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8)
외전
[8] 이상한 세계의 김진우(8)레이블 미디어.
도준배 대표는 지누의 작품을 읽으며 감탄했다.
“단순한 먼치킨물인데 흡입력이 미쳤어.”
“크으, 사이다 뽕에 취한다.”
옆에 있던 편집자 역시 대표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진짜 신인작가 맞아요?”
“굳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겠지. 웹소설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아…. 그럼 다른 글을 썼을 확률이 높겠네.”
“그치?”
“네.”
같은 장면을 써도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
“보통 먼치킨이 막장이 되기 십상인데.”
“맞아요. 이만큼 재밌게 쓰기 어렵죠.”
가령, 뚝배기를 깨도 얼마나 잘 깨는지에 따라 바뀌는 게 이 시장.
호러물이 될 수도, 개그물이 될 수도, 사이다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근데 제가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
도 대표는 고민지는 바라보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 작품….”
“네. 이거 대사가 꼭 드라마 같아요.”
“그러네. 이제 보니 대사가 현실적이야. 꼭 드라마에서 쓰는 것처럼.”
현판이 아니라 판타지 작품이라 그런 생각을 못 했다.
대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훨씬 자연스러웠다.
상황 묘사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지는 게.
“설마 영상화를 노리고….”
“에이, 너무 갔죠.”
“그치? 하하.”
판타지물을 영상화하는 게 쉬운가.
“내일이면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개봉하는 거 아시죠?”
“그래. 판타지 영화는 김진우 작가님 작품 정도는 돼야 영상화하지.”
“그거 같이 보러 가실래요?”
“됐거든. 와이프랑 볼 거야.”
드르륵─
그때,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아, 방상구 작가님 오셨습니까?”
“어.”
언제나처럼 반말을 하며 들어오는 ‘그’ 작가.
나이가 한 살 더 어린 게 얼마나 서글픈지 알게 해준 인간.
“후우, 아직도 짜증이 나네.”
“…. 죄송하게 됐습니다. 작가님.”
“됐어. 네이바 측에서 깠다며.”
최근, 방 작가는 웹툰 제작이 불발되어 기분이 다운된 상태였다.
“내 작품이 어디가 어때서.”
“성적은 충분한데, 이게 장면이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됐고, 다음 작품은 무조건 웹툰화 가능한 작품 쓸 거야.”
“와, 그러면 저희는 너무 좋죠.”
“내가 톡으로 보낼 테니까 한번 읽어봐.”
“벌써 쓰셨어요?”
“요즘 무협이 주로 웹툰화가 되더라고.”
도준배는 스마트폰을 들고 그가 보낸 작품을 확인했다.
굉장히 느낌 있는 무협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하면서 드는 생각은.
‘진짜 글 솜씨 하나는 기똥차네.’
괜히 1만 작품이 세 개나 있는 게 아니겠지.
독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1화를 썼으니.
띠링─
이내, 도 대표는 지누 작가의 톡을 받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세상에….”
“왜?”
“…. 지누 작가님.”
“응? 그 인간 이야기가 갑자기 왜 나와?”
“….”
이제 막 자리 잡혔는데 150화 완결이라니.
방상구는 도 대표의 말을 듣고 박장대소했다.
“아하하. 역시 신인작가라서 그런가? 스토리를 질질 끌어도 부족할 판에….”
“음, 깔끔한 결말이 맞긴 한데….”
“크크, 이건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지.”
“….”
“도 대표, 속 좀 쓰리겠네?”
도준배 배표는 방상구의 조롱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 구매수면 당연히 200, 300, 400화까지 이어가야 하는데.
신인작가가 다음 작품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편, 같은 시각.
김진우는 마지막 판타지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다음 날,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최후의 전쟁」 언론 시사회 당일.
나는 오늘도 비축을 쌓고 3연참을 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렸다.
띠리리링─
“아, 자꾸 전화하네.”
통화 버튼을 눌러 도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작가님, 이거 150화는 절대 안 돼요.
“…. 결말을 정해놓고 썼는데요.”
-제발….!
“여보세요? 여보새롬? 안 들려요.”
-작, 작가님! 작가님!!!
뚝.
결말을 억지로 늘려서 뭐가 그리 좋을까요.
그냥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 같지요. 아니, 족하지요.
“이제 마지막 권만 남았다고.”
도준배 대표의 연락을 종료하고 곧바로 시스템 상점을 오픈했다.
전부 랜덤이라고는 하지만, 상점에서 제어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
“…. 진짜 있네?”
【시스템의 빛 생성기 】
【장르 소설 전용으로, 다음 권 시스템 집필 장소를 강제로 발동시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개월)】
‘이거면 한 달에 한 번쯤은 내 임의로 갈 수 있겠구나.’
그런데, 상념을 방해하는 사람은 도준배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오빠아아아악!”
“…. 뭐냐. 익룡인가.”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문이 벌컥 열리며 김희정이 들어왔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내가 인터뷰에서 웹소설 홍보했는데 왜 삭제했냐구!”
“…. 그 너튜브 채널 내 거잖아.”
