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7)
외전
[7] 이상한 세계의 김진우(7)황제 쫄보쉑, 딱밤 한 대 맞았다고 마음을 바꾸나.
시스템도 너무하네.
전쟁을 막는 것도 아니고 일으키라니.
‘내가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드라마나 영화 각본을 쓸 때도 ‘자유편집’이라는 베네핏이 있었다.
내 멋대로 플롯을 바꿀 순 있지만, 그 책임을 오롯이 내게 있었지.
‘아 근데 여기선 아예 전개가 안 되니까 더 문제네.’
어찌 됐든, 결국 소설 속 세상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했다.
주간미션 보상을 떠나서 어차피 집에 돌아가려면 클리어해야겠지.
‘내가 무슨 수로….’
아, 성녀의 얼굴을 보니까 문득 초록 머리가 떠올랐다.
마법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성녀야.”
“네?”
“저번에 드래곤한테 추적 마법 걸었다고 했었지?”
“네! 한 번 찾아볼까요?”
“어.”
우리 군필 여고생,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네.
“…. 지금 본인 레어에 숨어있어요.”
“그 동굴?”
“네!”
일전에 한 번 가본 기억이 있었다.
판타지 세상에 오자마자 들른 첫 번째 집필 장소니까.
얼마 전에 10포인트씩이나 벌었으니.
이걸로 다시는 못 도망가게 목줄을 채워야지.
【디스펠 컨트롤 】
【하나의 개체에 한해서 마나를 통제합니다. 10일간 지속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6개월)】
가격은 더럽게 비싸지만, 그래도 집에 가려면 어쩔 수 없지.
한 번 사놓으면 다음 작품에서도 적용되길 바라는 수밖에.
“성녀야, 도마뱀 잡으러 가자.”
“네! 중대장님!”
“중대장?”
“아, 기억 못 하시겠지만 존 님께 직책이 생기셨어요!”
“그래?”
“넵!”
여기 직급 체계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중대장이면 대대마다 몇 명씩은 있지 않나.
“높은 거 맞아?”
“그럼요. 대대장 바로 밑이에요.”
“…. 군필인 거 티 내냐.”
“그래도 외부인이 중대장에 올랐다는 게 어떤 의미냐면….”
“어, 그래.”
그냥 그만 물어봐야겠다.
자세히 들을수록 더 이상하네.
“우리 로엔 왕국의 계급 체계는….”
“됐어, 그만해.”
성녀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연병장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오래 걸리겠지?”
“네. 아마 말을 타고 보름 정도면….”
“업힐래?”
“제, 제가요?”
엘프 공주 납치했을 때처럼 업고 뛰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멈춰라!!!!”
그때, 한 사내는 내 앞을 막으며 말을 이었다.
이름은 까먹었고, 화이트 실드 기사단장.
그의 뒤로 수백 명의 성기사들이 눈을 빛내고 막아섰다.
“뭐야.”
“간악한 놈! 네놈을 믿을 수 없다!”
“아니, 그렇게 처맞고도 학습이 안 되나.”
“본인은 대륙 10강의 일인으로….”
“그거 좁밥 인증서잖아요.”
“닥쳐라! 성녀 성하께 무슨 감언이설을 한 것이냐!”
“거, 성기사 아저씨 스윗한 거 보소.”
슬쩍 좌중을 둘러보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나한테 꿀밤 맞고 기절했던 놈들이 절반은 되는 것 같은데.
“본 중대장은 오늘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무슨 개소리를….”
“뒤지게 처맞기 싫으면 뒤로 물러나도록.”
철그락, 철그락─
갑주 소리가 들리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는 성기사단.
기사단장은 얼굴을 붉힌 채 사나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이, 이런….”
“쫄?”
“….”
* * *
평균적인 드래곤의 수명은 1만 년.
그중 동면을 취하는 시간은 거의 3천 년에 육박한다.
‘어휴, 복수는 때려치우고 잠이나 자야지.’
제아무리 강해봤자 고작해야 인간일 뿐이다.
기껏해야 100년, 아니, 초인이라고 해도 200년이 한계겠지.
알람 마법에 골렘까지 준비하고 취침 준비를 마쳤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응?’
순간, 그린 드래곤은 영원히 보고 싶지 않은 존재와 눈을 마주했다.
깜빡, 깜빡─
파충류의 거대한 망막에 놈의 면상이 들어왔다.
‘뭐지, 이거 꿈인가?’
혹시 자신은 벌써 잠에 빠져든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건 악몽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안녕?”
드래곤은 반사적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직 꼬리가 채 자라지도 않았는데 그 원수를 만났으니.
‘왜, 왜 발동하지 않는 거야!?’
마나의 종주이자 최강의 마법 종족.
자신에게 텔레포트는 그리 어려운 마법도 아니거늘.
“일단 한 대만 맞고 생각하자.”
쿠오오오오─!
진우의 허가 아래 인간으로 변한 드래곤은 얌전하게 그의 말을 경청했다.
“도마뱀, 내가 다시 만나면 뒤진다고 말했지?”
“…. 저한테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나랑 일 하나만 하자.”
“…. 읭?”
