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46)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1층 카페.
“벌써 오늘이로구나.”
“첫 촬영이요?”
“응.”
오늘은 답답한 마음에 작업실을 벗어났다.
기어코 따라온 효주는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오빠, 오늘 촬영장 들르실 거죠?”
“응. 그래야지.”
“근데 어떻게 벌써 완결까지 내셨어요?”
“결말 부분은 괜찮아?”
“네! 오빠는 이민주 작가님 밑에서 왜 이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요? 혹시 힘숨찐?”
“숨긴 게 아니라.”
없었어. 시스템이.
“아, 오빠! 캠퍼스 커플 사이다 완결난 거 아세요?”
“그래? 벌써 한 달이나 지났나.”
“빨리 시즌 2 내놓으라고 난리에요.”
“그거 광고야.”
“에이, 웹드죠. 그게 어떻게 광고예요.”
“광고 맞아.”
지금은 살짝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최근에 오성 사이다가 정말 불티나게 팔렸잖아.
“웹드 댓글도 대부분 호의적이에요.”
“잘됐네.”
“시즌 2는 기대하기 어렵겠죠?”
“왜?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네. 제가요.”
“응?”
“시즌 2 써주세요.”
“….”
시스템으로 쓴 대본인데.
“됐고,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관련 소식은 없어?”
“아! 김지선 배우님이….”
“김 선생님이 왜!?”
“인터뷰를 했는데….”
말끝을 흐리는 효주의 말을 듣고 너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천천히 영상의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
[롱터뷰] 82화 : 김지선 편.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대본리딩 소신발언》그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식겁했는데.
“….. 난 또, 욕이라도 한 줄 알았네.”
“엄청 칭찬하던데요.”
“다음부턴 미리 좀 말해. 쫄았잖아.”
“넵.”
퍼플걸스 멤버의 출연 덕분인지, 파일럿 프로그램 덕분인지.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는 방영 전부터 꽤나 주목을 받았다.
‘푸시를 많이 받았으니까, 당연히.’
특히, 신인배우 김현지는 제2의 임재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소속사빨로 주연에 꽂혔다는 소리밖에 못 들을 테니.
“김현지 배우님은 잘할 거야.”
“그렇겠죠?”
“응. 아마 지금도 대본 연습하고 있을걸?”
“오늘 놀러 나갔다던데.”
“…. 너는 대본 오타 다 잡았어?”
“네. 조금 수정했어요. 확인해 주세요.”
“그럼 나한테 보내.”
그때, 1층 카페에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혁주 팀장님이네.”
“응? 어디!”
순간, 효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내, 앞뒤 재지도 않고 그에게 접근했다.
“변 팀장님! 어제 왜 연락 안 받았어요? 약속 또 까먹었어요?”
“…. 아, 까먹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일이 좀 바빠서.”
“나도 바빠!”
아니야. 너 안 바빠.
내가 보증할게.
“대신 다른 부탁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그럼 나랑 사귀든가.”
“거절합니다.”
“오키!”
대화 상태가 정상은 아닌데?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아.
저벅, 저벅─
방금 차인 사람 같지 않게 평온한 표정의 황효주.
그녀는 다시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방금 다섯 번째 차였어요.”
“…. 별로 절실하게 고백하지는 않던데?”
“횟수가 중요함.”
아니, 그게 왜 중요한 건데.
* * *
레인보우 엔터테인먼트.
두 여자는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네가 계속 부탁해서 이번 한 번만 들어주는 거야.”
“고마워요. 언니!”
미령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김현지를 바라봤다.
일부러 친해지려고 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제는 서로 당연하다는 듯이 대본리딩을 도와주는 사이.
이미 그룹 멤버를 제외하면 누구보다 편하고 착한 동생이었다.
‘대본리딩 때는 뭔가 포스까지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까 평범한 소녀와 다를 게 없었다.
연예인에 빠져있는 성공한 덕후 느낌이랄까.
끼이익─
미령은 연기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현수 선배님!”
“어? 미령이야?”
레인보우 엔터에서 유일하게 배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사내.
아이돌 주력 회사에서 보란 듯이 성공한, 10년차 정통 연기자였다.
‘선배님, 기겁하시겠네.’
