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6)
JTBS 주조정실.
방송국의 기술팀 직원들은 침을 삼키며 그래프를 확인했다.
“티, 팀장님…. 이게….”
기술팀장 이필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청률 추이를 지켜봤다.
순조롭게 1%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재벌 상속자는 순정마초」.
그런데, 시청률은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가파르게 치솟았다.
“2프로….! 지금 막 시청률 2퍼센트 넘었습니다!”
“세상에, 고작 10분 만에….?”
최근 JTBS 드라마들 중에 이런 성적으로 시작한 드라마가 있었던가.
반년 전에 히트친 드라마 이후로 가장 좋은 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때는 스타작가에 탑배우로 판이 깔린 상태였으니.
바로 그때, 누군가 조정실에 난입했다.
“성기훈 감독님!”
“방금 스마트폰으로 시청률 확인하고 왔는데.”
“아, 지금 막 2프로를…. 아니, 3프…. 로?”
미쳤다. 그냥 미쳤다는 표현밖에 생각나는 단어가 없었다.
이필준 기술팀장은 경이롭다는 듯이 성기훈 감독을 쳐다봤다.
신인작가와 신인배우로 이런 결과를 이끌어내었으니.
“와…. 성 감독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게 제가 만든 결과물 같으세요?”
“네?”
성 감독은 그래프가 특정하게 꺾인 시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7분대 남주와 여주 티키타카 씬. 11분대 여자 주인공 독백 씬.”
정확히 시청률이 펌핑되는 지점을 확인하는 성기훈 감독.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더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연출이 아니라 대사에서 나오는 힘이죠.”
“아…. 그러고 보니.”
“예. 시청률이 떨어지는 구간이 없잖아요.”
주식처럼 등락을 반복하는 여느 드라마와는 양상이 달랐다.
그 어떤 시청자도 이탈을 허락하지 않는 기이한 지표였으니.
“와, 이거…. MBS랑 붙어도 해볼 만하겠는데요?”
“걔들은 지금쯤 골치 아플 겁니다. 초반부에 아역으로 시작하니까.”
“하하하. 아역 파트 엎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겠네요.”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죠.”
그런 무리수를 두면 작품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일 테니.
지이이잉─
방 국장에게서 온 연락.
성 감독은 피식 웃음을 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기, 잠깐 나 좀 보지. 성 감독.
“예. 올라가겠습니다.”
방 국장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아직 드라마 1부의 절반도 채 진행되지 않은 상황.
지금과 같이 시청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유입이 증가하면.
“4프로…. 찍으려나.”
아니, 어쩌면 5프로를 찍을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처럼 단 한순간도 분당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 * *
“우리 막내, 언제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에이, 우리 세미는 원래부터 잘했지.”
“꺄아아, 이거 너무 재밌어.”
퍼플걸스 멤버들의 숙소.
다섯 명의 멤버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드라마 시청하고 있었다.
‘첫 방송은 작가님이랑 보고 싶었는데….’
방송국에서 제작진들이 다 같이 본다고 했었지만.
진우는 대번에 거절했기에 세미도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 템페스트 엔터 사람들과 같이 볼 것 같은데.
당연히 그중에서는 어떤 신인 여배우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김현지…. 라고 했나.’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그녀를 떠올리니까 또다시 그 순간이 떠올랐다.
첫 촬영 날에 김현지 배우에게 새로운 작품을 논했던 김진우의 모습이.
아무래도, 그녀를 차기작 여주인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임재준과 자신을 순정마초의 주인공으로 낙점한 것처럼.
“…. 여쭤볼까?”
옆에서 꺅꺅거리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언니들.
그중에서 유나 언니가 소리를 지르며 자랑했다.
“내, 내 노래! 내 노래 나온다!!!”
“야, 내가 만든 노래거든?”
“내가 불렀으니까 내 노래지!”
인생 첫 OST를 작곡한 레이미가 유나와 티격태격했다.
곧이어, 레이미는 스마트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톡을 주고받았는데.
“누구 노랜지 내가 물어봤어.”
“누구한테?”
“누구긴? 김 작가님이지.”
“….”
세미는 약간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톡 하나를 보낼 때도 괜찮을지 수백 번씩 고민하고 보내는데.
“언니…. 작가님이랑 그런 질문도 하는 사이야?”
“응? 오늘 톡 처음 보내는데?”
“아, 아….”
레이미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처음으로 부러웠다.
“오, 김진우 작가님은 가족분들이랑 보고 계시는가 보네.”
“정말!?”
진우의 소식을 들은 세미의 표정은 갑자기 밝아졌다.
