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15)
외전
[15] 무와 협의 세계(7)정새롬 실장은 오늘도 기계처럼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딸아이와 로미오를 챙기고,
남편을 깨워서 수영장에 데려가 함께 운동하고,
출근한 다음에는 배우와 작품들을 케어했다.
오전 업무를 보던 중, 반가운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영미야.”
-새롬아. 나 있잖아.
현신차 상무 주영미, 그녀에게 좋은 소식이 있는 모양이다.
“결국 결혼하는 거야?”
-그렇게 됐어.
“잘됐네.”
어느 평범한 재벌가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 정략결혼.
다행히 서로 마음이 맞고 건실한 성격이라 잡음은 없었다.
-청첩장 보낼게. 진우 씨랑 같이 와.
“당연히 가야지.”
-아 근데 축가 좀 부탁할 수 있을까?
사실, 재벌가 결혼식에 축가 부를 사람을 못 구하진 않겠지만.
“내가 한번 알아볼게.”
-응. 결혼식 전에 커피나 한잔하자.
“그래.”
뚝.
오랜 친구의 결혼 소식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게 엊그제 같은데.
자신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으며.
“우리 주은이 보고 싶네.”
아이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자는 경우가 많았지만.
주은이 덕분에 웃는 시간을 생각하면 등가교환이다.
“음, 결혼식 때 진우 씨 뭐 입히지.”
이제는 어디를 갈 때도 남편 코디 걱정이 앞섰다.
그냥 알아서 입게 놔두면 대참사가 벌어질 테니까.
“축가는 유설아 님한테 여쭤보면 될 것 같고….”
똑, 똑─
그때, 누군가 실장실 문을 두드렸다.
아직 변 팀장은 출근하기 전일 텐데.
“어, 밍쁨 작가님?”
“실장님!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무슨 일로….”
민은빈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네이바 웹툰팀에서 전화를 받아서요.”
“그래요?”
요즘 김희정이 푹 빠져있다는 웹소설 작가 지누의 무협 소설.
“웹툰 그림 작가로 섭외하셨다구요?”
“네! 랜덤 스튜디오에 가장 먼저 의뢰를 하셨어요.”
“음, 그래요?”
“네! 사실 제가 지누 작가님 이전 작품 웹툰을 맡을 뻔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먼저 연락하신 것 같아요.”
“지누 작가면….”
새롬 역시 지누 작가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희정이가 집에 찾아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니.
“얼마 전에 남편이 그분을 직접 만났다고 하던데.”
“정말요!?”
“왜 이렇게 놀라요?”
“그분이 얼굴을 절대 안 보여주는 걸로 유명해서요! 본인 회사 대표랑도 안 만나는데….”
“…. 그래도 진우 씨는 만나네요.”
“다행이에요!”
그만큼 김진우 작가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게 아닐까.
아니면, 서로 이름이랑 필명이 비슷해서 친해졌던가.
‘설마 동일 인물은….’
에이, 아무리 남편이 또라이 기질이 있다지만 너무 갔다.
상식적으로 숨길 이유도,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하여튼 잘됐네요.”
“그러면….”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알아봐야 할 게 참 많았다.
“밍쁨 작가님 덕분에 일이 참 수월하네요.”
“네?”
“지금처럼만 웹툰 작가들을 관리해 주세요.”
“아, 헤헤.”
랜덤 스튜디오의 웹툰화 사업부는 출산 휴가 중에 생겼지만.
자신 역시 꽤나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변혁주 팀장과 강철중 팀장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던가.
“그럼 일단….”
레이블 미디어와 네이바 웹툰팀에 접촉해야 할 것 같다.
* * *
가끔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갈 때도 있다.
심지어, 내 작품과 관련된 업무일 때도 종종 그럴 때가 있다.
타닥, 타다닥─
오늘도 연참을 위해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실장실에서 우리 작업실에 전화를 걸었다.
“알겠습니다 실장님~”
“밍쁨아.”
“네?”
“새롬이야?”
“네. 정 실장님 전화에요.”
“그래? 나도 바꿔줘.”
“아, 네!”
오늘따라 밍쁨이 표정이 왠지 모르게 밝았다.
나를 보는 눈빛도 묘한 기대감에 찬 듯한데.
‘왜 저러지.’
수화기 너머로 와이프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들었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연애하는 기분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아, 진우 씨! 마침 잘됐네.
“???”
-지금 은빈 씨한테 부탁드린 일 좀 같이 도와주세요.
“무슨 일인데요?”
-아, 웹툰 관련 업무예요.
우리 와이프가 도와달라면 도와줘야지.
-분명히 지누 작가님이랑 호형호제한다고 했었죠?
“아, 제가…. 그으… 랬죠?”
희정이가 귀찮게 할 때, 대충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거짓말.