겉보기에는 굉장히 문란하게 살 것 같은 멀끔한 인상이지만.
생긴 것과 달리, 연기할 때 외에는 여자 손 한번 잡아본 적도 없으니까.
현지가 팬이라고 달려들면 숨도 못 쉴지도 모르겠다.
“선배님, 잘 지내셨어요?”
“미령아, 어쩐 일이야?”
그녀는 오랜만에 보는 현수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미령이, 네 얼굴 보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
“아, 일본도 왔다갔다 하고 작품도 들어가서요.”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맞지? 축하해.”
이내, 미령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짜내어 덕담을 건넸다.
“선배님도 작품 들어간다고 소문났던데….?”
“아…. 그거 작품 엎어졌어.”
“앗.”
실수였다. 다른 사람이랑 깜빡했다.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닌 걸로.
“그…. 블록버스터라고 좋아했잖아요…. 마, 맞죠?”
“응. 아깝게 됐지. 어디서 좋은 작품 안 떨어지나? 하하.”
“저기, 혹시….”
“응?”
“아니, 아니에요.”
미령은 최근에 김진우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벌써 새로운 작품의 집필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말할 내용은 아니니까.’
그때, 김현지는 입을 틀어막고 감격에 빠져있었다.
연예계에 들기도 전부터 기현수의 팬이었으니까.
“오빠…. 저 20년 전부터 팬이었어요!”
“???”
기현수는 10년 전에 데뷔했다.
* * *
새롬은 진우에게 받은 톡을 읽고서 나직하게 읊조렸다.
“벌써 마지막 대본이라니….”
“새롬아?”
“아, 네. 삼촌.”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유설아 배우님이요?”
“그래.”
“글쎄요.”
자신의 생각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아닐까요?”
“흠….”
100만 너튜버도 1인 기업이라고 불리는 세상인데.
그럼, 국민 여동생 유설아는 뭐라고 비유해야 좋을까.
걸어 다니는 대기업?
“솔직히 말해서, 유 배우님이 오케히 하면 당연히 좋기야 하죠.”
“김진우 작가님이 그 정도 역량은 있으시고?”
“그야….”
순간, 정새롬은 ‘그렇다’고 대답할 뻔했는데.
사실 그 대답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유설아 님은….’
상식적으로, 고작 한 작품을 끝낸 신인작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존재가 아닌가.
“어차피 중요한 건 유설아 배우님의 의중이지 않을까요?”
“너무 무리하게 미팅을 잡은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응?”
정새롬 실장이 아는 김진우는 머릿속에서 즉석에서 드라마를 뽑아내는 사람이다.
한 번쯤, 그가 대본 작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본 김진우의 실력은 천재라는 단어로도 부족했으니.
“새 작품을 들고 오면…. 그때 다시 말씀하시죠.”
“뭐? 아직 이전 작품도 완결 내지 못했는데 무슨….”
“아뇨. 방금 완결 내셨네요.”
알림과 동시에 새롬은 스마트폰을 들고 진우의 톡을 열어보았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16부작 완결.”
해당 작품은 CG가 들어가는 작품이기에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촬영 동선만 잘 짜면 편집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테니.
“이제는 진짜 촬영만 남았네요.”
* * *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첫 번째 촬영 날.
나는 연락을 받고 바로 첫 촬영 장소로 향했다.
아무래도, 배경에 따른 대본 수정은 불가피했다.
순정마초 때와는 달리 야외촬영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괜…. 찮겠지? 연습 많이 했으니까.”
최근에 장소도 직접 돌아다니거나 사진을 확인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다.
공중파라서 그런지, 두 번째라 더 잘하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번 제작에 확실히 손이 더 많이 가네.”
촬영 현장에 도착하고, 스텝들의 인사를 받으며 송 감독님을 찾았다.
“아, 작가님. 오셨습니까?”
“네. 감독님.”
일단, 가장 큰 목표는 내가 본 드라마를 그대로 옮기는 것.
만약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비슷하게 찍는 거니까.
“흐음…. 일단 찍어봐야 알 것 같군요.”
“네. 감독님.”
이내, 감독의 지시에 맞춰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탠바이, 레디…. 액션!”
