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5)
외전
[25] 대문호의 길(1)윤혜진은 인공의 설득에 넘어간 어제의 자신을 반성했다.
‘그냥 바로 거절할걸.’
핑크빛 포니테일에 쫄쫄이 복장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자신이 지금 얼마나 미친짓을 하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자자, 이제 어깨 위에 갑주도 걸쳐야….”
“아저씨, 잠깐만 나랑 얘기 좀 해.”
“???”
코스프레 복장을 점검하는 에이전시 사장을 뒤로한 채 인공과 대화를 나눴다.
“아저씨,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돈 벌어야지.”
“…. 뭐?”
“요즘 헌터 업계가 좀 빡세?”
“….”
상대는 자신을 구해준 4인 중 한 명.
어제도 저 뱀 같은 언변에 홀라당 넘어갔다.
“이 바닥도 포화상태야. 잘 알잖아.”
“그, 그래도 복장이 너무 심하지 않아요? 노출도 좀 있는 것 같고….”
“아냐, 지금 이게 딱 좋아. 내가 영상으로 봐서 잘 알아.”
“그게 무슨 말….”
“어차피 입을 건데 그냥 조금만 앞당기는 거야.”
“….”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김인공 아저씨.
근데 아까부터 자꾸 목 부근이 뻐근했다.
“아니, 이거 목에 깁스는 불편하게 자꾸 왜 하라고 하는 거야?”
“깁스 아니고 갑주라니까.”
“오히려 전투력이 떨어지잖아!”
“괜찮아. 미미에게 전투력은 중요치 않으니까.”
“…. 미쳤어?”
F급 헌터라고 무시하는 건가 의심했는데.
상대의 진지한 눈빛을 보면 또 그런 건 아니었다.
‘돈…. 벌어야지.’
판타지 세계에서 돌아오고, 과학기술이 발전해 로봇도 만드는 미래 배경.
지지기반 없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이나 힘, 둘 중 하나는 필수였다.
‘나도 언니들처럼 강했으면….’
정부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멋지게 살고 있을 텐데.
악마를 잡으려면 악마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각종 기믹이 넘쳐나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를 믿어. 너는 마법소녀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제가 스무 살도 넘었는데….”
“알겠으니까, 이거 핑크 리본으로 머리 좀 묶어봐.”
“….”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면 정신병자라고 생각했을 터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오오! 우리 혜진이, 마법소녀가 따로 없네!”
“…. 그래요?”
“응. 거의 완벽해.”
헌터 에이전시 대표는 완벽한 마법소녀의 모습에 감탄하며 그를 칭찬했다.
“와우, 김인공 매니저. 아주 굿굿이에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쩜 이렇게 내가 상상으로만 했던 모습이랑 100% 일치하는지!”
“요즘 이 바닥에선 기본 덕목이죠.”
“이 정도 기믹질이면 무적권 뜬다!”
“가즈아!”
삐, 삐, 삐─
그때, 대표의 호출기에 붉은 경고등이 반짝거렸다.
근처에 랩터 무리가 등장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으니.
마법소녀 미미가 데뷔하기에 이보다 좋은 무대는 없었다.
“최상급 육식 공룡과 싸울 필요는 전혀 없어.”
“그럼요?”
“대충 무리에서 쫓겨난 랩터 한 마리만 사냥해도 충분해!”
“….”
“김 매니저는 촬영 카메라 챙겨가는 거 잊지 말고.”
“예, 써!”
김인공은 윤혜진을 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혜진아, 출동이다!”
“아니, 쪽팔리게….”
“그래, 미미야! 가즈아!”
“아 쫌!”
아침까진 그와 같은 회사에 다니게 돼서 기뻤는데.
오히려 귀찮은 일만 잔뜩 떠안은 기분이었다.
심지어 공중부양 자동차는 운전도 할 줄 몰랐다.
“내가 운전하라고요?”
“응. 나는 여기서 면허도 없는데?”
“세상에 어떤 매니저가 운전도 못 하냐고!”
“대신 천리안 능력자잖아.”
“그런데요, 아저씨.”
“응?”
“천리안 능력자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
* * *
동네북 메타로 간다.
킹룡한테 처맞다 보면 알아서 2차 각성하겠지.
“다들 열심히 사네.”
도심을 침공한 랩터 무리와 싸우는 하급 헌터들.
지금 보니까 마법소녀 정도는 오히려 평범했다.
하나 같이 시민들 앞에서 명성을 떨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했다.
“뭐냐, 곰인형 탈 쓰고 싸우는 헌터도 있어?”
마치, 딸래미 재롱잔치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우리 주은이가 커서 마법소녀 분장하면 기특할 듯.
