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70)
통곡 초등학교, 목적지로 향하는 고속버스 내부.
효주는 입이 댓발 튀어나온 채로 나에게 말했다.
“저 같은 미천한 생물은 언제쯤 대작가의 깊은 뜻을 헤아릴까요?”
“글쎄. 한 10년쯤 걸리려나.”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더니 눈에 불을 켰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리는데, 하물며 초식 동물은.
“오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뭐가.”
“어떤 작가가 글을 쓰겠다고 폐교에 가요!”
“효주야.”
“네.”
“버스에서는 조용히.”
“….”
주변에서 우리를 보는 눈빛이 따끔거렸다.
그제야 효주는 한숨을 내쉬고 조곤조곤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늦은 시각에….”
“아, 맞다. 효주야, 너 그거 들었어?”
“네?”
“며칠 전에 일본에서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첫 방송 했다더라.”
“네! 저도 들었어요. 그거 완전 대박났…. 앗, 아니, 말 돌리지 마시고….!”
안 먹히네.
“일단 들어 봐. 세미랑 미령이랑 두 명은 거의 여신 취급 받는다던데? 강준이도 떡상했고.”
“오오, 안 그래도 레코드샵 언니가 어제 톡으로 물어보던데. 제가 톡 읽어드릴게요. 잠만여. 히히.”
“그 언니랑 아직도 연락하냐.”
“그럼요! 제가 어제만 해도….”
이제는 캐묻지 않아도 알아서 떠드는 황효주.
말을 돌리려고 하긴 했지만, 당연히 안 넘어갈 줄 알았다.
‘이 정도면 거의 금붕어….?’
얼마 후, 고속버스는 예정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끼이익─
“앗! 당했다!”
바보냐.
쉴 새 없이 떠들던 효주는 당황하며 사위를 둘러봤다.
“아우…. 내가 진짜 여기 오려고 한 게 아니라….”
“내려.”
“오빠, 진짜 폐교에 가려는 거 아니죠?”
“택시!!!”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통곡 초등학교에 발을 디뎠다.
혼자서도 왔는데, 이번에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함께였으니.
“오빠, 차라리 낮에 다시 와요. 제가 낮에는….”
“따라와. 이것도 다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야.”
“흐아앙.”
거의 내 팔에 매달리듯이 끌려오는 효주.
이런 거라도 같이 있으니까 힘이 되는 현실이 슬프지만.
터벅, 터벅─
깨진 유리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옆에서 효주가 뭐라고 떠드는 것 같긴 한데, 가뿐히 무시했다.
-찌찍찌찍
“으으아아.”
“괜찮아. 쥐야, 쥐. 별거 아냐.”
“엄마아….”
“아, 맞다. 어머니께 밀짚모자 고맙다고 전해드리고.”
“녜….?”
곧이어 4층에 오르고, 한쪽 멀리서 불이 밝혀진 음악실을 발견했다.
드라마 1부에서 귀신이 끊임없이 출몰하는 장소였기에.
‘에휴, 그래 봐야 같은 영화 또 보는 건데.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어.’
이어서, 음악실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바로 노트북을 꺼내 대본을 쓸 준비를 마쳤는데.
-미야아옹
그때, 한 고양이가 불쑥 튀어나오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으아악─!”
이번 기회에 런할 준비를 하는 효주의 가방을 낚아챘다.
“잡았다 요놈.”
“바, 방금 귀신 소리!”
“야옹이야.”
“…. 글쿤.”
쥐가 있으니까 고양이가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개수작 노노.”
“히잉.”
그대로 효주 가방을 집어서 질질 끌고 음악실로 향했으니.
우리는 가자마자 거점 정리를 하듯이 주변을 살펴봤다.
원래 겁쟁이들은 주변에 뭐가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거든.
내가 이거를 제대로 안 해서 한번 도망갔었잖아.
“오케이. 아무것도 없네.”
