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39)
금일, 광고 한편이 SNS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솔직히, 순정마초의 성공을 생각해 보면 임재준의 광고가 흥할 만도 했다.
하지만, 광고는 어디까지나 광고에 불과하지 않은가.
별처럼 반짝거리는 탑스타가 찍은 광고도 결국 수익 창출을 위한 프로모션일 뿐이니까.
열혈팬이면 모를까, 대부분의 팬들은 광고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이번 케이스는 일반적인 범주를 아득히 초월했으니.
《캠퍼스 커플 사이다 1화. Full Version. (feat. 오성 사이다)》
-23시간 전
-조회수 107만 회
“고작 하루 만에…. 100만 조회수?”
새롬은 임재준의 10분짜리 광고 영상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댓글창에는 당장 다음 편을 내놓으라는 팬들의 성원이 대부분이었다.
영상 곳곳에 오성 사이다가 대놓고 배치되어 있었다.
대화들 사이에도 음료를 언급하거나, 마시는 행동이 자주 보였다.
진짜 드라마였다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PPL이겠지만.
“근데 이건 그냥 진짜 광고잖아!”
사람들은 진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처럼 다음 편을 외칠 뿐이었다.
자신이 광고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할 때 홍보 효과가 가장 큰 법.
오성 사이다의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녹아들었다.
“아니, 광고인 걸 알고도 신경 안 쓰는 거겠지.”
이 짧은 드라마가 그만큼 재밌으니까.
똑, 똑─
정 실장의 허락을 구한 변 팀장이 문을 열었다.
“실장님, 광고 보셨습니까?”
“물론이죠.”
템페스트 직원들도 마찬가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임재준 배우님 차기작 개런티를 다시 책정해야겠습니다.”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이라 다행이네요.”
“예. 조금만 늦었어도 너무 큰 손해를 입을 뻔했습니다.”
솔직히 손해를 입지는 않았을 터다.
‘더’ 많은 이득을 얻지 못할 뿐이지.
이미 지성호와 동급으로 훌쩍 커버린 임재준이 아닌가.
“실장님, 이 정도로 빨리 뜬 스타가 또 있었을까요?”
“천만 배우 중에…. 왕의 사내로 뜬 이준구 배우도 있었네요.”
만약 순정마초의 주인공이 임재준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 자리에 누가 있었든 틀림없이 스타가 되었을 터다.
단, 지금의 결과보다는 무조건 하향 조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연기력이나 외모로 설명할 수 없는 순정마초와 어울리는 배우였으니까.
다시 말해,
“역시…. 대본의 힘인가.”
그래, 임재준이 순정마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어떤 대사를 쳐도 진짜 제 옷을 입은 듯이 자연스럽지 않던가.
“아, 실장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말씀드리려고 올라온 건데.”
“네? 뭐를요?”
“대본…. 김진우 작가님이 쓰셨다고….”
“???”
“오성 사이다 광고 대본이요. 김진우 작가님이 쓰신 겁니다.”
“뭐, 뭐라고요?”
새롬은 침을 꿀꺽 삼키고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보니까 묘하게 그의 작품들과 겹쳐 보인다.
작품의 분위기나 전개가 닮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군더더기가 없어.”
상업적인 측면에서, 흠을 잡을 데가 없다는 점을 빼다 박았다.
* * *
“이게 뭔 일이래.”
드라마와 달리 너튜브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달려서 그럴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하루종일 읽고 있었다.
솔직히, 남의 의견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광고 대본이긴 하지만, 이것도 내 손 끝에서 탄생한 결과물인지라.
-죽기 싫으면 다음편 내놔라 ㅡㅡ
-이거 왜 10분? 왜 1시간이 아님?
-오성 사이다 한 박스 샀으니까 당장 2화 올려 ^^
-내 돈 가져가고 16부로 다시 제작해 ㅅㅂ
-그래서 다음 편은? ㅎㅎ
10분짜리 감칠맛 나는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은 격분했다.
“24시간 지났는데…. 왜 2화를 안 올리지?”
내가 들은 바로는 나흘 동안 매일 한 편씩 업로드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 보고 계산기 두드리는 그림으로다가.
“돈 벌려고 눈깔 뒤집혔네.”
일주일에 한 편씩 올려서, 이슈를 오래 지속하면 홍보 효과가 오를 테지.
반드시 이해득실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니까.
지이이잉─
그때, 정새롬 실장에게 연락이 왔다.
“네.”
-작가님, 광고 대본 쓰셨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됐어요.”
-지금 협찬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어서요.