템페스트 사람들이랑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기에.
한편, 드라마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었으니.
그룹 내 최고의 연기돌, 재은이 불쑥 이런 말을 꺼내었다.
“저기, 근데…. 시청률은 얼마나 나오고 있어?”
재은이 뱉은 말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확인해야만 하는 성적표.
리더인 미령은 대표로 나서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언니?”
“빨리 말해봐.”
“왜 그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미령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4프로…. 넘었는데?”
* * *
“피플미터기 고장 났나?”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성 감독의 연출력 또한 내가 시스템에서 본 드라마 못지않게 훌륭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은 고작 한 단어로 깔끔하게 정의되었다.
“미쳤다.”
고작 1%로 시작한 순정마초.
드라마의 분당 시청률 그래프는 수직을 그리며 올라갔다.
특히, 세미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5%의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빠! 지금 4.8프로야.”
“이거 현실이냐?”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초대박이지.”
단톡방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자축하느라 난리였다.
[헐 찢었다 ㅋㅋㅋㅋㅋ]
[곧 5퍼 뚫을 것 같습니다 ㄷㄷ]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ㅎㅎ]
[지금 역대 JTBS 첫 화 시청률 6위에요;;;]
[내기 3프로 미만에 건 사람 다 엎드려 ㅋㅋㅋ]
[미진아 선 넘지 말자 ^^]
[죄송합니다 선배님 ㅠㅠ]
곧이어, 4%대를 넘어 5%대에 도달한 순정마초.
끝내, 5.1%를 기록하며 첫 방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문자들이 쏟아졌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 방송국 PD를 시작으로.
어떤 투자사, 제작사, 라디오 섭외나 작가 협회까지.
이 늦은 시각에 연락이 쏟아지니까 정신이 없었다.
“오빠야, 이제부터 제가 존댓말 쓰려고요.”
“?”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제가 지금까지 몰라봤네여.”
“뭐 잘못 처먹었어?”
“이런 씹. 아니, 작가님…. 뭐 처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치킨. BBZ 반반 무 많이.”
“넵! 바로 시키겠습니다.”
“응. 니 돈으로.”
“…. 넹.”
여동생의 아부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내 카드를 건네주었다.
“오오….!”
“치킨은 니 돈으로 사고.”
“응….?”
“강남에 유명한 연기 학원 가고 싶어 했잖아. 이걸로 결제해.”
“세상에. 충성충성!”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님 시선에 괜히 민망해졌다.
‘5.1프로….’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보니 현실감이 떨어졌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워서 분당 시청률 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실, 첫 방 시청률은 배우에 따라 결정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단 1분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
채널을 돌린 시청자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였다.
적어도 이번 주에는 MBS라는 강력한 경쟁 채널도 없으니까.
내일 시청률도 큰 변화가 없으면 오늘처럼 높은 수치를 유지할 터였다.
한편, 첫 방 시청률 내기에서 5%에 걸었던 사람은.
“세미 씨가 내기에서 이겼네.”
이런 게 정의구현 아닌가.
* * *
다음 날, JTBS 예능국장실.
“이미 촬영은 다 끝났는데 어떻게 그래요!”
“그러니까 편집을 잘해야지.”
JTBS의 간판 예능인 아는동네형님의 프로듀서.
진재훈 PD는 한영옥 국장의 앞에서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사흘 만에 어떻게 한 편을 두 편으로 만들어요! 제가 무슨 마술사입니까?”
“진 감독…. 말이 조금 거칠다?”
“아, 아니. 국장님…. 그런 게 아니라.”
이미 편집까지 다 마치고 다음 게스트 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폭탄이 떨어졌다.
물론, 드라마 시청률 잘 나오면 좋긴 하지.
그 덕분에 이번 화 예능 시청률도 보장될 테고.
“진 감독 힘든 거 다 알아. 근데 어떡해? 나도 위에서 지시받았는데.”
“하아…. 알겠습니다.”
진 PD는 국장실을 나오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그럼 촬영 전에 말씀해주시던가. 당장 토요일이 방송일인데 무슨 수로….”
그때, 옆에서 다가온 정찬수 PD가 말을 걸었다.
“그럼 밤을 새워야지.”
명사들을 데리고 해외를 돌아다니는 여행 예능.
‘무전여행’으로 스타 PD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다.
“아, 선배님.”
“우리 방송국 중에 5프로 스타트 끊은 게 언제적 이야긴 줄 몰라?”
그럴 리가 있나.
재작년 초대박 작품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인데.
