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7)
외전
[27] 대문호의 길(3)어릴 때부터 기갑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탑승 로봇을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일지 기대했다.
‘그래, 멋있긴 한데….’
맨몸으로 드넓은 경기장에 덩그러니 서서 상대를 바라봤다.
제온 공화국 궁전의 뚜껑을 열고 날아오른 거대한 로봇.
매캐한 매연 냄새를 풍기며, 고철의 마찰음을 발생시켰다.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내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이다.
새롬이 앞에서 다른 여자 이름을 불러도 이 정도는 아닐 거야.
-김인공! 네가 이기면 내가 기꺼이 인정해주지.
“기다려 봐. 아직 도전 안 외쳤어.”
-감히, 아직도 장난질이냐!
이내, 맞은 편에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기갑 로봇.
상대방은 거검을 휘두르며 주변 공기를 찢어발겼다.
쐐애액─
“으아아악.”
하물며, 인간끼리의 싸움도 체급이 맞아야 할 수 있거늘.
‘…. 죽는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도검불침(Lv 1)을 사용합니다.】
검에 닿기 직전, 무의식중에 방어수단을 사용했다.
다행히 검에 맞은 부위는 큰 피해 없이 멀쩡했지만.
지형에 닿을 때 발생한 2차 충격에 고통이 밀려왔다.
“커억.”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었던 자리에 큼지막한 크레이터가 발생했다.
-이런 미친! 인간의 몸으로 기간트의 출력을 견뎌내다니.
“으으, 아직 도전 안 외쳤다니까.”
-미친놈, 아직도 장난칠 여유가 있어?
“…. 이거 국제법 위반이야, 개자식아.”
경기장을 둘러싼 공화국의 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만큼, 기간트와 헌터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었기에.
-다른 무기도 있지. 이것도 견뎌봐라.
“아니, 총은 진짜 반칙이지.”
-이것이 문명의 힘이란다. 존만아.
“와, 미쳤다.”
두두두두두─
이어서, 머신건을 꺼내 들어 한 손에 장착하더니.
엄청난 파괴력으로 연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절대방어(Lv 1)를 사용합니다.】
팅, 티팅─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상대의 공격을 방어했다.
동시에, 시스템 상점을 열고 도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진짜 도망가야 해.’
이대로 당하기만 해서는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방어 수단만 믿고 까불다가 진짜 요단강 건널지도 몰라.
-쥐새끼 같은 놈, 한 수가 있었구나!
“아니, 정정당당하게 내려와서 덤비라고!”
-나는 이미 버서커와 한 몸이다!
“이런.”
마침내, 절대방어 지속시간이 종료됐다.
-크큭, 이제 끝이로구나.
“…. 눈치는 더럽게 빠르네.”
당장 포인트로 절대방어를 강화해서 쿨타임 초기화를 시켰다.
‘뭐냐, 벌써 맥스 레벨이야.’
재차 사격을 가하려는 기간트를 어떻게 상대할지 골치가 아팠다.
남은 포인트를 전부 써서 텔레포트라도 구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쿠구구구구─
순간, 경기장 밖에서부터 믿기 어려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아조씨!!!!”
“미미 이 자식, 믿고 있었다구!”
장난감 마법봉을 들고 날아오는 마법소녀 미미.
이제는 컨셉에 현실이 완전히 잡아먹힌 것 같다.
“양자캐논포!”
고작 장난감 따위가 견딜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응축된 마나.
곧이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기갑 로봇을 훑고 지나갔다.
“쿨럭, 내 버서커가….!”
반파된 기간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상대.
한쪽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애꾸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궁예야, 내가 봐준 거 알지?”
“네 놈! 호가호위도 적당히 해라!”
“정정당당한 승부였다.”
“….”
옆에서 듣고 있던 미미는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아저씨가 악당 같아.”
* * *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한국의 어느 병실에 누워있었다.
“음, 혜진이가 챙겨줬나 보네.”
포인트 소모 없이 무난하게 클리어했다.
다음 권이 마지막인데, 20포인트 넘게 남았으니까.
“거의 다 끝나가는구나.”
그때, 병실 문을 열고 내게 다가오는 윤혜진.
마법소녀 복장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아저씨, 다친 데는 괜찮아?”
“그럼.”
“못생긴 건 괜찮고?”
“…. 거, 농담이 심한 거 아니오.”
“푸훕, 역시 아저씨 맞았네.”
“….”
“김인공 오빠는 텔레파시 보내는 능력 같은 거 없어. 내가 매일 같이 다녀서 잘 알아.”
“오빠?”
왜 걔는 오빠고 나는 아저씨야.
