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73)
시스템의 빛이 새어 나오는 방, 402호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거 설마….”
일전에 사막에서 경험했던
평소보다 훨씬 강한 밝기와 광도를 가졌으니.
“어쩐지….”
닫혀있는 문밖에서도 느껴질 만큼 밝은 빛이 새어 나온더라.
창문이나 조명 기구 하나 없는 방에서도 대낮처럼 눈이 부실 정도라니.
“아니, 근데 왜 하필 공포 영화에서….”
저 빛은 받아들이는 순간 머릿속에 박제되잖아.
곧바로, 시스템이 빛을 내뿜는 방에 추가로 조명기기를 설치했다.
빛에 닿는 순간 어두워질 테니,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후,
“후우….”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빛무리에 몸을 맡겼다.
“허억.”
빛은 내 머릿속에 파고들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동시에, 시스템은 좀비 형상을 클로즈업해서 내 머릿속에 때려 박았다.
복도에서 마주친 좀비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저 새끼들 찐이야.”
좀비 떼에게 습격을 받는 지성호.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행태가 지금의 내 모습과 일치한다.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대본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아, 젠장. 진짜 좀비들 어떡하지.”
정새롬 실장님은 괜히 데려와서.
나 때문에 좀실장 되는 거 아니냐고.
“물리기 전에 빨리 찾아야 해.”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에 문고리를 잡는 순간, 쎄한 기분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어….?”
문밖에서 누군가 밀쳐내고 있는 느낌.
숨 막히는 긴장감 속, 내 몸을 천천히 문에 기대었다.
‘문밖에 좀비가 있다….!’
속으로 시스템에 쌍욕을 퍼부으며 온몸에 힘을 주었다.
입을 틀어막고 상대가 사라지기를 바랐는데.
쿵, 쿵─
상대는 문을 두드리더니, 급기야 강하게 밀쳐내기 시작했다.
여기 방만 너무 밝아서 그런가.
빛에 반응하는 좀비 영화가 떠올랐다.
‘좆됐다.’
상대는 네 명이니까 무작정 막는 건 능사가 아니었으니.
일단 보이는 막대기를 하나 주워들고 문 뒤에 숨었다.
끼이익─
‘들어오자마자 바로 조져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조져진다.
어쩌다가 좀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까.
막장 시스템 능력을 얻는 순간,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으으, 온다.’
신세 한탄을 하는 사이에 상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에 반응하여 곧장 막대기를 휘두르려고 팔을 들어 올렸는데.
쉬이익─!
상대는 나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돌려차기로 나무 막대기를 박살 냈다.
이어서, 연결 동작으로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뒤돌려차기.
“아앗!”
눈을 질끈 감았다가 살며시 떴을 때, 눈앞에 한 여인의 발목이 아른거렸다.
“뭐예요? 작가님.”
“아…. 좀빈 줄 알았네.”
좀비가 아니라 정 실장님.
‘머리통 날아갈 뻔.’
혹시 태권도 선출 아닙니까.
다음부터 개기면 안 되겠다.
“뭐예요, 방금 저한테 뭐 휘두르셨는데.”
“아니, 좀비인 줄 알고….”
“응….?”
“혹시 벌써 물린 건 아니죠?”
“뭔 소리예요.”
“여기 좀비가 있다니까요? 그것도 넷이나!”
눈으로 안 봤으면 못 믿을 만하지.
“좀 실장님, 내가 지켜줄게요.”
“와아…. 고마워라.”
“저만 믿으세요.”
“…. 이거 몰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불쌍한 정새롬 실장.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은데.
‘그럴 수 있어.’
이제부터 자체 미션으로, 정신병원 탈출이다.
머릿속에는 좀비 떼에게 쫓기는 영상이 콕 박혀있었으니.
꾸욱─
나는 정새롬 실장의 손목을 꼭 잡고 도망칠 기회를 엿봤다.
“저기, 작가님.”
“네?”
“…. 아니에요.”
* * *
그로부터 약 20분 전.
소채담은 인터넷 방송에 후원하며 스트리머를 독려했다.
『‘자체발광’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빨리 입장 ㄱㄱ』
좀비 분장을 한 네 명의 스트리머는 정신병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중, 리더인 BJ 노빠꾸가 감사 인사를 올렸다.
-자체발광 형님! 감사합니다!
스트리머들을 보면, 인터넷 방송은 남자만 보는 줄 안다.
굳이 정정할 이유까지는 느끼지 못했지만.
“맨날 형님이래.”
