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17)
외전
[17] 죽은자들의 도시(1)나는 더이상 절대자도, 철무진도 아니다.
그 와중에 뒤쪽에서 나타나는 좀비 무리.
“이런 미친 시스템, 그냥 일반인이잖아!”
타다다닥─
급하게 근처의 건물로 달려가서 피신했다.
헌터물이라 당연히 헌터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니까 언젠가 헌터가 되긴 하겠지만.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사실, 솔루션은 단순했다.
주인공이 알아서 헌터가 되든지 구르든지 하겠지.
철무진 때도 본캐가 알아서 자동진행을 했으니까.
그으으으.
구워어어.
뀨우우우.
어느새, 내 기척을 느끼고 따라온 좀비 무리.
놈들은 건물 입구를 배회하며 어슬렁거렸다.
‘아 시발 문 안 닫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문에 접근하면서 동태를 살폈는데.
순간, 놈들을 하나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 안뇽?”
끄워어어어어─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상대보다 먼저 문을 닫고 막아섰다.
하필이면 유리라서 놈들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으아, 여기서 죽는 건가.”
당장 시스템 상점을 오픈해서 물건을 뒤져보았는데.
몸으로는 좀비를 막아내느라 집중하기 너무 어려웠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키킥.”
그때, 건물 내부에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보니, 후드티를 뒤집어쓴 여자아이.
“야! 빨리 어떻게든 해봐!”
“뭐 해줄 건데용~?”
“이런…. 너 싸움 잘하냐?”
“에휴, 나와봐요.”
고등학생 나이쯤 될까, 그녀의 말을 듣고 문을 놓아버리는 그 순간.
소녀는 후레시로 좀비의 이목을 끌더니, 문밖으로 시끄러운 물체를 던졌다.
‘고인물이었냐.’
이내, 느긋하게 문에 다가가 쪼그려 앉아서 무안가를 만지작거렸다.
“바보 아저씨, 잠금장치 여깄잖아요.”
“…. 그러네.”
빛과 소음은 좀비물에서 국룰이지.
준비물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 건물은 좀 별로예요.”
“…. 어떤 면에서?”
“일단 식량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응? 너….”
“광라이더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라.”
통성명도 없이 제 할 말만 하는 소녀.
후드 너머로 보이는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너 성녀잖아!?”
“응?”
“….”
판타지에서 봤던 군필 여고생과 똑같이 생겼다.
여기서도 군인 못지않게 아포칼립스 고인물로 나오는구나.
‘혹시 남궁미랑 마동탁도 있으려나.’
괜히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이전 작품에서 애매하게 헤어지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뭐야. 아저씨 혹시 변태야?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거나….”
“아 씨,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여기서 그 정도는 흠이 아니야.”
“…. 대체 무슨 세계관인 거야.”
“뭘, 겨우 그 정도로. 광라이더들이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광라이더?”
“여기 근처에서 오토바이 타는 또라이들인데. 사람도 막 죽여.”
광란의 라이더의 줄임말인가.
느낌상, 첫 번째 빌런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그놈들 중 하나 눈깔을…. 아니, 됐다.”
“어, 그래.”
“하여튼, 내 이름은 윤혜진이야. 아저씨는?”
여기서 내 이름이 뭘까.
아마 주인공은 알고 있겠지.
“뭐야, 말하기 싫으면 말구.”
“혜진아.”
“왜여.”
“계속 이렇게 거지 같이 사는 거야? 무슨 방법은 없어?”
“음, 방법이라….”
서울에서 가장 큰 초소, 여의도.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있어서 군대가 철통같이 지켜내었다고 들었다.
물론, 그렇게 사람이 많으면 헌터였는데 좀비가 된 괴물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쪽에 가고 싶어 해요.”
“왜?”
“왜긴요! 군대랑 헌터들이 지켜주니까!”
“그럼 가면 되잖아.”
“아저씨, 장난해요?”
“???”
아, 킹받네.
그냥 좀 말해주면 덧나나.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면 밤에도 불을 비추고 시끄러울 거 아녜요.”
“아….”
“그 주변은 좀비 떼가 항상 우글거린다구요!”
“그래?”
현재 위치, 강북에서 차선책으로 택할 만한 장소는 서울역이었다.
일단 이 소속의 첫 번째 집필 장소이기도 하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서울역으로 가자. 거기도 사람들이 모여있을 거 아냐.”
“하아, 거기 가는 건 쉬울 것 같아요?”
“응. 쉬울 것 같아.”
아까 시스템 상점에서 알아본 물건이 있어서.
【리세마라 】
【태초의 시작 지점으로 회귀합니다. 각 소설의 1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0분)】
쿨타임이 고작 10분.
