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59)
“으, 잠이 부족해.”
아침부터 희정이를 따라 극단에 들러서 시스템의 드라마를 확인했다.
드르륵─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내 작업실.
사무실에 들자마자 효주가 나를 반겨주었다.
“오셨어요?”
“어.”
그런데, 사무실에는 못 보던 물건들이 산더미였다.
“저것들은 다 뭐에 쓰는 물건들이야?”
“아, 이거….”
쓸데없는 인형들이나 각종 간식들은 기본에, 다양한 선물 박스들까지.
“퍼플걸스 팬 분들이 선물해 주신 거예요.”
“아….”
“짧은 쪽지 같은 것도 엄청 많이 붙어있어요. 읽어보세요.”
[우리 세미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세미는 이제 저랑 같이 일을 안 합니다.
봉진호 감독님이랑 일해요. 천상계에 계신 그분.
[미령이랑 세미를 키워주셔서 고마워요 ^^]
제가 아니라 그분들 부모님이 키우셨죠.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았는걸요.
[우리 세미는요. 아플 때는 항상 전복죽을 먹어야 해요. 그리고 음료수를 마실 때는 새끼손가락을 올리는 버릇이 있구요. 그리고….]
왜 어디선가 신승한의 ‘I believe you’ 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지.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뭔데 이건.
“어…. 퍼플걸스 팬들이랑은 당분간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아.”
선물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효주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저기, 근데…. 오빠 스케줄 들어왔어요.”
“내 스케줄?”
“네!”
“…. 나도 모르는 내 스케줄을 니가 안다고?”
“아, 회사 측으로 섭외가 왔어요. 변 팀장님이 알려주셨어요.”
보조 작가로서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이제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이 친구.
“요즘 변 씨 형님이랑 잘 돼가냐?”
“그럼요.”
“오! 진짜?”
“네. 여덟 번째 차였어요.”
“….”
조만간 구미호 될 듯.
“그래서 무슨 스케줄인데?”
“롱터뷰 아시죠? 300만 너튜브 채널.”
“엥? 설마….”
“네. 섭외 요청 왔어요.”
대배우나 국민 MC급도 종종 섭외하는 인터뷰 채널.
일전에, 최만호 선생님이나 김지선 배우님도 출연하신 곳인데.
이번에는 나처럼 적당한 쩌리를 데려다가 한 회를 때우려는 것 같다.
“대단한 채널인 건 알겠는데….”
“혹시 거절하시게요?”
“글쎄.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음…. 차기작 생각도 하셔야죠.”
“홍보 해준대?”
“네. 해외영업 3팀을 너튜브 영상 썸네일로 써준대요.”
이러면 또 말이 달라지지.
“아마 유설아 캐스팅 못 해서 나를 데려다가 쓰려는 것 같은데.”
“아니요. 공동 캐스팅이에요.”
“….?”
“유설아 배우님이랑 같이 출연하는 거예요.”
“크음….”
이러면 더 부담되잖아.
“모르겠다. 생각 좀 해볼게. 일단 날짜랑 자세한 내용 확인해서 톡으로 보내줘.”
“네. 오빠.”
이제 슬슬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아침부터 극단에 들렀더니 머릿속에 드라마가 생생하다.
“미리 써 놓으면….”
극단에서 글 쓰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겠지.
안 그래도 두 편 집필이라서 오래 걸릴 텐데.
타닥, 타다닥─
「해외영업 3팀 김나연 6부」
6, 7부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 생활 적응기를 보는 듯 하다.
특히, 본격적으로 해외영업을 뛰기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
‘일본에 가는구나….’
이젠 해외 로케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오히려 가까워서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 멈춰!
아무튼,
유설아 배우님이 직접 일본에 출장을 가는 장면.
일본에서 바이어와 미팅도 하고, 복잡한 거리도 돌아다닌다.
‘잔잔한 음악이 깔릴 것 같은 분위기였어.’
해외의 복잡한 거리에서 우울한 표정을 짓는 씬.
업무적으로 회사에서는 인정받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회사 생활.
특히, 유 배우님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 메인이었다.
직장 동료나 상사들이 별거 아닌 척 꼽을 주는 대사들이 포인트.
친구에게 하소연하면, 고작 그런 걸로 회사를 관두려고 하냐며 타박할 법한.
하지만 본인이 직접 겪으면 도저히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감당해야만 하는 직장인의 애환.
‘대사가 뭐더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제외하면 그대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것과 엇비슷한 대사가 팟- 하고 생각나는 것도 아닌지라.
“역시 아직은….”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멀었구나.
