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49)
단순한 내용도 월클 탑스타가 쓰면 화제가 된다.
유설아 SNS 계정쯤 되면 당연히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할 텐데.
“그게 아니면….”
정새롬 실장이 유설아와의 두 번째 미팅이 잡혔다고 했잖아.
그것도, 바로 내일 약속 잡혀서 아침부터 대본을 쓰려고 했으니까.
“혹시 나 때문에….? 헤헷.”
“뭐야? 오빠, 왜 그렇게 바보같이 웃어?”
“…. 몰라도 돼.”
희정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타닥, 타닥─
“너 누구랑 톡하냐.”
“…. 몰라도 돼.”
“….”
꼭 누구랑 썸 타는 것 마냥 미소를 짓고 있잖아.
벌써 30분째 폰을 잡고서 떨어뜨려 놓지를 않네.
“혹시 강준이야?”
“응? 아닌데?”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면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여동생이랑 만난다고 하면 불편하지.
“강준은 안 된다니까.”
“뭔 말이야. 실장님인데.”
“뭐!?”
“정새롬 실장님.”
“아니, 니가 왜 정 실장님이랑 톡을 해?”
“한 번씩 안부차 톡 해주시던데? 내 프사 예쁘대.”
“…. 거울 보고 와.”
정 실장님도 사람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웬만한 비위로는 얘랑 톡 하기 쉽지 않을 텐데.
“실장님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마라.”
“오오! 지금 9시 40분!”
“벌써?”
“응. 거의 시작하기 직전이야.”
부모님들께서는 급한 회사 일로 집에 들어오지 않으셔서.
“너랑 둘이 보는 줄 알았으면 그냥 회사에서 볼걸.”
“응….?”
“아니야.”
시간은 쏘아진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방송까지 이제 광고 한 편도 남지 않았으니.
“오빠, 왤케 안절부절 못해?”
“모르겠어. 순정마초 때보다 더 떨리네.”
“음…. 잘 될 거야. 유느님이 추천도 해주셨잖아.”
곧이어,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음악이 들려왔다.
“시작한다.”
초반부, 강준의 내면 연기와 함께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이야, 내 친구 깡준이가 KBC 16부작 주연이라니.”
“…. 네 오빠 드라마야.”
“이야, 우리 깡준이. 많이 컸어. 쥐똥만 했는데.”
“…. 네 오빠가 큰 거라고.”
내 말은 안 들리고 TV 소리만 잘 들리는 모양이다.
“어휴.”
희정에게서 시선을 떼고 브라운관에 눈을 고정했다.
’그래. 강준이 연기는 잘해.’
좋은 대본과, 실력파 배우, 수준급의 감독이 모였으니.
결과가 안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감성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강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오빠, 시청률이….”
“응?”
언제 확인했는지, 여동생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쳤는데?”
“왜….? 얼마나 나왔길래?”
사실,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공중파 방송국에, 최고의 캐스팅 카드를 하나씩 모았기에.
그 뿐인가.
주연배우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차 어그로를 모았으며.
다양한 스타들이 SNS로 2차 어그로를 끌어주었다.
그 결과는,
“20프로.”
내가 이민주 작업실을 박차고 뛰쳐나왔을 때.
그 당시에 이민주가 찍었던 시청률과 동급이었다.
* * *
이민주는 밀려오는 수치심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SBC 제작진을 다 모아놓고 시청하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혼자서…. 아니면 작업실에서 봤으면 좋았을걸.
“겨우…. 7프로?”
자존심도 버리고 재벌, 배다른 형제, 신데렐라 코드도 몽땅 집어넣었다.
말 그대로 시청률 하나만 바라보고 밤을 새워가면서 완성한 대본이다.
아니, 아직 완성한 대본이 아닌지라 앞으로도 절반은 더 써야만 하는데.
오늘의 시청률을 보는 순간, 허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괜, 괜찮아.”
