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11)
외전
[11] 무와 협의 세계(3)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빡글하러 방에 들어갔다.
타닥, 타다닥─
「화산협객 3화」
방상구 아재, 무조건 이겨서 주간미션 깨야겠어.
미션 보상 10pt는 절대 포기할 수 없지.
그 정도면 죽을 목숨도 한 번쯤은 살 테니까.
딸깍─
내친김에 웹피아에 접속해서 업로드까지 한 큐에 진행했다.
늦게 시작할수록 불리한 건 상식.
상대가 탑 3에 알박하면 정말 따라잡기 어려워진다.
“후우….”
레이블 미디어 매니지 측에 말도 없이 무지성으로 업로드했다.
어차피, 계약이라는 게 전속 작가가 아닌 이상 작품마다 개별적으로 하는 거라.
뚜루루루─
당연히 머지않아 도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누 작가님! 새 글 쓰셨어요?
“네. 벌써 올렸네요.”
-아, 그, 음….
“미리 말씀드릴 수도 있었는데. 반응이 어떨지는 몰라서요.”
-그, 혹시 이번 작품도….
“네. 레이블 미디어랑 계약해야죠.”
-하하. 감사합니다!
이제 와서 새 매니지에 연락하기도 귀찮았다.
소소하게 용돈이나 벌려고 웹소설 쓰는 거라서.
-작가님, 제가 아직 안 읽어봤거든요.
“그래요?”
-네! 읽고 피드백하겠습니다.
“아뇨, 피드백은 최소한으로만 받을게요.”
-아, 네! 편하실 대로…. 근데 무협이네요?
사실, 나에게도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장르.
나도 쓰고 싶어서 무협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서요.”
-오오, 역시!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 나이쯤 되면 누구나 무협지 한 번쯤은 읽어봤지요.
“…. 그렇긴 하죠.”
지금 올린 내 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망하면 플롯이나 전개 때문은 아니겠지.
시스템은 언제나 완벽하게 대중성을 추구했으니까.
-아, 저기…. 방 작가님이 바꿔달라고….
“아니, 무슨 그 아저씨는 거기서 살아요?”
-…. 그래, 여기 작업실에서 일한다. 왜?
굵고 까칠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다.
-지누야, 무협이 하고 싶어?
“…. 음?”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다 내공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참나, 아저씨. 내가 이기면 어쩌려고?”
-뭐? 으하하하하.
이게 비웃을 일이야?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두고 봅시다.”
-예예, 두고 보시죠.
뚝.
내가 삼류 악당 대사를 뱉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드라마나 영화판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적수가 없는데.
“안 되겠다. 오늘부터 4빡 간다.”
띠링─
다시 글을 쓰려고 하는데 회사에 있는 새롬이가 톡을 보냈다.
[진우 씨, 오늘 아버지 뵈러 가는 거 아시죠?]
“…. 아, 맞다.”
우리 주은이랑 같이 부회장님 뵙기로 했지.
“일단 나갈 준비부터 할까.”
무협이든, 판타지든 왔다 갔다 해서 시간 개념이 없어졌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이곳에서는 고작 1초에 불과하니까.
“그나저나, 역시 새롬이는 김잘알이네.”
재차 물어보는 이유가 다 있었다.
원래도 자주 깜빡하는 성격인지라.
“…. 고맙게.”
* * *
무협이라는 장르는 언제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다.
웹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쓰려고 하지만, 대부분은 고배를 마시는 장르.
극악의 집필 난이도를 생각하면 도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크으, 믿고 보는 방상구!”
MBS 방송국, 다큐제작국장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무협을 탐닉했다.
무협에 대한 그의 사랑은 방송국 직원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똑, 똑─
“네, 들어와요.”
이내, 길주창 PD는 국장실에 들어오며 결재 서류를 내밀었다.
“국장님, 이번에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어 새 시즌….”
“그래, 그래.”
“이거 되게 중요한….”
“알겠다니까.”