타닥, 타다닥─
거의 통으로 일본에서 전개되는 두 편의 내용을 천천히 집필했다.
“효주야.”
“네?”
“너 일본어 잘한댔지?”
“그럼요.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봤는데요.”
“….”
“거의 원어민이에요.”
응. 이제 안 믿을 거야.
차라리 여동생 보증을 서고 말지.
* * *
똑, 똑─
“들어오세요.”
변혁주 팀장은 결재 서류를 들고 실장실에 들었다.
“실장님. 해외영업 3팀 김나연, 투자사 명단입니다.”
이내, 목록을 확인하던 새롬은 한 투자사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주상 미디어? 투자금 규모가 보통이 아니네요.”
“네. 솔직히 너무 커서 오히려 수상할 정도입니다.”
“일단 대표님께는 제가 보고하죠.”
“아, 네! 실장님.”
“그리고 변 팀장님. 저는 조만간 일본에 출장이 있을 겁니다.”
“네?”
“저 혼자 가려고 했는데…. 김진우 작가님을 함께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말씀은….”
“네. 후지 티비와 다시 한번 계약 따냈습니다.”
두 번째 계약 작품인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마침내 일본에서도 방영이 확정된 것이다.
“실장님, 이번에는 굉장히 빨리 들어가네요.”
“지금이 적기죠. 퍼플걸스 반응이 좋으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미령을 캐스팅한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전작과 비교하면 일본의 방송사와 계약하기도 훨씬 쉬웠기에.
“실장님, 오늘 저녁에 배우분들 라이브 방송이 있는데요.”
“아, 그건….”
“바쁘시면 제가 알아서 진행할까요?”
“…. 오늘은 변 팀장님이 신경을 좀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새롬은 멀어지는 변 팀장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자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기분.
“좀 바쁘긴 한데…. 이것도 일이니까.”
김진우 작가의 여동생 연극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차기작 주연급 배우의 실력을 확인하러 가는 거잖아.
“이진호 배우님은….”
띠링─
그때, 김진우 작가가 하나의 톡을 보냈다.
[실장님, 극단에는 언제 가세요?]
“…. 뭐지?”
같이 가기로 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거지.
톡, 토톡─
[좀 있다가 가려고요]
답장을 보내기 무섭게, 곧이어 김 작가의 답신이 도착했다.
[그럼 저 좀 태워주세요]
뭔가 엄청 뻔뻔한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작가와 제작사 대표가 주연급 배우를 보러 가는 거였으니.
업무와 일상의 중간 어디쯤이지 않을까.
톡, 토톡─
[오후 6시요. 1분이라도 늦으면 버리고 갈 거예요!]
톡을 보내는 동안 새롬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 * *
국내 탑 3 드라마 제작사 중 하나, 주상 미디어.
강남에 위치한 본사의 꼭대기에서 한 남자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 하늘빛, 믿고 있었다고!”
주상철 대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뉴스를 확인했다.
《백상예술대상, 그 명예의 대상은 이변 없이 ‘하늘빛’에 돌아갔다. 한편….》
「하늘빛」의 수상과 함께 주상 미디어의 입지는 더욱 높아졌다.
이제는 훨씬 더 높은 곳을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혹시 봉진호 감독님 영화라도 따내면….”
어쩌면, 국내 탑 쓰리를 넘어서 독보적인 원탑의 자리를 노릴 수도.
똑, 똑─
그때, 그의 비서가 노크를 하고 말했다.
“대표님, 이 비서입니다.”
“어, 들어와.”
또각, 또각─
“이번에 투자하는 작품 명단입니다.”
“어, 그래.”
명단의 최상단에는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가 적혀있었다.
“그쪽은 왜 아직도 연락이 없어?”
“그게….”
“돈이 부족한가?”
“너무 많이 투자하니까 오히려 거부 반응이 온 것 같습니다.”
“뭐?”
김진우 작가를 포섭하기 위한 1단계.
일단 그를 케어하는 제작사부터 구워삶아야 했는데.
“…. 정 대표랑 미팅 잡아봐.”
“네. 대표님.”
“차기작은 힘들어도 그 다음 차기작은 무조건 우리가 낚아야 해.”
“저기…. 대표님, 김진우 작가는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힘들면 방법을 찾아야지.”
다른 제작사에서 작품을 보는 시각으로 제작을 결정한다면.
주 대표는 오직 사람을 보는 안목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김진우는 잡아야 해. 아니, 못 잡겠으면 일단 인연이라도 무조건 만들자고.”
“네. 대표님.”
