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1)
세미는 방송국에 들르자마자 예능국장실로 향했다.
똑, 똑─
“들어와요.”
예능국장의 말을 듣고 안에 들었을 때, 반가운 얼굴이 여럿 있었다.
아는동네형님 섭외 관련해서 호출 받고 온 임재준과 지성호.
그리고,
“작가님?”
“아, 세미 씨 오셨어요?”
“네에….”
김진우 작가는 세미에게 인사를 한 번 하더니 다시 노트북에 집중했다.
‘대체 왜 게스트 섭외를 국장실에서….’
방송 작가를 거쳐 감독 선에서 충분히 정리되는 일인데.
오늘은 뭔가 특이하게 예능국장님이 개입하고 있으셨다.
“모쪼록 이번 드라마가 잘 됐으면 좋겠군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같은 JTBS 식구라고 생각하고 예능국에도 종종 들러요.”
“네!”
덕담과 함께 마무리를 하려는 한영옥 국장님.
그녀의 말에 임재준과 지성호는 함께 대답했다.
타다다닥─
그런데, 김 작가는 전혀 일어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까 작가님은 저번에도….’
지금 생각해 보면 이전에도 항상 저런 식이었다.
한번 영감이 떠오르면 항상 그 자리에서 글을 쓰는 타입이니까.
아마 지금도 딱 그런 상태일 거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저기, 슬슬 일어나야….”
진재훈 감독이 김 작가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세미는 냉큼 끼어들어서 진 감독과 대화를 이어갔다.
“저기 잠시만….”
“???”
“제 출연은 벌써 확정인가요?”
“아뇨. 지금 나가서 조건 맞춰보시죠.”
“으음….”
아무래도 김진우 작가는 여기서 글을 쓰고 싶은 것 같은데.
이미 주변에서는 슬슬 일어나려고 눈치를 주는 상황.
이내, 국장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혹시 남자아이돌 섭외는 관심 없으세요?”
“갑자기?”
김진우 작가는 평소에도 저렇게 몰입하는 모양이다.
한번 집중하면 주변의 소리도 듣지 못하니까.
“남자아이돌이면 누구….”
“아, 제가 레드썬 오빠들이랑은 조금 친한 편이라서요!”
“네? 그, 그 말씀은….”
“섭외하는 거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 정말요?”
“네. 대신 부탁이 있는데….”
레인보우 엔터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보이그룹.
진 감독은 물론이고 한 국장도 눈에 이채를 띄었다.
“저기, 작가님은 글 쓰고 싶으신 거 같은데…. 일단 저희끼리만 이야기하실까요?”
“아, 그게….”
진재훈 감독은 슬쩍 한 국장의 눈치를 살폈는데.
한 국장은 피식 웃음을 짓더니 세미에게 되물었다.
“레드썬 섭외, 확실해요?”
“노력해 볼게요.”
“아니요. 노력 말고 확답이 듣고 싶은데.”
“…. 오늘 바로 말해보겠습니다.”
“뭐,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한 국장은 못 이기는 척 세미에게 져주는 분위기였다.
“작가님은 바쁘신 것 같은데 글 쓰라고 하시고.”
결국, 진우는 예능국장실에 혼자 남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노트북의 잔잔한 소음만이 자리 잡았는데.
진우는 자신이 혼자 남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글을 쓰고 있었다.
* * *
16부작 드라마의 종착지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
“이쯤에서 스토리는 거의 끝났네.”
악역에게 납치당한 차예주를 구해주는 순정마초.
결국 악역은 행동력 넘치는 오른팔을 잃어버린다.
짧기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했으니.
“대본리딩 때 미리 등록해 놓은 배우님.”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 배우를 등록했으니.
시스템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확히 구현했다.
누구보다 실감 나는 악연 연기를 그려낼 수 있을 터.
게다가, 그 배우의 외모를 빼다 박은 건 둘째 치더라도.
