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28)
외전
[28] 대문호의 길(4) – 외전 完미국 뉴욕의 어느 헬기 탑승장.
네 명의 마법소녀들은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전의를 다졌다.
얼마 전, 메릴다의 동선을 파악했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이 멤버가 또 모였네.”
“그러게요.”
한때, 마왕에게 몸을 빼앗긴 윤혜진 구출팀.
게다가, 2차 각성한 미미를 포함하면 가히 최강의 전력이었다.
“김인공 씨, 그냥 병상에 누워 있는 게 어때요?”
“아뇨. 저도 갑니다.”
나는 마지막 미션을 앞두고, 동료들을 한 명씩 둘러봤다.
마법소녀 덕후들이 보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영화 속 주인공들을 실제로 보는 영광을 누렸으니.
“다들, 잊지 못할 거예요.”
“뭐예요! 꼭 죽을 사람처럼?”
“시한부니까 어차피 죽을 사람 맞지.”
“….”
주변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졌다.
“다들 은폐엄폐 잊지 마세요. 메릴다는 우리가 있는지 모를 테니까.”
“…. 좀 치사하지 않나?”
“그 사람이 키운 공룡이 시민들을 얼마나 죽였는데요!”
“음, 그래.”
“메릴다를 발견하면 무조건 신호! 오케?”
“예압.”
“다들 가시죠.”
상대방은 인류 최악의 악당으로 평가받는 여인, 메릴다.
이곳 세계관에서 죽지 않고 평생 마법소녀를 괴롭히는 공무원급 빌런이었다.
‘거의 로켓단이지.’
까만색 섹시 쫄쫄이 의상은 마법소녀를 연상케 했다.
마니악 한 채찍을 휘둘러 공룡을 다루는 능력도 괴이했다.
“혜진아.”
“네?”
“그동안 고생했어.”
“….”
헬기를 타고, 모두 함께 목표 장소 근처로 접근했다.
이동 중, 옆에 앉아있던 혜진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어.”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 마지막 맞아.”
눈치 빠른 혜진이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였다.
“아저씨,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아, 저번에 내가 말했었지? 쫄쫄이 업그레이드.”
“응….?”
“회사에 미리 준비해놨다.”
“…. 아저씨는 바보야.”
잠시 후,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목표 장소에 접근했다.
거대한 공장처럼 넓고 복잡한 공간.
리더인 클로이의 지휘 아래, 전부 모여서 기습을 준비했다.
“김인공 씨, 어서 천리안을….”
“막혔어요.”
“네?”
“여기선 안 통해요. 놈들도 허술하진 않은 것 같네요.”
“후우, 다들 흩어져서 찾아보죠. 먼저 메릴다를 발견한 사람이 무전을 치기로 하고.”
“오케이.”
이내, 마법소녀들은 각자 흩어져 메릴다를 찾아다녔다.
“…. 구라야.”
마지막 시스템의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누구보다 먼저 그녀를 찾아서 치명상을 입어야만 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천리안(Lv 1)을 사용합니다.】
머지않아 메릴다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이상 이곳 세상에는 미련이 없었다.
모든 인연과 작별 인사를 충분히 했으니까.
‘뭔가…. 기분이 묘하네.’
남은 미련은 전혀 없는데 괜히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할까.
「죽은자들의 도시」 뿐만 아니라, 장르 소설의 마지막이었기에.
터벅, 터벅─
“안녕, 메릴다.”
“누구냣! 당신 뭐야!”
“음….”
뭐라고 나를 소개해야 적당할까.
“내가 누군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
“건방진 놈, 내가 누군지 알고….”
무슨, 저 대사는 학원에서 단체로 가르치나.
몸매를 훤히 드러나는 야시시 한 복장에 검은색 고양이 마스크를 쓴 여인.
한 숟가락 걸린 창작자로서, 상대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사생활을 지켜주기로 하고 미션을 수행했다.
“자, 이제 마음껏 때려요.”
“네?”
“빨리 때려요. 뒤질 만큼 세게!”
“음….?”
“그 채찍으로 나를 때리라고. 쟤들 오기 전에.”
“….”
“아, 빨리!”
메릴다는 혐오감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봤다.
“저는 선생님의 변태 성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친, 무슨 개소리….”
