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0)
외전
[20] 죽은자들의 도시(4)일단 방상구 아재를 이겨서 기분이 좋긴 한데.
공모전 순위를 스윽 확인하면서 이상한 닉네임을 발견했다.
“효쥬공주?”
뭐냐, 이 초딩이 만든 것 같은 아이디는?
혹시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아니겠지?
“황효주…. 설마 너냐.”
오래지 않아, 닉네임의 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이면 내 너튜브 채널에서.
-여러분! 제가 웹피아에서 김진우 공모전에 참여한 건 다들 아시죠?
영상 속, 두 명의 작가들은 쿵짝이 잘 맞아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옆에서 동생이 다 받아주니까, 기고만장한 효주 표정 때문에 괜히 킹받았다.
-언니! 필명 궁금하신 독자분들이 많을 텐데요!
-에이, 그건 말하면 반칙이지.
-그른가.
-나 그렇게 치사한 사람 아니야.
-알겠어요. 공듀님.
-어허! 아무리 필명을 알고 싶어도 절대절대 안 알려줄 거에요.
-독자님들이 알아서 찾으시겠죠?
-고럼 고럼.
아주 그냥, 쌍으로 지랄이 풍년이구나.
대체 왜 남의 채널에서 지 소설을 홍보하는 거야.
너튜브 관리하라고 맡겼더니 사적으로 이용하고.
“무슨 고양이한테 맡긴 생선도 아니고.”
어쩐지, 내가 얘보다 순위가 낮은 게 이상하더라고.
아무리 황효주가 드라마를 잘 써도 나보다 잘 쓸까.
딸깍─
랜덤 스튜디오 채널에 은근슬쩍 홍보한 효주의 영상들.
그중, 가장 최근에 올린 영상에 들어가서 댓글을 확인했다.
-우리 효쥬공주 하고 싶은 거 다 해!
ㄴ효주 언니 드라마 찍어줘요 ㅠㅠ
ㄴ황효주+김진우라니 ㄷㄷ
ㄴ김진우 작가님도 은근히 바랄 듯?
ㄴ효주 1등 가즈아!!
-필명만 보면 지누가 김진우 아님? ㅋㅋㅋㅋㅋㅋ
ㄴ밍쁨이랑 웹툰 작업도 같이하는데 김진우겠음? ㅋㅋㅋㅋ
ㄴ능지 수듄 ㅋ
ㄴ지누도 김진우 이름에 묻어가려는 거 티 남 ㅋㅋㅋ
ㄴ두 사람 친하다던데?
ㄴ구라도 적당히 ㅋㅋ
아니, 뭔가 졸라 억울한데.
“황효주 말고 내 작품 올려서 1등 만들어 달라고. 그게 내 거라니까.”
홍길동 형님의 심정이 이러할까.
왜 내가 킴지누라고 왜 말을 못 해서.
댓글 반응을 보아하니, 나 때문에 효주 작품을 올려 치려는 분위기.
정작 내 작품은 황효주 소설에 밀려서 4등에 머물렀는데.
“왤케 억울하지.”
이 자식, 야비한 건 어디서 배워 가지고.
다음 날.
새롬이와 함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로비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작가님!”
김채은 배우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작가님이 시키신 거 다 했어요!”
“제가 뭘 시켰….?”
“섹시 좀비 연기 영상이요! 안 보셨어요?”
“….”
미친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제가 언제 섹시 좀비를 시켰어요.
“진우 씨, 퇴근하고 우리 면담 좀 해요.”
“???”
새롬이는 나를 힐끗 보더니 혼자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 김채은 탈락.”
“아앗, 왜요오!!!”
* * *
황효주는 웹피아에 접속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1, 2위는 못 찍었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3위에 이름을 올렸으니.
“이 정도면 킹능성 있는데?”
“언니, 대박이에요!”
“아이 참, 대박은 무슨.”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채널에서 웹소설을 쓴다고 말하긴 했지만.
자신의 입으로 직접 필명이나 작품명은 일체 언급한 적이 없었다.
“내가 진짜 잘 숨겼잖아.”
“그럼요.”
효주공주도 아니고, 효쥬공주라고 했으니까.
이건 갓급 눈썰미를 가진 게 아니라면 알 수가 없지.
“순수하게 실력으로 오른 거 맞지?”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지금도 조회수는 쭉쭉 오르고 있었다.
이러다 진짜 조만간 1등 찍을지도 모르겠다.
“아우, 댓글에서 자꾸 나보고 황효주 작가님 아니냐고 하네.”
“그래요?”
“응. 절대 네버 아니라고 몇 번이나 대댓글 달았지.”
“그냥 대응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래?”
