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4)
외전
[24] 죽은자들의 도시(8)「죽은자들의 도시」의 드라마 제작에 비상등이 켜졌다.
관계자들은 몰라도, 대외적으로는 정말 심각해 보였다.
야옹─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미오는 한가롭게 하품을 했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네.”
SNS 팔로워도 웬만한 배우 부럽지 않게 많이 보유한 킹냥이.
요즘도 가끔 로미오랑 광고 찍고 싶다고 제의가 들어오던데.
띠링─
그때, 회사에 있는 새롬이가 톡을 보냈다.
[진우 씨, 지금 집이죠?]
[나지수 감독님이랑 대책 회의를 하려고 하는데]
와이프에게 곧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어서, 실시간 베스트란의 최상단에 위치한 게시글을 클릭했다.
[웹피아 김진우 공모전 4위에 빛나는 방상구 작가입니다….]
“그 와중에 자랑질이냐.”
이 아저씨는 대체 무슨 깡으로 필명까지 깠을까.
나름대로 논리를 섞어가면서 캐릭터들의 비슷한 특성을 나열했는데.
중반부터는 그라데이션 분노를 터트리며 본인의 뇌피셜을 싸질렀다.
김진우와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한 지누의 가스라이팅이며.
친분을 통해 표절 논란이 있어서 쉬쉬하려고 밑밥을 깔았다면서.
“소설 쓰고 앉아있네.”
웹소설을 이렇게 열심히 썼으면 진작에 웹툰화했겠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창을 보니, 지누 작가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반면, 김진우를 수호하는 방상구 작가의 이미지는 영웅이 따로 없었다.
그만큼 김진우 작가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대단하다는 방증이었으니.
“음…. 기분이 묘한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나를 위해서 나에게 욕해주는 팬들이라니.
당장 드라마화를 취소하고 김진우 작가에게 그랜절 박으라는 여론.
어쩔 수 없이, 이제는 진짜 본명을 공개할 시간이 다가오는 듯했다.
곧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회사에 가는 동안에도 방상구에 대한 찝찝한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김진우가 아니라 진짜 ‘지누’였다면.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
의혹을 제기한 그 인간도 그걸 바랐을지도 모르고.
“방상구 이 아저씨,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나.”
나한테 진짜 왜 그러는 걸까.
뚜루루루─
사람을 싫어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
순수하게 상대의 의도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지금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네?
“어이, 방 씨.”
-왜, 이제 좀 쫄려서 전화했어? 근데 이걸 어쩌나. 나는 글을 내려줄 마음이 없는데.
“그럴 필요는 없고. 이유나 좀 들어보자.”
-무슨 이유?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뭐 섭섭하게 한 적 있어? 내 얼굴도 모르잖아.”
-지누야, 사람을 싫어하는데 많은 이유는 필요 없어.
“음, 성악설 같은 건가.”
기고만장한 목소리를 들어주려니까 귀가 고생이었다.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면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을 텐데.
-미친놈, 아직도 여유가 넘치네.
“별로 조급할 필요도 없지.”
-넌 매장이라고! 필명 바꿔도 내가 바로 알아내서….!
“그래.”
표절 의혹이라고 올려놓은 글에 추측성 뇌피셜을 싸질러놨으니.
나중에, 아님 말고 식의 회피를 생각하고 게시글을 올렸겠지.
“아저씨,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 그건 지금 네가 하고 있겠지.
“…. 의혹이 사라지면, 그때는 내가 당신 어떤 죄목으로든 고소할게. 그 정돈 괜찮지?”
-뭐? 하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넌 끝이야!
“계속 고생하고. 끊을게.”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 참 안 통하는 타입이구나.
뚝.
전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실장실로 이동했다.
똑, 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지수 감독을 확인했다.
“작가님, 괜찮으세요?”
“그럼요.”
“역시, 멘탈 강하시네요. 지금 전 국민이 온통 지누 작가를 욕하고 있는데.”
“발상의 차이에요.”
지누 욕하는 사람들은 전부 김진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이제 슬슬 공개할 때도 됐죠.”
어차피, 드라마화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너무 유명해졌다.
이제 주간미션 보상이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게 체감이 될 만큼.
“이번 작품이 마법소녀 프리퀄이라는 사실까지 공개하는 건가요?”
“네. 어쩔 수 없죠.”
원래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를 위해 나중에 밝힐 생각이었는데.
딱히 촬영 일정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네.
‘이것도 피해보상 청구 못 하나.’
집에 가기 전에 법무팀에 들러서 상담받아야겠다.
“진우 씨, 오히려 잘됐어요.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김진우의 이름으로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마케팅 효과도….”
새롬이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름 공개하면 투자금 확보나 홍보 효과는 오르겠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사실인걸요.”