하루 만에 각성할 거라고 기대할 순 없고, 대충 며칠 동안 데리고 돌아다니면 되겠지.
공룡 중에서도 가장 약한 개체인 랩터.
아무리 F급이라지만 쟤들한테 당할 일은….
“아아악! 아저씨, 살려죠오!!!!”
“….”
대체 얼마나 약한 거야.
어떻게 빗자루 들고 있는 헌터보다 약하냐.
“빨리 강해지자. 미미야.”
끼에에에에엑─!
순간, 오금이 저릴 만큼 거대한 괴성이 들려왔다.
“뭐, 뭐야.”
거대한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지축을 뒤흔드는 괴수.
랩터 따위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룡이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거의 30m 크기의 목이 긴 공룡은 등장하자마자 주변 건물을 무너뜨렸다.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던 시민들은 전부 몰살당할 판이었다.
“…. 갑자기?”
역시 여기가 소설은 소설인가 봐.
맥락 없이 툭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좋아.”
랩터를 상대하던 헌터들이 당장이라도 전멸할 위기 상황.
마법소녀 만화에서 위기는 곧 기회.
이제 미미가 나타나서 물리 마법봉을….
“아조씨이이!!!! 나 주거!!!”
“으음….?”
아직 소설 끝나려면 세 권이나 남았는데.
이러다 진짜 죽으면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
“아오, 진짜.”
기다란 목을 크게 휘두르는 브라키오사우루스.
놈의 육중한 몸체는 단숨에 건물을 무너뜨렸다.
“아, 안 돼!!!”
시스템 상점을 열고 급하게 방어 수단을 찾았다.
얼마를 쓰든, 일단 위험한 상황을 넘어가야 했으니.
【절대방어 】
【시전 시, 30m 반경에 모든 피해를 막는 배리어를 생성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0일)】
면허도 없지만 일단 악셀을 밟아서 급하게 접근했다.
다행히 건물의 잔해가 닿기 전에 혜진이 근처에 도착했다.
지이이잉─
창문을 열자, 훌쩍거리는 쫄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씨, 죽을 뻔했잖아요!!!”
“…. 미안.”
니가 이렇게 좁밥일 줄은 몰랐지.
“혹시 이 배리어, 아저씨가 한 거예요?”
“응. 빨리 타.”
배리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얼른 태워서 도망갈 생각이었다.
“저기, 제 몸이 이상해요.”
“뭐?”
“어라….?”
순간, 자연스럽게 공중에 떠오르는 윤혜진의 신체.
F급 헌터에게 플라이 마법이 있을 리는 없을 테니.
“설마….”
아오, 각성할 거면 17pt 쓰기 전에 하던가.
괜히 아까운 포인트만 날렸잖아.
몸을 띄워 거대한 공룡에 빠르게 접근하는 윤…. 미미.
들고 있던 장난감 마법봉을 들고 가볍게 내려쳤는데.
꾸오오오오오─
공룡은 고통의 몸부림을 치며 쓰러졌다.
놈의 모가지 부분에 머리통만 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괜히 마법소녀 원톱이 아니구나.”
손에 닿는 물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
어찌 됐든, 티라노사우루스 던전도 충분히 들어갈 만 했다.
마법소녀 미미의 탄생.
수많은 시민들이 마법소녀를 부르며 찬양했다.
또한, 그녀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영광을 그녀에게 맡기고, 나는 빠져줄 생각이었는데.
“아저씨, 어디 가요.”
“어?”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말을 거는 마법소녀.
시민들은 웬 찌끄레기를 쳐다보듯 나를 바라봤다.
“여기 헌터들이랑 시민들을 구해준 영웅이요.”
“지금 뭐 하는…..”
“그거 아저씨잖아요.”
“???”
마법소녀에게 집중되어야 할 스포트라이트는 정확하게 양분되었다.
* * *
《마법소녀 & 마법소년, 난세에 등장한 영웅들의 탄생! 한국형 슈퍼 히어로들의 등장인가!?》
미래의 현대 사회에도 당연히 언론이 존재했다.
뉴스 기사에 미미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내 모습을 확인했다.
“하하! 우리 김 매니…. 아니, 김 헌터 수고했어.”
“….”
“자자, 이게 김 헌터가 입을 코스프레 복장인데…. 마음에 드나?”
“미쳤어요?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허허, 프로끼리 왜 이러시나.”
옆에서 윤혜진은 킥킥거리며 쫄쫄이 복장을 들추었다.
“아저씨, 잘 어울리겠네.”
“응, 절대 안 입어.”
“내 옷보다 나은데? 나는 노출도 있다구. 우리 바꿔입을래요?”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내가 쫄쫄이를 왜 입어야 하는데.