“오, 이번 드라마는 돈 걱정 없겠네.”
하필, 드라마 작가가 광고계에서 히트를 쳤으니.
협찬이나 PPL 안 들어와서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음, 근데 저는 PPL 잘 안 넣는 거 아시죠?”
-…. 저도 거의 간섭 안 하잖아요.
이래서 내가 정새롬 실장을 좋아한다.
순수하게 제작사와 작가 사이의 관계로.
-그렇긴 한데, 오성 식품에서 본격적으로 후원을 하려고 하네요.
“네?”
-차기작 최대 협찬사가 되고 싶다는 제안입니다.
“…. 잘 된 거죠?”
-그럼요.
나야 뭐, 그 부분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최고 아닐까.
“그렇게 해주세요. 대본 쓸 때도 음료 한 번씩 마시는 걸로 갈게요.”
-고마워요.
“뭐, 돈 벌어야죠.”
그래야 또 등급 올리지.
-그럼 또 연락하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뚝.
오늘은 일 잘했으니까 나한테 선물이라도 줘야겠어.
“희정아! 치킨 먹을래?”
문 닫고 뭐 하는 거야.
특별히 오늘만 사주려고 했는데.
똑, 똑─
“…. 뭐 하냐.”
오늘은 평소처럼 문이 잠겨있지 않아서 벌컥 열었는데.
“야, 치킨….?”
헤드셋 끼고 임재준 입덕영상을 헤벌레 하면서 보고 있다.
저 표정만 놓고 보면, 야동이라도 보고 있는 줄 알겠다.
“다행이야. 나는 아이돌에 안 빠져서.”
내가 세미와 조금만 늦게 친해졌어도 저렇게 덕질했을까.
스윽─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 어플을 켰다.
-여기 보세요~
“응? 오, 오빠 지금 뭐 하는….”
삐빅─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희정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 또 사진…. 이 씨.”
“사진 아닌데.”
“응?”
“영상인데?”
여동생은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잘 나왔네. 나중에 탑스타 되면 이것도 사라. 후하게 10억에 쳐줌.”
“뭐, 뭐 하는 거야. 야, 지워라. 안 지워?”
“어우야, 너 돈 많이 벌어야겠다.”
“이 씨…. 죽을래!?”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새로 판 업무용 전화라 진짜 몇 명만 아는 번호인데.
“음, 누구지?”
“야, 빨리 지우라고 했다!”
무식하게 달려드는 희정의 이마를 한 손으로 짚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진우 작가님 번호 맞습니까?
“그런데요. 누구시죠?”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정기태 대푭니다.
“누, 누구요?”
-템페스트 엔터 정 대표입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아….”
그 순간, 희정이는 자신의 방에서 무기를 찾기 시작했다.
딱 봐도 위협적으로 보이는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었으니.
“저런 미친….”
-네?
“아니요. 대표님이 아니라.”
타다다닥─
얼른 내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지만, 희정이는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야, 김진우!!! 문 안 열어!?”
정기태 대표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대답했다.
-…. 나중에 다시 전화할까요?
“아니요. 어쩐 일로….”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을까.
템페스트 내 대부분의 업무는 정 실장 손에서 정리되니까.
대표는 매일 꿀 빨면서 재벌 라이프나 즐기는 줄 알았는데.
곧이어, 정기태 대표는 나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다음에 식사나 함께하시죠.
“네? 둘이서요?”
-새…. 아니, 정새롬 실장이랑 같이 먹어도 됩니다.
“아뇨. 대표님, 그냥 둘이 편할 것 같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정 실장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지.
-이달 중에 날 한번 잡지요. 안 바쁘시면.
“…. 시간 없어도 내야죠.”
갑을 관계는 아니지만 일단 계약으로 묶여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벌이잖아.’
지난 6년 동안 재벌 갑질물 대본을 많이 써서 그런가.
내 머릿속에서 재벌은 대부분 나사 하나쯤 빠진 사람들이다.
쿵, 쿵─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또라이 여동생 이상으로.
* * *
칸막이 따위도 없는, 7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사무실.
수많은 사람들은 탁 트인 공간에서 업무를 보거나 돌아다니기 바빴다.
다들 편한 복장에, 업무 중 잡담도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였다.
그중, 한 여인은 편한 자세로 무언가를 읽는 데 열중하고 있었는데.
동서양의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혼혈 미인.
금색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
여인의 등 뒤로 커다란 네온 장식이 걸려 있었다.
『Diziney Play』
할리우드의 여배우처럼 아름다운 여인에게 어떤 남성이 접근했다.
