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1)
외전
[21] 죽은자들의 도시(5)전 세계 최고의 헌터들이 집결한 미합중국 최고 사령부.
예지 능력을 가진 헌터는 동료들을 불러 모으고 스윽 둘러봤다.
“클로이, 이렇게 바쁜 사람들 모아놓은 이유가 있겠지?”
“물론이죠.”
“말씀해 보시게. 지금 각국에서 밀려드는 난민들 관리하느라 바쁘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대체 무슨 계시를 받았길래….”
“곧 구원자가 온다고 했어요.”
“…. 구원자?”
최고위층 헌터들은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만큼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믿기 어려운 단어였다.
“종식.”
“설마….”
“좀비 사태의 종식이요.”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 아마도.”
일단 퍼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바이러스.
인류의 종말을 고하기 전까진 절대 사라지지 않을 터다.
아니, 사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숙주 좀비를 만든 네크로맨서들을 전부 잡아서 죽이면 될 테지.
그런데,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다 뒤져도 놈들의 근거지를 찾을 수 없었으니.
“예언은 틀리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구원자는 누구요?”
“그건…. 나도 아직 몰라요.”
“아오, 장난하나.”
“예언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짬뽕, 짜장면.”
“응?”
“내가 지금 짬뽕 먹고 싶은지 짜장면 먹고 싶은지 맞혀봐.”
“이런 개….”
“쫄?”
예언자는 신중한 어조로 말을 골랐다.
“짜장.”
“땡!”
“그럼 짬뽕!”
“아니, 보기가 두 갠데.”
“어쨌든 맞췄잖아요!”
“….”
그때, 한 헌터가 들어오며 예언자에게 무언가를 보고했다.
네크로맨서 근거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헌터.
평소였다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내쫓았을 테지만.
“거 봐요! 내가 구원자가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
“지, 진짜로….?”
“어서 모셔와요! 어서!”
최상위 헌터들은 해당 헌터의 기록을 살폈다.
“천리안!? 그런 능력이 있다고?”
“개사기네.”
“에반데.”
전 세계 유일한 특수 능력, 천리안을 보유한 김인공.
그가 나타나자마자 거짓을 판별하는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즉, 천리안을 가졌다는 그의 능력은 사실이라는 뜻.
정말 예언자의 말처럼 세상을 구원할 능력자가 아닌가.
“오오….! 구원자님. 잘 오셨어요.”
“저기요.”
“네. 말씀해 보세요.”
김진우는 수많은 헌터들 앞에서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
주변 헌터들은 그의 입에 시선을 모으고 천천히 기다렸다.
“기탄없이 말씀해 보세요.”
“공짜라고는 안 했는데.”
“응?”
“헌터 몸에 좋은 거 다 내놔.”
“???”
미국 기지는 수많은 난민들을 수용하는 장소.
고위 헌터들조차 풍족하게 생활하지 못했다.
“일단 성녀, 걔부터 각성제 투입해서 헌터로 만들자고.”
“….”
“저번에 바실리스크 잡고 얻은 독니, 그거 헌터 몸에 좋다며. 약재로 다려서 줘.”
“그, 그건 미합중국의 미래….”
“응. 내놔. 아직 세 권이나 남았어.”
“세 권이라면….?”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고.”
알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보물을 강탈하려는 상대.
그 모습을 보고 헌터 한 명이 예지 능력자에게 귓속말로 읊조렸다.
“…. 클로이, 구원자라고 하지 않았소?”
“예언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이 정도면 그냥 날강도잖아.”
인류의 구원자라더니 양아치가 따로 없었다.
* * *
언제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지.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린 흑마법사들이 뉴욕에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정예 헌터들과 함께 스텔스 헬기를 타고 적진으로 향했다.
개개인이 좀비 군단을 능히 상대할 수 있는 전략 병기들.
아포칼립스 이전 시대로 치면 핵무기에 비견되는 이들이었다.
하여튼, 흑마법사들만 담가버리는 끝나는 거 아닌가.
“인공 씨!”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예리를 쳐다봤다.
“저요?”
“그럼 여기 인공 씨 말고 누가 인공이에요?”
“….”
김인공, 이름 진짜 거지 같이도 지었네.
아무리 대충 지어도 그렇지, 인공이 뭐냐고.
“그냥 진우라고 불러요.”
“네?”
“됐고, 왜요?”
“한국에 대한 예우가 엄청 좋아졌어요.”
“그래요? 잘됐네.”
“감사해요.”
“뭘 이 정도로.”
전작까지 합치면 오랜 인연이 아닌가.
전작에선 남궁미랑 꽤 깊은 사이였으니.
“인공 씨, 혜진이랑 무슨 사이에요?”