“넵.”
길 PD가 국장실을 벗어나기 직전, 국장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를 불렀다.
“아, 길 PD!”
“네?”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어, 그거 지금 어떻게 되고 있어.”
“???”
“네 이놈!!! 새 시즌을 준비하라고 명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 그거 때문에 왔습니다.”
“아 그래? 그럼 앉아봐.”
“….”
새 시즌을 거듭할수록 하향곡선을 찍는 예능 형식의 다큐멘터리.
김진우와 김희정 남매가 연달아 출연했을 때 전성기를 찍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길주창이! 내가 자네를 믿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어휴, 그럼요.”
“이번에도 템페스트 엔터에 연락을 한번 해봐.”
“…. 쉽지 않아요.”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에 대한 관심은 범국민적인 수준.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에서 누가 나와도 대박이었다.
“혹시 여민서 배우님은….”
“에이, 말이 돼요?”
“안 될 건 또 뭐가 있나?”
미국 스탠리 호텔 촬영 때 김진우 작가와 함께 캐스팅하지 않았던가.
“요즘 너튜브 알고리즘에 돌아다니던데.”
“여 배우님이요?”
“그렇지.”
“그때랑 지금이랑 또 달라요. 그냥 계단처럼 급이 막 올라간다니까요.”
“나도 알아, 인마. 그냥 한번 찔러봐.”
“…. 네. 국장님.”
한때는 김진우나 김희정 배우가 MC로 출연했던 그 방송.
구관이 명관이라고, 아직도 시청자들은 그때의 영광을 잊지 않았다.
길 PD가 사라지고, 국장은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흠, 방 작가 작품 말고 없나. 심심한데.”
다른 플랫폼에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천천히 웹피아 투베 밑바닥을 훑었는데.
“어? 뭐야 이건.”
[화산협객]
정통 구무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소설.
실력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이런 제목을 쓰셨을까.
“뭐지, 댓글이….”
보통의 무협과 달리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구무협 마니아들과 신흥 세력의 대립.
댓글에서는 피 튀기는 혈전이 오갔다.
[Comment ’ 13]
-鐵劍魔 : 이런 건 무협이 아니야!!!
-트롤러aa : 개꿀잼인데?
-잼민쓰14 : 요즘 무협도 무겁게 쓰면 아무도 안 읽지 ㅇㅇ-hollaila : 틀딱 출입 금지 ㅋㅋㅋ-글파티 : 요즘 대세는 현대식 무협임 ㅎ-화산기인 : 작가님 무협에서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흠, 읽어보면 알겠지.”
국장은 곧바로 1화를 눌러 천천히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분명히 자신이 즐겨 읽던 찐한 구무협의 향기는 없었는데.
다만, 그 자리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눈가에 살랑거렸으니.
“호오, 초반 분위기 좋네.”
철무진과 마동탁을 중심으로, 초반부에 펼쳐지는 수련생들의 아귀다툼.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무림맹에서의 사건을 암시하는 치밀한 복선들까지.
“음, 이 느낌은…. 환상?”
최소한의 단어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필력.
무협지와 무협 드라마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몰입감.
재밌는 무협은 사건이 터지지 않아도 재밌다.
그냥 홀로 수련하고 성장하는 맛이 있거든.
“…. 이거 뜬다.”
무협지 읽는 취미 20년이면 옥석을 가리는 눈은 기본이었다.
* * *
나는 와이프와 함께 부회장님 댁에 방문했다.
품에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주은이와 함께였다.
평소에는 나랑 농담 따먹기나 하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새롬이지만.
이 집에 올 때마다 확실히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롬 아가씨, 오셨습니까?”
“네.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부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회장님께서는 버선발로 마중 나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딸래미에게.
“어이쿠, 우리 주은이 왔어?”
“응애.”
말도 못 하는 갓난아기를 안고서 함박웃음을 짓는 장인어른.
대외적인 이미지는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부회장님, 갭모에 보소.’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들은 없고 전부 고용인들뿐이었다.