치지직─
순간, 무전기에서 마법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공 씨,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앗, 근무 중 이상 무!”
-네. 메릴다를 발견하면 상대하지 말고 도움을 청해요.
“예, 써.”
치지직─
무전기 소리를 듣고, 메릴다는 고양이 가면 속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너, 너희들 대체 정체가 뭐야!”
“알려주면 때려줄 거야?”
“아놔, 이런 개변태 새끼가….”
“마법소녀 완전체.”
“으윽, 어디서 정보가 샜….”
“어차피 넌 못 도망가.”
“이익.”
상대는 채찍을 쥐고 분노에 찬 음성을 뱉었다.
마침내 나를 때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두고 보자!”
“안 돼! 두고 보지 말고 지금 봐!”
“아아, 놔, 놔아아….”
“채찍으로 나를 조져버리기 전엔 못 도망가!”
“으앙, 놔죠요.”
도망치려는 여악당의 옷자락을 꾹 쥐고 붙잡았다.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이런 완벽한 기회가 찾아올까.
찌지직─
결국, 메릴다의 망토는 좌우로 찢어지더니 뽀얀 맨살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노출이 심한 의상이었는데, 이제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우야….”
“이, 이런 나쁜 놈!”
“그래서 내가 도망가지 말라고 분명히….”
“이익….!”
“아니, 근데 잠깐만.”
이 여자는 시민들을 모기 잡듯이 학살하는 빌런 아닌가.
내가 왜 이런 인간한테 나쁜 놈 소리를 듣고 있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
“변태 새끼, 죽어!!!!”
촤아아악─!
결국, 분노에 찬 그녀의 채찍이 내 몸을 강타했다.
“아악, 아파, 살살….”
“미친놈아, 느끼지 마!”
“혜으응.”
멀리서 다가오는 마법소녀들에게 눈으로 작별 인사를 보냈다.
‘안녕.’
* * *
사망 후, 다른 세계에서 다른 종족으로 환생하는 의지의 김인공 씨.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로 이어지는 떡밥과 함께 소설은 막을 내렸다.
“와아, 드디어 끝났다.”
한동안 멍하게 천장을 바라봤다.
고작 1년 사이에 10년쯤은 늙은 기분이다.
죽을 고비를 셀 수도 없이 여러 번 넘겼으니.
띠리리링─
이내,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 강준이랑 전화하고 있었지.”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연결했다.
-형님, 전화가 중간에 끊겨서요.
“응. 무슨 말 하고 있었지?”
-제가 희정이랑 결혼하기로 해서요. 그거 말씀드리려고….
“…. 뭐?”
산 넘어 산이네.
갑자기 무슨 결혼이야.
“희정이도 동의한 거야?”
-네! 정식으로 프로포즈했습니다!
“….”
여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제법 있는 편이라서 어릴 때부터 업어 키웠다.
머가리 크고 나서는 자주 싸웠지만, 남자 문제는 항상 신경 썼었는데.
‘이제 보내줄 때가 된 건가.’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에 맴돌았다.
이거, 나중에 주은이 시집간다고 하면 현타가 씨게 올 것 같네.
-저기…. 형님?
“아, 어. 그래.”
-혹시 반대하시는….
“아냐. 뭘 반대해.”
그럴 거면 사귈 때부터 반대했겠지.
공개 연애하다 헤어지면 여배우가 더 손해다.
“축하해. 준아.”
-형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그, 상견례 일정을 잡으려고 하는데….
“내가 우리 부모님께 말씀드릴게.”
-넵. 감사합니다!
“그래.”
뚝.
희정이 문제는 제쳐두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다시 시스템이 납치하기 전에 모드부터 바꿔야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나리오 모드를 선택합니다.】
【사용자에게 적합한 작품을 찾고 있습니다.】
장장 1년 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마침내, 시스템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다.
“후리─덤!!!!!!”
‘자유’라는 건 공기와 성질이 비슷했다.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지만, 빼앗겼을 때 비로소 가치를 알게 되는 것.
‘장르 소설 쪽은 앞으로 상종도 안 한다.’
우주를 가도 이계보다는 이승이 낫지.
그뿐인가, 포인트를 거르고 생각하면 시나리오 대본의 아웃풋이 압도적이었다.
성공했을 때의 파급력도 그렇고, 할리우드 연예계나 재벌급 투자사의 인맥까지.