“으으.”
“이제 익숙해지지 않았냐?”
“음…. 아직 좀 무서운데요.”
혼자 있다고 생각해 봐.
장난 아니라니까 진짜.
“딱 두 시간만 기다려. 금방 쓸 테니까.”
“넹.”
바로 이 순간을 위해, 혼자서 대본 쓰는 연습을 했던 게 아닐까.
효주도 있으니,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새하얀 빛을 받아들였다.
움찔─
내가 있는 음악실 주위에 귀신이 빙빙 맴도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전혀 안 무서운….
“졸라 무섭네.”
타닥, 타닥─
공포를 잊기 위해서라도 대본 집필에 집중했다.
이미 썼던 내용이니까 최대한 빨리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황효주, 이제 매일 공포 영화 5편씩 보는 훈련할 거야.”
“제가요?”
“응. 나는 이제 극복했거든.”
“아닌 것 같은데….”
타닥, 타닥─
이내, 음악실은 노트북 소리로 채워졌다.
오타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한 속도로 대본을 써 내려갔다.
* * *
강철중은 운전을 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일본에서 임재준, 지성호에 이어서 강사마로 등극하는 거야!!”
강준은 삼촌의 설레발을 듣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어디 가서 저런 소리할까 봐 두려웠으니.
“삼촌, 제발 그런 말 남들 앞에서는 하지 마요.”
“왜? 내 조카 이뻐서 그러는데.”
“….”
“아! 얼마 후에 예능 잡혔다. 런닝친구들.”
“그래요?”
“응. 김현지 배우님이랑 같이.”
명실상부한 공중파 1티어 예능.
그런데, 방송국이 어딘지 생각하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섭외였다.
“SBC 방송국에서 섭외가 됐다고요?”
“그렇다니까?”
아무리 드라마와 예능이 별개라고는 하지만.
차충헌 감독과 이민주 작가의 드라마는 이미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결국 인기 있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지. 흐흐.”
“…. 그러네요..”
“런닝친구들에서 질문지 미리 줬으니까 읽어봐.”
“아, 이거예요?”
“응.”
강준은 옆자리에 있는 종이를 들어서 확인했다.
다양한 질문 중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두 가지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 가장 의지되는 사람….”
“오, 그런 질문이 있어? 두 명이 겹쳐도 되지 않을까? 하핫.”
“존경하는 사람은 김진우 작가님.”
“응? 아, 그래? 그럼….”
“그리고 의지되는 사람은….”
왜 이 순간에 김희정이 떠오를까.
띠링─
그때, 마음이 통했는지 희정이가 톡을 보냈다.
[이제 곧 막방이네? ㅊㅋㅊㅋ]
굉장히 성의 있는 톡을 보더니, 강준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나는 효주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삐삐삐, 삐─
집에 들어갔더니, 여동생은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에이, 드라마 좋았다니까. 응? 아니, 강준이 니가 최고였어. 너밖에 안 보였음. 응응. 알겠으니까 끊자.”
“흠….”
“이제 곧 마지막 방송이잖아. 그거 끝나면 좀 쉬겠네. 아, 여튼 끊자고. 임재준 덕질하러 가야 댐.”
“….”
곧이어, 전화를 끊는 희정이를 보고 말했다.
“강준이랑 썸타냐?”
“오빠 왔어? 근데 뭔 소리야.”
“그치? 아니지?”
“내가? 강준이랑? 에이, 말도 안 돼. 얘 완전 수다쟁이야.”
“그래?”
“응. 내가 너무 아깝지.”
“….”
걔가 버는 돈의 17프로면 우리집 기둥이 바껴.
이미 바닥난 내 통장 잔고를 걔가 다 채워줬는데.
“뭐, 자신감 넘쳐서 보기 좋다.”
“내가 썸타는 남자 생기면 오빠한테 소개시켜 줌.”
“그래. 이번 생에는 힘들겠지만.”