“혜진이가 누구더라.”
“매일 성녀라고 부르잖아요!”
“아, 이름도 까먹을 만큼 아무 사이가 아니네요.”
“다행이다.”
“네?”
예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했다.
“인공 씨, 우리 결혼할래요?”
“…. 뭐지, 이 급발진은?”
“우리 썸 아니었어요?”
“그건 아닌 것 같….”
화르르─
뭐야, 진짜로 이글거리잖아.
고백이 아니라 협박이었냐.
“다시 생각해 보니까 썸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다행이다! 저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네요!”
“….”
음, 왜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나보다 전부 강한 것 같지.
이 정도면 내가 약한 게 아닐까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데.
“자, 다들 착륙 준비!”
순간, 헌터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천리안(Lv 1)을 사용합니다.】
좀비 사태를 일으킨 범인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른 네크로맨서들.
“땅굴 속에 숨었어요.”
“아! 그래서 못 찾은 건가.”
아무래도, 탐지 면역 스킬도 있는 것 같다.
“다들 준비한 대로만…. 공격 준비.”
리더급의 미국인은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곧이어, 헌터들은 일제히 공습을 시작했다.
땅을 갈아 엎어버릴 만큼 강력한 폭격을 쏟아냈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에 귀가 먹먹해질 때쯤.
근접 헌터들이 낙하산을 매고 하강했다.
“저도 갈게요.”
“구원자는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명이 있었소.”
“아뇨. 놈들 중에 하나라도 도망치면….”
“서, 설마 그럴 리가.”
“가야 해요.”
“…. 조심하시오.”
나 역시 낙하산을 매고 맨몸으로 땅에 수직 낙하했다.
‘집에 못 갈뻔했네.’
네크로맨서가 도망가든 말든 내 알바가 아니지.
무슨 숭고한 마음으로 소설 세계를 구하겠다고.
스카이다이빙 한 번 한 것 빼면 낙사한 매고 떨어져 본 기억이 없는데.
탁─
그래도 헌터라고, 가볍게 착지하고 푸른빛을 따라 움직였다.
주변에 좀비나 흑마법사들과 싸우는 헌터들을 무시하고 달렸다.
“새롬 씨, 내가 갈게!”
“…. 새롬이가 누구야?”
“???”
순간, 타오를 듯한 불꽃을 내뿜으며 내 옆에 접근한 예리.
좀비보다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연신 추궁했다.
“지금 여기서 그게 중요해?”
“새롬이가 누구냐고!”
“으아악, 미친!”
화끈한 불길은 주변 좀비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 우리 엄마야.”
“아, 어머니를 새롬 씨라고 불러?”
“그건 우리 가족 사정이잖아요.”
“오케이, 인정!”
와, 자존심 상해.
소설 속 캐릭터한테 쫄아서 구라를 치다니.
이 쉑, 내가 포인트만 좀 많았으면 가만히 안 놔뒀다.
“근데 나도 A급 헌터 아니었나.”
“인공 씨는 특수 능력자니까. 제가 보호해 줄게요.”
“…. 눈물 나게 고맙네.”
마침내 푸른빛의 끝에 다다르고, 시스템의 빛을 발견했다.
* * *
결국, 주인공의 활약으로 좀비 사태를 마무리하는 3권 결말.
먼치킨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조연 캐릭터들이 빛이 났다.
웹소설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드라마까지 생각하면.
주변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리는 게 중요한 관건이었으니.
‘대충 3권까지….’
드라마로 치면 시즌 1의 엔딩이구나.
이후 내용은 아마 좀비 이외의 괴수와 싸우지 않을까.
디지니 플레이 오리지널 8부작 드라마.
일단 여기까지 대본으로 써먹으려면 각색해야겠다.
지이이잉─
대충 작업실에서 요약본을 적고 있는데, 새롬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진우 씨, 바로 안젤라 이사님 만나러 가시죠.
“그래요.”
아직 대중들에게 공개할 마음은 없었지만.
레이블 미디어나 안젤라 이사님께 정체를 밝히기로 약속했다.
결국에는, 어차피 이렇게 될 수순이었지.
계획보다 아주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진우 씨, 괜찮아요?”
“네? 뭐가요.”
“필명 공개 꺼리잖아요.”
“….”
드라마 제작을 하는데 원작자 얼굴도 안 보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비밀 엄수만 잘하시죠.”
“알겠어요.”
끼이이익─
예약한 한식당, 미팅 장소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에바?”
“자까님!!!”
안젤라 이사님과 함께 보기로 한 그녀의 여동생.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 예언자 역할이 굉장히 미인이었는데.
“에바, 지금 스케줄이 비어있나?”
“네? 당연히 없으니까 여기 왔죠.”