‘이제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네.’
혹시 시스템이 주는 대본이 쓰기 싫으면.
포인트도 많은데, 적당히 스킵할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지.
끼이익─
그때, 와이프가 방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진우 씨! 무슨 일이에요!”
“음….”
“방금 후리…. 덤.”
“아, 재채기했는데.”
“…. 후리덤으로?”
“그것도 나쁘지 않더라고.”
이내, 새롬이는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꼭 안아줬다.
“뭐지.”
“요즘 많이 힘들죠?”
“응?”
“부커상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알아요.”
“그런 거 아니고.”
물론 타면 더 좋지만, 아니면 말아야지 뭐 어쩌겠어.
웹소설로 국제 문학상을 타는 게 쉬운 일도 아니었으니.
“괜찮아. 전혀 기대 안 하고 있으니까.”
“에휴, 거짓말 안 해도 돼요.”
“…. 진짠데.”
그건 그렇고, 훨씬 중요하게 할 말이 있었다.
가족의 인륜지대사보다 중요한 게 어딨나.
“강준이 희정이한테 프로포즈했는데…. 알고 있었어?”
“네?”
“몰랐구나.”
“와아, 잘됐네요.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리잖아요.”
“인정.”
「죽은자들의 도시」에서도 인공과 복만의 케미는 유명했다.
메인 히로인급인 윤혜진을 미는 사람 이상으로 많았으니까.
“일단 상견례부터 잡아봐야지.”
“그래요.”
* * *
시간이 흘러, 영국 런던.
결국, 부커 국제문학상 최종 수상자 발표일에 맞춰 런던을 방문했다.
나를 위해 영국까지 따라와 준 와이프와 함께 시상식장으로 이동했다.
“네비 이거 맞나?”
“이 길 맞아요.”
“아하.”
“그래도 수상작 발표하기 전에 작품을 완결 내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그동안 「죽은자들의 도시」는 많은 팬들의 성원 속에서 성공적으롤 완결 났다.
물론, 그렇다고 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는 데에 유리해지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솔직히, 상도 못 탈 텐데, 런던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네.”
“수상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에이, 설마.”
수상자가 현장에 없는 건 시상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코너 두 번만 돌면 바로예요.”
“오키.”
“아, 근데 진우 씨.”
“응?”
이내, 와이프는 주은이에 대해 언급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주은이도 어린이집에 보내려구요.”
“벌써?”
“돌 지난 지가 언젠데요. 전혀 빠른 거 아니에요.”
“…. 그런가.”
새롬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돌잔치도 했으니까 거의 다 컸다고 봐야 하나.
“변 팀장이 추천해준 어린이집을 생각하고 있어요.”
“변 팀장이면….”
“효주 씨 아들이요. 지석이가 다니는 데가 강남에서 제일 유명한….”
“놉! 거긴 절대 안 돼.”
스마트폰 광고할 때 시스템이 보여준 의문의 미래 사위.
황효주 아들래미랑 친해질 기회 자체를 차단할 생각이다.
“아직 어딘지 안 말했는데요?”
“응. 어디든 안 돼.”
“…. 이미 계약했는데.”
“앗. 왜 상의도 안 하고….”
“이유를 들어보고, 합당하면 취소할게요.”
“….”
와, 남편잘알이네.
나를 너무 잘 알아.
효주 아들이 아니라, 그 누가 데려가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우리 주은이랑 평생 같이 살고 싶은데, 새롬이는 싫어하려나.
아내는 슬쩍 미소를 짓더니 대화 주제를 돌렸다.
“하여튼, 이제 곧 희정이도 결혼하면 시댁도 북적북적하겠네요.”
“벌써 결혼 준비하고 있더라고.”
“조만간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결혼 발표할 거예요.”
“잘됐네.”
템페스트 간판 배우들의 결혼 발표.
몇몇 직원들은 주가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설레발쳤다.
“둘이 잘 어울리니까요.”
“그렇지.”
잠시 후, 우리는 부커상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알버튼 뮤지엄.
취재진을 가볍게 상대하고, 아내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세계 문학상 시상식장인가.
내부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즐비했다.
나를 어떻게 알아봤는지, 악수나 가벼운 포옹을 요청하는 외국인들.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장르 소설 작가 ‘지누’였다면 얼마나 쫄렸을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인터네셔널 부문 발표의 순간.
