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56)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나는 회사에 들르자마자 정 실장을 찾아갔다.
“작가님, 이게 무슨….?”
‘나지수’ 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저희 작품 B팀 맡아주실 감독님입니다.”
“나지수 조감독님?”
“네. 고 감독님께는 말씀드렸습니다.”
데뷔를 못 한 드라마 감독이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게 당연하다.
지금 국장님 태도로 보면 메인 감독급으로 두 명 붙여줄 기세라서.
곧바로, 대본을 꺼내서 정 실장에게 건넸다.
“이건 또 뭔가요….?”
“일단 한번 보시겠어요? 나지수 조감독님이 주신 회귀자 대본에 있던 겁니다.”
대충 낙서한 듯한 그림 카드 여러 장.
“제가 대본을 쓸 때 상상했던 장면과 정확히 일치해요.”
내가 봤던 드라마의 장면을 빼다 박았다.
순정마초의 성 감독님과, 회귀자의 송 감독님.
천재 소리를 들을만한 스타감독들이 가진 재능.
아직 입봉도 못 한 연출자에게 그런 재능을 발견한 셈이다.
“나중에 프리 선언할 때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 대단하시네요.”
“그쵸. 이 분은….”
“아뇨. 작가님이요.”
“네?”
“일단은 알겠습니다.”
스윽─
이내, 정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드디어 이번 작품의 원고료 책정을 마쳤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음…. 회당 2,500만 원이요?”
“네. 작가님.”
이 정도면 이제 준스타작가라고 부를 수도 없겠는데.
전작에서 이미 천대 원고료를 받았지만, 순식간에 두 배로 뛰었으니까.
단순 계산해서 이번 작품으로 4억 원.
이미 가지고 있는 돈을 합치면 생활비를 제하고도 충분히 시스템을 한 단계 승급시킬 수 있는 액수.
“…. 부족하신가요?”
“아니, 아뇨. 그럼 그렇게 하시죠. 실장님.”
“아, 네.”
‘욕심 부리면 몇 푼 더 받을 수야 있겠지만….’
지금처럼 가족 일을 하듯 신경 써주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다른 작가들은 정 실장이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을 시키니까.
곧이어, 새롬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스윽─
그녀가 내민 계약서에는 차기작 원고료만 포함된 게 아니었다.
“어? 이건….”
“강준 배우님 수익 배분을 해봤어요.”
“아….”
일전에 호기롭게 내기를 하기는 했는데.
정말 이런 제안을 받으니까 얼떨떨했다.
《아티스트 강준이 창출하는 수익의 17%는 김진우에게 귀속된다.》
관리는 템페스트 측에서 하는데 수익은 내가 떼가는 구조.
이거 강준 팬들이 알면 노예계약이라고 거품을 물 수도.
“작가님은 회사 직원이 아니라서 스톡옵션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음, 근데 본인 의사도 물어봐야….”
“강준 배우님과 강철중 씨는 이미 확인하셨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저 이제 아무것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는데요?”
“그래도 계속 대본 쓰실 거잖아요.”
“그야, 뭐….”
“연예인 인기는 한 순간이에요. 계속 케어해 주셔야죠. 강준 배우님.”
단호한 어조의 정 실장.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물론이죠.”
강준은 제1호 물주님이니까.
이왕이면 평생 안고 가야겠다.
여동생만 빼고 다 내줄 수 있어.
곧이어, 실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그동안 모은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통장 저축예금 : 217,401,052 원]
“돈…. 많네.”
정 실장님한테 선물이라도 하나 드려야겠다.
톡, 토톡─
[촉촉함이 가득 수제 티라미수 케이크!]
[김진우 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언제 이렇게 돈을 벌었냐.”
시스템에 쓰는 돈이랑 부모님 챙겨드린 것 외에는 거의 안 썼으니.
고작 반년도 안 돼서 벌어들인 돈이 2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러면 베트남이 아니라 알래스카를 가라고 해도.
“아니, 잠깐. 아니지, 그건 좀….”
내 생각에 시스템은 내 마음을 읽는 거 같아.
말조심은 필수야.
* * *
드르륵─
템페스트 내 작업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효주와 강준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 오셨어요?”
“응. 여권은?”
안부 인사가 여권인 건 살짝 너무하다 싶지만.
“만들었어요.”
“굿.”
3개 국어 능력자인 효주는 언제라도 쓸모가 있었다.