무한 회귀 베네핏이 있더라고.
오직 1권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은 너무 별로였지만.
시작할 때는 거의 가진 것도 없고, 제일 위험한 상태이기도 하니까.
‘당장은 이게 최선인 것 같아.’
1권 한정해서 거의 무적에 가까운 판정.
죽어서 생길 디메리트를 감수하는 것보단 100배는 낫다.
“성녀야, 금방 또 보자.”
“네? 왜 자꾸 성녀라고 부르는….”
곧바로, 시험 삼아 를 사용해 보았다.
팟─
이내, 처음 시작 지점에서 또다시 눈을 떴다.
* * *
윤혜진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보란 듯이 농락당했다.
“혜진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 아니, 아저씨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혹시 좀비 전문가세요? 좀비대학 나오셨어요?”
“시끄러워.”
“어떻게 움직임을 다 예측해요!?”
처음 서울역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콧방귀를 뀌었는데.
가는 길목에서 좀비를 마주칠 때마다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썩은물이잖아….!’
아포칼립스의 썩은물.
고이다 못해 썩어버렸다.
“잠깐만, 혹시….”
이 남자는 전 세계 0.001%라는 ‘헌터’ 중 한 명이 아닐까.
아니, 그런데 움직임이 그만큼 날렵하거나 힘이 강한 건 아니었다.
대체 헌터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특수 부대 출신인가.’
극한의 효율성.
정확히 좀비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발을 슬쩍 걸어 넘어트리고는.
푹─
좀비의 후부두에 정확히 죽창을 찔러넣었다.
마치 상대의 움직임을 전부 예상이나 한 듯했다.
“후우, 라이더들 근거지에서 패턴이 뭐였더라.”
“네?”
“아, 내 기억력 왜 이러냐. 다시 해야겠네.”
“음….?”
부르르릉─
그때, 광라이더들이 오토바이 LED 등을 번쩍이며 등장했다.
“크큭, 윤혜진. 요즘 이런 아저씨랑 놀아?”
“그냥 지금이라도 패거리에 들어오지 그래?”
“….”
놈들 중 한 명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특히, 아저씨에게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였는데.
“너는 꺼져. 여자는 놓고 가라.”
“하, 우리 아저씨가 얼마나 강한 줄….”
“데려가쇼.”
“…. 뭐라고?”
윤혜진은 눈을 크게 치켜뜨고 아저씨를 바라봤다.
반드시 같이 서울역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오늘 처음 본 아저씨지만 이상하게 믿음직스러웠는데.
“배신자….!”
“이게 방법이더라고.”
“미친놈아!”
“응. 먼저 가 있어.”
“이익!”
광라이더들이 얼마나 지저분한 놈들인지 말해줬건만.
어떻게 자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쉬이익─
분한 마음에 아저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지만, 상대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피해버렸다.
“야아아아!”
“아, 그냥 곱게 가라고. 금방 구해준다니까.”
“내가 널 믿겠냐고!”
눈 깜짝하지 않고 자신을 버리는 남자를 또 믿을 리가 있겠는가.
광라이더들에게 병신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아무 말도 못 하는 인간이면서.
잠시 후,
혜진은 놈들의 손에 붙잡혀 애꾸눈 사내의 앞에 끌려갔다.
광라이더들의 중간 리더를 맡고 있는 서이한.
자신의 손으로 애꾸를 만들었지만, 죽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었다.
“하아, 혜진아. 니가 자꾸 이러면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
“닥쳐!”
“우리 조만간 서울역도 찍고, 여의도까지 갈 거라니까?”
“…. 오토바이 몇 대 있다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어휴,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윤혜진은 대답 없이 사납게 그를 쳐다봤다.
“후우, 일단 감옥에 가둬. 며칠 굶겨야겠다.”
“네. 형님.”
차가운 감옥 바닥에 30분쯤 쪼그려 앉아있었을까.
곧이어, 다시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뭐, 뭐예요?”
자신을 팔아넘긴 아저씨.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감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저씨! 정말로 저를 구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 나도 잡혀 왔어.”
“….”
이어서, 김진우는 다시 한번 리세마라를 실행했다.
* * *
지금이 몇 번째 도전이었더라.
100번은 확실히 넘은 것 같다.
“누구냐!!!”
“아 씨, 또 들켰네.”
서울역까지 교통수단 없이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놈들의 근거지는 확실히 알았으니까, 오토바이 두 대를 탈취해야겠는데.
곧바로 리세마라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아니다. 그냥 잡혀야겠다.”
“뭐?”
“너만 조지고, 이 쉐끼야.”
이 자식만 여기에 없었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진짜 아까웠다.
오토바이 먹고, 성녀 구하고 서울역까지 가는 길이었구만.