송 감독님이 찍은 후에 나와 함께 장면을 확인했는데.
‘그냥…. 내가 본 드라마를 빼다 박았잖아!?’
이게 진짜 스타감독이고 월클이지 않을까.
이런 인재를 놓친 SBC 방송국에 심심한 위로를.
잠시 후, 첫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뭐, 대본 수정할 일만 없으면…. 촬영장 나오는 게 의미가 없겠는데?”
나 없어도 알아서 잘 굴러가니까.
일전에 임재준 CF 웹드라마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이이잉─
그때,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응? 대표님?”
‘정기태 대표님’이라고 저장된 연락처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여보세요?”
-김 작가님. 잘 지내시죠?
“네. 대표님.”
-음, 미팅 잡혀서 연락드렸어요.
“네? 설마….”
-네, 맞아요. 유설아 씨.
그 말을 듣는 순간 귓가에 종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명절날 꽉 막힌 고속도로가 풀리는 느낌이 이럴까.
“감사합니다. 대표님!”
-날짜는 톡으로 보내겠습니다.
“네!”
뚝.
사실 부탁을 드리면서도 이게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새 작품에 유설아까지, 순탄하게 모이는 느낌이다.
“이제 방송국만 잡으면 되는데….”
쓸데없이 눈이 높아진 건지, 다시 메이저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다.
SBC랑은 당분간 조금 힘들 것 같고, MBS 쪽은 나야 땡큐지만.
“음….”
아니면, 디지니 플레이 독점 계약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으니까 나쁘지 않지.
띠링─
곧이어, 대표님이 보낸 톡에 유설아 님과의 미팅 날짜가 적혀있었다.
“아, 내일모레 미팅? 조금 급하게 잡혔네.”
아무래도, 이제는 새 작품을 쓸 때가 된 것 같다.
미팅 전에 대본을 써놔야 내가 할 말이라도 있을 테니까.
“적어도 1부는 써놓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 * *
다음 날, MBS 방송국 1층 홀리스 카페.
카페에 들자마자 하얀 빛무리부터 확인했다.
“자리가…. 있다!”
주문을 마치고 바로 내 자리를 찾았다.
익숙한 빛이 넓은 범위를 감싸고 있었다.
“바쁘네.”
올해는 시스템 덕분에 일 복이 넘쳐도 너무 넘쳤다.
회귀자를 마무리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새 작품인가.
털썩─
자리에 앉아서 빛무리를 머릿속에 받아들였다.
“아….”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내용이 한순간에 ‘기억’났다.
그 내용은 차치하고, 주인공의 면면들을 살펴보았는데.
“주인공이 4명이라….”
장르에서부터 군상극이라고 하더니,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이었다.
메인 여주 원탑은 기본에, 타 신입사원 3명의 비중이 전부 높았으니까.
낮에는 젠틀한데, 밤에는 클럽에서 사는 죽돌이.
덩치에 걸맞지 않게 순딩순딩한 근육남 한 명.
일은 깐깐하지만 연애는 젬병인 차도녀 한 명.
“이번 캐스팅은 진짜 장난이 아니겠어.”
그중, 두 명은 이미 시스템이 정해놓은 배우였다.
물론, 여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유설아 배우님.
해외영업 3팀 김나연에서 김나연 역할.
어릴 적에 부모님을 잃고 방어기제가 견고한, 엘리트 신입사원.
하지만, 문제는 나머지 세 주연급 중 한 명인 클럽 죽돌이였는데.
“어휴, 이건 좀 아니잖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 중인 배우는 심했지.
그것도 클럽에서 마약 사처먹고 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거 뭐, 클럽 죽돌이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브이로그잖아?
“선택의 여지가 없지.”
시스템이 내게 준 베네핏을 확인했다.
이전 작품에서는 쓸 필요가 없던 기능을 바로 써야 할 것 같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배우 변경(Lv 1)을 사용합니다.】
한때, 시험 삼아 임재준을 삭제했을 때처럼 주연을 제거했다.
이내, 서브 남자 주인공은 양산형 미남배우가 되었으니.
드라마 속 주인공의 행동이나 대사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 캐스팅을 세 명이나 해야 하네.”
이런 적은 처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