“아잇, 진짜 치사하게!”
고개를 휙 돌려서 사라지는 희정이를 붙잡았다.
“스톱.”
“아, 왜.”
“너 설마 그 작품 홍보할 거야? 아니지?”
“할 건데? 인터뷰에서도 하고, 예능에서도 하고, 드라마에서 PPL도 할 거야!”
“…. 도랐냐.”
진짜 여동생이 아니라 웬수였구나.
소설 주인이 싫다는데 왜 자꾸 홍보하겠대.
“나도 그 작품 봤는데.”
“그래?”
“응. 곧 완결 나겠더라고.”
“…. 장난해? 절대 아니거든!”
“완결 난 다음 홍보해서 뭐하게?”
“그럴 리가 없어, 오빠가 장르 소설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
성공하면 300화, 400화, 그 이상을 쓰는 웹소판.
나도 잘 알고 있지만 돈을 보고 쓰는 건 아니었으니.
“음….”
사라지는 희정이를 확인하고 웹피아에 접속했다.
타닥, 타다닥─
《지누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은 150화 완결 예정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결말을 위해 매일 3연참을 하겠습니다. 완결 예정일은….》
곧이어, 내 글 최상단에 공지사항을 업로드했다.
똑, 똑─
누구와 달리 개념 있는 우리 와이프는 노크를 하고 작업실에 들어왔다.
“진우 씨, 시사회 준비 마쳤어요.”
“아 그래요?”
“네. 같이 가실까요?”
“좋아요.”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최후의 전쟁」의 언론 시사회.
헐리웃에서도 극찬을 아까워하지 않는 알짜배기 판타지 영화.
한국인들의 극뽕 감성을 자극하는 진우표 영화의 마지막 시리즈였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하고 수많은 스타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채은 배우님?”
“오잉, 작가님!”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자주 마주칠 일이 없었다.
마법소녀와 부족의 전설, 양쪽에서 여악당으로 등장하는 배우님.
대한민국 최고의 섹시 여배우는 오늘도 복장이 시원시원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네? 아…. 너무 행복하죠. 이번에 주연 맡았어요.”
“오, 축하!”
“이게 다 작가님 덕분이에요.”
“채은 씨가 잘한 거죠.”
“아녜요! 작가님의 성 상담소가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그때 성 상담소 덕분에 제가….”
“아, 알겠다고.”
“아녜요, 진짜 성….”
“제발 그만.”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까님!!”
“에바?”
시사회 덕분에 반가운 얼굴을 많이도 만났다.
“에바 씨도 잘 지내셨죠?”
“그럼요, 덕분에!”
못 본 사이에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
기존 영화의 주인공들과 마법소녀의 콜라보.
이번 영화의 핵심은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지에 달렸겠지.
“작가님 요즘 글만 쓰신다면서요!”
“뭐 그렇죠.”
“저랑 같이 사우나도 가고 그랬잖아요.”
“….”
처음 만난 게 사우나였지.
“한국 문화 가르쳐주는 사람이 작가님이랑 새롬 언닌데. 헤헤.”
“알겠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니까?
눈빛이 존나 이상해졌다고.
“다들 조용히 하시고, 빨리 들어가시죠.”
“그때 사우나에서 우리 추억이….”
“에반데.”
* * *
며칠 뒤.
성공적인 시사회에 이어, 성공적으로 개봉한 영화.
전 세계 수천수만 상영관에서 동시에 필름이 돌아가고 있었다.
“며칠 뒤면 디지니에서도 풀릴 거예요.”
“아하.”
영화 관련 인터뷰 촬영에 가는 길.
새롬이랑 함께 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부족의 전설, 웹툰 준비 끝났어요. 랜덤 스튜디오 최고의 그림 작가진이 달라붙을 거예요.”
“밍쁨이는 빼고?”
“은빈 작가는 쉬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요?”
“네. 요즘 연애하느라 바빠요.”
“…. 정형식이죠?”
“네.”
해병대 나온 와이프 사촌 동생.
요즘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는 예능에 나와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요즘 애들은 대놓고 공개 연애하네요.”
“그야….”
군대 가기 전에도 떠들썩하게 공개하고 떠났으니까.
“요즘 템페스트 엔터, 연애 때문에 난리잖아요.”
“그건 맞죠.”
김희정, 강준은 물론이고, 지성호까지.
최근에 쏘블리 소채담 배우랑 열애설이 났다.
“연애 금지 부활시키죠.”
“내로남불….”
“우린 연예인이 아니잖아요.”
“생각 좀 해볼게요.”
끼이익─
차를 세우고, 인터뷰 촬영장에 들어갔다.
“봉 감독님, 안녕하세요.”
“네. 작가님. 요즘 자주 봐서 좋네요.”
“아하하.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곧이어 MC의 부드러운 진행과 함께 예정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진호 감독님, 김진우 작가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멀리서 새롬이가 활짝 웃으며 내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칸 영화제와 오스카 영화제에서 동시에 수상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심사위원분들이 아시겠죠.”