퍽, 퍼억─
처맞고 있던 사내는 엄살을 부리며 애원했다.
“그, 그만 때려요. 제바류….”
“한 대 더 맞아, 인마.”
“으으….”
“기억 못 하겠지만, 니도 나 많이 때렸어.”
“???”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를 긁는 듯한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 마동탁?”
한쪽 눈에 안대를 썼지만, 얼굴은 그놈과 똑같이 생겼다.
“뭐여,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아니, 설마 이름도 똑같아?”
조연 재활용이 거의 무한루트잖아!
“너는 나를 아는군. 이 근방에선 내가 좀 유명하지. 크하하하.”
“…. 지랄.”
“너, 내 밑으로 들어와라.”
“뭐?”
“나 여기까지 어렵게 올라왔다. 잘난놈 제끼고, 못난놈 보내고. 안경잡이 같이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
“놀고 자빠졌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밑에 들어가면 뭐가 바뀔까.
낮에 오토바이 타고 편의점 털어서 식량이나 구해오라는 뜻이겠지.
‘클리셰네.’
병약 미소녀 vs 오토바이 양아치.
딱 봐도 성녀랑 악연이 있는 놈인 것 같은데.
여기서 마동탁을 선택하면 독자들한테 욕 오지게 먹겠지.
여기서 양아치를 고르면 그건 웹소설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거다.
“자 누굴 택하겠냐?”
“뭐가.”
“우리를 따라올 테냐? 아니면 윤혜진, 그 요망한 것을 고르겠냐?”
“당연한 거 아냐?”
사실, 내가 아니라 원래는 주인공이 선택할 문제겠지만.
이런 소설 속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둘 중에 누굴 따라가겠냐.
당연히 생각할 것도 없이 스윗한 주인공은 여자를 먼저 챙기겠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뭐?”
“당연히 병약 미소녀지. 새꺄.”
“발정 난 새끼.”
“닥쳐! 내가 너인 줄 알아?”
곧이어, 마동탁은 거대한 망치를 주워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주먹질이나 발로 싸우려고 했으면 또다시 리셋했을 텐데.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도검불침(Lv 1)을 사용합니다.】
티잉─
내공이 듬뿍 담긴 무기도 가볍게 튕겨내는 몸뚱아리.
일반인이 내지른 망치는 몸에 닿자마자 미끄러졌다.
“이런, 미친! 헌터였어!?”
“아니, 그건 아니고….”
“도, 돔황챠!!!”
“아니라니까.”
놈들은 내 뒤쪽에 있는 오토바이도 버리고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헌터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야?”
보통 헌터물에서 F급 헌터는 그냥 길가에 돌멩이 수준 아닌가.
소설마다 전부 다르겠지만, 여기선 정말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후우, 드디어….”
아무튼 오토바이도 구했고, 성녀를 길잡이로 쓰면 끝이구나.
장장 150여 번에 걸친 도전.
결국, 첫 번째 집필 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아저씨! 정말로 저를 구하러 오신 건가요!?”
“응. 이번에는 찐이야.”
잠시 후,
병약 미소녀를 데리고 서울역 3번 출구에 도착했는데.
1권 분량의 소설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순간, 좆됐음을 감지했다.
‘와, 조졌다.’
클리셰 파괴 미쳤냐고.
거기서 마동탁을 고르는 게 정답이었다고?
“이거 어떡하지?”
“네? 갑자기 왜 그래요.”
“…. 새롬아. 나 큰일 났다.”
“???”
진짜 좆된 것 같은데.
마동탁의 밑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임무 수행 중에 헌터로 각성.
그 루트에서 벗어나 버려서 앞으로도 일반인으로 남아있을 텐데.
‘아니, 시스템 형님. 인간적으로 1트는 좀 봐줘요.’
딱 한 번만 더 회귀하면 안 될까요.
* * *
시간이 흘러,
웹소설 작가 인생 첫 웹툰화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화산협객」 웹툰으로 월요 웹툰 1위 찍기 미션.
보상으로 주어지는 언어 무료 학습이 무슨 의미인가.
‘이번 작품은 서울에서 시작했잖아.’
적어도 이번 소설에선 의미 없는 혜택이 아닐까.
아니, 외국인을 만나면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으려나.
‘헌터물은 물 건너갔고….’
그냥 언어 통역물로 장르를 바꿔서 어떻게든 진행해야 하나.
아니, 근데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외국인 만날 일이 있을까.
“지누 작가님,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새롬 씨와 저녁 만찬을 즐기며 대화를 나눴다.
마법소녀를 비롯한 템페스트 배우들의 연이은 홍보.
대외적으로는 밍쁨 작가를 응원하기 위해서였지만.