대사나 행동에서조차 묘하게 배우 본인과 겹쳐 보였다.
마지막 순간에 무시무시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포스.
악역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며 퇴장하는 모습이다.
대충 팽 당하고 끝나는 철창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세미나 지성호, 임재준처럼 100%의 기량을 보여줄 테니까.
“신조훈 배우님도…. 이번 기회에 무명에서 벗어날지도.”
이후, 주인공의 아버지인 천 회장은 크게 분노한다.
아들래미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으니까.
“최만호 선생님은 등록하지 못했지만….”
최 배우님의 연기는 시스템이 아니라도 이미 완벽에 가까웠으니.
“진짜 내가 복 받았지.”
첫 드라마에서 이런 좋은 배우들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세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조연들 한 명 한 명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14부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병원에서 깨어난 남자 주인공 씬.
-다행이에요. 내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내 옆에만 있어. 그게 도와주는 거야.
이내, 세미와 재준의 첫 키스신과 함께 14부를 마무리….
멈칫─
“키스신?”
임재준이 세미랑?
이건 빼도 될 것 같은데.
“일단 시스템은 보전해야 하니까….”
지금은 써 놓고 나중에 바꾸면 그만이지.
그대로 작성하고 다음에 수정하던가 하자.
“하아아암─”
14부 대본을 마치고, 하품을 크게 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예능국장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었다.
“뭐지?”
중간부터는 몰입해서 쓰느라 주변을 확인할 생각도 못 했네.
노트북을 펼치고 나서 네 시간 정도 걸렸으니.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지 거의 최단기록을 경신했다.
“언제부터 혼자였나.”
대충 한 시간 정도는 기억나니까, 최대 세 시간 정도는 혼자 있었던 것 같은데.
* * *
“지금 뭐라고 했어?”
“예능 스케줄 촬영이 한 주 밀렸다고….”
“아니, 그전에.”
“드라마 홍보 때문에….”
“하…. 요즘 내가 너무 착하게 살았지?”
“….”
여민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매니저를 쳐다봤다.
“오빠는 누구 매니저야?”
“어? 그, 그야 당연히 민서 네 매니저….”
“그럼 따졌어야지! 싸웠어야지!!!”
매니저는 소리를 지르는 여민서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 내가 그 드라마 때문에 내 스케줄을 바꿔야 하는데?”
“그, 그게….”
“정 실장님한테 내가 직접 말할 거야.”
“아니,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은 것 같아…. 요즘 정 실장님 분위기 완전 얼음장이야.”
“그럼 나는 뭐 꽃밭이야!? 나만 봄이야?”
“미, 미안. 내가 어떻게든….”
“됐으니까 나가.”
“민서야….”
“나가라니까?”
나가란다고 진짜 나가는 매니저의 뒷모습을 보며 화를 삭였다.
“내가 그동안 너무 조용히 지냈나?”
자신의 인기와 커리어 정도면 어느 드라마에서든 주연 자리를 꿰찬다.
그런데 어떻게 신인 둘을 데리고 시작하는 드라마 따위에서 밀려난 건지.
“김진우 작가….”
딱 그가 들어온 시기를 기점으로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푸시만 해주던 소속사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기분이었다.
“대본이 좋은 거는 인정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템페스트 이름으로 공모전을 열면 좋은 작품이 수백 개쯤 쏟아질 텐데.
대체 정새롬 실장은 왜 그렇게 김진우 작가를 싸고도는 걸까.
“퍼플걸스 세미? 웃기지도 않아, 진짜.”
아이돌이 16부작 주연으로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딴 식으로 밀어붙여서 성공하는 케이스를 본 적이 없는데.
“둘 다 두고 보라지. 내가 잘되나 지켜볼 거야.”
* * *
나는 대본 집필을 마치고 당당하게 국장실을 벗어났다.
그런데, 밖에 나왔더니 사람들 시선이 조금 이상했다.
글에 미친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쓰겠다고.
예의 없는 자식.