“그거 안 입으면 티라노 던전 같이 안 가줌.”
“너, 이씨….”
“아조시, 혼자 가쉴?”
이래서 애들한테 조기 훈육을 하는 거야.
얘가 2차 각성하기 전에 혼냈어야 하는데.
“너 이 자식, 말로만 아저씨라고 하고! 회초리 가져와.”
“….”
이내, 혜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나무 막대기를 가져왔다.
마치 가져오면 어쩔 거냐는 듯이 뻔뻔하게 행동하는데.
“너, 몇 대 맞….”
순간, 회초리는 혜진의 손끝에서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어라, 녹아버렸당.”
“…. 그럼 그냥 맞은 거로 하자.”
“넹.”
“다음부턴 조심해. 알겠어?”
“오키!”
“옼…. 후우.”
그래도 내가 어른이니까 참는다.
기껏해야 스무 살 초반 어린이니까.
“그래서, 김 헌터, 코스프레는 마음에 드시나?”
“…. 예.”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딱 한 번만 참으면 돼.
현실로 도망치면 ‘진짜’ 김인공이 알아서 하겠지.
“그럼 바로 입어보시게나.”
“지금요?”
“바로 인터뷰하러 가야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 모르나?”
“….”
타의로 쫄쫄이를 입는 경험은 굉장히 치욕스러웠다.
여민서와 마법소녀들의 심정이 지금의 나와 같았겠지.
‘이렇게 또 역지사지를 배웁니다.’
굴욕적인 쫄쫄이를 입으며 눈물을 삼켰다.
우리 와이프는 이런 내 진심을 알고 있을까.
‘새롬아, 내가 너 만나러 가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
시간이 흘러, 이제는 진짜 돌아가야 할 때.
우리는 사이좋게 코스프레 복장을 입고 목적지로 향했다.
대표랑 혜진이 때문에 여기에서 며칠을 머무른 건지.
제한 시간 직전까지 붙잡고 안 놓아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악덕 사장 새끼. 돈벼락 맞고 뒤져버려라.”
“…. 저보다 대표님을 더 욕하네요.”
“그 인간은 돈에 미쳤어.”
“돈 떼먹진 않잖아요.”
“굴려도 너무 굴려!”
템페스트의 반만 따라갔으면 좋겠네.
“도착했으니까 내려요.”
“어, 그래.”
혜진은 나를 돌아보더니, 피식 웃으며 던전에 입장했다.
“뭐야, 왜 웃어.”
티라노 던전에서 마주친 킹룡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다만, 마법소녀 미미의 실력은 그 이상으로 대단했으니.
끼에에에에─
도마뱀을 가볍게 학살한 혜진이 입을 열었다.
“이~~~지.”
“수고했어.”
마침 대본 집필 장소도 발견했으니,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혜진은 급하게 내 손을 붙잡으며 말을 걸었다.
“아저씨.”
“어?”
“이번에 가시면 언제 또 와요?”
“너 지금 무슨….”
고개를 돌려, 그녀의 슬픈 눈을 바라봤다.
“설마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죠?”
“…. 무슨 말이야?”
“얼마 전에 제가 연락했을 때…. 모르는 척했잖아요.”
“뭐?”
“그 전날에도, 전전날에도 봤으면서.”
“….”
이미 좀비 사태 때 함께 다니며 눈치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성녀 때랑 똑같네.’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원작의 주인공한테 정을 붙이면 본인한테 더 좋았을 텐데.
“김인공은 예리 언니 거니까, 아저씨는….”
뒷말을 삼키는 혜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쫄쫄이 디자인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올게.”
“…. 다행이다.”
마법소녀 미미를 뒤로한 채 시스템의 하얀빛에 몸을 맡겼다.
* * *
현실로 복귀한 이후, 한동안 여운에 잠겼다.
미안할 이유는 없지만, 괜히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진우 씨.”
“응?”
눈앞에 와이프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요즘 멍한 표정을 자주 보네요. 괜찮은 거죠?”
“…. 물론이지.”
시나리오 모드 변경까지 앞으로 몇 달.
그땐, 뒤로 안 돌아보고 바꿀 거니까.
“근데 진우 씨, 이번에도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거 알아요?”
“정말로?”
“이제는 오스카도 일상이네요.”
“그러게.”
“이번에 특히 기뻐하시네요.”
“당연히 기쁘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3번째 시리즈.
시스템의 빛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순수하게 내 실력으로 쓴 작품.
이제 필명도 깔끔하게 공개했으니까.
드라마 제작에만 집중해도 될 것 같다.
