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19)
외전
[19] 죽은자들의 도시(3)돌연변이 좀비와 함께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좀비 떼.
놈에게 다가갈수록 좀비의 숫자가 급속도로 불어났다.
화르르─
다섯 명의 헌터는 가볍게 좀비를 상대하며 돌연변이에게 접근했다.
“잠깐만, 뭔가 이상해요.”
“놈들의 움직임이….”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죠?”
몇몇 블록을 계속해서 빙빙 도는 기분이었다.
“사냥당하고 있다고….?”
“이건 말도 안 돼!”
돌연변이를 포함해서, 좀비에게 지성이 있다는 보고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까짓 좀비놈들….”
화염술사 예리는 화가 잔뜩 나서 양손에 에너지를 모았다.
동료 헌터들조차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열기.
주변에 접근하는 좀비들은 순식간에 발화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추가되는 좀비를 전부 제거할 순 없었다.
“예리!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면….”
쉬이이익─
그때, 원거리 투척 좀비들이 나타나 도끼를 집어 던졌다.
“크윽.”
“어떻게….?”
상대는 돌연변이가 아닌 평범한 좀비.
예리는 놈들의 움직임을 보고 확신했다.
“누군가의 명령을 듣고 있어요!”
“그런 것 같다.”
아마 돌연변이는 주변 풍경을 훤히 꿰뚫고 있겠지.
어쩌면 근처의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퇴각한다.”
“네?”
“부상자가 생겼어. 이번 임무는 실패야.”
“하, 하지만….”
“어서!”
예리는 입술을 깨물고 퇴로를 뚫기 시작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는 불꽃.
좀비들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새까맣게 구워졌다.
“예리야 조심해!!!!”
마치, 자신이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절묘한 타이밍.
원거리 투척 좀비들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도끼를 던졌다.
“꺄악!”
순간, 예리는 도끼를 피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아버렸다.
“어….?”
생각했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눈을 천천히 떴을 때.
자신을 대신해서 리더가 도끼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머지 헌터들도 한 명씩 쓰러지더니.
결국, 주변에 남은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
결국, 전부 좀비로 변해버린 동료들.
헌터였던 좀비는 월등하게 강력할 터.
언제 일어나서 자신을 공격할지 몰랐다.
“으으…. 도망가야 해.”
헬기를 착륙해 놓은 건물까지 도보로 가긴 어려울 것 같다.
화르르─
예리는 양손과 발에 에너지를 응축해 도주할 준비를 했다.
로다주처럼 불꽃을 방출해서 하늘을 날 수가 있었기에.
그르르르─
그때, 마침내 돌연변이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타 좀비보다 1.5배는 큰 키에 흉측한 얼굴을 한 괴물.
놈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마력을 체내에 품고 있었다.
곧바로 화염 구체를 날려 공격했는데, 투명한 장벽에 가볍게 막혀버렸다.
“염동력까지….”
다른 좀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에 염동력을 가진 좀비라니.
놀랍게도, 돌연변이 좀비의 흉측한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비웃고…. 있어?”
당장이라도 도망가려고 했지만, 본능이 경고했다.
지금 도망치려고 해도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것.
화르르─
예리는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 불꽃을 불태웠다.
* * *
천리안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투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공격할 때마다 펑펑 터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아따, 화끈하네.”
“안 도와주시게요?”
“내가? 굳이?”
“도와주러 온 게 아니었어요?”
성녀라고 불러주니까 얘는 지가 진짜 성녀인 줄 아나.
무능력자가 가봤자 무슨 도움이 될까.
소설 속 캐릭터 살리려고 죽을 순 없잖아.
무협 때의 기연을 생각하고 따라왔는데, 그냥 살육의 현장이었다.
‘남궁미….’
불꽃을 터트리는 여자.
전생에 아내였던 사람을 여기서 또 만나다니.
심지어 전전생에는 엘프 공주가 아니었던가.
“미안, 다음 생에선 우리 재벌로 만나자.”
그냥 돌아가서 오토바이 타고 여의도로 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성녀야, 이제 그만 집에 가…. 어?”
성녀 이 쉑, 어디 갔어.
어느새 돌연변이 좀비 근처에 접근한 성녀 쉐기.
1권에서 나를 구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투척했다.
혼자 어그로를 잔뜩 끌어안고, 꽁지 빠지게 도망 다녔다.
“…. 저거도 버릴까?”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꼬이더니 문제가 많네.
메인 캐릭터 두 명을 다 버리면 스토리 진행 안 되는 거 아냐?
“이번 생은 망했어.”