가볍게 숨통을 틀어막아 버리는 상대에게 공포를 느꼈다.
물리적인 힘은 막강하지만 마법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나.’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말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도마뱀, 듣고 있니?”
“아, 그러니까…. 황제의 앞에서 죽은 척하겠다는 건가?”
“응. 마법으로 속여보라고. 모습을 바꾸던가 해서.”
“대체 내가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까라면 까.”
“….”
도무지 이 인간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제가 네놈을 죽였다고 착각하면 된다는 건가?”
“그렇지.”
“그럼 나한테 뭐를 해줄 텐가?”
“…. 너 점점 말이 짧아진다?”
“그대가 부탁하는 처지가 아닌가.”
“이런 미친 도마뱀 새끼가 처돌았나.”
“때, 때리지 말라!”
드래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맞을까 봐 무서워 팔을 들어서 막다니.
“하여튼, 너는 이제 도망 못가. 내가 지구…. 아니, 르센 대륙 끝까지 쫓아갈 거야.”
“…. 악마.”
악함의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지만.
정말 이 인간은 마계의 마족보다 더 악해 보였다.
“인간, 그 행동의 이유를 알아야겠다.”
“그냥 하라는 대로….”
“목표를 알아야 임무를 수행할 것 아닌가!”
“아, 그런가?”
창조신, 당신은 이런 멍청한 인간에게 어떤 힘을 주신게요.
과하다 못해 흘러넘쳐서 이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겠구려.
“내가 죽으면 황제가 안심하고 쳐들어올 거 아냐.”
“뭐, 뭐라고….?”
“나한테 쫄아서 못 쳐들어오잖아. 황제놈 전쟁 의지를 활활 불태우라고.”
“설마, 그럼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대충 그런 셈이지.”
이 인간은 진짜로 악마였구나.
마왕보다 더 마왕 같은 인간이로다.
“성녀야, 나와.”
“존 니이임!!”
존의 부름에, 성녀는 멀리서 해맑게 달려왔다.
“대화는 끝나셨나용?”
“응. 잘 됐어.”
악마짓을 하는데 성녀까지 꼬셨어?
보통놈이 아니로다.
어마어마한 쌍놈이구나.
“래곤, 가자고.”
“어, 어디를….”
“어디긴 어디야? 제국이지. 텔레포트 진행시켜.”
“….”
“허튼 생각 하면 뒤진다.”
곧이어, 드래곤과 두 남녀는 새하얀 빛을 받으며 동시에 사라졌다.
* * *
피와 철혈의 정복자, 로드리게스 알렉산드로.
황제는 대륙 통일의 꿈을 포기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수많은 왕국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반란을 진압할 때도.
북방의 마수들이 제국을 집어삼킬 위험에 처했을 때도.
가족들이 인질로 잡혀서 눈물을 삼키며 떨쳐냈을 때도.
결국에는 승리하고 모든 것을 쟁취하지 않았던가.
또르르─
“허, 왜 눈에서 용물이 나오는가.”
황제는 자신의 침소에서 옥루를 흘렸다.
권력을 위해 형제들을 처단할 때도 흘리지 않았거늘.
“후우….”
드래곤 앞에서도 당당했던 황제는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그 어떤 노력으로도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태산 같은 방벽을.
이 대륙에 놈이 살아서 숨 쉬는 한 대륙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겠지.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아니, 흑마법을 이용해 마왕을 부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
허나 그렇게 되면 역사 속에 최악의 폭군으로 이름을 남길 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오늘도 슬픔을 잊기 위해 술상을 봐오라고 할 참이었다.
“…. 응?”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신하들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곧바로 재차 누군가를 불렀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으니.
오싹─
순간,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곧바로 침소 옆에 둔 검을 뽑아 들었는데.
쉬이익─!
예상대로 자객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허허, 내가 동네북인가…. 어!?”
몇몇 자객들 사이에서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사내.
습격자 리더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PTSD가 몰려왔다.
“너, 너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한쪽 무릎을 꿇는 황제.
진우는 마치 변신 로봇을 기다리는 악당처럼 천천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황제여, 너와의 결전을 위해 기다렸노라.”
“으으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버버 하는 황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 이 새끼 상태가 심각하네.’
이제는 하다 하다 저런놈의 자존감이나 채워줘야 한다니.
시스템 때문에 이세계에서 진짜 별짓을 다 하고 있었다.
“황제, 네놈의 함정에 빠져서 큰 부상을 입었지.”
“…. 그럴 리가.”
“있어! 그럴 리가 있어! 새끼야, 내가 있다면 있는 거야! 나는 신이고 지누는 무적이야!”
“…. 녜.”
“하여튼, 여기서 너를 죽이고 복수하겠다.”
“으으…..”
황제는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절대자가 아니라 어린이도 못 잡을 것 같은 실력으로 휘둘렀으니.
채애앵─
맨주먹으로 가볍게 자신의 검을 움켜쥐는 상대.
혹시 가짜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찐이었다.
다시 두려움이 밀려오려는 찰나, 상대는 검을 놔주었다.
“다시!”
“엉?”
“다시!!!”