원래는 극적인 반전 효과만 기대할 생각이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났으니까.
“우리 배우들을 믿어야죠.”
“맞아요! 다들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데요!”
“김희정도?”
“…. 여동생 싫어하세요?”
그때, 옆에서 차분히 듣고 있던 새롬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진우 씨, 바로 기자회견 준비할까요?”
“아뇨. 그건 좀….”
진짜 무슨 잘못한 게 있어서 해명하는 느낌이잖아.
“아니면 따로 생각해 둔 방법이 있으세요?”
“오랜만에 생방키죠, 뭐.”
“…. 그건 제가 싫은데.”
“왜요.”
새롬이는 생방송 알러지라도 있는 사람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전과가 있잖아요. 잊으셨어요?”
“???”
곧이아, 다 지난 옛날 일들을 들추기 시작했다.
희정이 때문에 공개한 제로투 댄스 영상.
사파리에서 사자한테 먹이 준 썰.
빨간 옷 귀신 보고 리코가 기절했던 사건.
전부 레전드 클립으로 남아서 영원히 너튜브 바다를 표류했다.
“우리가 추억이 많았네.”
“그게 추억이라고?”
“새롬이가 그동안 쌓인 게 많았구나.”
“쌓인 게 아니라…. 학습한 거죠.”
우리 와이프도 뒤끝이라는 게 있었네.
“인간미 있어서 오히려 좋아.”
“…. 아무튼, 제가 뒤에서 지켜볼 거예요.”
“넹.”
결국, 라이브 방송 공지를 띄우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희정이가 내 얼굴 보고 무슨 생각 하려나.’
* * *
아무리 랜덤 스튜디오의 작품이지만, 표절 작품에 누가 투자를 할까.
희정의 차기작 드라마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깡준, 라방 언제 시작해?”
“벌써 열 번째 물어보고 있는 거 알지? 이제 5분 남았어.”
“으음….”
김희정은 당연히 회사 측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거라고 예상했다.
웹소설 커뮤니티에 의혹을 제기한 방상구 작가.
사실 여부 확인도 없이 자료를 퍼트린 기자들까지.
전부 드라마 제작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아닐까.
“이 시국에 무슨 라방이야. 그냥 반박 기사 하나만 내면 되는데.”
“좀만 기다려보자. 이제 라이브 방송 얼마 안 남았잖아.”
“설마 지누 작가님 버리는 거 아니겠지?”
“그랬으면 합방한다고 공지하지도 않았겠지.”
소속사에선 표절 의혹에 대응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돌아가는 상황만 봐서는 지누 작가를 꼬리 자르듯 버릴지도 모르겠다.
“우리 오빠,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왜 그래 또.”
“지누 작가님이 넘모 불쌍하잖아!”
“….”
연예인들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일상이지만.
웹소설 작가가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이러다 나쁜 생각이라도 하면….”
“희정아.”
“이미 드라마화하기로 했으면 가족이잖아. 아냐?”
“그렇긴 한데….”
“이런 건 1시간이라도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
원래 표절 논란이 한번 불거지면 잠재우기 어려웠다.
늦장을 부릴수록 인정하는 분위기로 기울었기에.
더군다나, 그 작품이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법소녀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김진우가 영혼의 실드를 쳐도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솔직히, 그 작품은 조금 비슷한 느낌도 있어.”
“뭐?”
“너도 마법소녀 중 한 명이니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봐.”
“뭐가.”
“죽은자들의 도시. 읽어봤잖아.”
“….”
의혹이 생기기 전에는 별생각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논란 이후, 색안경을 끼고 보면 비슷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김진우 작가님이 알아서 라이브 방송 때 말씀하시겠지.”
“무슨….?”
“어쩌면 우리 드라마 엎어질지도 몰라.”
“아….”
즉, 표절 의혹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
그렇게 되면 지누의 작가 인생은 끝장이었다.
“내, 내가 어떻게든 오빠한테….”
“아니. 방송 시작했어.”
강준은 너튜브 스트리밍을 보여주며 희정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라이브로는 오랜만이에요!
대한민국 원탑 시나리오 작가의 스트리밍.
국내외 팬들은 벌떼처럼 몰려들어 댓글창을 도배했다.
-미리 공지했듯이, 오늘 있었던 지누 작가의 표절 논란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 방송을 켰습니다.
채팅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대부분은 지누를 욕하고, 김진우를 위로하는 사람들.
매일 너튜브 채널에 들어오고 공지를 확인하는 찐팬들이었다.
-제가 오늘 지누 작가를 모셔왔거든요. 저기요? 들어오세요! 저기요!?
뭐가 그렇게 급한지 인사도 하기 전에 지누를 찾는 김진우.
그는 급기야 들어오지 않는 지누를 부르러 자리를 비웠다.