대충 이런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는 사람들.
아티스트의 고결한 정신을 인정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같이 예술하는 사람들끼리 너무하네.’
방송국 1층 로비까지 내려왔더니, 세미가 방긋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웃으면서 반겨주니까 뭔가 다운된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작가님─!”
세미는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도도도- 달려왔다.
인지도 있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였기에, 주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래도 방송국 내부라서 다행이지, 밖에서 만났으면 이상한 오해를 샀을지도.
“작가님, 대본은 다 쓰셨어요?”
“네. 아까는 미안해요. 글 쓰느라….”
“아니요! 괜찮아요. 글은 잘 나왔어요?”
“네. 14부까지.”
“와, 벌써 14화….?”
세미한테는 거짓말하기 미안해서 솔직하게 말했지만.
“정새롬 실장님은 지금 12화까지만 쓴 줄 아시니까 비밀이에요.”
“비밀….? 우리 둘만의!?”
“아…. 뭐, 그쵸.”
“꼭 지켜드릴게요.”
생각난 김에 톡에 저장해 놓은 대본을 그녀에게 보냈다.
띠링─
“14부까지 보내드릴 테니까 숙소에 가서 한번 읽어보세요.”
“숙소에서요? 저는 지금 작가님이랑 같이 맞춰보고 싶은데.”
어깨가 축 쳐진 모습을 보니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
“오케이. 그럼 한 번만 연습해요. 내일도 스케줄 있으실 테니까.”
“그런 거 상관 없….”
“아! 잠깐, 잠깐만요!”
“네?”
생각해 보니까 오늘 분량 중에는,
“키스신도 있잖아.”
“???”
이런 말도 있지 않던가.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 * *
실패했다.
옆에서 매니저가 눈을 부릅뜨고 구경할 줄은 몰랐지.
“역시, 저는 작가님이랑 대본 연습하는 게 제일 편하네요.”
“멤버분들이 같이 안 해주세요?”
“해, 해주기는 하는데….”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세미.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끝까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대본을 써주신 작가님이랑은 다르잖아요.”
이런 말 들으니까 양심에 찔리네.
시스템이 절반, 내가 절반 정도 썼다고 해도 되나.
그래도 내 손을 거친 건 사실이니까.
“세미 씨, 고마워요.”
“네? 왜요?”
“그냥….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뀐 것 같아서.”
“네? 그건 저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첫사랑 이미지는 옅어졌지만.
여전히 세미는 누구보다 소중한 내 배우님이었다.
“근데, 세미 씨. 요즘 웃음이 많아지셨네요?”
“제가요?”
“네.”
그녀의 얼굴에는 대본 연습을 하는 내내 웃음꽃이 피었다.
“처음 봤을 때는…. 조금은 어두워 보였는데.”
“아….”
순정마초 여주인공이 항상 웃고 다녀서 그런가.
벌써부터 메소드 연기를 준비하는 모태 배우님.
띠링─
그때, 정새롬 실장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아, 맞아. 오늘 원고료 들어오는 날이었지.’
이내, 설레는 마음으로 톡을 확인했다.
[작가님 2차 원고료 입금되었을 거예요. 3화부터 12화 분량까지예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그러면…. 5천 만원!”
“네?”
“이 돈이면….!”
옆에서 의문을 품는 세미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브론즈 가즈아!!!”
“네….? 아, 작가님 게임 좋아하시는구나.”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어 계좌번호에 돈을 입금했다.
시스템이 발동할 때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문구.
【※ 브론즈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1,000만 원 / 1,000만 원】
승급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냉큼 입금했는데.
띵동─
【브론즈 등급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시스템이 적용되는 배우의 폭이 증가합니다.】
【두 편 이상 연속으로 집필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추가 베네핏을 획득합니다. 】
배우 폭이 증가할 거라는 건 예상했었지만.
두 편 이상 연속 집필 확률은 조금 생소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세보기?”
추가 베네핏으로 무엇이 주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