“네. 레이블 미디어 사장님이 그랬어요.”
“흐음….”
처음 웹소설을 쓰는지라 독자들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너튜브에 짧은 영상만 올려도 댓글이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한데.
“사실은, 이제 슬슬 연중할 생각이야.”
“네에!?”
솔직히, 더이상은 전개를 이어가기 벅찼다.
드라마와 호흡이 너무 많이 달라서 익숙치 않았기에.
“그냥 처음부터 드라마 대본을 썼야야 해.”
“아깝다아….”
“어쩔 수 없지.”
드르륵─
그때, 작업실 문이 열리며 이 구역 일인자가 들어왔다.
“오빠,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삐딱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분.
김진우 작가는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이럴 땐 사려야 해.’
보통 와이프와 싸우…. 아니, 혼나고 오면 이런 식이었다.
“효주야 잠깐 나 좀 보자.”
“넹?”
“일루와 봐.”
“넵.”
오늘따라 그의 말투가 굉장히 까칠했다.
누가 보면 본인 자리를 빼앗긴 사람처럼.
“효주야, 랜덤 스튜디오에서 홍보하게 되어있어요, 안 되어있어요─?”
“무슨 말씀을….”
“웹피아 소설.”
“앗, 그거 홍보 안 했어요! 그냥 쓴다고만 말했는데!?”
“….”
이내, 진우는 스마트폰으로 그녀의 작품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효쥬공주?”
“…. 헤헤.”
그렇다고 황효주의 작품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첫 작품에 독자들과 의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없으면 절대 안 볼 테니.
“여튼 홍보는 이제 그만하자.”
“으음, 알겠어요.”
“너는 떨어져도 내가 나중에 따로 각색해줄게.”
“저기….”
“뭐.”
“어차피 웹소설 처음이라 더 끌고 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내, 효주는 배시시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냥 제가 가진 지지율을 지누 작가님한테 넘겨도 돼요?”
“이런, 이게 대선인 줄 아냐?”
“안 돼요? 밍쁨이 친구라서 주고 싶었는데.”
“친구는, 누가 밍쁨이 친구야?”
“지누 작가님 얼굴 보셨죠? 어떻게 생겼어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되묻는 황효주.
이에, 김진우는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호감형 남친 스타일?”
“오오, 여자 소개해 줄까.”
“결혼했어. 임마.”
“까비. 좋은 사람 있었는데.”
“누구?”
“여민서 배우님이요! 요즘 외롭다던데.”
“…. 지랄 노.”
* * *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서양의 미를 합쳐놓은 듯한 한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계적인 대부호도 한눈에 반해버린 디지니 플레이의 젊은 이사.
“여민서 배우님…. 뭐 하는 거지?”
안젤라는 세계적인 스타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실소를 지었다.
디지니의 영원한 보물, 마법소녀가 아닌가.
좀비 분장을 하고 생방송에 출연하다니, 할로윈 데이 팬 서비스치고는 좀 과했다.
“좀비 분장이 너무 심하게 리얼한데….?”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금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웹소설 사이트에서 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김진우 작가님 차기착이 좀비물이라고!?”
분명히 당분간 휴식기를 갖는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랜덤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도 못했는데.
“이건 놓칠 수 없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라는 대작을 놓치고 얼마나 후회했던가.
어느 정도 투자를 통해 숟가락을 얹기는 했지만.
만약에 디지니에서 자체 제작까지 맡았더라면.
‘됐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곧바로, 웹피아에 접속해 작품을 훑어봤다.
김진우의 차기작이 될지도 몰랐기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했다.
“1등 작품이…. 뭐야, 이거 제목이 왜 이래?”
천재 좀비가 너무 강함.
어지럽다.
한국 웹소설 트렌드가 원래 이런 건가.
“…. 혹시 몰카 아니지?”
드라마 제목이 천재 좀…. 아니, 됐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서 2등을 살폈다.
반갑송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반갑게 맞아주는 필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딸깍─
소개글을 건너뛰고 곧바로 프롤로그부터 정독하기 시작했다.
“이거 재밌네.”
아포칼립스 이후의 아카데미 생활을 다루는 작품.
다양한 캐릭터들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일품이었다.
과연, 이라서 그런지 수준이 상당했다.
“근데….”
웹소설로서는 100점 만점짜리 작품이긴 한데.
아쉽게도 드라마화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다.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로 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서너 줄짜리 감정 묘사를 한 컷 만에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절대 흔하지 않았으니.
“다음은…. 효쥬공주.”
익숙한 이름을 보고 혹시나 싶어서 댓글창을 확인했는데.
“황효주 작가님이었어?”
김진우 작가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보조 작가.