그 당시, 아내는 옆에서 맞장구를 치면서 같이 들어줬었는데.
-하여튼, 밍쁨 작가님이랑 같이 잘 부탁드릴게요.
“…. 예아.”
뚝.
뒷골을 당기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냥 전화 바꿔 달라고 하지 말걸.
“작가님!”
“…. 응.”
“진짜 지누 작가님 실제로 봤어요?”
“뭐, 그런 셈이지.”
매일 거울 한 번씩은 보니까.
“천재 작가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봐요!”
“…. 그래도 내가 지누 작가보단 한 끗발 위에 있지.”
“그런가. 헤헤.”
차라리 웹소설 작가 ‘지누’를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김희정이 홍보질 못 하게 막았을 때만 해도 좋은 한 수였다고 판단했는데.
“지누 작가님 웹툰화 도와주시는 거예요?”
“…. 그 친구는 웹툰화에 관심 없더라고.”
“왜요? 남들은 못 해서 난리던데.”
“글쎄. 그냥 유명해지는 걸 싫어하는 거 같아.”
“흠, 어쩔 수 없죠.”
“그치? 어쩔 수 없겠지?”
“네. 다시 실장님께 말씀드려야죠.”
“….”
이게 왜 협박처럼 들릴까.
일단 아내가 파고들기 시작하면 금방 내 정체를 밝힐지도 몰라.
레이블 미디어에 전화하고, 나에게 지누 작가 번호를 묻다 보면.
의심이라는 게 한번 생기면 진짜 끝도 없는 거거든.
“내가 알아서 해볼게.”
“정말요!?”
“어.”
“그럼 설득해 주시는 거예요!?”
“아, 알았다고.”
“???”
늦게나마 새롬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방법도 있지만, 딱히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시스템을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숨기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와…. 가불기네.’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
어쩌면, 김희정이 홍보 때린 시점에서 이미 끝난 것 같기도 하고.
‘…. 그냥 받아들여야지.’
대본 쓸 때는 이런 거 신경도 안 썼잖아.
그저 성공을 위해서 미친 듯이 달렸을 뿐.
* * *
지누 작가의 수락 이후, 웹툰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레이블 미디어와 네이바 웹툰팀.
그리고, 랜덤 스튜디오의 밍쁨 작가까지.
최고의 라인업을 자랑하는 드림팀의 결성.
그 중심에는 스토리 작가, 지누가 있었다.
“작가님! 감사해요!”
“오냐.”
작업실에서 밍쁨은 자신이 그린 웹툰 초안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지누 작가 말이에요.”
“말은 아니고 사람이야.”
“아재 개그…. 음, 어쨌든! 지누 작가님 웹툰에도 조예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
“네! 가끔 초안으로 러프를 그려주시는데. 저랑 생각이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요.”
“….”
생각이 안 맞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냐.
니가 맨날 나한테 보고하니까 당연히 잘 맞겠지.
드르륵─
그때, 희정이가 활짝 웃으면서 작업실 문을 열었다.
“오빠!”
“목소리에서 역겨운 애교 안 빼면 뒤진다.”
“…. 아 실수.”
요즘 강준이랑 연애하더니 습관처럼 저러나 봐.
“오빠 덕분에 웹툰화 진행됐다며?”
“어.”
“고마워. 헤헤.”
“니가 왜 고마워.”
“팬이라서?”
“….”
생각해 보니까 이 정도로 광팬이면 댓글도 달았을 텐데.
“…. 혹시 글희저아, 그거 너였냐?
“응. 매일 댓글 다는데.”
“지누 작가가 너 진심으로 극혐해.”
“응. 안 믿어. 거짓말 하지 마라.
찐이야, 빡구야.
“오빠, 요즘 지누 작가 왜 하루에 한 편씩만 올려?”
“바쁘대.”
웹툰까지 신경 쓰는데 안 바쁜 게 더 이상하다.
“오빠, 다음에 또 지누 작가는 언제 만나?”
“…. 그걸 왜 니가 신경 쓰냐고.”
“오빠 말고는 소통 창구가 없잖아. 답댓글 달아주는 거 본 적도 없고.”
“아니, 그니까 왜 니가 지누 작가랑 소통해야 하는데.”
“응? 그야…. 팬이라서?”
“…. 놀고 있네.”
김희정은 드디어 마음속에 있는 본심을 꺼냈다.
왜 웹소설 작가의 팬이 됐겠는가.
글이 재밌으니까 홍보도 무료로 하는 거지.
“웹툰화도 하는데 150화 완결보다 더 써야 할 거 아냐.”
“응. 아니야.”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 라고 하라고 해따.”
“아니, 그럼 외전이라도….”
“응. 그런 거 없어, …. 라고 하라고 해똬.”
“….”
말문이 막힌 동생을 보고, 피식 웃으며 스케줄을 전해주었다.