“강준, 오늘은 스케줄 없어?”
“네. 안 그래도 조금만 있다가 나가야 해요.”
“요즘 촬영 많아?”
“그렇긴 한데…. 처음부터 16부 대본을 전부 가지고 시작해서 여유가 좀 있더라고요.”
하긴, 동선 낭비 없이 촬영할 테니까.
“그래도 다른 스케줄도 한 번씩 하는 것 같던데, 맞지?”
“네. 삼촌이 닥치는 대로 집어와요, 하하.”
그럼 그 돈의 일부가 내 주머니에 들어오겠구나.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내 수익이 증가하니까.
‘오성사이다 광고라던가….’
강준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형님….?”
“강준아, 요즘 광고 들어온 거 없냐.”
“많이 들어와요. 작가님 덕분에. 하하.”
“그래? 그럼 몸값만 더 오르면 되겠네?”
“???”
가령, 시스템을 이용해서 강준의 몸값을 올릴 방법이라던가.
【베네핏 강화 포인트 : 4pt】
지금까지 베네핏을 강화한 적이 없었잖아.
일단 비상용으로 몇 개는 남겨두겠지만.
‘아끼다 똥 된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중 집필을 강화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됩니다.】
【다중 집필 Lv 2 : 동시에 여러 작품을 집필할 수 있습니다. ‘서브 작품’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갱신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6개월)】
남은 강화 포인트는 3개.
같은 스킬을 또 올리려면, 포인트는 두 개가 필요했다.
띵동─
곧이어, 강준의 눈을 마주치자 알람이 떴다.
【내용 : 캠퍼스 로맨스, 두 번째 이야기 1-8부】
【장르 : 로맨스, 대학교, 사각관계】
【장소 : 신촌역 근처, 연지대학교 캠퍼스】
【제한 시간 : 무기한】
【※ 골드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5억 원】
“어…. 삼각관계가 사각관계가 됐네.”
“네?”
“강준, 당분간 촬영 스케줄 외에는 아무것도 잡지 말아봐.”
“네? 아, 네. 삼촌한테 말씀드려 볼게요.”
이제는 시스템에 관하여 형언할 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 단순한 우연 따위가 아니었어.’
내 속마음이나 주변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반드시 나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 *
나지수는 들뜬 마음으로 미팅 장소에 나왔다.
“어떻게 내가!?”
다른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B팀 연출을 맡을 줄은 생각지도 못 했다.
요즘 방송가에서 김진우 작가의 이름값은 그야말로 탑스타 이상이었으니.
다른 건 전부 제쳐두고, 시청률 25%라는 기록만으로도 충분했다.
심지어 시청률이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순정마초나 회귀자도 비슷했어.”
나지수 본인의 기준에서 그 어떤 대본을 가져와도 김진우 작가의 작품만 못했다.
머릿속에서 그림처럼 그려지는 작품은 그의 작품이 유일했으니까.
곧이어,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먼저 왔네.”
고현래 감독님께서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가님이 강하게 원하셔서 같이 가는 거야.
고 감독님의 말을 듣고나서, 순수한 팬심에서 우러나오는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스타작가보다 김진우 작가가 더 대단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연출자로서의 열망이 커졌기에.
딸랑, 딸랑─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며 김진우 작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살짝 흔들었다.
“김진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진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나지수라고….”
“뵙고 싶었어요.”
“네?”
“그림 그려주신 거 보고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아! 그 말씀은….”
“제가 상상했던 내용을 그대로 그려주셨더라고요.”
“역시!”
김진우 작가의 ‘정답’이라는 말 한마디.
시험지에 빨간펜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주는 기분이었다.
지수가 생각하는 김진우 작가는 천재 그 자체였기에.
그녀는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고마워요, 작가님!”
“네?”
“저는 혹시라도 제가 틀린 줄 알고….”
“연출에 정답이 어딨습니까?”
“아….!”
이제는 상대가 별말을 하지 않았어도 감탄하는 나지수.
한편, 김진우는 따로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 그녀를 불렀으니.
* * *
“나지수 감독님.”
“네?”
“한동안 같이 일하게 됐으니까….”
“???”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아, 네! 말씀하세요.”
대답을 참 잘해주시는 나 감독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혹시 요즘 바쁘세요?”
“네? 갑자기….”
“보름 정도만 시간 내어주실 수 있는지 해서요.”
