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62)
《위치 정보 : 도쿄 시부야, 이자카야 ‘덴푸라’》
“이럴 줄 알았으면 효주를 안 보냈지.”
레이미가 보내준 위치 정보로 겨우 찾은 이자카야 술집.
한국이라면 금방 찾았겠지만, 외국에 나오니까 도무지 쉽지가 않다.
“어휴, 겨우 찾긴 찾았네.”
창문을 통해 얼핏 보이는 세 명의 여성.
다들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지만, 누군지 알고 나서 보니까 딱 퍼플걸스다.
내부에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바깥과 다르게 아주 조용한 분위기의 술집.
다행히 퍼플걸스 매니저님 번호는 저장되어 있었기에.
톡, 토톡─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
[매니저님! 멤버들 있는 곳이 여기에요, 여기!]
[(위치 정보)]
레이미가 보내준 지도를 그대로 복사해서 매니저에게 보냈다.
딸랑, 딸랑─
내가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는 동시에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자까니이임─!”
레이미가 양팔을 벌리고 나를 환영했다.
피벗 스텝으로 가볍게 피해 주고.
“술 많이 드셨네요?”
“아늰데요. 별로 안 머겄는데.”
“…. 그런 걸로 해요.”
“자자! 다들 모여 봐여. 사진 찍을 거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진부터 박아버리는 레이미.
나를 빼고, 세 명의 멤버들은 전부 요정처럼 반짝거렸다.
“인별그램에 올려야지. 히히.”
이렇게 공개 처형을 하겠다고?
“매니저님께 허락은 맡고 올리시는 게….”
“아, 그를까요. 그럼?”
“아니다. 그냥 올리지 마세요. 저는 반대.”
“에이, 왜요오.”
레이미를 뒤로한 채 다른 사람들을 확인했다.
다행히 다른 멤버들은 그렇게까지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음, 아니네.
저 분은 왜 이렇게 빨개.
메인댄서이자 멤버 중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던 재은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얼굴이 홍시처럼 벌게진 그녀에게 물었다.
“아, 네! 그럼요.”
이민주 작가의 작품에 출연해서 단번에 스타가 됐지만.
지금은 연락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들었다.
‘꼭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오히려, 감사의 말을 전하는 그녀.
“고마워요, 작가님.”
“네?”
“작가님 작품 두 개가 다 잘 돼서…. 그래서 그룹이 잘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순정마초.”
“아닙니다. 퍼플걸스 분들이 잘해주셨죠.”
내 지분도 살짝 있긴 하지만.
“연기는 이제 안 하시는 거예요?”
“아직은요. 저는 그룹 활동도 좋아요. 춤추는 것도 좋고.”
퍼플걸스가 잘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다들 개성이 있는데 누구 하나 트러블 만드는 사람이 없잖아.
잘 나가는 멤버를 질투하는 경우도 못 본 것 같고.
티팅 팅─♬
그때, 한쪽에서 유나가 통기타를 튕겼다.
‘아니, 여기 이자카야에는 저런 게 왜 있냐.’
누군가에게는, 퍼플걸스의 메인보컬이 노래를 불러주는 감격스러운 순간.
술집의 젊은 사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 총체적 난국이네.’
레이미는 오히려 사장에게 다가가서 영상이 잘 찍히고 있는지 확인했다.
“음, 아아. 이번 곡은 레이미 언니가 작곡해 준…. 데일리 루틴.”
이내, 유나의 고운 목소리가 작은 공간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작고 귀여운 여인의 조그만 입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발라드.
「오늘도 힘들었나요. 난 그대를 생각하며….」
목소리와 통기타가 전부였음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미성이 달팽이관 깊숙이 파고들었을 뿐.
“괜찮죠?”
“그러네요.”
어느새 옆에 앉아있는 레이미와 함께 노래를 감상했다.
“작가님 작품 생각하면서 작곡한 노래에요.”
“네?”
“감성 오피스물 쓰고 계신다고 들어서.”
눈을 크게 뜨고 레이미를 쳐다봤는데.
그 순간, 시스템이 발동했다.
띵동─
【작품의 분위기와 94%만큼 어울리는 음악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음악을 작품에 추가하시겠습니까? (Y/N)】
“이거…. OST 가능?”
“SNS에 사진 올리게 해주시면.”
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레이미와 나는 동시에 손뼉을 맞추었다.
마치 엄백호와 서대웅의 하이파이브처럼.
짝짝짝짝─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가 끝나고, 소수의 관객은 일제히 유나를 향해 박수를 쳤다.
특히, 젊은 사장은 ‘스고이’를 외치며 물개박수를 쳤으니.
‘국뽕 쩌네.’
레이미는 사장에게 다가가서 영상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유나는 멋쩍은 듯한 얼굴로 내 옆에 쪼르르 달려왔다.
“으음, 노래했더니 배고프다.”
“….한 곡 했는데?”
“작가님은 배 안 고프세요?”
“아, 네. 저는 금방 가 봐야해서….”
“짬뽕 한 그릇 드실래요?”
“갑자기?”