“어…. 형님들은 안 보이네요?”
툭.
새롬이 팔꿈치 어택에 맞고 입을 다물었다.
“흠, 다들 바쁜가 보지.”
“아, 넵.”
“그래도 조준이는 금방 올 게다.”
원래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더욱더 싸늘했다.
남자 형제들 중 막내에 해당하는 정조준 부사장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나서.
“일단 우리끼리 밥 먹자꾸나.”
“네. 장인어른.”
내가 진짜 새롬이만 아니었으면 절대 이 집에 장가 안 왔다.
평범하지 않은 집안에서 평범한 가족을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겠지.
달그락─
식기에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식탁.
부회장님은 아무것도 신경도 쓰지 않고 주은이에게 애교를 부렸다.
“주은아, 까꿍.”
“베에.”
침을 흘려도 닦아주는 모습이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게 없었다.
“흠흠, 자네.”
“네. 장인어른.”
이내, 짐짓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부회장님.
“요즘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성적이 좋더구나.”
“전부 장인어른 덕분입니다.”
“내가 뭘 했다고.”
“그야, 천성 전자 투자금이 가장 크니까요.”
“그거야, 조준이가 알아서 하는 거지.”
주고받는 덕담 속에서 조금은 분위기가 풀어졌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했으니까, 다음은 중국 시장도 진출할 건가?”
“네?”
“중국 시장을 버리기 아깝지 않겠나.”
“아….”
옆에서 듣고 있던 새롬이가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쪽은 규제가 있어서 쉽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뇨, 아버지. 진우 씨는 당분간 쉴 생각이에요.”
“그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
“네. 감사해요.”
중국 시장 진출.
무협 소설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테고, 당연히 드라마나 영화를 말씀하시는 거겠지.
근데 새롬이 말처럼 외국 작품에 대한 규제가 너무 타이트해서.
굳이 중국에서 제작할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잠시 후에 도착한 정조준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머지않아 집에 돌아왔다.
“진우 씨, 오늘 고생 많았어요.”
“제가 뭘요.”
“우리 집에 가는 거 불편하죠?”
“아뇨. 오늘 좋았어요.”
진심으로 오늘은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저쪽 집안 사람들 중에 몇 명은 만나기만 해도 피곤해서.
‘안 마주치니까 좋네.’
나는 피식 웃으며 새롬이를 살포시 안았다.
“주, 주은이 깨요!”
“앗.”
“으아아아앙. 응애애.”
“….”
새롬의 원망 섞인 눈빛을 보고 다시 쭈글이로 돌아왔다.
한때는 판타지 세계에서 절대자도 되고 영웅도 되었거늘.
“당신이 깨운 주은이예요. 악으로 깡으로 재워요.”
“…. 예아.”
* * *
며칠 뒤.
“음, 이거 연참 없이는 따라잡기 어렵네.”
투베 1페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 방상구의 작품.
그에 비해, 내 작품은 아직도 2페에 간신히 머물렀다.
도준배 대표도 비축이 많으면 마음껏 연참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조만간 웹피아에서 열리는 연참대전.
이벤트 때 연참으로 바짝 추격해야겠어.
‘그럼 그 전에….’
드디어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제 1권 분량도 슬슬 다 쓰고 있었으니까.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의 빛 생성기(Lv 1)를 사용합니다.】
거침없이 베네핏을 사용해 무림의 세계로 이동했다.
띵동─
【내용 : 화산협객 2권】
【장르 : 무협, 정도, 모험, 기연, 성장물】
【장소 : 안휘성 황산 비밀 절벽 】
【제한 시간 : 3일】
위치는 대충 예상대로였다.
무림맹이 안휘성 근처에 있다고 했으니까.
【상세보기 : 녹림 이벤트를 잘 활용하세요.】
‘…. 비밀 절벽?’
무협지에서 절벽은 기연의 꽃이잖아.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득템하는 날인가.