“안젤라, 템페스트 엔터에 그렇게 후한 조건을 건 이유가 뭐예요?”
글로벌 기업답게 수평적인 조직이었다.
상급자의 결정에 의문이 생기면 언제라도 물어볼 수 있었으니.
“안젤라….?”
2019년에 설립되어 무섭게 사업을 확장한 디지니 플레이.
넥플렉스에 이어 순식간에 2인자 위치에 오른 영상 플랫폼이었다.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를 담당하는 여인은 읽던 대본을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제이든.”
“네.”
“제가 살면서 본 드라마 대본이 얼마나 될까요?”
“네에….?”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디지니가 2인자에 오를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디지니 플레이는 1인자를 뛰어넘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으니.
능력만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 누구에게도 헤드 자리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높은 자리에 걸맞은 경력이나 학벌조차 요구하지 않는 글로벌 플랫폼.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하고, 실적으로 매년 30%의 직원을 감축하는 비정한 회사.
그런 기업에서 고작 30대 초반의 나이에 아시아지부를 총괄했으니.
안젤라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 회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앞뒤가 막힌 인물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였으니까.
이내, 안젤라는 대본에서 눈을 떼고 푸른 눈동자로 부하 직원을 응시했다.
“흡.”
차가운 눈빛을 받은 사내는 침음성을 삼켰다.
“제가 대본을 얼마나 볼 것 같느냐고 여쭤봤는데, 대답을 안 하시네요.”
“아, 드라마 대본…. 잘 모르겠습니다.”
“흐음, 15년간 거르지 않고 사나흘에 한 작품씩 완독했어요.”
단순 계산으로도 쉬이 상상할 수가 없는 양이었다.
“국적, 언어, 사상, 장르를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읽었거든요.”
“그런…. 데요?”
“여태까지 제가 흥행을 확신한 경우는 손에 꼽아요.”
“그, 그건 저도 알죠.”
어떤 평론가보다 각본에 점수를 박하게 주는 그녀가 아닌가.
적당히 성공할 거라는 예상에 딱 들어맞은 시나리오는 제법 있었지만.
그녀가 초대박작이라고 확신했던 작품은 그동안 100개도 채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는 SF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아웃스텔라’가 있었고.
북미에서 의학 드라마계의 혁신이라고 평가받은 ‘더 닥터’도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초대박 작품 리스트에 이 작품도 포함이네요.”
안젤라가 건네는 대본을 받은 제이든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 떳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언어였기에 읽고 싶다고 읽을 수 있는 대본이 아니었다.
“하, 한국어라 읽을 수가….”
안젤라는 피식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곧이어, 부하 직원이 사라지고 나서 글 덕후는 본색을 드러냈다.
“하아…. 이거 너무 재밌어.”
안젤라가 보유하고 있는 총 2부 분량의 대본.
그중, 그녀의 손에 들린 대본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1부」
조연급 캐스팅을 위해 템페스트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배포한 대본이었다.
* * *
며칠 후,
템페스트 엔터에서 대본 작업을 하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
“이제 약속까지 얼마나 남았지.”
정 대표와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한 자리.
아무래도 재벌에다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소문으로는 젠틀하시다던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삐삐삐, 삐─
문을 열고 집에 돌아왔을 때, 희정이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빨리 와.”
“뭔데.”
“이거 봐야 돼.”
마침, 티비에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김현지 배우가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에이, 방금 미령 파트 때 퍼플걸스 멤버 다 나왔는데. 이걸 놓치네.”
“벌써 저거 방송하는구나. 파일럿.”
“응. 이제 곧 하이라이트니까 기다려.”
“하이라이트? 그건 미령 파트 아니겠냐?”
요즘 퍼플걸스,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얼마나 인기가 많아.
“아니지. 강준 파트가 진짜지.”
“…. 이제는 임재준에서 강준으로 갈아탔냐?”
이거 뭐 철새도 아니고.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영상이 내 폰에 고이 잠들어 있건만.
“아니, 깡준은 참트루 프렌드.”
“???”
잠시 후,
김현지 파트를 지나쳐, 자연스레 강준을 비추는 방송으로 흘러갔다.
고등학생 시절 연기 천재로 불렸던 추억팔이와 함께 짧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강준이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내용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한 타임에 고작 4명이 함께 수업을 받는 소수 정예의 연기 학원.
그런데, 화면에 익숙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니가 저기서 왜 나와!?”
내 동생, 희정이는 강준과 가장 친한 친구로 묘사되었다.
나를 보며 씨익 웃는 여동생의 얼굴에 물이라도 부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