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63)
대망의 금요일.
나는 MBS 방송국 근처에서 만난 서지훈 음악감독을 만났다.
방송국에서 자잘한 외주를 많이 맡기는 음악감독 중 한 명이었다.
“김진우 작가님 팬입니다!”
“서 감독님,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 저를요?”
“네. 나지수 감독님께.”
“아….”
나이가 젊은데도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캠커사 시즌 2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니.
“저희,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실까요?”
“네? 아, 네!”
서지훈 음악감독을 만나고, 그와 함께 이동하는 길.
우리는 레인보우 엔터로 가면서도 대화를 계속했다.
“유설아 배우님을 뵈러 간다니. 꿈만 같네요.”
“저희 드라마 주연인데 당연한 거죠.”
“아하하.”
멋쩍게 웃는 서 감독에게 추가로 질문했다.
“유나 씨가 부른 데일리 루틴은 들어보셨나요?”
“네! 그 곡은 제가 들어도 해외영업 3팀 드라마랑 너무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요?”
“그,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OST 곡 편집할 때도 들러주세요.”
“제가요?”
“네. 작가님도 음악적으로 조예가 깊으신 거 같은데….”
적어도 내가 등록한 음악에 한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시스템은 등록된 음악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려주잖아.
물론, 이미 지나간 회차는 전부 제외하고.
‘그래도 전문가니까 나보다는 훨씬 더 잘 알겠지.’
어느 타이밍에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알려 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그럼 종종 들르겠습니다.”
“네. 하하.”
나지수 조감독이 추천했으면 어느 정도 믿어도 되는 사람일 터였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 음악의 비중이 꽤나 중요할 것 같았기에.
‘이번 드라마는…. 진짜 완성도 끝장나겠는데?’
선생님급 배우들만 배역에 딱 맞게 잘 섭외하면 완벽하다.
마침 골드 등급으로 오르면서 생긴 ‘사전 조사’ 베네핏까지 있었으니.
확실히, 시스템을 최대한 잘 이용할수록 드라마의 퀄리티가 좋아지는 기분이다.
‘이번에는 고생한 보람이 있네.’
잠시 후, 서 감독과 함께 도착한 레인보우 엔터테인먼트.
우리는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고 사옥에 발을 들였다.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의 퍼플걸스 전용 음악 작업실.
그 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 작가님!!!”
레이미는 활짝 웃으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작가님, 오랜만에 뵙네요.”
“네. 유설아 배우님.”
“저는 훨씬 먼저 와서 레이미랑 얘기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레인보우 엔터에서 유 배우님을 보니까 뭔가 좀 색다르다.
“두 분이 그사이에 벌써 친해지신 것 같네요?”
“네. 오늘 처음 봤는데. 음악적으로 너무 잘 맞아서요.”
“저 벌써 설아 언니랑 말도 편하게 하기로 했어요!”
음악 천재끼리 통하는 느낌적인 느낌인가.
“유 배우님, 요즘 대본 엄청 많이 보시나 봐요.”
“그럼요. 정말 많이 봤어요. 헤헤.”
안 그래도 그 모습을 보고 말을 꺼냈다.
옆자리에 놓여진 몇 부의 대본들이 죄다 너덜너덜했으니.
‘배우 잘 골랐네.’
아니면 배우 쪽에서 나를 고른 것 같기도 하고.
곧이어, 유설아는 서지훈 음악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서 감독님, 음악 한 번 들어보시고 OST 곡으로 쓸 수 있겠는지 봐주세요.”
“네! 그럼요. 그러려고 왔는걸요.”
곧이어, 유설아 배우님은 레이미에게 슬쩍 눈짓하더니 녹음실에 들어갔다.
남아있는 레이미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아 언니가 노래 몇 개 만들어 오셨다고 하시던데요.”
“오! 이런 행운이!”
옆에서 음악감독님은 한껏 격양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다섯 곡 들려드릴게요. 그중 두 개는 레이미가 작곡한 노래에요.”
대략 30분 뒤.
오늘 유설아가 부른 노래 중에서 세 곡씩이나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었다.
‘노다지네.’
옆에서 감탄하는 얼굴로 음악에 집중하는 서 감독.
아마 나랑 같은 생각으로 드라마 OST로 추가할 생각인 듯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드르륵─
작업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급하게 들어왔다.
“…. 매니저님?”
“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유설아와 10년간 함께 일한 매니저.
코디도 그렇고, 거의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다.
“죄송한데, 갑자기 스케줄이 잡혀서요.”