터벅, 터벅─
정신병원 근처에서 비치는 모습을 보고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정신병원에 벤츠 클래스? ㅋㅋㅋㅋㅋ
-뭐냐 진짜 ㄷㄷ
-귀신이 끄는 차라고 ㅋㅋㅋㅋ 고스트 라이더
-아니, 딱 봐도 새 차잖아 ;;;
-빨간색 차? 개무서운데
이내, 네 명의 스트리머들은 호들갑을 떨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청자들은 진짜 좀비처럼 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도록 후원을 이어갔다.
-쿠워어어.
-꺄하하하.
스산한 분위기의 폐병원에 출몰한 좀비 떼.
특히, 내부에는 온갖 낙서가 가득했으니.
-와아…. 낙서 ㄷㄷ
-폐쇄되기 전에 환자들이 썼나?
-ㄴㄴ 다른 BJ들이 적었을걸
-이게 무서움? ㅉㅉ 오늘은 엄마랑 자야지
스트리머들은 샤워실이나 치료실에 들면서 내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휠체어 위치가 바뀌었어요.
-응? 뭔 소리야.
-지, 진짜로! 방금 오른쪽으로 눕혀져 있었다고!
-개소리 좀 그만해.
-아니 서랍도 닫혀있었다니까!
-그럼 뭐, 우리 말고 누가 있다는 소리야?
시청자들은 뻔한 수작을 부린다며 스트리머를 조롱했다.
공포체험 BJ들이 자주 하는 장난질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으니.
그런데, 정말로 그들 말고도 누군가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웬 남자가.
-구우워어?
-으아아악─!
상대는 좀비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손전등을 휘황찬란하게 흔들며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ㅅㅂ 미쳤냐고
-진짜 사람이 있었음?
-좀비 보고 실신각
-내가 저 사람이면 기절했다
-벤츠 주인인가 ㅋㅋ
서로의 분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스트리머들.
속으로는 미안함 마음이 들었지만, 갑자기 폭증하는 시청자 수에 기쁜 마음도 커져만 갔다.
-가서 사과해 ㅠㅠ
-ㅈㄴ 불쌍한데?
-아니 근데 진짜 그걸 속겠냐고 ;;;;
-혹모른시다 루삥뽕 ㅋㅋㄹㅋㅋ
-저걸 어떻게 안 속음?
-일단 만나서 대가리 박고 합방하자
쏟아지는 후원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스트리머들.
시청자들은 대부분 일단 찾아가서 사과하라는 반응이었으니.
-오케이! 빨리 가서 찾겠습니다.
-놀래켜서 죄송합니다!
사과하려는 네 명의 좀비와 도망가려는 김진우 사이의 숨 막히는 술래잡기.
“뭔데, 이거.”
채담은 어이없는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 와중에, 도망가기 전에 얼핏 찍힌 남자의 얼굴.
그를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일까.
잠시 후,
결국, 술래잡기는 김진우 작가의 승리로 돌아갔다.
김진우는 좀비 네 마리의 포위망을 뚫고 생존했다.
402호에 각종 조명기기로 유인해서 빙 돌아가는 고도의 전략.
시청자들은 제갈량도 울고 갈 책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
“으으, 근데 왜 그 사람을 어디서 본 것 같지?”
채담은 머리를 쥐어 잡고 기억을 더듬었다.
기억이 날락말락 하니까 더 답답했다.
* * *
다음 날, 아침.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내 작업실.
효주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오빠, 드디어 다음 주에 김나연 첫 방송….!”
“어.”
“…. 괜찮아요? 안색이 약간….”
“안색이 왜.”
“좀비 같아요.”
“….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아, 넵!”
그녀는 들어온 자세 그대로 뒷걸음질을 해서 문을 닫았다.
“와, 현타 온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야 어이없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튜브에 보람찬 정신병원을 검색해 봤는데.
까만색 바탕에 궁서체로, ‘죄송합니다’ 라고 쓰여 있는 한 영상.
《어젯밤 보람찬 정신병원에서 깜짝 놀라셨을 어떤 분께 그렌절 박습니다 (BJ 노빠구)》
-7시간 전
-조회수 21,756회
-좋아요 2백, 싫어요 1백
-댓글 107
영상 속에서 한 스트리머는 물구나무를 서고 사과방송을 올렸다.
반쯤은 장난식으로 어그로를 끌기 위한 영상이었으나.
이내 자세를 고쳐앉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제 잘못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장난을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와…. 어이가 없네.”
아니, 당연히 시스템이 만든 좀비인 줄 알았지.
어떤 미친놈들이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좀비 분장하고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고.
“음….”