“진우 씨 채널에 홍보 많이 했으니까. 곧 1등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쵸. 그 때문에 잘나가는 웹툰도 화요일로 옮겼는데.”
“그건 제가 네이바 측에 말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음, 고마워요.”
가족한테 웹소설 쓰는 거 숨기려고 애쓰는 게 미안했는데.
아내에게 필명도 들켰으니까,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사실 저도 그동안 숨기느라 많이 불편했어요.”
“저는 이해해요.”
“네?”
새롬이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가 웹소설을 쓴다고 하면…. 대중들이 얼마나 기대하겠어요?”
“아,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이제 지누라는 필명으로도 성공했으니까 이름을 밝혀도 되지 않을까요?”
“아뇨, 그냥 쭉 숨기고 싶어요. 가능하면 평생.”
“그래요. 진우 씨가 원한다면.”
와이프가 항상 내 편을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제는 정말 내게 시스템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화산협객은 150화 완결 확정인가요?”
“네. 결말까지 다 구상했어요.”
“아쉽네. 재밌었는데.”
희정이랑 다르게 와이프가 팬이라니까 힘이 났다.
“걱정 말아요. 다음 작품 벌써 뭐 쓸지 생각했으니까.”
“정말요? 무슨 작품이에요?”
“좀비물이요. 초능력자도 나오는 장르.”
“와! 그거 재밌겠다.”
저도 읽기만 하면 재밌을 것 같네요.
“거기 가서 좀비한테 쫓기면 재미가 없어요.”
“네?”
“그냥 실제로 쫓기는 기분을 상상하면서 쓴다는 뜻이죠.”
“역시! 우리 진우 씨는 현장 타입이구나.”
“현장 타입….?”
“글 쓰려고 아마존도 가고, 우주도 가는 작가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걸요?”
“….”
뭔가 자연스럽게 멕이는 것 같은데.
“진우 씨, 아직 좀비물은 드라마도 쓴 적 없잖아요.”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때 살짝?”
“에이, 그건 맛보기고.”
아내는 눈빛을 반짝이면서 드라마 제작을 제안했다.
“차기작은 드라마화까지 생각하고 쓰는 거 어때요?”
“에이, 웹소설로 드라마화가 쉬운 것도 아니고.”
“네. 근데 그 작가가 김진우라면 어려울 것도 없죠.”
“…. 그런가.”
그러고 보면, 웹소설 쓰기 전에는 대본 쓰는 게 일상이었지.
내가 언제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어렵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
“여기서 지누 작가로 더 유명해지면 곤란한데.”
“왜요?”
“그냥….”
포인트 얻기 더 어려워질까 봐요.
“그럴 거면 웹툰화 홍보는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 그러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주간미션이 떠서 깨려고 노력했을 뿐.
“일단 언론에 슬쩍 흘려볼까요?”
“기사요?”
“네. 다들 진우 씨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을걸요.”
“확정 기사는 말고요.”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포인트라도 벌어야지.
미션이 뜨는지, 시스템이나 한번 떠보자고.
“그냥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뭔지 알죠?”
“너튜브 채널에 살짝 정보만 풀어볼까요?”
“그래요.”
* * *
한때, 레이블 미디어의 간판이었던 작가.
방상구는 최근에 술을 찾는 일이 많았다.
최근 작품은 눈물을 머금고 100화 조기 완결을 지었다.
연참으로 전개가 산으로 가는 순간, 돌이킬 수가 없었다.
“젠장.”
누구는 웹툰 그림 작가 잘 만나서 팔자가 폈구나.
랜덤 스튜디오라는 거대한 기업에서 밀어주다니.
“족 같네. 내가 누구 때문에 망했는데!”
지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던 연참대전.
자존심을 택했던 과거의 자신을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딸깍─
[월요일 웹툰 종합 순위]
1위 화산협객
2위 폭동의 전학생
3위 학폭인생
남의 작품에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성적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1위…. 결국 찍었네. 부럽다. 시발.”
원래는 자신이 저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
얼마나 멋진 삶인가.
보란 듯이 웹툰화에 성공하고, 드라마로 제작하고.
“어….?”
방상구는 인터넷 메인 포털에 올라온 뉴스 기사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랜덤 스튜디오, 김진우 작가의 차기작!? 새 작품 논의 중, 웹소설 원작 작품을 각색해서 드라마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쳤다!”
만약에 자신의 작품이 김진우의 간택을 받는다면.
지누 작가 따위는 단숨에 찍어 누르고 업계 탑으로 오르겠지.
“이건 기회야!”
과연, 김진우 작가라는 이름은 대단했다.
방상구 작가 뿐만이 아니라, 웹소설 업계 전체가 들썩거렸으니.
랜덤 스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