“여기 짬뽕이 예술이에요. 사장님, 여기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이요!”
벽에 붙은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치는 유나.
그냥 본인이 먹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몇몇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창문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건장한 사내들의 실루엣.
“유나 씨, 아마 짬뽕은 못 드실 거예요.”
“네….? 왜요!”
왜냐하면,
딸랑, 딸랑─
내가 그쪽 매니저를 불렀으니까요.
그것도 이렇게 세 명씩이나 온 거 보니, 새삼 퍼플걸스가 참 많이 컸구나 싶다.
“어떻게….?”
“흠….”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유나.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먼 곳을 바라봤다.
“배, 배신자….!”
“배신은 아니죠.”
처음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을 뿐.
“잘 가요.”
곧이어, 멤버들은 매니저들에게 연행되는 듯이 끌려갔다.
어떤 매니저는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뭘요. 수고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매니저들을 뒤로 하고, 사장과 눈을 마주쳤다.
“나가사키 짬뽕은 저한테 주세요.”
“???”
“나가사키 구다사이!”
“아, 하이!”
사실 나도 먹고 싶었거든.
* * *
새롬은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7시 반….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실장님, 그래도 투자 유치는 예상했던 것 보다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게요. 다행이죠.”
변 팀장은 존경을 눈빛을 담아 새롬을 쳐다봤다.
“…. 부담되니까 좀….”
“아, 네!”
저녁 시간까지 이어진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는 길.
새롬은 스마트폰을 들어 진우가 보낸 톡을 확인했다.
[효주는 아마 늦을 것 같고 저만 곧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음…. 효주 씨는 오늘 늦게 들어오시려나.”
“네?”
“아니, 아닙니다.”
“….”
“잠깐 호텔 라운지에서 쉬죠. 김 작가님 곧 오신다는데.”
“아, 네. 실장님.”
잠시 후, 변혁주 팀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실장님.”
“네?”
“효주 씨, 늦게 들어오신대요?”
“요즘 거의 매일 연락하지 않아요?”
“그게…. 오늘은 답장이 없네요.”
파블로프의 개처럼, 연락이 오다가 안 오니까 불안한 건가.
‘효며들었구나.’
같이 출장 온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맥주라도 한 잔 할까 했는데.
“제가 작가님께 여쭤볼게요. 효주 씨 어딨는지.”
“아니, 아니요! 그럴 필요까지는….”
“음….”
“하하, 친동생 같아서 그런 거죠.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
곧이어, 새롬의 톡을 전달 받은 변혁주 팀장.
그는 우물쭈물하는가 싶더니, 이내 호텔 로비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좋을 때네.”
“그러게요.”
흠칫─
옆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작가님? 언제 오신 건가요.”
“방금 전에요.”
“놀랐잖아요.”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8시였다.
뭔가 이대로 방에 들어가기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실장님, 저희도 나가죠.”
“네?”
“아직 안 늦었어요.”
“뭐가요….?”
김진우는 얼른-, 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새롬을 재촉했다.
* * *
일본에선 이렇게 글만 쓰다가 떠날 수 없지.
베트남에서도 제대로 된 여행을 못 즐겼으니까.
‘효주는 아마 불꽃놀이 구경하러 간 거 같고….’
오늘 만난 그 알바생 언니랑 변 팀장까지 따라갔으니.
아마 세 명이서 재밌게 놀 것 같다.
“외롭고 고독하고 불쌍한 정 실장님은 내가 구해줘야겠네.”
“…. 그런 말은 속으로 좀 하세요.”
“아, 들렸어요? 실수.”
잠시 후, 택시에서 내리고 도착한 스미다강 인근.
다행히 아직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았다.
슬쩍 옆을 쳐다봤는데.
‘귀찮다던 사람 어디 갔나.’
삐이이이융, 파바밧─!
정 실장은 하늘에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에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입도 살짝 벌어진 채 다물지 못하는 걸 보면 완전히 몰입한 듯 보였다.
“어때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연신 하늘을 올려다보는 정새롬 씨.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새롬을 두고, 근처 편의점을 찾았다.
워낙 인파가 몰린 바람에, 제법 오랫동안 줄을 기다리며 몇 가지 물건을 사 왔는데.
“실장님, 여기요.”
“네? 아! 언제 갔다 오셨어요?”
“꽤 오래…. 아니, 아니에요.”
그녀에게 맥주 한 캔을 건네고, 돗자리를 꺼냈다.
피이이융─!
형형색색의 조명이 600m 높이의 스카이트리 타워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퍼버버벙─!
나는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턱─
순간, 정새롬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손목을 잡고 천천히 내렸다.
“이런 건 눈으로 보는 거예요.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 네.”
선선한 밤의 강바람과 돗자리 위의 맥주 한 캔.
거기에 좋은 사람과 함께 있었으니.
“잘 왔네. 일본.”
“저도 그러네요.”
적어도 오늘만큼은 대만족.
지금까지 시스템이 선정한 장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
“네?”
“고마워요.”
“…. 저도요.”