“꼭 오빠보다 힘센 사람이랑 만나야지.”
“…. 화이팅.”
그럼 강준은 아니겠네.
“잠깐만. 설마 이진호?”
“에이 씨. 내가 후배를 왜 만나!”
희정이는 귀찮다는 듯이 나를 뿌리치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내 드라마 출연했던 배우는 절대 안 돼! 알겠어?”
“몰라! 남이사!”
음, 비즈니스랑 가족까지 할 수는 없지.
끼이익─
오늘따라 새침한 희정이를 뒤로하고 내 방문을 열었다.
이내, 책상에 앉아서 대본을 정리하는 데에 몇 시간을 소요했다.
“후우….”
이제서야 겨우 대본 한 편을 썼다니.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할 것 같아.
“아니, 첫 편이라서 더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고….”
곧바로 효주에게 편집을 하라며 대본을 보냈는데.
“아…. 그냥.”
다 쓴 대본을 그대로 정 실장에게도 전송했다.
아무래도 빨리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어휴, 이제 좀 쉬자.”
침대에 누워서 얼마 동안 너튜브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 * *
정새롬 실장은 김진우가 보낸 대본을 두 부씩 출력했다.
똑, 똑─
그때, 약속 시각에 맞춰 지성호가 실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실장님, 굿모닝이요!”
“자리에 앉아.”
“넵!”
유쾌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더니 털썩 앉는 성호.
정새롬 실장은 그에게 대본을 건네며 말했다.
“차기작이야.”
“이, 이게 그 공포물….!”
“맞아. 내가 방금 슬쩍 읽어봤는데….”
“네….?”
“괜찮겠어? 너 겁쟁이잖아.”
“…. 오해예요.”
김진우 작가의 차기작 주인공이 되어 얼마나 기뻤는데.
밤잠을 설치며 새 대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으니.
“실장님, 이건 오명을 씻을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요?”
“오명?”
“저번에 예능 나가서 깜짝 놀랐다고 겁쟁이로 낙인찍힌 거요.”
“아, 그거? 순정마초로 뜨고 나서 그 영상 조회수 두 배로 늘었더라.”
“…. 그건 무서워 한 게 아니라 놀란 거죠.”
아니던데.
“여튼! 저는 이번에 공포물 제대로 찍어서 강인한 남자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절대 말리지 마세요.”
“어, 그래. 절대 안 말릴게.”
그냥 하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빙빙 돌려서 이유를 갖다 붙이는 모습.
“오히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김진우 작가님께 감사하다니까요?”
“그래, 그렇겠네.”
새롬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대본을 집어 들었다.
“일단 한번 읽어볼까?”
“넵!”
이내, 지성호는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대본을 읽었다.
새롬 역시 그를 따라 천천히 대본을 한 장씩 넘겼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드라마 속 캐릭터와 누군가 겹쳐 보였다.
“…. 이거 나구나.”
지성호는 나직하게 읊조렸다.
관종의 삶이란.
연예인이 안 됐다면 스트리머가 되지 않았을까.
그것도 연기가 아니라 평소의 모습.
아마 현실이었다면 대본 속 주인공처럼 행동했을 것만 같다.
“맞아. 김진우 작가님 작품은 전부 다 이렇지.”
임재준, 강준, 김현지, 여민서 등.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배우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맞춤 정장처럼 입혀준다.
“와우, 대본 재밌네요. 여윽시 김진우 작가님인가.”
“이 정도 내용이면 디지니 플레이 측에서도 반드시 오케이할 거야.”
“저 이거 대본 가져가도 되죠?”
“물론이지.”
새롬은 벌떡 일어나서 사라지는 성호에게 말했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마지막 방송 언젠 줄 알지?”
“네? 아, 이번 주 목요일.”
“그때, 템페스트 식구들끼리 볼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매니저한테는 말해놨어.”
“아, 네.”