요즘 시청률 안 나오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다들 재방으로 보지, 누가 본방을 챙겨본다고.
문득, 옆 동네 상황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오현식, 확인 좀 해봐.”
“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시청률.”
“그, 그게….”
“왜?”
“벌써 확인했는데요….”
“그래? 얼마나 나왔는데.”
“….”
반응을 보아하니, 7프로보다는 많이 나온 듯 싶었다.
“괜찮으니까 말해.”
“그게…. 이십퍼….”
“뭐, 이십펄?”
지금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장난을 하는 건가.
휘익─
이민주는 그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시청률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에 접속 중이었는데.
“하, 하하.”
집 나간 개새끼가 호랑이가 되었구나.
이민주는 실성한 사람처럼 광소를 터트리더니,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작가님….?”
“오늘은 쉴래.”
“네?”
“….”
“아, 네. 작가님.”
오현식은 멀어지는 이민주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보다 황효주가 줄을 더 잘 선 건…. 아니겠지?”
김진우만큼은 아니지만, 자신도 이민주 밑에서 4년 넘게 굴렀으니까.
얼마 전에 때려친 황효주를 비웃었던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
* * *
고작 하루 만에 세상이 바뀐 듯한 기분이다.
순정마초의 성공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
일단, 마의 20프로를 단숨에 넘었다는 사실도 사실이거니와.
공중파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연타석 홈런 작가가 되었으니.
띠링, 띠링─
“대체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듣도 보도 못한 방송국이나, 엔터 관계자들의 축하 문자가 쏟아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축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
그 뿐인가,
오늘 하루, 기자들은 시원하게 기사들을 터트렸다.
《수목극의 제왕으로 우뚝 선 회귀자! 드라마 전체 순위는….》
《올해 KBC 드라마 순위로 알아보는….》
《이민주의 양보? 제자에게 참패한 스승의….》
물론, 누군가에게는 기분 더러운 구정물처럼 느껴질 수도.
띠링─
그때, 정 실장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로템에 일찍 가고 싶으시다면서요?]
[로템 관계자분께는 미리 말씀드렸어요]
“정 실장님, 나이스샷.”
미팅 약속은 저녁에 있지만 대본은 미리 써놓을 필요가 있어서.
점심부터 부지런하게 써도 5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니까.
곧바로, 현관문을 나서 로템 엔터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템 사옥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김진우 작가입니다.”
“아,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네.”
정 실장님 말대로,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내, 시야에 로템 엔터의 깔끔한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느 엔터테인먼트와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였는데.
고개를 돌려 하얀 빛무리가 새어 나오는 자리를 찾았다.
“저기구나.”
직원들이 가볍게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스탠드석.
5시간쯤 서 있어야 하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타다닥, 타닥─
「해외영업 3팀 김나연 2부」
2부에서부터는 ’진짜’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특히, 메인 유설아를 비롯한 서브 주연 3명의 캐릭터가 부각되었다.
인간관계, 업무강도, 회식자리, 뒷소문.
각자 회사에서 겪는 주된 고충이 부여되었다.
그 중에서 클럽 죽돌이는 자꾸만 시선이 갔다.
내가 임의로 배제한 캐릭터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기현수 배우님.”
제작발표회 뒤풀이 때 한잔하면서 친해졌는데.
며칠 전에도 첫 방송 기대한다며 톡을 보내줬으니.
“캐스팅하고 싶긴 한데. 딱 하나 걸리는 게….”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맡아야 할 배역은 클럽 죽돌이면서, 실제로 여자 손 한번 못 잡아 봤다는 게 말이 되나.
외모만 보면 배역과 딱 일치하는 날티 나는 잘생긴 날라리.
그런 사람이 현실에서는 연애 고자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나도 클럽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기 배우님은 당연히 가봤을 줄 알았지.
타닥, 타다닥─
나는 속도를 높여 대본 집필에 집중했다.
일단, 유설아 배우님이랑 방송국부터 픽스되면 천천히 생각하자.