“아, 그래요? 그럼 가보셔야죠.”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매니저의 등장으로 녹음 부스를 나온 유설아는 그의 말을 듣고서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본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아쉽다.”
“며칠 뒤에 스케줄 있잖아요.”
“아, 롱터뷰.”
“그때 뵙고 얘기 더 해요.”
“네. 작가님!”
생긋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작업실을 벗어나는 유설아를 뒤로한 채.
남아있는 사람들은 녹음된 음악을 들으며 잔업을 처리했다.
* * *
그날 저녁.
삐삐삐, 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털썩 엎어졌다.
인기척을 느낀 동생이 방문을 열고 빼꼼 거실을 내다봤다.
“오빠 왔섭?”
“어.”
곧이어, 천천히 다가오더니 질문을 건네는 여동생.
“오빠, 유설아하고 롱터뷰 찍는다는 게 사실이야?”
“응. 이번에 드라마 같이 하잖아.”
“오오, 진짜 부럽다. 사인 좀 받아주면 안 돼?”
“5만…. 됐다. 그냥 받아줄게.”
내가 요즘 착하게 살려고 마음먹어서.
오늘도 보고 왔는데, 진작 말하면 좋았을걸.
“근데 오빠, 촬영 때 이러고 갈 건 아니지?”
“이러고….?”
희정은 한 걸을 물러나더니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 나를 스캔했다.
“개 못생기게 나올 것 같은데.”
“….”
하여튼, 희정이는 풀어주면 안 된다니까.
잘해 줄 만하면 요딴 식으로 나오잖아.
“오빠, 잘 들어봐. 시비 거는 거 아니고 진심이야.”
“응. 됐어.”
“어휴, 300만 너튜브에 나오면 전국에 얼굴 팔리는 거라니까?”
“….”
이런 씨, 설득당해 버렸다.
“…. 그래서 어떡하면 되는데.”
“기다려 봐.”
타다닥─
여동생은 곧바로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몇 가지 물건들을 가져왔는데.
“이걸 하고 가라고?”
금색 체인 목걸이에 선글라스, 스냅백 모자까지.
무슨 쇼미더돈줄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래퍼야?”
“에이, 얼굴 안 팔리려면 선글라스는 필수야.”
“오히려 더 전국적으로 망신 당할 것 같은데?”
“아니, 작가도 어떻게 보면 예술가잖아! 전혀 안 이상해!”
“…. 금색 목걸이는?”
“음, 그건 실수.”
주섬주섬 목걸이를 챙기더니 선글라스와 모자를 건넨다.
아무리 봐도 놀리기 위한 목적인 것 같지만.
“…. 모자만 쓰고 갈게.”
스냅백은 치우고, 검정색 평범한 야구 모자를 챙겼다.
* * *
구독자 300만 너튜브 채널의 촬영 현장.
유명한 개그맨 출신 MC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김진우 작가님, 얼마 전에 SNS랑 노래로 유명해지셨잖아요.”
“그렇게 유명해진 건 아니고….”
“허허, 요즘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모자 써도 다 알아볼 텐데!?”
사전에 협의한 대로, 장난식으로 계속해서 나를 놀리는 컨셉.
그렇다고 유설아를 놀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러려고 나도 같이 불렀나.’
오히려 유설아보다 나한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 쪽에서 더 큰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작가님, 제가 들은 바로는 산에 올라가서도 글 쓴다는 소문이 있어요.”
“…. 뭐, 그럴 때도 있죠.”
“하하, 이러다 조만간 고기잡이배에서도 대본 쓰시겠네.”
그건 벌써 했어요.
“다음으로…. 유설아 배우님, 혹시 이번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그야, 작품이 좋으니까요.”
“오오. 정석적인 답변, 감사합니다!”
“정말 대본 보고 마음을 정했어요.”
나를 슬쩍 보더니 진심을 담아 말하는 유설아.
아쉽게도, MC가 원하는 답변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음,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잠시 후, 우리는 인터뷰를 마치고 스탭들과 인사를 했다.
영상이 재밌게 나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편집이니까.
“유설아 배우님, 매니저분은….”
“아, 지금 오고 있대요. 밖에서 기다리려고요.”
“그럼 같이 가시죠.”
“좋아요.”
스튜디오 앞에서 유설아의 매니저가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대본에서 꼭 알고 싶은 내용을 연신 질문했다.
“…. 아하, 역시! 그 씬에서 김나연의 감정은 한 가지가 아니었네요.”