시상을 맡은 존슨 교수가 객석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폈다.
“진우 씨.”
“응?”
“방금 눈 마주쳤어요.”
“???”
순간, 시상대에서 나를 발견한 존슨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진짜네? 설마….”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거니 시상자를 발표하는 교수님.
“발표합니다. 부커상 선정위원회가 뽑은 이번 부커 국제문학상의 주인공은….!”
그의 입이 떨어지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렀다.
“축하드립니다! 죽은자들의 도시, 김진우 작가님!”
“와아아아아─!!!”
작품을 호명하는 순간, 객석에서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이거 진짜야?”
팬들이 무지성으로 투표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그래도 국제 3대 문학상이 단순 인기투표일 리는 없었다.
“진우 씨!!! 축하해요!”
이내, 나를 꼭 안아주는 새롬이의 묵직-, 아니 뭉클한 마음씨를 느꼈다.
축하해주는 관객들을 뒤로한 채 아내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새롬아.”
“저도 사랑해요!”
“우리 둘째…. 콜?”
“….”
* * *
3년 후.
그동안, 랜덤 스튜디오와 템페스트 엔터는 꾸준히 성장했다.
시스템이라는 초월적인 능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매년 세 작품씩 꾸준히 찍어내며 기반을 다졌으니.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오빠, 결국 주은이는 유치원도 우리 지석이를 따라왔네요.”
“따라가다니, 동선이 겹쳤다고 해줄래?”
“그래요. 그럼 우연히 겹친 거로.”
그동안 우리 황효주 작가도 머리가 정말 많이 컸다.
나를 제외하면, 한국에선 거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으니.
“거기 유치원이 좋긴 해요.”
“그래?”
“네. 우리 지석이가 엄청 똑똑해졌어요. 벌써 한글은 옛날에 다 뗐고, 영어도 꽤 해요.”
“오, 우리 주은이는 덧셈 뺄셈도 하던데.”
“…. 좀 하네요?”
“응. 하더라고.”
효주는 썩은 미소를 짓더니 자랑질을 늘어놓았다.
“따님이 똑똑하시네요, 근데 우리 지석이는 구구단도 술술 외워요.”
“뭐? 여섯 살짜리가?”
“네. 내년쯤 영재 교육원에 보낼까 봐요.”
“흠, 그거 알아? 주은이는 가끔 심심할 때마다 미적분도 풀어. 거의 상위 0.01프로쯤은 된다고 봐야지.”
“않이, 무슨 아인슈타인이에요? 그게 말이 돼요?”
“응. 되더라고.”
괜히 쓸데없이 캐묻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근데 오늘 은빈이는 출근 안 해?”
“오늘은 남친이랑 뽀뽀하느라 늦는대요.”
“응?”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
“…. 그게 다야?”
“네.”
민은빈 남친이면 새롬이 사촌 동생이잖아.
“정형식이지? 아직도 사귀어?”
“네. 둘이 오래 가네요.”
“….”
띠리리링─
순간, 우리 와이프 정새롬 ‘대표님’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새롬.”
-진우 씨, 오늘 재훈이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수 있을까요?
“음, 내가 주은이 데려오고 싶은데.”
-그래요. 그럼 제가 재훈이 챙길게요. 저녁에 봐요.
“예압.”
뚝.
전화를 끊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는 길에 주은이랑 군것질이나 하고 와야지.
“굿.”
우리집 장남이자 둘째, 김재훈.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양쪽이 100% 똑같았지만.
오늘은 왠지 말이 통하는 주은이랑 놀고 싶었다.
“효주야, 나 먼저 퇴근한다. 주은이 데리러 가야 해.”
“네? 벌써요?”
“응.”
“그럼 같이 가요. 어차피 저도 지석이 챙기러 가야 해서.”
“오케. 네가 운전해.”
“넹.”
곧바로, 퇴근 준비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나치며 꾸벅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미소로 답했다.
“오빠, 오늘 희정이랑 강준 배우님 미국에서 돌아오는 거 아시죠?”
“알지.”
할리우드를 씹어 먹더니, 오스카 시상식을 휩쓸고 돌아온 배우 커플.
미국 현지인들은 주저 없이 한국의 브란젤리나 커플이라고 불렀다.