깔끔하게 성녀와의 인연을 청산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구워어어어─
“…. 시부엉.”
천리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반경은 좀비들이 철통같이 포위했다.
“아오. 짜증 나네.”
헌터도 못 이기는 좀비를 내가 무슨 수로 이겨.
이렇게 된 이상 살아있는 헌터를 구해주는 수밖에 없다.
‘좀비한테도 먹히려나.’
가진 기술이라고는 전생에 사놓은 것들뿐이었다.
적의 마력을 무력화하는 능력과, 철제 무기에 내성을 갖는 기술.
“궁미야! 오빠가 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던가.
전생에 부부의 가약을 맺었는데 매정하게 버릴 순 없지.
타다다닥─
치열하게 결투를 벌이는 여인과 돌연변이를 향해 달려갔다.
다른 좀비의 서포트 때문인지, 여인이 많이 밀리는 형세였다.
“남궁미!!!”
“다, 당신들 누구….”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디스펠 컨트롤(Lv 2)을 사용합니다.】
곧바로, 돌연변이 좀비의 마력을 무력화했다.
다시 무지성으로 돌아간 일반 좀비들.
돌연변이는 크게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먹혔다!’
주변을 둘러싼 좀비들의 영향력이 사라졌으니.
곧이어, 남궁미가 발사한 화염 구체는 돌연변이를 집어삼켰다.
“지원 나온 헌터였구나!”
“그런 거 아냐, 살려줘.”
무지성 좀비도 내게는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달려들어서 물어뜯으려는 좀비를 걷어차고 도망 다녔다.
“뭐야, 헌터가 왜 이렇게 약해!?”
“아, 구경하지 말고 살려달라고!”
“….”
쟤는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눈치가 더럽게 없네.
화르르르─
그때, 숨이 막힐 듯한 강렬한 열기가 불어닥쳤다.
“머리 다 탈뻔했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
천천히 다가오며 감사를 표하는 남궁미.
아니, 이곳 세상에선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겠지.
“제 이름은 예리예요. 당신은 헌터인가요?”
“예리한데?”
“???”
사실 더 빨리 구했으면 동료들을 살렸을지도 몰랐다.
베네핏이 좀비한테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으면.
“돌연변이 좀비의 마력을 통제한 사람…. 당신이죠?”
“뭐, 그렇긴 한데….”
“특수능력을 가졌군요.”
헌터는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게 일반적이었다.
일반 좀비도 상대하지 못하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여의도 본부에 모시겠습니다.”
“저를요?”
“네. 저를 도와주신 저쪽 분까지.”
“….”
남궁미는 성녀를 가리키더니, 천천히 내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 뭐 타고 가요?”
* * *
헬기로 여의도 본부에 도착한 즉시, 새하얀 빛을 찾아 현실로 돌아왔다.
“으으, 어지럽다.”
언제나 그렇듯, 시스템은 새로운 길을 찾았다.
소설 속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서 내 머릿속에 심어놓았으니.
‘헌터로 각성했구나.’
돌연변이로부터 얻은 재료를 이용해 A급 헌터로 각성한 주인공.
게다가,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까지 생각하면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만했어.’
상황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만약 그게 아니었으면.
‘작업실에서 일하다가 기절했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니, 보조 작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얘들아, 나는 밥 먹으러 간다.”
“네? 벌써요? 방금 점심 먹었….”
“배고파.”
판타지와 무협을 거쳐 아포칼립스까지.
어느 곳 하나 정상적인 세계가 없었다.
똑, 똑─
그때,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리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김채은 배우님?”
“네에!”
성 상담소의 히로인은 도도도 달려와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작가님, 건강하셨어요?”
“요즘 자주 보잖아요. 레전드 오브 트라이브 인터뷰 때마다.”
“에이, 더 자주 봐야죠!”
곧이어, 김채은에 이어 여민서가 작업실 문에 노크했다.
“…. 아오, 한발 늦었네.”
“뭐야, 갑자기.”
다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여민서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 앞에 나타났다.
“작가님, 새 드라마 들어가신다면서요?”
“제가요?”
“네. 웹소설 원작으로.”
“아, 뭐. 공모전 결과 보고 생각하려구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배역 욕심이 정말 많은 편이었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음, 뭐 그냥 인사차 들른 거예요.”
“…. 저, 저두요!”
둘 다 왜 왔는지 뻔히 알 것 같은데.
“무슨 배역인 줄 알고?”
“에이, 제가 배역을 가리는 성격인 줄 아세요?”
“저도! 저도 뭐든 다 잘해요!”
“….”
여민서는 자꾸 첨언을 붙이는 김채은을 바라봤다.