까악, 까악─
어두운 숲, 까마귀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어디야, 여긴.”
“…. 뭐 하냐?”
“으아, 깜짝이야.”
뒤쪽에서 불을 지키고 야영을 준비하는 마동탁.
1권 소설만 봐도 뭔가 구린 데가 있는 캐릭터였다.
“우리 지금 무림맹 가는 건가?”
“갑자기 무슨 당연한 소리를…. 음.”
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내 뒤쪽을 바라봤다.
스르릉─
“거, 검을 왜 꺼내?”
“쉿.”
이내, 섬광 같은 속도로 내 뒤에 있는 늑대를 베어버리는 놈.
“…. 오늘은 고기반찬이군.”
“어, 그래. 맛있겠다.”
그 사이에 ‘진짜’ 철무진과 이 자식의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품을 뒤져보니 일전에 장문인에게 받은 무공비급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사락─
책을 펼쳐 시스템이 해석한 문자를 천천히 읽었다.
“허, 너는 그 비급의 가치를 아는 것이냐?”
“응. 아마도?”
“아니, 너는 몰라. 어차피 해석도 못 할….”
“조용히 좀.”
옆에서 말을 거는 동탁을 무시하고 내용에 집중했다.
내공도 없이 주먹을 내지르는 수련.
마치 절대자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철무진을 위해 해석을 달아줘야겠어.’
수련은 걔가 하고, 꿀은 내가 빠는 거지.
언젠가 강해지겠지만 시기를 조금 앞당겨줄 수는 있지 않을까.
‘도구가 없어서 일단 도시에 나가면….’
그때, 옆에서 나를 노려보던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철무진, 분위기가 바뀐 것 같군.”
“뭐?”
“그래. 비무했을 때도 너는 지금과 같았어.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건가.”
“….”
흑막 새기가 뻔뻔한 거 보소.
“마동탁, 네 이름이 뭐냐?”
“뭐?”
“…. 어떤 부모가 자식 이름을 동탁으로 짓겠어?”
“….”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녀석.
이내,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는 놈의 모습을 보고 베네핏을 떠올렸다.
【디스펠 컨트롤(Lv 2) : 하나의 개체에 한해서 마나를 통제합니다. 10일간 지속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개월)】
“아직 10일 안 지났다.”
“허, 허공을 격하고 마혈을 잡다니! 그 나이에 이런 성취를….!”
“응. 그게 너랑 나의 차이야.”
드래곤도 통제하는 스킬인데 고작 꼬마놈이 당할 수 있을까.
“사술인가!”
“스킬이야.”
“????”
놈의 눈에 공포심이 드리워졌다.
“너, 혹시 마교 출신이냐?”
“흡.”
“맞네. 맞아.”
요즘 무협 소설에 마교나 천마 안 나오면 섭섭하지.
“…. 십팔호라고 불렸다.”
“십팔?”
“혹시 나를 죽일 셈이냐?”
내 실력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 죽여.
아니, 실력이 있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됐어, 나는 마교에 편견이 없으니까.”
“뭐라고!?”
“보아하니 너도 불쌍한 처지 같은데.”
“크흡.”
“뭐, 뭐야. 울어? 우냐?”
생각 보다 졸라 불쌍한 인간이었구나.
어린 나이에 고생을 많이 했던 모양인데.
“철무진, 내 몸에 고독이 숨어 있어. 1년 안에 해독하지 않으면 죽는다.”
“어, 음….”
“나는 필사적이라고!”
“그래. 고생이 많다, 야.”
얘도 나름 불쌍한 친구였구나.
부스럭─
그때, 수풀 너머에서 일련의 무리가 칼을 뽑아 들고 다가왔다.
‘이것도 이벤트 같은 건가.’
옆구리에 칼을 찬 산적 무리.
놈들은 우리를 스윽 훑어보더니 대화를 나눴다.
“형님, 어쩌죠?”
“어쩌긴! 목격자는 다 죽여야 해. 기연을 차지하려면….”