아니, 애초에 몸뚱이는 동일 인물이잖아.
“몰라. 그냥 받아들여요.”
“….”
뭐가 이렇게 입체적인가.
비록 소설 속이지만, 고작 캐릭터라고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일단, 나랑 김인공을 구분하는 것부터….’
캐릭터로 치부하기엔 너무 입체적이지 않은가.
이중인격자라고 불렀던 판타지 때와는 또 달랐다.
‘시스템, 진짜 악랄하네.’
시나리오 모드로 바꿀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정이라도 붙여서 모드를 계속 유지하려는 건가.
‘응, 꺼져. 다신 안 해.’
당분간 병원에서 지내다가 적당한 때 미국에 갈 생각이다.
대충 클로이 만나서 마법소녀 하라고 말하는 전개겠지.
삐리릭─
혜진은 TV를 틀고 함께 뉴스를 시청했다.
그런데, 돌리는 채널마다 마법소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미 마법소녀 미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단신으로 기갑 로봇이나 거대 공룡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헌터였기에.
-메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빌런이네요.
-공룡을 다루는 실력이나,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들을 홀리는 능력이 일품이에요.
-하지만 한국의 자랑스러운 헌터, 미미가 출동하면….
텔리비전 속, 섹시 다이너마이트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
최악의 빌런으로 소개하는 여악당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김채은 배우.”
“네?”
섹시 좀비 영상으로 그렇게 어필하더니.
그래도 「죽은자들의 도시」 시즌 2에선 캐스팅되겠네.
“어…. 어라?”
순간, 심장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 갑자기 너무 아픈데?”
기간트와의 전투에서 너무 무리했던 걸까.
띵동─
【사용자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인 고통을 완화합니다.】
시스템의 서비스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심장박동기의 그래프는 크게 요동치며 위급사항을 알렸다.
“의,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
“나는 괜찮은데.”
“의사 쌤!!! 빨리!!!”
“진짜 안 아픈데.”
잠시 후, 의사는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전혀 안 아프다니까요.”
“아뇨. 지금 고통을 참고 계신 거 다 압니다.”
“…. 안 아프다고.”
김인공은 내가 없어지고 나면 고생 좀 하겠네.
그나저나, 하다 하다 이제는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냐.
“죽은자들의 도시….?”
문득, 이번 작품의 제목을 떠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공까지 죽은자로 만들어 버릴 줄이야.
“어이가 없네.”
얼마 후, 느지막이 도착한 김복만이는 내 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아아아.”
“야야, 괜찮아.”
“으아앙, 어쩌다 병신이 된 거야.”
“…. 시비 걸려고 왔냐?”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에….”
“독도나 지켜.”
참나, 소설 속에서 시한부 인생이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마지막권을 앞두고.
‘뭐, 전개상 이게 맞지.’
이래서 마법소녀 영화에 남자 주인공이 없었구나.
아니, 있긴 있어도 거의 비중 없는 캐릭터였지.
“잠깐만.”
대충 주인공 사망 엔딩으로 마무리될 것 같은데.
시스템 쉑, 마지막 권에서 얼마나 굴리려고 빌드업 쌓냐.
군대 때도 말년에는 편하게 해주는 게 국룰이잖아.
희생정신이라면서 동귀어진 같은 거 시키기만 해봐라.
“인공아, 혹시 먹고 싶은 거 없어?”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우리 복만이가 달라졌어요.
“하고 싶은 건? 가고 싶은 데는 없어?”
“벌써 죽을 사람 취급하니?”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
남은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김복…. 예리랑 윤혜진, 두 사람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아무리 현실적이라지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소설 속 세계.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뭘까.
‘그래. 김인공이 트리거였어.’
윤혜진은 둘째치고, 다른 여인들은 어쩌다 마법소녀가 됐을지.
민망한 옷을 입고 악당을 퇴치하는 지구 지킴이가 된 이유는, 어쩌면.
“너희가 앞으로도 계속 지구를 지켜줘.”
“그야 당연히….”
“클로이랑 미사키도 마찬가지야. 설득 좀 부탁해.”
“….”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사라져도 이곳 세상은 유지될 것 같다.
아마도 김인공은 조만간 죽을 것 같지만.
남은 여인들은 계속 스토리를 이어가겠지.
“부탁 좀 하자. 산 사람 부탁도 들어준다는데.”
“알겠어.”
윤혜진과 예리는 굳은 표정으로 내게 대답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응?”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새롬이랑 둘째 만들기로 약속했다고.’
* * *
머릿속에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천천히 감상했다.
언제나 그렇듯 영상물을 글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롬아 나 오늘 글 좀 먼저 쓸게.”