구독자 수 보니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너튜브 채널인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도 즐겼다는 듯.
딸칵─
마우스로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고 댓글창에 한 줄을 남겼다.
-도망가신 분이 좀비 분장인 거 알고 받아주신 듯? 방송천재시네 ㅎㅎ
좋아, 아주 자연스러웠어.
“일단 대본이나 쓰자.”
머릿속에서 보람찬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좀비물이 지워지지 않았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기에, 앞으로 좀비물은 평생 면역이다.
“이제 안 무서워.”
곧이어, 노트북을 펼쳐 3부 대본 집필을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3부」
드라마 속 주인공, 지성호는 좀비들을 가까스로 피해 도망친다.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이 스트리머가 좀비들을 섭외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자 주인공, 소채담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좀비들이 귀신에게 홀렸다는 사실을.
직접 나서서 지성호를 도와주려고 마음을 먹는 소채담.
그가 진심으로 겁에 질려 도망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즉, 남주와 여주가 처음으로 만남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좀비 묘사만 안 했어도 내가 재밌었다고 말했겠는데.”
이 족같은 드라마, 내가 언제 끝나나 지켜볼 거야.
지이이잉─
한창 타이핑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정새롬 실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좀비 사건 이후로 약간 얼굴 보기 민망한데.
“흠흠, 여보세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 대나무 엔터랑 미팅 잡았습니다.
“오! 그럼….”
-소채담 배우님, 미팅 잡았어요. 대본 좋다고 하셨다네요?
“고생하셨어요.”
왠지 이번 드라마 제작은 빨리 진행될 것 같다.
주연배우만 캐스팅하면 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미팅 날짜가 언제죠?”
-조셉 리 감독님과 일정 조율해서 날짜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실장님.”
-저기, 그리고….
정새롬 실장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작가님, 어제 일은….
“하하, 어제는 재밌었죠?”
-네?
“제가 친구들 불러서 장난친 거예요.”
-정말요….?
“그럼요.”
그냥 그런 거로 하자.
* * *
며칠 뒤, 대나무 엔터테인먼트.
소채담은 매니저의 잔소리를 들으며 미팅룸으로 향했다.
“인방 좋아하는 티 내지 말고.”
“알았어.”
“공포물 좋아하는 티도 내지 말고. 괜히 계약 조건만 나빠져.”
“응. 알았다니까.”
미팅 룸에 들었가자, 가장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조셉 리 감독이 웃으며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우아하게 인사하는 소채담.
메이크업까지 더한 여배우의 미모는 작은 방을 화사하게 밝혔다.
“할리우드 감독님의 선택을 받다니, 영광이에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소채담을 보며, 조셉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니라 김진우 작가님이 추천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김진우 작가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는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똑, 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템페스트 측에서 오셨습니다.”
“아, 네. 들어오시죠.”
대나무 측 실무자의 뒤를 따라 등장한 두 명의 남녀.
그중에서도 남자의 얼굴을 꽤나 익숙한 편이었다.
“김진우 작가님?”
“소 배우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진우입니다.”
“반가워요, 작가님. 작가님 얼굴이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는데….”
“네?”
“롱터뷰 나오셨었죠?”
“아…. 하하.”
근데 롱터뷰를 본지는 꽤 오래됐는데, 왜 최근에도 어디서 본 것만 같지?
“흠흠.”
정새롬 실장이 헛기침을 하며 미팅의 시작을 알렸다.
“신비주의에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이번 작품이랑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 저도 대본을 전부 봤어요. 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어서, 진행되는 양쪽 엔터 간의 개런티 협상.
“음, 그 정도 선에서 정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사인하고 바로 계약하시죠.”
“이제 무를 수도 없죠, 하하.”
대나무 엔터 측 실무자가 너스레를 떨자 김진우 작가가 받아주었다.
“저희 그럼 계속 직진만 하는 겁니다.”
“그럼요.”
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채담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직진….?’
얼마 전에 봤던 어떤 방송.
‘노빠꾸?’
순간, 김진우를 바라보는 채담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내, 상대를 알아본 그녀의 입가에 화사한 미소가 걸렸다.
’이분…. 나랑 취미가 같잖아!?’
오밤중에 홀로 폐병원 탐방이라니.
그 정도라면 진성 공포 덕후일 터였다.
“작가님, 저희 잘해봐요!”
“아, 예…. 뭐.”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의 진우와 손을 마주 잡았다.
‘연예계에 이런 분이 계셨다니….!’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시청자로 만족하는 삶.
김진우 작가는 자신과 달랐다.
대중에 얼굴이 알려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섰다.
‘완전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