“네. 슬프지만 후련하면서도 성취감까지 표현해 주셔야 해요.”
“으음, 그럼….”
따르르르─
그때, 유설아의 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 네!?”
그런데, 전화를 받더니 순식간에 사색이 되는 유설아 배우님.
전화를 끊고 어딘가로 급히 가려는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 지, 지금….”
매니저와 코디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현재 두 명 모두 병상에 누워있다고 들었으니.
“일단 로템 엔터 측에 연락하고….”
“당장 가봐야 해요.”
불안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
생각을 바꿀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럼 같이 가요, 병원.”
“네?”
“가다가 길 잃어버릴까 봐 그래요.”
“제, 제가 무슨….”
스마트폰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함께 기다렸다.
그리고 택시에 타기 전, 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그녀에게 푹 씌어주었다.
철컥─
택시 문을 열고 말했다.
“타요.”
“네?”
“어서요.”
유설아는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위로했다.
“괜찮을 겁니다.”
“매니저 오빠랑 코디 언니…. 두 분 다 가족 같은 분들이라.”
“이해해요.”
코디도, 매니저도 10년 동안 바꾼 적이 없다고 했으니까.
끼이익─
곧이어, 유설아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빠르게 뛰쳐나갔다.
그저, 떨어져서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친 사람들을 확인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그때였다.
띵동─
【세 편 연속 집필이 발동했습니다.】
급히 멀어지는 유설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동된 시스템을 확인했다.
【내용 : 해외영업 3팀 김나연 9-11부】
【장르 : 오피스, 회사, 군상】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4층 휴게실】
【제한 시간 : 6일】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30억 원】
“여민서 씨 고마워요.”
아니, 어쩌면 이진호 배우님 덕분일지도 모르네.
다만 확실한 건, 이렇게 접근성이 좋은 장소가 선정되면.
혼자 시스템으로 공부하거나 집필 실력을 키울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
그것도 세 편이면 더할 나위 없지.
* * *
유설아는 급하게 호실을 확인하고 지인들을 찾았는데.
그녀가 병실을 찾았을 때, 매니저와 코디는 2인실에 누워있었다.
“다행히…. 크게 안 다쳤네.”
각자 한쪽 다리와 목에 깁스하고, 웃으면서 귤을 까먹고 있는 매니저와 코디.
그들은 쿵짝이 맞아서 호기롭게 떠들었다.
“아까는 진짜 별이 보이더라니까. 갑자기 뒤에서 차로 박아버릴 줄은….”
“맞아맞아. 병원비 무조건 세 배로 청구한다.”
“보험사 언제 오나. 그래야 병원비 낼 텐데.”
“이따 한약도 한 채 지어달라고 해. 나중에 합의금 처리하게.”
“오…. 그대는 천재?”
다쳤는데도 일부러 자신에게 들으라고 괜찮은 척하는 느낌이었다.
“전화는 좀 해주지. 많이 걱정했잖아.”
“사고 날 때 정신이 없어서. 병원에서 대신해줬다던데? 전화 못 받았어?”
“아…. 받긴 받았지.”
“여러 번 했다던데….?”
그제야 스마트폰을 들어서 확인했더니, 다른 부재중 통화도 여럿 쌓여있었다.
교통사고라는 단어를 듣고 지레 겁먹어서 설레발쳤다.
함께 온 김진우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만큼.
‘벌써 가셨나.’
매니저의 부재를 경험하니, 새삼 매니저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곧이어, 병원에 보험사 직원이 도착했는데.
그제야, 유설아는 늦게나마 한시름 놓고 간이의자에 앉았다.
“아….”
문득, 자신이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택시에 타기 전에 김진우 작가가 씌어준 검정색 야구모자.
손을 들어올려 모자를 벗어서 한동안 뚫어지게 응시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이목이 집중될까봐 주셨겠지.
“고마워요.”
누구 덕분에, 식구들 외에는 처음으로 따뜻한 온기를 느낀 것 같아서.
망설이는 성격은 아닌지라, 곧바로 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톡을 보냈다.
[작가님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꼭 갚을게요]
띠링─
답장은 바로 왔다.
[택시비 많이 안 나왔어요 괜찮습니다]
“택시비 말 하는 거 아닌데….”
회사 식구를 제외하면, 이쪽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저 언젠가 오늘의 은혜를 갚아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직은 딱 그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며칠 뒤 김진우 작가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어딘가로 향했다.
「해외영업 3팀 김나연」 제작이 초읽기에 들어간 어느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