“편하게 해요.”
“…. 먼저 자면 안 돼.”
“알겠어요.”
미리 한 권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야 앞으로 25화 분량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으니.
타닥, 타다닥─
[죽은자들의 도시 151화]
이제 7권까지만 쓰면, 진짜 딱 한 권 남았구나.
총 200화 분량까지, 웹소설 작가 인생 최대 장편 소설이었다.
“200화도 이렇게 힘든데.”
기성 작가들은 어떻게 300, 400화를 이어 쓰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나는 시나리오가 손에 맞는 것 같아.
“갓기성 작가들, 리스펙.”
대충 소설을 정리하고, 인터넷을 켜서 너튜브에 접속했다.
알고리즘 때문인지, 추천 동영상에 부커 국제상 후보를 예측하는 영상이 떴는데.
-현재 부커상 투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투표 방법은 댓글에 남겨놓을 테니….
열심히 내 작품을 홍보해주는 너튜버들.
근데, 이런다고 장르 소설로 국제 문학상을 탈 수 있으려나.
“흠….”
댓글이나 볼까.
-갓진우가 수상해야지
ㄴ장르 소설로 가능?
ㄴ이미 한국인이 탄 적 있는 상임
ㄴ오 그럼 킹능성 있겠는데?
ㄴ인기 투표니까 다들 단디해라 ㅋㅋㅋ
-드라마 너무 기대되는데
ㄴ마법소녀는 치트키임 ㅋㅋ
ㄴ기갑킹룡 드라마라니
ㄴ웹소설 졸잼이다
ㄴ근데 요즘 연재주기가 좀…. ㅠㅠ
ㄴ상이 먼저임
ㄴㅇㅇ 기다려 주는 게 맞지
역시, 그동안 열심히 달린 보람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공개일과 투표 기간이 겹쳤다.
아마 조만간 디지니 플레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겠지.
“부커상보단 드라마가 중요하지.”
당분간 촬영이랑 대본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이제 조만간 시나리오 모드로 돌릴 테니까.
턱─
노트북을 접고, 날아가는 듯이 침실로 움직였다.
학수고대하던 둘째 메이킹 모먼트가 아닌가.
“…. 새롬아?”
설마 자는 거 아니지?
아직 9시밖에 안 됐는데.
“으으음.”
“자는구나.”
잠든 아내의 옆에 누워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불을 끌어 올리거나, 머리를 쓸어넘겨 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참 동안 눈 정화를 하면서 밤을 보냈다.
“결혼 잘했네.”
둘째 없으면 뭐 어때.
새롬이가 내 옆에 있는데.
* * *
수개월 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어느새 제작발표회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시스템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내 입장에선 큰 행운이었다.
이제 미션 난이도는 극악이라 포인트도 거의 없었으니.
“어쩌면 마지막 권 뜨기도 전에….”
1년을 다 채우고 시나리오 모드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템페스트 엔터 내 작업실.
편집실에서 밤을 지새운 나 감독님이 방문했다.
“작가님, 최종본 나왔습니다.”
“나 감독님, 고생하시네요.”
“제가 할 일이니까요.”
송권수 감독님과 함께, 나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일해준 나 감독님.
대본만으로 시스템이 보여주는 영상을 귀신같이 재현하는 천재였다.
곧바로 가져온 드라마를 틀어서 주요 장면을 시청했는데.
과연, 랜덤 스튜디오의 보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수고 많으셨어요. 편집본이 제가 딱 생각한 그대로예요.”
“와아, 다행이다.”
“음….”
“조마조마했네요. 마음에 드실지.”
“당연히 마음에 들죠.”
“정말요?”
꽤 시간이 흘러도 습관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나 숙제 검사받는 아이처럼 내게 결과물을 보여주는 나지수 감독.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을 했지만, 언제나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 감독님. 완벽해요.”
“오오, 감사합니다!”
“아니, 이번 작품 말고요.”
“???”
“나지수 감독님이 완벽하다고요.”
“아….”
내가 그렇게 칭찬에 인색했었나.
감격에 겨운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왕이면, 조금 더 일찍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요? 정말요?”
“네. 항상 제가 상상했던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셨어요.”
“…. 감사합니다. 작가님.”
“제가 더 감사하죠.”
며칠 뒤, 예정대로 제작발표회 날.
언제나처럼 효주와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어라? 오늘 날짜가….”
“오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황효주는 운전대를 잡고 내게 말했다.
“오늘 날짜 맞아요. 제작발표회 당일.”
“…. 나도 알아.”
“혹시 모르셨을까 봐. 헤헤.”
“내가 바보냐.”