맥주 캔을 들어서 가볍게 건배를 하고 홀짝홀짝 마셨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면서.
새롬의 입가에는 오랫동안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아침부터 퍼플걸스 소식으로 연예계가 들썩였다.
이제는 반짝스타라는 말이 실례일 정도의 탑 아이돌 그룹.
유설아는 운전하는 매니저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오빠, 인별그램에 사진 올라온 거 봤어?”
“퍼플걸스 레이미?”
“응! 김진우 작가님도 같이 있던데.”
“들었어. 그렇다더라.”
[오랜만에 김진우 작가님이랑 같이 도쿄에서!!! (너튜브 링크 첨부!)]
[#퍼플걸스 #김진우 작가님 #해외영업 3팀 OST(?)]
세 명의 멤버들과 한 남성이 찍은 사진 한 장.
유설아는 곧바로 좋아요를 눌렀다.
“음, 그런데…. OST?”
유설아는 레이미가 올린 너튜브 링크를 클릭했다.
레인보우 엔터 공식 너튜브 채널에 올라온 짧은 음악.
《유나&레이미 콜라보. Daily Routine. (Acoustic ver.)》
-12시간 전
-조회수 421,756회
-좋아요 5만, 싫어요 6백
-댓글 2.3천
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 느껴지는 엉성한 영상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은 전혀 어설프지 않은, 전문가의 실력이다.
이미 탑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실력을 검증받은 유설아가 보기에도 상당히.
“와아…. 너무 좋은데?”
“그 정도야?”
“응. 같이 작업하고 싶을 정도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얼마 만인지.
‘사장님한테 말씀드려봐야겠네.’
진짜 이 곡이 「해외영업 3팀 김나연」의 OST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먼저 찾아가서 부탁하고 싶을 만큼 잘 어울리고 좋았다.
“설아야, 얼마 후에 작가님이랑 스케줄 있는 거 알지?”
“응? 무슨 스케줄?”
“김진우 작가님이랑 같이 너튜브 채널, 롱터뷰.”
“아, 응! 알고 있지. 그럼….”
사진도 같이 찍어서 올리는 걸 보면 퍼플걸스 멤버들이랑 친한 것 같은데.
“사장님한테 말할 필요는 없겠구나. 만나서 물어봐야지.”
“응? 무슨 말이야?”
“아니야. 헤헤.”
이내, 유설아는 옆에 있는 대본을 들어서 펼쳤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대본은 온갖 색깔의 형광펜과 밑줄들로 덧칠되어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네.”
* * *
인천국제공항.
일행은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 땅을 밟았다.
《유나&레이미 콜라보. Daily Routine. (Acoustic ver.)》
고작 하룻밤 사이에 너튜브 실시간 영상에 올라온 영상.
퍼플걸스의 글로벌 인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는 있었다.
“댓글창에도 온통 외국어 뿐이네.”
거의 대부분은 영어나 일본어로 쓰인 것들.
드문드문 보이는 한국어 댓글도 있기는 했다.
-주모오오오오!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이게 바로 K-뮤지크라는 거시다 ㅎㅎ
-퍼플걸스 정도면 이제 블루핑크랑 동급 아님?
ㄴ선은 넘지 말자
ㄴ지능적 안티 ㅡㅡ
-해외영업 3팀 OST라는 소문이 있음
ㄴ그래서 드라마 언제 나오냐고 ㅠㅠ
대부분은 퍼플걸스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
“효주야.”
“네?”
“심상치 않은 것 같지?
“네. 아무래도….”
“그치? 역시 OST부터….”
“거의 넘어온 것 같아요.”
“…. 무슨 말이야?”
“진짜예요. 이제 변 팀장님, 거의 넘어왔어요.”
“응. 절대 아니야.”
“어제 저 찾으러 왔다니까요?”
“….”
너는 그냥 아는 동생이야.
아직 연애까진 한참 멀었어.
“오늘 MBS 측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네? 아, 네.”
“너는 오늘 내가 보내준 대본 수정만 하고 퇴근해.”
“오늘 회귀자 촬영 현장에 가보려고요.”
“너 혼자서?”
“네. 저라도 가봐야죠.”
‘그러네. 내가 그동안 너무 안 가봤구나.’
말 안 해줘도 스스로 일거리를 찾는 효주.
친화력은 좋아서 사람 상대하는 건 전문이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오빠.”
레이미가 올린 SNS 사진과 더불어, 너튜브 채널에 올라온 유나의 노래 영상.
“이 둘 조합은 언제나 성공하네.”
당장 MBS에 찾아가서 차기작 음악감독님을 만나는 게 좋겠다.
띠링─
그때,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김진우 작가님 연락처 맞나요?]
“뭐야, 또.”
모르는 번호로 연락 오는 건 이제 일상이라.
그냥 가뿐히 무시하고 폰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띠링─
[유설아예요. 잠깐 뵐 수 있을까요?]
그런데, 만나자고 하는 장소가 조금 특이하다.
[괜찮으시면 레인보우 엔터에서 금요일에 만나요]
“레인보우 엔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