“한 국장님 생각도 해야지. 당연히 위에서 쪼아댈 수밖에 없잖아.”
“예. 알겠습니다.”
정찬수는 터덜터덜 걸어가는 진 PD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가 분량 늘리는 팁 하나 줄까?”
“네? 네!”
“그럼 김진우 작가님 번호 좀 알려줘. 나중에 섭외할까 하는데.”
“네? 무전여행에요?”
“뭐, 이번 시즌은 아니고. 다음 시즌쯤에 조커 카드로 생각 중이야.”
“아….”
사실, 그가 알려주는 팁이라고 해봐야 별게 아니었다.
촬영분에서 분량을 늘리기 어려우면 추가촬영을 하면 그만이니까.
누구나 아는 내용을 선심 쓰듯이 알려주는 게 약았다고 해야 하나.
“정 PD님 말대로…. 일단 전화나 영상 인터뷰부터 따야겠네.”
주연배우들과 최대한 가까운 인물들 위주로.
그중에서도 김진우 작가는 당연히 포함해야지.
솔직히, 이게 다 순정마초를 위한 일인데 갑을 관계가 역전된 기분이다.
두 편으로 나눠서 편집해 준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진 PD는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톡을 보냈다.
[김진우 작가님, 혹시 인터뷰 잠깐 가능하세요? 부담되시면 목소리만이라도…. 제바류….]
* * *
순정마초는 이틀 연속으로 기분 좋게 5프로 대의 시청률에 안착했다.
일단, 케이블 드라마 중에서는 올해 보기 드문 성적으로 출발했다.
《재벌 상속자는 순정마초의 돌풍. 그들이 고작 이틀 만에 갈아치운 기록들.》
사실, 공중파에서 성공한 드라마와 비교하면 5%는 귀여운 수준인데.
기자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케이블 드라마의 선전에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 배우님들은 이미 떡상했구나.”
너튜브나 SNS를 중심으로 각종 짤들이 유행처럼 돌아다녔으니.
이대로 순정마초호가 침몰해도 팬들은 배우들을 열렬하게 지지할 터였다.
특히, 뉴페이스 임재준의 등장은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연일 화제였다.
이미 순정마초 갤러리는 드라마 팬들이 점령해서 1초에 하나씩 게시물을 올려대었다.
『재준 오빠 잘생긴 거 보고가 ㅎㅎ』
『이런 배우가 그동안 어디에 묻혀있던 거야 ㅠㅠ』
『외모+연기+기럭지 전부 다 완벽함 ㄷㄷ』
『연기는 세미가 완전 메소드잖아 ㅋ』
그중 가장 추천수가 높은 개념글을 눌러보았다.
『세미랑 임재준이 같이 출연한 웹드라마도 있더라 ㅋㅋㅋㅋ』
작성글의 첫 댓글에는 너튜브 링크가 하나 달려있었다.
나 역시 임재준을 찾은 게 웹드를 통해서였으니까.
“이게 왜 안 나오나 했네.”
그 아래에는 어그로성 댓글들이 줄을 지어 달려있었다.
-순정마초 곧 MBS에 개쳐발릴 예정이죠? ^^
-ㄴ아닌데
-ㄴ아닌데22
-최만호좌 두 씬 나왔는데 찢었음 ㅎㅎ
-ㄴ드라마 안 봤냐? 세미밖에 안 보이더라
-ㄴ성호 오빠가 ㄹㅇ 개쩔었다 ㅡㅡ
-ㄴ빠순이 검거
인기와 비례하여 갤러리가 활성화되어서 재밌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요즘, 내 드라마를 봐주는 팬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건 소소한 행복이 되었다.
지이이잉─
그때,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정 실장님이네.”
사실, 최근에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버릇이 생겼는데.
최근에 온 연락의 대부분은 내게 뭔가를 뜯어먹으려는 사람들인지라.
“여보세요.”
-작가님,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정새롬 실장은 곧이어 본론을 꺼냈다.
-혹시 오늘 회사에 들러주실 수 있으세요?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오늘 방송국 먼저 들르기로 해서요.”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네. 그럼.”
뚝.
“이번에 계약금 좀 오르겠어.”
어쩌면 오늘 계약서에 사인까지 끝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차기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남자 주인공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일단, 예능국 PD님이 울면서 부탁했던 인터뷰 영상부터 찍으러 가야 할 것 같다.
“그럼 나갈 준비를 해볼까.”
JTBS 드라마국에 먼저 들른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놀랍게도 방송국에서 차기작 남자 주인공에 대한 단초를 얻었으니.
정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