할 일 없으면 이제부터 매일 대본 한 부씩 검사받아.”
“에이, 오빠. 저는 작년 SBC에서 대상 받은….”
“깐느에서 상 받고 와.”
“….”
시나리오는 몰라도 웹소설 바닥에서는 아직 초보 작가를 못 벗어났다.
그래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웹툰화도 하고 드라마화도 할 수 있겠지.
딸각─
무념무상으로 웹피아 계정에 접속해 쪽지와 댓글을 확인했다.
‘어….? 나 투베.’
마침내, 투데이 베스트 탑 200에 이름을 올랐다.
1화 조회수 대비 최신화 조회수가 무려 72%.
미친 연독률의 소설이라며 추천글이 올라왔는데.
‘음…. 글희저아. 안티팬 아니었어?’
나한테 추천글 올려줬네.
그냥 다시 차단 풀어줘야겠다.
띵동─
【‘유료화 가즈아!’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첫 번째 유료 소설에서 24시간 구매수 1만을 달성하세요. 본인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10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1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