* * *
“준아! 다음 스케줄이….”
“또 있어요?”
“드라마 촬영 피하려면 잠을 줄여야 해.”
“….”
배우 강준의 매니저이자 그의 삼촌.
강철중은 쏟아지는 스케줄이 전부 돈으로 보였다.
“우리 빨리 빚 갚아야지. 김진우 작가님한테 3억 원을….”
“삼촌.”
“응?”
“작가님한테 진 빚은 평생 못 갚아요.”
“…. 알아. 인마.”
강준은 무안한 듯 헛기침하는 삼촌을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내일도 학원은 못 가겠네.’
사실, 이제 학원에 가는 건 큰 의미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손절하듯이 떠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걔는 연락 한 번이 없냐. 섭섭하게.’
아마, 학원에 들르면 학생들의 시선이 달라질 게 분명했다.
성공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연배우는 확실히 다르니까.
‘그래도….’
희정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언제나처럼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겠지.
오랜만에 만든 친구.
김진우 작가의 여동생.
벌써 게임 광고도 하나 들어왔다고 했으니까.
돈 좀 벌면 무슨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무슨 선물이 좋을까.”
“응? 내 선물 사주게?”
“네? 아, 삼촌.”
“어휴, 나는 선물 같은 거 필요 없는데.”
“음…. 잠옷?”
“….”
희정이 선물은 적당히 명품백 하나 정도면 되지 않을까.
자신의 은인, 작가님의 여동생한테 그 정도 선물이면 너무 약한 것 같기도 하고.
* * *
대본 집필을 마치고 진행된, 유설아와의 2차 미팅.
이전과 달리, 양측의 의견 조율만 남은 상황이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방송사가 정해지면 그때 개런티를 확정하고 싶은데요.”
“네. 제작사 측 입장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최소 보장은 받아야겠습니다.”
“이해합니다. 혹시 이 정도 선에서 가능하실까요?”
새롬과 대화를 나누는 로템의 실무 담당자는 결코 양보가 없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음….”
두 명이 열띤 토론을 하는 가운데, 유설아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작가님. 다음 대본은 언제쯤 받아볼 수 있어요?”
“오늘 중으로 2부까지 보내겠습니다..”
“아, 벌써 나왔어요?”
“네. 시간도 꽤 지났으니까요.”
오늘 하루 만에 쓴 거지만.
“로맨스는 없는 건가요?”
“음, 없다기 보다는….”
“네?”
“한 캐릭터랑은 묘한 기류가 있어요.”
시스템이 내정한 두 명의 배우 중 하나, 클럽 죽돌이.
아주 살짝이지만, 2부에서 느껴진 시선 처리만 바도 알 수 있었다.
로맨스 장르는 아니라도 감질맛 나는 얕은 감정선은 있었으니까.
“으음, 1부만 봐서는 몰랐는데….”
“유설아 씨 다음으로 중요한 배역이죠.”
“혹시 생각하고 계신 배우분은 있으신가요?”
“아, 그건….”
레인보우 엔터의 기현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클럽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을 그 배역에 쓰는 게 맞나 싶다.
띵동─
그때, 시스템이 발동하며 다음 집필 장소를 알렸다.
【내용 : 해외영업 3팀 김나연 3부】
【장르 : 오피스, 회사, 군상】
【장소 : 클럽 헥사곤 하우스, 돔페리뇽 룸】
【제한 시간 : 1일 4시간】
【※ 골드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5억 원】
“…. 헥사곤 하우스…?”
“네?”
“아, 아니에요.”
* * *
잠시 후,
로템 엔터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
또각, 또각─
나는 새롬의 뒤를 따라 사옥을 벗어나면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작가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저기, 실장님.”
“네?”
“실례지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면 조금 이상한 건 나도 아는데.
“혹시 클럽 가보셨어요?”
“네….?”
“저는 안 가봤어요.”
“다, 당연히 가봤죠.”
음-, 안 가보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