“저놈들, 검을 들고 있어서….”
“우리 쪽수가 얼만데!”
“그, 그쵸?”
오늘 집필 장소와 관련된 사내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충 때려잡고 아는 거 다 불게 만들면 되지 않으려나.
“가라, 십팔몬!”
“???”
“너, 인마, 동탁 너야. 니가 십팔몬이야.”
“나?”
황당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탁.
방금 친해졌는데 절교하게 생겼다.
“아직 내공을 쓸 수가….”
“풀어드렸습니다.”
“…. 어쩌다 너 같은 놈을 만나서.”
십팔호는 한숨을 푹 내쉬고 검을 빼 들었다.
* * *
안휘성의 패자 남궁세가.
강호 오대세가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의 가문.
남궁가에서도 당연히 용봉지회를 위해 후기지수를 파견했다.
“아가씨, 여기 녹림도들이 얼마나 사나운 인간들인데요!”
“흥, 그깟 녹림도 따위.”
“아가씨 제발….”
남궁세가 역사상 최고의 재녀.
남궁미는 콧방귀를 뀌며 산적들을 무시했다.
“절벽에서 기연을 얻고 강해진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말 그대로 기연이에요!”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니까?”
“….”
역시, 그놈의 호기심이 문제였다.
객잔에서 주워들은 소문 때문에 황산에 올랐으니.
“산적 놈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했어.”
“하지만….”
“그럼 너는 돌아가. 나 혼자 갈 테니.”
“…. 이 산중에 혼자요?”
남궁세가 가주의 자식으로 태어난 게 기연이 아닐까.
어찌 한 사람에게 두 번의 기연이 주어진단 말인가.
까악, 까악─
“꺄악, 아가씨!”
“아휴, 조용히 좀 해봐.”
시녀는 남궁미의 손을 붙잡고 다시 내려가자고 애원했다.
“제발요. 날도 어두워졌는데 그냥 내일….”
그때, 남궁미는 멀리서 들려오는 기척에 시선을 돌렸다.
“저쪽…. 절벽 쪽이지?”
“네?”
“찾았다.”
남궁미는 신묘한 보법으로 폴짝폴짝 뛰어 걸음을 옮겼다.
“으아, 같이 가요오!!!”
잠시 후, 남궁미는 먼저 도착해서 사내들을 바라봤다.
예상대로 산적들은 그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
“응?”
그런데 놈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도적질이라도 당했나.’
산적이 산적질을 당하다니,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하아, 젠장. 보물을 눈앞에 두고….”
“너무 강한 놈들이었어.”
“이 절벽 아래에….”
“차라리 지금이라도 두목을 불러오자고.”
“그게 좋겠군.”
역시, 기연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것도 누군가 먼저 선수를 쳤다니!
산적들이 사라지고, 남궁미는 절벽 끝자락에 달라붙어서 아래를 바라봤다.
“이 도동놈들!”
그녀는 신형을 날려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투신자살하는 사람의 그것과 같았다.
“아가씨!!!!”
시녀가 뒤늦게 따라붙었지만 남궁미는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 * *
한편, 같은 시각.
김진우는 보물을 챙기고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었다.
“꺼억─”
“….”
게다가, 시스템의 빛까지 단숨에 찾았으니.
집에 돌아갈 생각에 싱글벙글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뭘 봐.”
“…. 우리 친구 맞지?”
내공을 금제 당한 채 부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18호.
진우는 선심 쓰듯이 해독에 좋은 보물을 양보했다.
“이거 입에 물고 있으면 좋다더라.”
“…. 고맙군.”
만독불침은 아니지만, 천독불침은 족히 되는 귀한 보물이었다.
“멈춰!!!”
그때, 동굴의 뒤쪽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 기연….”
“응?”
“기연을 독식하다니! 이 악적들!”
“….”
진우는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 뭘 봐!?”
“…. 엘레이나.”
“뭐?”
“엘프 공주,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시스템 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