캠퍼스 커플 사이다 시즌 2를 생각하고 꺼낸 말이었다.
MBS 방송사에도 자체 너튜브 채널이 있으니까.
“고 감독님이랑 국장님께는 제가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아….”
웹드라마로 찍어서 올리면 강준의 인지도 떡상은 예견된 수순.
이전처럼 광고 감독이 아니라, 드라마 감독이 연출해 준다면.
“저랑 웹드라마 하나만 같이 해주시겠어요?”
이번에는 광고가 아니지 진짜 웹드라마.
강준 촬영 스케줄만 잘 맞춰서 각 잡고 찍으면.
‘돈 좀 만지겠어.’
잠시 후,
나지수 조감독님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서울의 모 대학 캠퍼스로 향했다.
“저기구나.”
이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학생들을 둘러보고 자리를 찾았다.
이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밝은 대낮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하얀 빛무리.
그 속에 몸을 집어넣자마자 드라마 내용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역시…. 임재준이 다시 등장하네.”
시즌 2라고 하더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가.
임재준과 강준이 번갈아 가면서 매력을 어필하는 단순한 멜로 드라마.
첫 번째 시즌에서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남자가 메인 스토리였는데.
그 중간에 새로운 남자가 비집고 들어가 임재준의 전 여친에게 직진하는 내용.
“오히려 강준이 더 매력적으로 나오잖아?”
남자 시청자층을 잡기는 어렵겠지만,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캠퍼스와 로맨스는 언제나 고정 팬층이 있어서 먹히는 소재니까.
대부분의 시청자는 남자 배우들만 바라보고 이 웹드라마를 선택할 터.
이전 드라마랑 비교하면 분량도 많고, 사이다 광고랑 거리도 멀었기에.
타닥, 타다닥─
「캠퍼스 커플 사이다, 두 번째 이야기 1부」
그런데,
멈칫─
문득, 노트북을 두들기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웹드라마니까 조금은 편하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애초에, 시즌 1 때도 광고에 맞추기 위해 내 멋대로 편집하고 잘랐잖아.
어차피 그대로 옮겨도 이전 시즌과 이어지는 부분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거…. 그냥 내 순수한 실력으로 써 보자.”
꽤 오랫동안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끝내,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이틀 뒤.
정새롬 실장은 사무실에서 임재준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중으로 기사 나갈 거야.”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실장님.”
이제 고작 사흘 앞으로 다가온 백상예술대상.
그중, 1년에 고작 다섯 명뿐인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
수상은 어렵겠지만, 그 정도면 신인으로서 차고 넘쳤다.
이미 지성호와 동급을 넘어, 템페스트 엔터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가 되었으니.
피식─
새롬은 슬쩍 웃고는 덕담을 건넸다.
“다 네가 잘한 거야.”
“작가님 덕분이죠.”
“뭐, 당연히 그것도 있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만,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무명배우가 알바하는 곳까지 찾아가서 대본을 들이미는 작가는 한 사람뿐이니까.
“차기작은 조금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어. 영화도 생각 중이고.”
“네.”
“그럼….”
지이이잉─
그때, 새롬의 스마트폰에 불이 켜졌다.
김진우 작가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실장님, 대본 하나 보낼 테니까 읽어주세요.
“아, 해외영업 3팀 김나연 말씀이시죠?”
-아뇨. 그거 말고 재준이 차기작이에요.
“네?”
-따끈따끈한 캠퍼스 커플 사이다 시즌 2가 나왔어요.
새롬은 전화를 받으면서도 눈을 치켜뜨고 재준을 쳐다봤다.
얼마 전, 오성사이다와 합작한 웹드라마로 큰 재미를 봤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시즌 2를 요청할 때는 눈도 깜짝 안 하더니.
-아직 완성본은 아니지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MBS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 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주세요.
“아! 그럼 이번엔 광고가 아니라 웹드라마라고 보면 되나요?”
-나지수 감독님이 연출을 맡아주실 겁니다.
“네. 일단 알겠습니다.”
뚝.
새롬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재준에게 말했다.
“재준아. 차기작은 잠깐 미루고, 밀린 작품부터 찍자.”
“네?”
검증된 대본이 마련되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띠링─
곧이어, 새롬은 김진우 작가에게 톡을 전달받았다.
[캠퍼스 커플 사이다, 두 번째 이야기 1-8부]
‘아쉽네.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임재준 배우도 백술예술대상에서 수상권을 노려봤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