“새롬이가 너 드라마 들어가래.”
“앗, 왜!”
“왜긴 인마, 니 본업이 배우니까.”
“아 그렇지.”
여민서 배우는 너무 바빠서 난리라던데 왜 얘만 놀고 있냐.
“으으, 한동안 바쁘겠네. 그럼 시간 없을 텐데….”
“당연히 연애할 시간은 없겠지.”
“아니, 웹소설 볼 시간이 없다고.”
“….”
* * *
시간이 흘러, 마침내 웹툰 런칭일이 다가왔다.
돌아오는 월요일이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오늘이 새롬이 친구분 결혼식이랬나.”
오늘은 현신차 상무의 결혼식 당일.
나와 새롬이 결혼식 때와 같이 수많은 재벌들이 방문하겠지.
그새 짬이 생겨서 이제 그쪽 세계에도 아는 얼굴도 몇몇 있었다.
나가기 전에 오늘치 분량부터 마무리해야지.
하루에 한 편만 써서 그런가.
요즘 무협 세계로 안 보내준다.
해당 권의 화수를 다 쓸 때쯤엔 강제로라도 보내주던데.
“생각해 보니까….”
시스템은 꼭 중요한 순간에 보내더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마교와의 전쟁…. 이제 피할 수 없겠지.”
그새 긴장감이 살짝 무뎌졌다.
내용 전개상 전쟁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사를 오가는 무협의 세계.
심지어, 마교의 침입 때는 눈앞에서 참혹한 현장을 목격했는데.
현실에서 칼 한번 휘둘러 본 적 없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정신력 보호….”
판타지 때부터 시스템이 부여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띠리리링─
그때, 매니지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기, 지누 작가님!
“네. 대표님.”
-드디어 다음 주네요! 안 떨리세요?
“…. 저 말고 밍쁨 작가님이 떨리시겠죠.”
-아, 그쵸. 하하.
웹툰을 하겠다고 말한 이후, 도준배 대표는 내게 전화를 자주 걸었다.
-네이바 웹툰팀에서 재밌다고 난리예요. 드라마화 얘기까지 나온다니까요?
“그래요?”
-네! 그래서 말인데….
“???”
-이번엔 150화 완결로 끝내지 마시고….
“아, 끊을게요! 친구 결혼식 가야 해서.”
-자, 작가님! 제바류….!
뚝.
아쉽게도, 완결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보통 웹소설 작가들은 완결을 유료 구매수로 결정한다.
구매수 1만을 찍는 작품을 완결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근데 난 시스템이 결정해서….’
완결까지 루트가 딱 정해진 장르 소설을 바꾸는 건 미련한 짓이다.
그동안 쌓인 복선과 실마리, 악역 구성을 정확하게 배치했는데.
‘…. 내 마음대로 바꾸면 완성도는 무조건 떨어질걸.’
그럼 ‘지누’라는 작가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떨어지겠지.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김진우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똑, 똑─
그때, 와이프는 방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진우 씨! 준비해요.”
“아, 오케이!”
곧바로, 새롬이가 챙겨준 정장을 차려입고 방문을 나섰다.
“우리 남편, 요즘에 같이 운동해서 옷빨이 사네.”
“그러게요. 아침 수영 덕분에 불끈불끈하고 좋네요.”
“???”
“…. 대충 건강하다는 뜻이에요.”
“빨리 나가요. 늦었어요.”
“넹.”
새롬이와 함께 차에 타고 네비를 찍었다.
“오늘 유설아 님이 축가 불러주신다고….?”
“네.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네. 지인들 결혼식만 축가 불러주신다던데.”
“그러게요.”
이번엔 특별히 지인의 지인까지 허용한 듯했다.
잠시 후,
결혼식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에 도착했다.
주영미 씨를 만나러 가는 새롬이를 뒤로한 채, 아는 얼굴을 만나 인사를 건넸다.
“원준 형님!”
대한민국 최고의 얼굴 천재 최원준.
결혼 전에는 로미오 때문에 우리집 비밀번호도 공유한 사이였는데.
“진우, 오랜만이네.”
“잘 지내셨죠?”
“응.”
저번에 로미오가 출연한 현신차 광고 때의 인연 때문인가.
“형님 오실 줄 알았으면 같이 오자고 했을 텐데.”
“만났으면 됐지. 들어갈까?”
“아, 저는 와이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좀만 기다리고 같이 들어가자.”
“넵.”
나도 최 배우님도 얼굴이 알려져서 그런가.
주변에 팬이라며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다.
“안녕하세요. 오선 식품 최 이사라고 합니다. 혹시 광고 출연하실 마음은….”
“안 해요.”
“그러지 마시고….”
대부분은 팬을 가장해서 영업하러 접근한 사람들이었다.
“작가님!!!”
“오, 설아 씨!”