첫 방송과 마지막 방송을 함께 보는 것.
누구 덕분에 생긴 관례 중 하나였다.
원래는 성공한 드라마의 경우에만 해당됐는데.
그의 작품은 실패를 몰랐으니까.
* * *
며칠 뒤,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마침내, 디지니 플레이 측과 미팅 날이 다가왔으니
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실장실 문을 두드리고 안에 들었다.
곧이어, 미리 와서 앉아있는 지성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지성호 씨, 벌써 두 번째 작품이네요.”
“하해와도 같은 작가님의 아량 덕분이지요.”
“…. 별말씀을.”
“두 분 말씀 중에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이내, 정새롬 실장이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지금 문자 받았어요. 손님분들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고 계신다네요.”
안젤라 지부장과 조셉 리 감독.
“안젤라 지부장님은 저번에도 방문했었는데 두 번째네요.”
“그때는 계약 전이었고. 지금은 공동 제작사 대표죠.”
“흠.”
그래도 그분은 한번 봤다고 익숙한 편이었다.
조셉 리 감독님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똑, 똑─
그때, 변 팀장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실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어서, 안젤라와 조셉 리 감독이 실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흥흥. 김진우 작가님! 또 뵙네요.”
“그러게요, 지부장님. 반갑습니다.”
“이쪽이 지성호 배우님?”
“아! 안녕하십니까!”
허리를 반쯤 접어서 인사하는 지성호.
별거 아닌 모습도 꽤나 익살스러워 보였다.
‘천상 연예인이네.’
안젤라와 짧은 인사를 하는 중에도 한 남성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동양인처럼 보이는 남자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조셉 리입니다.”
“아, 네! 리조셉 감독님.”
“…. 그냥 조셉이라고 불러주세요.”
이내, 변 팀장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수에 맞춰 커피를 내왔는데.
안젤라는 커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이 뚫어지게 대본만을 쳐다봤다.
“혹시…. 그쪽에 있는 대본이 새 작품인가요?”
“네. 그렇긴 한데….”
“와우,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혹시 읽어봐도 될까요!?”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해서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이내, 정 실장과 눈빛을 주고받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촤라락─
몇 부를 더 복사해서 나를 제외한 네 명이 동시에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작 10분도 안 돼서 안젤라는 표정에 이채를 띠었다.
“내용이 아주 재밌네요. 흥흥.”
“아, 그런가요.”
“그럼요! 안 그래도 한국형 좀비물 이후로, 한국의 공포 장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 그래요?”
“네. 플랫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한국 고객들 유치하는 데에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후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편으로는 다른 장르를 써달라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그렇게 되면 다중집필을 강화해서라도 어떻게든….
“저도 아주 재밌군요.”
이내, 조셉 감독님은 안젤라의 말을 이어받았다.
“한국 공포는 할리우드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분명히 먹힐 것 같군요.”
“음….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시즌제로 가도 좋을 것 같네요?”
“시즌제요?”
“네. 두 번째 시즌에서는 외국의 유명한 흉가를 돌아다니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하하.”
그 대신 제가 안 재밌잖아요.
“예를 들면 그런 거 있잖습니까? 영국에 고스트 캐슬이나 일본에 유명한 묘지라던가.”
“멈춰요!”
“???”
나쁜 생각 하면 안 돼.
못된 시스템이 들을라.
“작가님, 대본 빨리 쓰는 건 유명하니까….”
“네?”
“빨리 다음 회차를 보고 싶군요. 하하.”
그 순간, 시스템이 그의 말에 응답했으니.
띵동─
“음, 그건 금방 될 것 같네요.”
【내용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2부】
【장르 : 공포, 스릴러, 인터넷 방송, 에피소드】
【장소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3층 녹음실】
【제한 시간 : 3일 】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30억 원】
일단 템페스트 엔터 사옥이면 무조건 환영이지.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간절히 빌면 이루어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