“아니, 오늘이 아니라…. 일단 들어가죠.”
먼저 도착한 안젤라는 방긋 웃으면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마 옆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사람이 도 대표인 것 같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전화상에서 이미 여러 차례 연락한 사람이니까.
“도 대표님, 안녕하세요. 지누입니다.”
“김진우 작가님! 정말 영광입니다! 완전 팬이에요.”
“아, 네. 대표님.”
“혹시 사인 좀….”
“제 사인 있으시잖아요.”
“네?”
“벌써 세 번째 계약하고 있는데.”
“????”
두세 번쯤 납득시키고 나서야, 도 대표는 어느 정도 믿는 눈치였다.
“너, 너무 혼란스러워서….”
“이해합니다.”
“어쩐지, 목소리가 너무 비슷하다고 했어.”
“하여튼, 드라마 이야기하죠.”
안젤라 이사님 역시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천재가 흔한 건 아니었네요.”
“천재까진 아니고….”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전 세계 팬들이 번역본을 보려고 난리를 치겠지.
“아시겠지만, 비밀로 해주세요.”
“상업적으로 밝히는 게 좋은 텐데요.”
“아뇨, 내년 중순까지는 무조건 숨길게요.”
그때까진 꼼짝없이 장르 소설을 써야만 하니까.
그다음에 밝혀지는 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럼 우리…. 공모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 * *
김희정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드라마화가 두 개!?”
결국, 공모전 최종 1등을 차지한 작품.
트타디 작가의 「천재 좀비가 너무 강함」은 제목만 바꿔서 드라마화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지누 작가의 작품 「죽은자들의 도시」도 마찬가지.
디지니 측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드라마화를 진행했으니.
“좀비물 풍년이로구나.”
어쩌면 정말로 지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희정아, 뭐해.”
“아, 깡준!”
이내, 휴게실에 들어오는 남친에게 질문을 건넸다.
“너도 들었지? 김진우 공모전 결과.”
“응. 1, 3등은 드라마화하고 2등은 웹툰화한다며. 전부 랜덤 스튜디오에서.”
“역시 너도 아는구나!”
“왜 그래, 연기 욕심 생겨서?”
“당연하지. 두 개 다 우리 오빠가 각색한다잖아.”
“음….”
강준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연기력을 언급했다.
“너 좀비 연기 해봤어?”
“뭐? 드라마에 좀비 역할만 있는 건 아닐 거 아냐.”
“네가 아직 김채은, 여민서 배우님 영상 안 봤구나.”
“???”
희정은 남친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좀비 컷 너무 높은데?”
“응. 원래 좀 어려워.”
“이 정도면 어디 학원 가서 좀비 면허라도 따야 하는 거 아냐?”
“학원 괜찮네.”
“응?”
“템페스트에 우리 선생님 계시잖아.”
“아….”
스파르타식으로 빠따 쳐가며 가르쳤지만 실력은 일품인 그분.
두 사람은 곧바로 같은 건물의 연기 연습실로 향했다.
마침 템페스트 연습생들이 연기를 배우고 있었는데.
“와아, 강준이다!”
“희정 언니!!!”
아직 데뷔도 못 한 그들에게 탑스타는 신기한 존재였다.
“오, 너희 왔구나? 인사해. 내 제자들이었어.”
“대박! 선생님 진짜 대단하세요!”
“허허, 뭘 이 정도로.”
연기 선생은 너스레를 떨며 두 배우들에게 손짓했다.
“앉아있어. 저기 냉장고에서 뭐 마셔도 되고.”
“넵.”
한때, 학원에서 강준과 김희정에게 연기를 가르쳐 준 스승.
과연, 오랜만에 봐도 그의 실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연기 연습이 끝나고, 김희정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선생님! 우리 좀비 연기 좀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희정아….? 나는 왜….”
“뭐야, 커플은 일심동체 모르냐?”
“아, 알지. 그럼.”
연기 선생은 배움을 청하는 희정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고심했다.
“어휴, 탑배우님들께 제가 무슨….”
“선생님, 왜 그러세요. 예전처럼!”
“에헤이, 예전이랑 지금이 같나요.”
“못난 제자에게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그럼 예전처럼….?”
“넵! 그게 저도 편해요!”
“둘 다 엎어져.”
“…. 네?”
“1초 준다.”
“….”
그냥 예전처럼 말고 지금처럼 할걸.
“자자, 좀비 연기는 어렵지 않아. 대가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예썰.”
* * *
랜덤 스튜디오 덕분에 웹소설 업계는 최대 부흥기를 맞이했다.
두 작품 동시에 드라마화 진행.
김진우 작가는 천만 너튜브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대표님, 지누 작가님 오늘 휴재하신대요.”