그녀의 드라마를 재밌게 봤던 기억을 회상했다.
과연, 명불허전이다.
소설로 읽으면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아쉬웠지만.
드라마화하기에 적합한 대사 배치와 상황 묘사.
《연재를 중단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이 작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최근에 올라온 공지를 확인했다.
“아오….”
원래 드라마 제작이라는 게 이렇게 험난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4위의 작품을 살펴봤다.
“지누…. 필명만 보면 엄청 재밌어야겠네.”
안젤라는 천천히 곱씹으며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읽었다.
밥 먹는 시간도 잊고 최신화까지 정주행했다.
“뭐지, 이거?”
기대도 안 하고 봐서 그럴까.
절대 일반인의 실력이 아니었다.
미친 흡입력에 엄청난 필력.
대체 왜 1위가 이 작품이 아닌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
“이거 너무 재밌잖아….?”
처음 보는 소설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다.
비슷한 이름의 천재 시나리오 각본가를.
“…. 닉값하네.”
안젤라는 수화기를 들고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행 티켓 끊어.”
-네? 오늘요?
“어. 오랜만에 김진우 작가님 찾아뵈려고.
-네. 준비하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고,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누, 당신은 웹소설보다 드라마가 잘 어울려.”
한국에 가는 김에 한 사람쯤 더 만나야겠다.
오랜만에 키워주고 싶은 재능을 발견했다.
* * *
아무래도 1등은 어려울 것 같다.
어찌어찌 효주는 물리쳐서 3등에 올랐지만.
탑 2가 너무 강해서 도무지 파고들 틈이 없잖아.
헌터물의 최강자 트타디.
아카데미물 원탑 반갑송.
상위권 뚫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양대 산맥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어서.
“둘 중에 누가 1등 하려나….”
그때, 새롬이가 방문을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진우 씨! 잠깐만 나와보실래요?”
“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무슨 일로?”
“내일 안젤라 이사님께서 방한하신다고 하네요?”
“오, 그래요?”
“에바랑 같이 네 사람이 식사 예약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아요?”
“그럼요.”
갑자기 새롬이한테 미안해지려고 하네
나는 보통 선조치 후보고하는데, 식사 예약까지 물어보다니.
이거 이거, 드디어 마법의 단어를 꺼낼 때가 되었는가.
보통 이런 거 할 때마다 시스템이 납치해 가니까 빨리 말해야 해.
“상해.”
“???”
“…. 사랑해.”
“뭐지.”
“뭐가요.”
“둘째 갖자고요?”
“….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둘째도 있으면 나는 더 좋지.
아내가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우리는 디지니 플레이에서 오는 안젤라 이사님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진우 씨 작품 때문에 오신 것 같아요.”
“그래요?”
“네. 김진우 공모전에 관심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흠, 내 명성이 미국까지 닿았구나.”
“진작에 닿았죠.”
나도 어떤 작품을 드라마화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럼 디지니에서 제작하는 거예요?”
“네. 랜덤 스튜디오랑 공동 제작으로.”
“나쁘지 않네.”
솔직히, 나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서 따랐을 뿐이라.
꼭 「죽은자들의 도시」를 드라마화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유료화 각도 나와서 결과는 거의 정해졌어요.”
“그래요?”
무료 때 마지막 순간의 조회수가 유료 전환을 결정한다.
즉, 내 작품으로 1, 2위를 찍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 기적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전환율이 얼마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벌써 무료 조회수만 봐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띠리리링─
그때, 레이블 미디어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무척이나 상기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도 대표님.
-작가님!!!!!
“왜요.”
-디, 디지니 플레이에서 어떤 분이 찾아오셨는데….
“???”
* * *
기적이 발생했다.
《디지니 플레이 안젤라 총괄 이사 曰, 웹피아 최고의 작품은 「죽은자들의 도시」라고 생각해. 공모전 결과와 상관없이 드라마화를 결정한….》
한 OTT 플랫폼의 간부가 직접 발표한 뉴스 기사.
한국에서 디지니의 인지도는 넥플렉스 이상이었다.
“뭐지….?”
여전히 등수는 3위에 머물렀는데.
그와 관계 없이 드라마화 확정이라니.
이번 웹피아 공모전은 대박 작품이 무려 3개.
작업실에서 유료 구매수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수백 단위로 올라가는 구매수.
웹툰 1위 찍었을 때도 이 정도로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았다.
“작가님, 뭐하세용?”
밍쁨은 옆자리에 와서 웹피아 사이트를 확인했다.
“웹피아 봐.”
“아, 무슨 작품 드라마화할지 보는 거예요?”
“음.”
지금도 펼쳐지는 트타디와 반갑송의 대접전.