“드디어 얼굴이라도 보겠네.”
“그러게.”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근데 왜 안 들어오시지.”
“…. 오빠 혼자 다시 들어오는데?”
“뭐지.”
채팅창은 지누에 대한 욕으로 또다시 도배되었다.
이에, 김진우는 반응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웹소설 작가 지누입니다. 김진우 아니고, 지누요.
미친 듯이 올라갔던 채팅창에 아주 잠깐이지만 정적이 감돌았다.
열정적인 키보드 워리어들조차 충격을 받고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동안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김진우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얼어붙은 채팅창은 녹아내렸다.
-?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김진우가 지누라고?
-이런 미친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진우 욕한 사람들 도게자 박아
-실화냐
아무리 시청자들의 충격이 크다고 한들 김희정만큼은 아니었다.
“…. 이거 몰카야?”
“어, 어….?”
강준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어떻게 속였던 걸까.
심지어 전화 통화까지 했는데.
“그럼 지금까지 알면서도….”
“…. 속았네.”
그럼 그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지누 작가는 어딨는 것인가.
매일 치고받고 싸우던 오빠가 지누라니.
팬심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속였던 것인가.
-아, 희정아! 저번에 돌멩이 선물 받은 거 잘 키우고 있다. 나중에 너한테 비싸게 되팔게.
자신이 열심히 골라서 지누 작가에서 선물한 관상용 돌.
그 선물 또한 당연히 오빠의 주머니에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야, 김지누우우우우!!!”
“…. 진정해.”
한 여배우는 템페스트 엔터의 휴게실에서 괴성을 질렀다.
한편, 같은 시각.
그녀 이상으로 충격에 빠진 사람이 있었으니.
방상구 작가는 입을 떡 벌린 채 화면을 바라봤다.
“거, 거짓말! 설마 실드치려고 거짓말을….”
지금까지 지누에 대해 안 좋았던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애초에 김진우를 위해 칼을 들었던 팬들이었으니 당연했다.
“아니, 자기 작품 표절도 표절이잖아!!!”
방상구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현실을 외면했지만.
이미 김진우가 지누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게임 오버였다.
-표절 의혹 때문에 드라마 촬영에 차질이 생겼네요.
결국, 그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표절 의혹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인의 자랑, 김진우 작가의 드라마 제작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 의혹을 제기한 자신을 노리고 하는 말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
문득, 오전에 그와 했던 통화를 회상했다.
고소해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죽은자들의 도시는 마법소녀의 과거 이야기, 프리퀄이거든요. 원래는 배우분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연기했어야 했는데.
김진우의 작은 속삭임은 마치 청천벽력처럼 크게 들였다.
끝내, 그의 마지막 발언은 자신을 사회적으로 말살해 버렸다.
-방상구 작가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개했네요. 강제로.
그의 한 마디와 함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 * *
한바탕 소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남은 건 지누라는 필명과 떳떳함 뿐이었다.
띠링, 띠링─
아직도 김희정은 포기를 모르고 톡을 보냈다.
[내 돌멩이 돌려달라고]
[그거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대체 그게 뭐라고 난리야.
지누 작가 팬은 자처했으면서 왜 내 팬은 못 한다는 건가.
‘아니, 나도 얘 팬은 못 하겠구나.’
역지사지는 언제나 옳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타도 내가 김희정 덕질은 못하지.
톡, 토톡─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답장을 보냈다.
[너한테 상처받았어 ㅠ]
[너 때문에 절필함 ㅅㄱ]
오늘도 기분좋게 희정이를 놀려주고, 방문을 열었다.
“오, 새롬이 일어났었네.”
“굿모닝. 심정이 어때요?”
와이프는 생얼로도 청초한 미모를 자랑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래도 공개하니까 마음은 편하네.”
“지금까지 열심히 숨기려고 했잖아요.”
“음….”
아직도 나는 숨기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석 달은 더 남았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이제 웹소설 관련 주간미션 보상은 얄짤없이 1pt겠지.’
무려, 김진우 작가가 쓴 소설이었다.
심지어, 마법소녀 프리퀄이라는 사실까지 공개했으니.
“벌써 해외팬 분들이 번역본 달라고 성화예요.”
“…. 레이블 미디어에서 알아서 잘하지 않으려나.”
“제가 그쪽에 가서 협업하려구요. 아예 합병할까 생각 중이에요.”
“굳이?”
“어쨌든 마법소녀 작품이니까요.”
“음, 새롬이가 원하는 대로 해.”
회삿일은 간섭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괜히 건드리다가 정식으로 일 시키면 어떡해.
“새롬아, 만약에 말이야.”
“네. 진우 씨.”
“마법소녀 세계관에 떨어지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뭐예요. 아이처럼?”
“….”
그게 나한테는 현실이니까.