“방상구 작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 그 사람이 남았구나.”
“정말 고소하는 거예요?”
“흠, 어떡해야 하나.”
이미 라이브 방송 때 꼽을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은근히 멘탈도 약해서 한동안 글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은데.
“그냥 겁만 주지 뭐. 희정이 놀리는 것처럼.”
“…. 악취미네요.”
“그 사람도 은근 즐기더라고. 변태야, 변태.”
“….”
띠리리링─
그때,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천성 그룹 회장님.
새롬이 친가 쪽 할아버지였다.
“뭐지, 어쩐 일로 전화를 하셨지?”
“일단 받아보세요.”
“…. 여보세요?”
이내, 회장님의 걸걸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자네, 요즘 잘 지내나?
“그럼요. 회장님도 건강하시죠?”
-나야 뭐…. 요즘 김진우 작가 소식 때문에 심심하지가 않으이.
“아, 너무 소란스러웠죠?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안부차 전화했네.
성 상담소 이후, 배우의 꿈을 실현한 천성 그룹 회장님.
드라마에 출연하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도 꽤 유명해졌다.
지금도 레전드 까메오로 회자되며 다양한 클립이 돌아다녔으니.
-근데, 요즘 인터넷에서 나를 이상하게 부르더라고.
“네? 뭐라고….”
-싼다 할아버지가 무슨 뜻인고?
“…. 성탄절에 선물 주시는 분이잖아요.”
-그치? 그런 거지?
“네. 회장님.”
-아무튼, 나 죽기 전에 증손녀 얼굴도 자주 보여주고 그래.
“알겠습니다.”
-그럼 끊겠네.
“넵. 들어가세요.”
뚝.
“…. 싼다 할아버지 뭔데.”
키보드 워리어, 고소미 처먹어야 정신 차리지.
내가 진짜 불쌍한 영혼 한번 살렸다.
“무슨 말이에요?”
“아니, 아무것도.”
그나저나, 요즘은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저쪽 세계든, 이쪽 세계든.
당장 각색 대본 두 작품에, 웹소설까지 써야 했기에.
“각색 시나리오는 얼마나 완성했나요?”
“계속 쓰고 있어.”
“몇 부까지?”
“드라마 두 작품 모두 4부까진 완성했지.”
“고생했어요.”
* * *
한 달 뒤, 「죽은자들의 도시」 대본리딩 당일.
김진우 작가가 정체를 밝힌 후로 드라마 제작은 차질없이 진행되었다.
투자금은 순식간에 채워졌으며, 국민적인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똑, 똑─
새롬은 노크 소리를 듣고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실장님, 죽은자들의 도시 양장본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얼마나 많은 해외 팬들이 이 순간을 기다렸던가.
마법소녀 프리퀄 소설을 책으로 소장하고자 했으니.
“국내외 반응이 엄청 뜨겁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의 흥행 이후, 마법소녀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아포칼립스 배경으로 시작해서 마법소녀로 이어지는 소설.
해외 유명 평론가들도 문학 작품 수준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다 진짜 부커상이라도 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에이, 그건 너무 갔네요.”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에 해당하는 부커상.
한국에서도 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기록이 있지만.
장르 소설로 상을 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역대 수상작들 중에 우울한 디스토피아 분위기로 점수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농담 그만하시고, 지금 대본리딩 현장에는 누가 있나요?”
“김진우 작가님이 도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강준과 네 명의 마법소녀.
이 정도 캐스팅이면 흥행에 실패하기도 어려웠다.
“대본리딩 촬영은 효주가 맡고 있나요?”
“네. 실장님.”
“랜덤 스튜디오 너튜브 채널에 최대한 일찍 올리는 걸로,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변혁주는 대본리딩 현장으로 떠나고, 남아있던 새롬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부커상이라….”
그동안 남편이 작가로서 보여준 모습이 얼마나 대단했던가.
다름 아닌 김진우니까 이렇게 기분 좋은 상상도 할 수 있었다.
“꿈은 꿀 수도 있잖아.”
* * *
얼마 후, 영국 런던 길드홀.
부커상 심사위원이자, 올해 후보 추천권을 갖는 삭스포드 대학의 존슨 교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미쳤지. 장르 소설을 후보에 올리다니.”
지금부터 몇 개월간 추천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어째서 사사로운 감정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넓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책상에 놓여 있는 책 한 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흐음, 팬심을 빼고 봐도….”
그래, 이제는 대중성도 하나의 지표로 볼 때가 되었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의 정신을 상기할 때였다.
「죽은자들의 도시」
“…. 완전 개꿀잼.”
마법소녀의 프리퀄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한 도서였다.
“문학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야.”
존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