“채은 씨, 제가 먼저 말했잖아요.”
“여긴 제가 먼저 왔는데요?”
제발 둘 다 꺼져.
방금 전까지 좀비랑 싸우다 왔다고.
“두 분, 좀비 연기는 좀 하세요?”
“?????”
눈을 크게 치켜뜨는 모습을 보고 대화를 이어갔다.
“배역은 좀비 연기 실력으로 뽑을 생각이었는데….”
“저! 저요! 저 완전 잘해요!”
“그래요?”
멈칫하는 여민서와 달리, 김채은은 손을 번쩍 들고 좀비 어필을 했다.
“제 별명이 섹시 좀비였어요!”
“…. 그런 좀비가 있다고?”
“그럼요! 제가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드릴게요!”
“음….”
금세 작업실을 벗어나는 김채은과 달리, 여민서는 아직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왜 하필 좀비예요?”
“저는 원래 오디션의 근본을 좀비 연기라고 생각해요.”
“으음….”
“하기 싫으시면 괜찮아요. 상관없….”
“아뇨, 그런 게 아니라.”
“???”
“…. 좀비 분장도 할까요?”
“….”
그건 알아서 하세요.
* * *
일명, 김진우 공모전의 날이 다가왔다.
전국의 수많은 글쟁이들이 웹피아로 모여들었다.
웹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드라마 판에서 어깨에 힘 좀 주는 업계 종사자들.
순문학으로 책을 출판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삐리리─
TV를 틀어도 온통 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반응이 왜 이렇게 뜨겁나.”
“이게 정상이죠.”
새롬이는 주은이를 안고 소파에 앉더니 말을 이어갔다.
“지금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3부작은 흥행 기록을 경신했어요.”
“그야….”
근데, 장르 소설이랑 다른 글은 확실히 다를 텐데.
솔직히 대본 쓸 때가 오히려 익숙해서 마음이 편하더라고.
“1등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왜요.”
“…. 지금 외국에서도 참여했어요.”
영어와 일본어로 웹피아에 글을 올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대체 드라마 각색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어차피 구매수 1등을 뽑는 거라 외국인은 의미가 없을 텐데.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서 구매수를 주작하면 어떡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구매수 조작은 없겠죠?”
“걱정 말아요. IP당 구매수는 무조건 하나예요.”
“그건 좀 다행이네.”
이제 웹소설 작가 지누의 이름값도 나쁘지 않았다.
웹툰화의 성공과 함께 국내 인지도는 탑급에 올랐으니.
“진우 씨, 소설 업로드했어요?”
“네. 공모전 시작하자마자 올렸죠.”
“몇 편 올렸어요?”
“첫날엔 5편, 앞으로 2편씩 매일 올려야죠.”
“지금 몇 등이에요?”
“글쎄요.”
시작부터 반응이 왔을까 싶긴 한데.
워낙 쟁쟁한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어차피 다 같이 시작하는 거잖아요.”
“그렇긴 하죠.”
“지누 작가님도 이제 유명한데 순위가 낮을 이유가 없죠.”
“…. 그런가.”
“그럼요. 월요일 웹툰 1위 작가인데?”
“에이, 그건 밍쁨이고….”
와이프의 성화에 못 이겨, 스마트폰으로 웹피아에 접속했다.
[17위 죽은자들의 도시]
순위권에서 조금만 내렸더니 내 작품이 모습을 보였다.
“어? 벌써 공모전 1페이지네.”
“잘됐네. 축하해요.”
공모전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했다.
다들 오직 1등을 노리고 칼을 갈았다.
“그만큼 진우 씨가 대단한 거예요.”
“17등인데?”
“아뇨, 시나리오 작가 김진우요.”
“아하.”
내게는 일상인데, 남들에겐 일생일대의 기회.
조금은 진지하게 공모전에 임할 필요가 있었다.
“다들 꿈을 걸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그쵸….?”
“장난으로 하면 미안하니까. 진심으로 열심히 써서 1등 할게요.”
“우리 남편, 많이 컸네.”
아니, 근데 저쪽 세상에서 좀비한테 쫓기다 왔잖아.
솔직히 이 정도면 진심이라고 봐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한동안 순위 변동 없이 1페이지 하위권을 유지했는데.
머지않아, 기현상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못한 좀비물의 떡상.
그 발단은 김채은이 올린 하나의 영상으로부터 시작했다.
* * *
온갖 피규어와 로봇들이 진열된 여배우의 집.
여민서는 선빵을 날린 누군가의 영상을 보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랜덤 스튜디오에 올라온 좀비 김채은의 오디션 영상.