이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고작 반년 만에….”
사실 이건 사람을 보는 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반년 동안 쏟아내는 작품들로 두 번 연속 크게 성공했으니까.
게다가 이미 차기작은 유설아 배우까지 잡고서 진행 중이라지.
당장, 김진우의 새 작품에 자본을 쏟아낼 생각이다.
절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그쪽에서 직접적으로 반응이 올 때까지.
* * *
장그래 극단에 방문한 우리 둘.
나랑 정새롬 실장님.
주변을 둘러보니 관객이 텅텅 비어있었다.
저 멀리서 한두 명씩 자리를 잡은 이들만이 존재했으니.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가 저기까지는 안 들리겠네.’
애초에 내 생각보다 위치 선정이 아주 좋은 편이다.
게다가, 희정이가 처음부터 나와서 열연을 펼쳤는데.
“실장님.”
“네.”
“제가 고슴도치인가요?”
“네?”
“희정이…. 꽤 잘하는 거 같아서.”
“아, 음….”
타닥, 타닥─
“제가 봐도 나쁘지 않네요.”
희정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연극.
솔직히 기대를 1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연기가 괜찮다.
타다닥, 타닥─
“역시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네요.”
“….”
관객을 다 합쳐서 10명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운치가 있는 느낌.
조용한 극단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희정의 대사가 귀에 꽂혔다.
타닥, 타닥─
“발성도 생각보다 좋고.”
“….”
탁탁, 타다닥탁─
“제스쳐도 자연스러워. 훌륭하네.”
“…. 제발 그만 좀 해요.”
“네?”
“집중이 안 되잖아요.”
“아,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스윽─
순간, 정 실장은 몸을 숙여 내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노트북을 탁- 하고 덮어서 절전모드로 만들었다.
그녀의 샴푸향이 코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다.
“공연이나 보시죠. 대본은 끝나고 쓰시든가 하시고.”
“넵.”
“다 쓸 때까지 기다려 줄게요.”
“….”
나는 물끄러미 정 실장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정면을 바라봤다.
“나오네요. 지금.”
“네?”
“이진호 배우님.”
분위기가 확 달라진 정 실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이진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단역치고 대사가 많은 편이라 정확하게 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 좋은데, 너무 연극 톤이에요.”
“음…. 그러네. 드라마에서는 그닥 자연스럽지 않겠네요.”
“네. 습관 하나만 고치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일단 템페스트 제휴 학원에서 무료로 수강시키는 거로 하죠.”
“그 말씀은….”
정 실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거 빼고는 완벽해요.”
“아….!”
“이번에도 김 작가님 안목의 승리네요.”
인정받았다.
정새로이한테.
* * *
MBS 방송국 너튜브 채널 관리팀.
나지수 감독은 캠퍼스 커플 사이다 시즌 2를 편집하고 있었다.
현재, 웹드라마만 따로 관리하는 부서가 없기에 눈칫밥을 먹어가면서.
“으으…. 며칠 밤을 새운 거야.”
빠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김진우 작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끝…. 났다.”
지난 며칠간 뼈를 묻겠다는 심정으로 편집실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양쪽 눈 밑에 다크서클이 주먹만 하게 생겼지만,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제는 보내도 될 것 같아.”
아직은 캠커사 두 번째 이야기 1부, 단 한 편뿐이지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 내었기에.
톡, 토톡─
곧이어, 김진우 작가에게 영상 파일을 전송했다.
무슨 수능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으로.
그리고 잠시 후,
띠링─
마침내, 김진우 작가의 허락이 떨어졌다.
[완벽합니다! 고칠 게 없네요 ㅎㅎ]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없던 종교를 만들어서 초월적인 존재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곧바로 두 편의 영상을 MBS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 하는 나지수.
쿵─
한 편을 올리는 동시에, 그대로 테이블에 얼굴을 박았다.
‘좋은 꿈을 꿀 것 같아….’
곧이어, 시체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티비에서 방영되는 순정마초나 회귀자와 동급은 아니지만.
웹드라마 선에서, 한동안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터다.
《캠퍼스 커플 사이다, 두 번째 이야기 1부. Full Version.》
-1초 전
-조회수 1회
이내, 업로드를 마치고 그녀의 머리 위로 보이는 컴퓨터 화면에 뜬 영상 한 편.
이미 수마에 빠져든 나지수 감독은 인지하지 못했으나.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캠퍼스 커플 사이다, 두 번째 이야기 1부. Full Version.》
-3분 전
-조회수 1,756회
-좋아요 3백, 싫어요 2
-댓글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