“저는 너무 좋은 것 같은데요?”
“…. 기갑킹룡이 나오는데?”
“그럼 더 좋죠. 언제 실제로 로봇이나 공룡을 만나보겠어요?”
“말이 안 통….”
띵동─
그래, 이제 글 쓸 때 됐지.
언제 납치되나 기대했다고.
잠시 후, 낯선 환경에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독거노인 혼자 살 법한 원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밥은 정상적으로 먹는구나.”
그동안 판타지, 무협, 아포칼립스를 거쳐 현대로 왔다.
게다가, 로봇이 나오는 미래 설정이라 라면이 특이했다.
“단백질 라면?”
곧바로 봉지를 들고 재료 성분을 확인했다.
언어 마스터 덕분에 미래의 공용어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런 씨, 미래 식량이었냐.”
재료를 메뚜기로 만들었네.
이걸 알면 내가 어떻게 먹어.
띠리리링─
그떄, 스마트폰…. 으로 추정되는 통신기기에 불이 들어왔다.
“어떻게 켜는 거야.”
살짝 터치하는 순간, 홀로그램이 등장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대본 쓸 때 영상으로 확인한 연락기기가 딱 이렇게 생겼었는데.
-아저씨 뭐해요?
“뭐야, 혜진이냐?”
-넹.
조만간 2차 각성하는 미래의 마법소녀.
원래 알던 사이지만 괜스레 멀어진 기분이다.
“너 요즘 잘살고 있는 거지?”
-당연하죠. 아저씨랑 언니들이 구해줬잖아요. 기억은 안 나지만.
“다행이네.”
-나와요. 밥 사줄게요.
“응?”
-저 F급 헌터잖아요. 돈 잘 벌어요.
“…. F급 주제에?”
-지금 F급 무시하셈?
“음, 일단 만나자.”
킹룡도 분자 단위로 쪼개는 양자(물리) 능력자.
아직은 좁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안 그래도 메뚜기 라면 먹을 뻔했는데 잘됐네.”
* * *
전부 시스템이 만들었지만.
어쨌든 기갑 로봇이 등장하는 세계관이었으니.
당연히 다른 기술도 현대 배경을 월등히 앞섰다.
“아저씨!”
이전과 달리 꽤나 성숙한 모습의 윤혜진.
과거, 판타지 세계의 성녀가 많이도 컸다.
“키 컸네.”
“정말요?”
“응.”
주변 사람들이 다들 쳐다볼 만큼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뭐 드실래요?”
“아무거나.”
“으음…. 그 말은 보통 여자가 하는데.”
“니가 나랑 썸 타냐?”
“그건 아니죠.”
근처 파스타 집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복만이…. 아니, 예리는 요즘 어떻게 지내?”
“아저씨는 그런 것도 몰라요?”
“어, 몰라.”
“정부에서 독도 지킴이로 임명했잖아요. 한동안 휴가 외출도 없대요.”
“….”
독도 지킴이 김복만.
레드 게이트가 아직 그 근처에 있는 모양이다.
“요즘 연락도 잘 안 하시나 보네.”
“그런가 봐.”
다른 마법소녀들도 대충 미국이든 일본이든 잘 살겠지.
아직 그 사람들이 마법소녀가 되려면 멀었으니까.
‘일단 마법소녀 미미가 먼저 탄생하겠지.’
마침, 윤혜진은 숨겨놓은 고민을 내게 털어놓았다.
“에이전시에서 자꾸 이상한 거 시켜요.”
“이상한 거?”
“네. 헌터 업계도 포화상태라고.”
“….”
“무슨 이상한 복장 입고 랩터 사냥하라는 거 있죠?”
“어…. 그래서?”
“당연히 안 하죠. 제가 미쳤어요?”
“그냥 하지 그래?”
어차피 하게 될 것 같은데.
“아저씨, 그런 취향?”
“…. 도랐냐.”
띵동─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시스템 알림음.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주간미션 난도를 상향 조정합니다.】
시스템 쉑, 또 시작했네.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뜸을 들이는 건지 모르겠다.
눈을 감고, 시스템의 처분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내용 : 죽은자들의 도시 6권】
【장르 : 현대, 아포칼립스, 헌터, 레이드】
【장소 : 충북 청원군, 티라노사우루스 던전】
【제한 시간 : 20일】
나보고 킹라노사우르스를 잡으라고?
아예 그냥 자살하기 미션을 주기 그래?
“혜진아, 니가 F급 헌터랬지?”
“네. 맞아요!”
“그럼 공룡 나오는 던전도 깰 수 있나?”
“에이, 장난해요?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데요!”
“그래?”
갑자기 우리 킴복만이가 보고 싶네.
“안 되겠다. 너 그냥 지금부터 마법소녀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