“하하. 여전히 겸손하시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봉진호 감독님께 인사를 드렸다.
“감독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뭐지, 꼭 안 볼 사람처럼…. 저도 랜덤 스튜디오 소속인데.”
“저도 알죠.”
근데 당분간 영화나 드라마 대본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요즘 회사에서 새 작품 쓴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아, 음….”
그거 대본 아니고 장르 소설이에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요. 작가님.”
* * *
지금 너트뷰든, 텔레비젼이든 온통 내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현실에선 스타작가로서 누리는 화려한 삶.
반면에, 매일 3연참으로 피폐해지는 지누 작가.
둘 다 내 모습이지만, 사람들은 오직 시나리오 작가 김진우만 기억한다.
‘이 기분은 뭘까.’
노트북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제대로 된 간도 안 맞춘 음식을 먹는 판타지 세계를 떠올리면 괴리감이 느껴졌다.
특히, 장르 소설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위치였으니까.
타닥, 타다닥─
나는 어쩌다가 시스템의 꼬임에 넘어가서 장르 소설을 쓰고 있는가.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여행은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성녀와 엘프 공주에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해야겠지.
딸칵─
그동안 잊고 있던 웹피아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미리 써놓고 예약 등록을 해놔서 신경을 못 썼는데.
[알림 1,531]
그동안 달린 댓글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절반쯤은 공지사항에 달려있었는데.
[Comment ’ 840]
– 레인비우 : 만우절인가?
– 링링아하 : 150화 완결이라뇨 ㅡㅡ
– 無慾 : 말도 안 돼
– Aigloove : 솔직히 결말 다가오긴 했음
– 도른도른 : 거짓말 ㄴㄴ
– JPLAY : 군만두 드실?
– 글희저아 : 자까님 전번 까세요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끝난 건 끝난 거지.
차라리 드라마였으면 내가 알아서 분량을 연장할 수 있었을 텐데.
장르 소설, 그것도 첫 번째 작품에서 내 멋대로 늘릴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시스템이 이놈 하면 어캄.”
남들 근 손실 걱정할 때 나는 포인트 손실 걱정해야 하거든.
“진짜 마지막….”
오늘치 분량을 예약해 놓고, 마음 편하게 베네핏을 사용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의 빛 생성기(Lv 1)를 사용합니다.】
* * *
조르덴 제국에 맞서 싸우며 전쟁 영웅에 등극한 존시나.
열여덟 순정의 성녀는 그를 추억하며 감상에 잠겼다.
지금 전장에서 활약하는 그 존이 아니라 ‘진짜’ 존은 따로 있으니까.
“오클레아….”
“네?”
어느새 절친이 된 엘프 공주는 성녀를 걱정하며 물었다.
“요즘 전쟁 때문에 힘들죠?”
“아니에요.”
매일 버프 셔틀을 하며 전장을 누비는 여전사.
로엔 왕국의 아이돌이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오늘도 존은 안 돌아왔어요.”
“….”
“어쩌면 저번이 마지막이었을까요?”
“오클레아, 지금의 존이 진짜일지도 몰라.”
“아, 안 되는데….”
드래곤을 가볍게 제압하고 마왕의 군대도 가뿐하게 막아내는 절대자.
적에게는 가차 없고 싸늘하지만 아군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방패.
“다시 마왕군이 몰려오고 있어요.”
“우리에겐 존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네에….”
제국의 황제는 흑마법을 이용해 마왕군을 소환했다.
본인의 피를 제물로 바칠 정도면 얼마나 존을 혐오했던 걸까.
‘아니, 두려워했겠지.’
전장에서 황제가 처음 존을 봤을 때, 그 표정은 평생 잊기 어려웠다.
피식─
성녀는 살짝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누군가를 바라봤다.
“존?”
천천히 걸어오며 자신에게 웃어주는…. 웃어주는!?
“존시나!!!”
“뭐지, 이 격한 반응은?”
“역시 아직 저를 안 잊으셨군요!”
“….”
존은 자신을 반겨주는 성녀와 엘프 공주에게 인사를 나눴다.
“가야할 데가 있어.”
“네? 어디요? 어디인가요?”
“마왕의 성.”
“오오, 역시 우리 영웅!”
생기발랄하게 통통 튀는 성녀와 달리, 엘프 공주 엘레이나는 묘한 기류를 감지했다.
과연, 수명이 천년에 달하는 하이엘프는 특별한 걸까.
목소리와 어조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캐치할 수 있었다.
“저기, 존시나.”
“응.”
“이번이 마지막인가요?”
“…. 맞아.”
순간, 성녀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 저, 저는…. 저는 안 갈래요!”
진우와 엘레이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멀어지는 성녀를 바라봤다.
“쟤도 고생이네, 고등학생 나이에 전쟁을 경험하고.”
“꼭 어른처럼 말씀하시네요.”
“어른이니까.”
“음, 저는 242살인데 아직 성인이 아니에요.”
“…. 할모니.”
* * *
서기 365년, 조르덴 제국과 마왕성은 몰락했다.
타닥, 타다닥─
[절대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