“그래? 알겠어.”
“…. 그게 다예요?”
“뭐가.”
“매일 3연참하시던 분이 휴재하셨는데요?”
“그럴 수 있지. 얼마나 바쁘시겠어?”
“그런가.”
본인 작품뿐만이 아니라, 두 작품의 각색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판이었지만.
매년 서너 작품을 쏟아냈던 ‘그’ 김진우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임금님 귀는 댕댕이 귀….!”
“뭐라고 하셨어요?”
“응? 아무것도 아냐.”
지누 작가님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고 얼마나 놀랐는지.
시간이 흘러도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심장이 콩닥거렸다.
“역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란….”
도 대표는 민지의 말을 듣고 그녀의 모니터를 쳐다봤다.
“지금 뭐 봐?”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채널이요.”
“아….”
김진우가 직접 출연해서 두 작품을 홍보했으니.
장르 소설에 대한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을 수밖에.
‘혹시 연막일지도 몰라.’
일부러 두 작품을 진행해서 들키지 않으려는 계획.
생각해 보면, 미리 알 기회는 여러 번 있었는데.
그저,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치부했을 뿐이었다.
김희정의 홍보나, 강준의 회사 방문.
웹툰 때도 그냥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지금까지 왜 몰랐을까.”
“자꾸 뭐가요.”
“말 못 해.”
“….”
드르륵─
그때, 누군가 레이블 미디어 회사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방상구 작가님. 오셨어요?”
“…. 도 대표, 이게 말이 돼!?”
“네? 뭐가요.”
“나도 공모전 4등 했다고!”
“???”
우승 상금은 상위 세 작품이 나눠 먹었다.
게다가 1, 3등은 드라마화, 2등은 웹툰화라니.
“랜덤 스튜디오에서 뭐 나한테 억하심정이 있대?”
“…. 그건 아니고.”
“이건 진짜 말이 안 되잖아! 왜 나만 아무것도 없냐고!”
“장려상 상금 200만 원 받으셨잖아요.”
“그건 4등부터 20등까지 똑같이 받는 거잖아!”
원래 규정이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대체 3등은 어떻게 드라마화하는 거야?”
“…. 그야.”
지누가 김진우 본인이니까요.
‘역시 김진우 작가는 정말 대단하구나.’
심지어 디지니 간부도 그의 정체를 몰랐으니.
순수하게 실력으로 따낸 드라마화가 아닌가.
“이건 뭔가 이상해. 도 대표, 나 몰래 돈이라도 먹였어?”
“제가 어디에 돈을 먹여요.”
“웹피아든, 디지니든, 랜덤 스튜디오든!”
“….. 돈 좀 먹인다고 드라마화해주겠어요?”
전 재산을 갖다 바쳐도 안 될 것 같은데.
아니, 제작비를 전부 다 투자해도 안 해줄 듯.
“하여튼, 이건 너무 불공평해.”
뚜루루루─
방상구는 스마트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 양심 있으면 드라마화는 포기하지 그래?”
“뭐예요. 지금 누구한테 전화하셨어요?”
“누구긴, 누구야! 지누 작가지!”
“아, 진짜 왜 그러시는 거예요!”
“뭐가.”
이 미친 사람은 본인이 누구를 건드리는지 알고 있는 건가.
다행히 상대방 성격이 좋아서 아직까진 웃으며 넘어가지.
“방 작가! 전화 안 끊어?”
“뭐, 뭐라고?”
김진우 작가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
방 작가로 안 끝나고 레이블 미디어에 불똥이라도 튀면.
“여기서 나가주세요. 다시는 그쪽이랑 계약할 일 없습니다.”
“…. 도 대표, 미쳤어?”
“네. 지누 작가님은 드라마화까지 했어요. 상식적으로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이런…. 내가 이 회사 다 키웠는데!”
“제가 당신을 키웠죠.”
“…. 두고 봐.”
방상구는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지며 신경질을 부리고 나가버렸다.
“후우…. 살았다.”
“…. 큰 결심 하셨네요.”
민지는 도 대표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했다.
“그래도 방 작가님 파이도 만만치 않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 사람 재채기 한 번이면 회사가 날아갈 판이라니까.
* * *
솔직히, 이제 방 형한테 딱히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
그보다 내게 중요한 건, 시스템이 드디어 내 바람을 들어줬다는 것.
“큰 거 왔다.”
슬슬 포인트도 떨어져 가는데.
이런 미션이라면 무조건 깨야지.
【‘첫 번째 드라마화’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현재 집필 중인 장르 소설을 드라마화하세요.】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3pt 】
【수락하시겠습니까? (Y/N)】
기본 보상은 고작 3포인트지만.
상세보기를 열어보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