섹시 좀비라는 어이없는 컨셉이 이렇게 잘 먹힐 줄이야.
-뀨우우우─?
귀여운 척 손가락을 깨무는 모습을 보니 귓방맹이를 깨물어버리고 싶다.
“댓글 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은 거야?”
귀엽다, 섹시하다. 예쁘다.
좀비 연기를 봐야지, 대체 뭐를 보고 이렇게 칭찬을.
“…. 오우야.”
반쯤 뜯어진 의상이 한몫했구나.
오디션을 볼 거면 연기로 승부를 볼 것이지
“너무 야비하잖아!”
고작 이 정도의 연기를 보고 김진우 작가가 인정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거늘.
랜덤 스튜디오 채널에서 김진우 작가가 직접 댓글에 달고 좋아요를 눌렀다.
“어떡하지?”
어떡하긴, 뭐 어떡해.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법이지.
뚜루루루─
여민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친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담아.”
-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너 좀비 분장 좀 하지?”
-그건 초보들도 해요.
“좀비 연기는….”
-그것도 입문자들도 다 해요.
대체 무슨 종류의 입문자를 말하는 거야.
“잠깐 와서 분장이랑 연기 좀 도와줄래?”
-흠, 언니…. 디지니에서 피규어 다 모았다면서요?
“응?”
-혹시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피규어도 있어요?
“이, 있긴 하지만….”
-가능?
“그거 한정판인데….?”
-…. 가능?
이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던가.
“네 덕분에 김채은만 이기면!”
-오케이 콜!
잠시 후, 소채담은 분장 도구를 가지고 여민서의 집에 도착했다.
“이게 뭐야?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렇게 휴지 위에 빨간 물감을 칠하면 피부 벗겨진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요. 막 피 흘리는 느낌, 뭔지 알죠?”
“…. 너무 괴기스럽지 않을까?”
“언니, 진짜 좀비처럼 보이고 싶은 거예요? 예쁜 좀비가 되고 싶은 거예요? 두 개가 분장이 많이 달라요.”
“….”
여민서는 일시정지해놓은 김채은의 영상을 슬쩍 보더니 입을 열었다.
“리얼한 좀비로 부탁해.”
“저만 믿으세요.”
곧이어, 여민서는 하나의 좀비로 재탄생했다.
“렌즈만 끼면 완성!”
“후우…. 드디어 끝났나.”
사백안의 흰자위 안에 조그마한 동공만 남겨놓은 렌즈까지 끼고, 거울을 들여다봤다.
“…. 대박이네. 그냥 좀비 그 자체잖아?”
“그쵸? 헤헤.”
“자, 이제 좀비 연기도 부탁 좀 하자. 대충은 아는데….”
“넵. 여기 가이드라인.”
“그런 게 있어?”
“하아, 언니. 좀비 연기 방법만 수십 가지예요.”
“….”
연기 연습을 밤새도록 이어졌다.
영상을 찍고, 잠깐 잠에 들었는데.
띠리리링─
매니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민서야, 스케줄 잊었어!?
“아아. 어떡하지.”
-괜찮아. 지금 가면 안 늦어.
“으음….”
여민서는 거울을 쳐다보고 아직 좀비 분장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빠. 그거 중요한 스케줄이야?”
-당연하지. 이거 빠지면 손해가….
“오빠, 이제 곧 할로윈 맞지?
-…. 그렇긴 한데.
“잘됐네.”
* * *
며칠 뒤,
탑급 여배우의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이 실검에 올랐다.
생방송 중 좀비 분장을 하고 나타난 여민서.
그 황당한 모습을 보고 실소가 튀어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행동의 이유가 밝혀졌는데.
“이게 나 때문이라고?”
여민서는 생방송 중 내가 차기작으로 좀비물을 생각하고 있다고 불어버렸다.
-아, 말실수! 펴, 편집해주세요!
-민서 씨, 이거 생방송….
-음, 글쿤.
물론, 웹피아에서도 어마어마한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지금이라도 다시 참여하면 늦지 않았으니.
상위권 작가들은 원래 작품을 내리고 급하게 좀비물을 새로 썼다.
“굳이 이렇게까지….?”
대상을 받아도 드라마화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문.
관례상 당연히 넣는 문구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내려버린 것이다.
“좀비물 아니라도 대상작은 드라마화하려고 했는데.”
[웹소설 공모전 투데이 베스트]
1위 천재 좀비가 너무 강함
2위 포스트 아포칼립스
3위 헌팅데드
4위 죽은자들의 도시
5위 재벌 금수저는 좀비
나는 단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