오늘 날짜로 장르 소설 모드를 실행한 지 1년이 되었다.
즉, 지금 당장이라도 시나리오 모드로 전환이 가능했다.
‘뭐지….?’
당연히 그 전에 시스템이 납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바꾸…. 아니지, 잠깐만.’
막상 이 날이 다가오니까 혼란스러웠다.
모드 변경은 언제든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오빠, 그거 아세요?”
“뭐.”
“…. 지금 부커상 인기 투표 1등이에요!”
“죽은자들의 도시 아직 마무리도 못 했는데.”
“에이, 김진우잖아요.”
현재 독자들은 다들 부커상을 원하고 있었다.
완벽한 완결을 위해 연재를 기다려주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결말은 잘 내야겠지?”
“당연하죠.”
“쉽지 않은데.”
이제 와서 내가 자체적으로 결말을 짓는 건 너무 무모했다.
마법소녀 팬들과 독자들은 물론, 거의 전 국민이 바라는 실정이라.
“장르 소설로 국제 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
“당연하죠!”
“음, 글쎄.”
아직 마지막권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는데.
역시, 일단은 모드 변경을 보류해야겠다.
끼이익─
“오빠, 도착했어요.”
“어, 수고했어.”
웹소설 원작, 디지니 플레이의 새로운 오리지널 드라마.
「죽은자들의 도시」의 제작발표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드라마는 그야말로 종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마법소녀’라는 세계적인 히트작의 프리퀄이자 드라마 버전.
게다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으니.
“희정아, 왔어?”
“응. 준아, 약속했잖아.”
“빨리 들어와.”
잠시 후, 김희정은 강준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했다.
“딱 일주일 걸렸네.”
“그러게.”
디지니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기까지 걸린 시간.
마법소녀 및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의 시너지는 덤이었다.
“최단기간에 1위 찍었나.”
“응. 하루 만에.”
일주일이면 살짝 늦게 시청하는 감이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깡준, 우리 요즘 너무 바빠서 볼 시간이 없네.”
“그러게. 원래 스타는 고단한 법이잖아.”
“우리가 스타였나?”
“당연하지. 이 드라마로 한 번 더 증명했잖아.”
“흠….”
희정은 피식 웃으면서 강준의 손을 잡았다.
“지누 작가님이랑은 화해했어?”
“언제적 이야기야. 옛날에 풀었지.”
“저기, 희정아.”
“응.”
“나는 요즘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겠네.”
“그래?”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남친.
희정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만 끄덕였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아버지 없이 자랐잖아. 삼촌이랑 같이.”
“뭐야, 갑자기?”
“그래서 가족에 대한 애착 같은 게 있어.”
“….”
드라마 보다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나.
“희정아, 우리가 요즘 자주 못 보잖아. 너무 바빠서.”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잠깐만.”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반지를 꺼내는 남자친구.
진지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긴 하는데.
“설마 프러포즈를 자취방에서 하는 건 아니지?”
“…. 어?”
“주머니에서 꺼낸 따끈따끈한 반지로?”
“아…. 아니, 그니까.”
“아니지?”
평생에 한번 있는 프러포즈 아닌가.
꼭 누구랑 비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오빠는 새롬 언니한테 우주에서 고백했는데!?”
“….”
“자, 기회 다시 준다.”
“내일 다시 할게!”
“오케이! 내일 다시 해!”
몇 초간의 침묵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큰 소리로 웃었다.
* * *
시스템이 도무지 반응할 생각을 안 했다.
시스템이 안 보내주면 내가 가면 그만이다.
“마무리 하고 싶은데.”
문제는, 마지막권에서 주인공이 죽을 것 같단 말이지.
상식적으로 시스템이 죽는 장면을 주지는 않겠지만.
“그쪽에서 모드 변경하면 어떻게 되려나.”
띠리리링─
중대한 고민하던 와중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여보세요. 강준이냐?”
-네. 형님. 말씀드릴 게 있어서….
“응, 뭔데?”
-제가 희정이랑….
띵동─
【주간미션 클리어 후에 현실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제한 시간 : 20일】
“희정이랑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뒤에 말은 현실로 돌아가서 들어야겠다.
드디어, 완결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 섰다.
“이번 마지막권까지만 잘 마무리 하면….”
띵동─
【‘희생양’ 주간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 인류 최악의 여악당, 메릴다에게 치명상을 입으세요.】
【보상 : 베네핏 강화 포인트 30pt】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뭐, 희생양? 지금 나랑 장난해?”
치명상을 입으세요, 이 지랄.
마지막인데 보상이 무슨 의미야.
“시스템 쉐끼, 진짜 선 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