“빨리 들어가요. 지금 중요한 순간이에요!”
“???”
유설아의 손에 이끌려 식장에 들어섰다.
“무슨 중요한 일이요?”
“아니 귀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도와드렸어요.”
“아…. 고마워요.”
예나 지금이나 설아 씨는 정말 생각의 깊이가 남달랐다.
롱런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마음씨 덕분이지 않을까.
그때, 옆에서 또 다른 가수가 인사를 건넸다.
빨간색 복면을 뒤집어쓴 래퍼였던데.
달달한 사랑을 주제로 하는 랩을 많이 때려 박았다.
“안녕하세요! 매미손이라고합니다!”
“아, 매디크라운! 노래 잘 듣고 있어요.”
“아뇨, 매미손.”
“네?”
“저도 왜 자꾸 사람들이 저보고 매디크라운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극한의 컨셉이네요.”
옆에서 유설아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요즘 매미손 컨셉이 엄청 인기 많아요.”
“그래요?”
“네.”
속이는 사람은 있는데 속는 사람은 없는 마케팅.
‘…. 나랑 똑같잖아?’
아니, 나는 속여야 하는 입장이라 조금 다른가.
“진우 씨, 많이 기다렸죠?”
“아뇨. 재밌었어요.”
이내, 새롬이는 내 옆에 다가와서 가수들에게 인사했다.
“설아 씨, 고마워요.”
“에이, 실장님이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와야죠.”
곧이어, 유명 MC의 사회를 시작으로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우리 영미, 예쁘네.”
“새롬 씨가 더 예뻐요.”
“고마워, 남편.”
재벌가의 결혼식이라고 특별할 건 없었다.
조금 특별한 하객들이 여럿 눈에 띄는 것만 빼고.
잠시 후, 식사로 준비된 스테이크를 자르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에 좋은 인연들도 여럿 만나고, 심적으로 힐링하는 기분이다.
“…. 맛있겠당.”
스케이크를 크게 썰어서 입에 넣으려고 했는데.
띵동─
【두 권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마지막 무협 세계의 이야기.
시스템이 5, 6권을 발동하는 순간.
주변 배경은 아름다운 식장에서 살육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옆에 있던 사내의 복부에 누군가의 검이 일직선으로 쳐박혔다.
“무진아!”
“…. 어?”
“철무진!!! 정신 차려!!!!”
십팔호의 음성을 듣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챙, 챙─
전쟁터 속, 수많은 무인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막상 검을 휘둘러야만 하는 상황에 떨어지니 몸이 굳어버렸다.
“크하하하, 멍청한 무림맹 놈들!”
“…. 할배.”
직책이 광명좌사라고 했던가.
일전에 도검불침 베네핏으로 검을 빼앗긴 마교 할아버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맹수와 같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드디어 굴욕을 씻을 기회로구나!”
“….”
“정파의 핏덩이! 네놈을 죽이고 내 칼의 복수를 하겠다!”
“당신…. 후회할 텐데.”
달라진 분위기에 맞춰 몸이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철무진, 신비문의 무공을 대성했어.’
상대의 몸 곳곳에 컬러풀한 버짐이 눈에 띄었다.
어디는 검게 물들었고, 어디는 붉게 물들었으니.
쉬이익─
“허업.”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워진 몸 상태.
상대방은 대충 휘두른 검에도 혼비백산하며 기겁했다.
“그, 그새 한 수가 늘었구나!”
“검정색이 급소고, 붉은색은 막기 힘든 지점인가.”
“놈! 무슨 헛소리냐!”
신비문의 무공 자체가 그냥 치트키였구나.
언어 학습도 베네핏 포인트를 썼으니까 치트키 맞지.
결국 포인트가 중요하다는 뜻.
시스템을 이용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정새롬의 품에 돌아가기 위해 검을 곧추세웠다.
“자, 곧휴세운 내 검을 받아라!”
“무슨 개같은 말을…. 커억.”
가슴팍에서 붉은 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광명좌사.
신비문의 무공과 함께면, 이 소설 속에서 적수가 없었다.
‘다음 소설에서도 가져가면 좋겠네.’
전투가 끝나고, 정파의 무인들과 모여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내용 : 화산협객 5-6권】
【장르 : 무협, 정도, 모험, 기연, 성장물】
【장소 : 십만대산, 천마신교】
【제한 시간 : 20일】
“보름 안에 마교를 접수하죠.”
“철 대협, 피해가 너무 클 것이오!”
언제 소협에서 대협으로 바꼈나.
“마교의 뿌리를 뽑을 기회 아닙니까. 가시지요.”
“…. 기회라니?”
“내가 쳐들어 갈 마음이 생겼어요. 원래는 없었는데.”
“네?”
악명 높은 천마의 무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 보유한 포인트를 최대한 아끼고 싶은데.
“날이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