황제는 정신을 추스르고 오러를 실어 검격을 날렸다.
당연히 안 맞을 거라 생각하고, 후속타를 준비했는데.
“커어억.”
“응?”
“쿨럭, 과연 강하군.”
“이게 맞았어?”
옆에서 구경하던 습격자들은 족 같은 연기력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나! 이 상처는 성녀가 와도 절대 못 살리겠는걸!”
“시체 챙겨! 우리 리더가 죽었으니까 빨리 도망가자고.”
“네! 래곤 님!”
“….”
알렉산드로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태를 지켜봤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환각 마법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죽었어….?”
분명 맨손으로 검을 잡은 상대는 진짜였다.
게다가, 손에 느껴지는 감각도 실제였으니.
“죽였어! 내가 죽였어!!!! 크하하하하!”
황제의 PTSD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 * *
목표를 달성하고, 성녀와 드래곤을 원위치로 돌려놓았더니.
“…. 진우 씨.”
“네?”
“앞에!”
“으아, 엄마야!”
이세계로 가기 전에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그래요?”
“아뇨.”
“아직도 아픈 거 아니에요?”
“….”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네.
특히 운전 중에 저쪽 세계로 가면 위험하니까.
‘진짜 뒤져서 저쪽 세계로 갈 뻔했네.’
스케줄을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4권이랑 5권….”
원래 스토리로 돌려놓으니 전개가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3권에서 황제에게 함정에 빠지고 도망가는 중에 사망한 절대자.
아니, 사망했다고 알려진 절대자는 제국과의 전쟁에서 대활약한다.
두 권에 걸친 방대한 스케일의 전쟁 이야기.
느낌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려나.”
시나리오 때 쓰던 베네핏이 장르 소설에서도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마지막회 정보열람(Lv 2)을 사용합니다.】
“어, 뭐야. 이게 된다고?”
내친김에 다른 베네핏도 사용했지만 당연히 실패했다.
배우와 관련된 베네핏은 장르 소설과 전혀 관련이 없으니까.
“마지막 회는…. 6권 150회.”
황제가 빡쳐서 흑마법으로 소환한 마왕이랑 싸우고 끝나는구나.
“잠깐만.”
그럼 다음번 이세계가 마지막이라는 건데.
성녀랑 엘프 공주도 다음이 마지막 만남인가.
“…. 기분이 묘하네.”
원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다시는 못 볼 걸 알고 있었지만, 그새 정이 들었나.
타닥, 타다닥─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76화」
매일 세 편씩 쓰는 것만 유지하면 한 달컷도 쌉가능이겠지.
소속사 측에도 대충 이 정도로 완결 치겠다고 통보해야겠어.
똑, 똑─
그때, 문밖에서 새롬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 씨, 바빠요?”
“네? 아뇨! 괜찮아요.”
“장 보고 오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요?”
“네. 좋아요.”
주은이 돌봐주는 고용인 분들 덕분에 생활이 제법 쾌적해졌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오거나 영화 한 편 보고 오는 것도 가능했다.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쓰고 있던 소설을 종료하고 노트북을 닫았는데.
‘음, 나중에 새롬이가 웹소설 쓰는 거 알면….’
남편이 자기 몰래 장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같이 드라마나 영화를 작업한 정 실장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롬 씨.”
“네?”
준비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살며시 질문을 건넸다.
“요즘 제가 뭐 쓰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죠.”
“말해줄까요?”
“아뇨.”
“네?”
새롬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번에 말했잖아요. 아직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보여준다고.”
“아, 그랬죠.”
“괜히 미안한 마음에 보여줄 필요는 없어요.”
“….”
역시, 결혼하길 잘한 것 같아.
그 상대가 새롬이라서 다행이야.
“제가 운전할게요.”
“아뇨, 제가 할래요. 아까 사고 날 뻔했잖아요.”
“…. 미안.”
생각해 보니 영화 개봉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부족의 전설 개봉일이 이번 달 25일이었나?”
“맞아요.”
“이번 영화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그야 당연하죠.”
첫 번째, 두 번째 시리즈는 촬영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두 편을 합친 것보다 오히려 제작 기간이 걸었던 세 번째 작품.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최후의 전쟁」
전쟁 씬의 스케일과 각종 CG 품질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일 텐데.
쫄딱 망하면 그 제작비는 그대로 허공에서 증발하는 것과 같다.
“우리 남편, 영화 두 편에 3,800만 관객을 모았으면서 왜 이렇게 겁이 많으실까?”
“…. 그러네.”
“근데 요즘 봉 감독님한테 안부 연락 안 해요?”
“….”
나 살기 바빠서 요즘 주변인들을 잘 못 챙겼다.
농담이 아니라, 저쪽 세계는 진짜 생존이 걸렸다고.
“요즘 감독님이 편집하느라 바쁘셨어요. 연락 좀 드려요.”
“예압.”
* * *
시간이 흘러,
시나리오 각본가 인생 최고 작품의 개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부족의 전설’ 홀릭에 빠트릴 작품이었지만.
솔직히, 내 관심사는 오직 장르 소설뿐이었다.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첫 웹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