그중 한 작품을 드라마화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오늘 안젤라 이사님 뵙기로 하신 날 아니에요?”
”“아. 아직 1시간 남았어.”
“아하.”
오늘 오후, 안젤라 지부장님과의 미팅 약속.
직접 만나서 지누 작가임을 밝힐 생각이었다.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황당해하실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싫어하진 않겠지.
그러고 보니, 레이블 미디어 대표랑 만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구나.
띠링─
마침 와이프-, 아니, 정새롬 실장님께 톡이 날라왔다.
[진우 씨 지금 바로 나갈까요?]
오늘은 웹소설 작가 지누가 아닌 김진우 작가로서 나가는 자리.
사실, 꼭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었다.
새롬이가 여기서 더 속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아니, 근데….”
예의고 나발이고, 저쪽에선 생존이 걸려있잖아.
A급 헌터로 각성해서 걱정은 좀 덜었다고 하지만.
이제야 연말인데, 내년 중순까진 장르 소설 모드니까.
‘다음 작품으로 뭐가 걸릴 줄 알고….’
만약 SF 장르에 걸려서 우주 미아라도 된다면.
포인트 없이는 영원히 못 돌아올지도 몰라.
곧바로 작업실을 나와서 실장실로 직행했다.
똑, 똑─
“들어오세요.”
아내의 목소리에,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응? 아직 1시간은 남았….”
“할 말이 있어서요.”
“그래요?”
시스템에 대해 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괜찮은 변명을 찾았다.
“새롬 씨.”
“네?”
“제가 불치병에 걸렸어요.”
“….”
안 믿는 눈치다.
“무슨 병인데요?”
“솔직하게 말하면 죽는 병.”
“…. 장난해요?”
“진짠데.”
“잠깐만요. 복싱 글러브를 어디에 뒀더라….”
아니, 그딴 게 사무실에 왜 있어요.
“진짜 있어?”
“당연하죠.”
“왜 한 쌍만 가지고….”
“아, 그러네. 어쩔 수 없이 나만 때려야겠다.”
“….”
새롬이한테 맞으면 업계 포상이지.
순간, 복싱 글러브를 끼는 아내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졌다.
띵동─
서서히 주변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
폐허가 된 본부의 모습.
익숙한 얼굴의 헌터들은 괴물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대좀비 기지라고 들었는데.
‘이러니까 내가 정체를 숨기는 거지.’
아무래도, 드라마화 작업도 미션 뜰 때까진 미뤄야겠어.
포인트 쥐똥만큼 주면 드라마고 뭐고 그냥 엎어버려야지.
구워어어어─
“으아악!”
그때, 한 좀비가 내게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끄우워어어─!!!
나를 넘어뜨린 채 위에 올라타서 아가리를 벌리는 좀비.
너무 갑작스럽게 당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그저 살기 위해 놈의 양팔을 세게 밀쳐낼뿐이었다.
“으으…. 살려줘. 시방.”
화아아악─
순간, 화끈한 열기가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전작을 통틀어서 이렇게 무방비로 당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인공 씨!!! 괜찮아요?”
“아….”
예리가 다가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죽을뻔했네.”
“역시 특수 능력을 각성해서 신체 능력은 약하네요.”
“….”
“제 뒤에 있어요. 지켜줄 테니까.”
여의도 본부의 방벽은 무너져 내렸다.
‘쟤도 살아있네.’
멀리서 성녀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직 민간인을 보호할 전력이 있다는 뜻.
그래도 주요 병력은 보전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예리 씨, 우리 이제 어디로 가요?”
“어디긴요, 비행기 타고 최대 동맹국에 가야죠.”
“미국?”
“네. 당분간 얹혀살아야겠네요.”
이어서, 상태창을 열어서 목표 장소를 확인했다.
【내용 : 죽은자들의 도시 2권】
【장르 : 현대, 아포칼립스, 헌터, 레이드】
【장소 : 미국 뉴욕시티 근교, 네크로멘서 총본부 】
【제한 시간 : 14일】
“…. 뉴욕에 가는 거죠?”
“그럼요.”
그건 알겠는데, 장소가 뭔가 특이했다.
네크로멘서면 좀비 사태를 발생시킨 원흉 아닌가.
【상세보기 : 집필 장소를 찾으려면 푸른빛을 먼저 찾으세요.】
“…. 네크로멘서 총본부는 뭐냐.”
“네?”
“거기가 어딘 줄 알아요?”
“어딘지 알면 우리가 이 고생하겠어요?”
“네? 그게 무슨….”
“핵폭탄이라도 떨어뜨려서 좀비 바이러스를 종식했겠죠.”
“….”
나 혼자만 아는 정보였구나.
이거,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