“오빠, 이제 희정이 연기력 좀 인정해줘요.”
“왜?”
“아무리 동생이지만 평가가 너무 박해요.”
“응, 희정이는 영원히 희정이야.”
다른 작품도 아니고 내 작품으로 연기했잖아.
수많은 베네핏으로 강화한 시스템은 무적이니까.
“배역에 딱 맞춰서 대본을 써주는데 연기를 못하는 게 바보지.”
“아니, 그건 오빠가 너무 뛰어난 거죠.”
“아무튼, 다른 작가 작품으로 오스카 상 타면 인정.”
“…. 오빠는 어떻게 갈수록 더 잘 써요?”
“글쎄. 너도 시스템 신께 빌어봐.”
“에휴, 또 그 대답.”
잠시 후, 효주와 함께 강남의 유치원에 도착했다.
“와아…. 어이가 없네.”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변지석이 손을 꼭 붙잡고 나오는 주은이.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로맨스 세포가 탑재된 건가.
“주은아….?”
“아빠아아!!”
사랑스러운 딸래미는 변가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왔다.
아직은 빼앗기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저는 그만 가볼게요.”
“그래. 효주야. 내일 보자.”
“넵.”
변지석과 함께 사라지는 효주를 뒤로한 채, 주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주은이, 오늘은 유치원에서 뭐 했어요?”
“우웅. 지석 오빠랑 놀았어.”
“…. 지석이 말고 다른 멋진 오빠는 없어?”
“모르겠어. 지석 오빠가 초콜릿 줬어.”
먹을 걸로 유인하다니, 그건 반칙이지.
생각보다 지능적인 친구라 방심하면 안 되겠어.
“주은아, 아빠가 햄버거 사줄까?”
“우와앙, 아빠 최고!”
“그치? 아빠가 최고지?”
“응!”
햄버거는 치트키지.
와이프한테 걸리면 최소 사망이겠지만.
이렇게라도 변지석을 이길 수 있다면.
“자, 햄버거 사러 가자.”
“좋아!”
띠링─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새롬이가 톡을 보냈다.
[진우 씨 설마 주은이한테 햄버거 먹이는 건 아니죠?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요]
“눈치 뭔데.”
띠링─
[패티로 진우 씨 손바닥을 쓸 수는 없잖아요 ㅎ]
결국, 햄버거 반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괜히 말을 꺼내서 주은이에게 원망 1스택을 쌓았다.
“아빠 미워!”
“…. 억.”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 * *
그날 저녁,
미국에서 아카데미 트로피를 가지고 화려하게 귀국한 여동생과 강준.
오랜만에 동생 내외까지 모였으니, 집에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브라더, 나 이제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 탄 배우야. 대우해줘.”
“뭐 하냐 너? 뒤질래?”
“오 마이 가쉬! 지저스, 언행이 천박해요!”
“이게 미쳤나.”
“왓 더….!”
오스카란 무엇일까.
왜 멀쩡한 여동생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야.
“형님, 죄송해요. 희정이가 요즘 오스카 병에 걸려서….”
“니가 선택한 와이프다. 악깡버, 알지?”
“…. 식사 준비 돕겠습니다.”
“그래. 수저만 좀 놔라.”
주은이, 재훈이랑 놀 게 내버려 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새롬아, 뭐 도와줄까?”
“아뇨, 식사 준비 끝났어요.”
요리까지 잘하는 만능 치트키.
희정이를 보고 새롬이를 보니까.
내가 얼마나 행운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스윽─
뒤에서 아내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고마워요.”
“응? 왜 이래요.”
“그냥.”
시스템이 있다고 한들, 새롬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어쩌면, 첫 작품부터 이민주 작가한테 가로막혀 좌절했을지도 모르지.
두근─
순간, 새로운 작품이 발생했다.
주변에는 새롬이밖에 없는데.
‘아, 와이프는 연기 안 시킬 거라니까….’
이번 작품을 무시하려고 베네핏 상점을 오픈했다.
1회용 작품 제거기를 사용하면 스킵할 수 있으니까.
순간, 부엌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했다.
“어, 음…. 거울이네?”
“애들한테 위험해 보여서 여기에 뒀어요.”
“그건 알겠는데.”
두근─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싸움을 펼쳤다.
‘설마….?’
<외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