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75)
「해외영업 3팀 김나연」 첫 방송이 끝나는 그 순간.
수십여 명의 제작진은 억지로 눌러왔던 기쁨을 한 번에 터트렸다.
“주모오오오오! 쌰따 내려!”
“대애박!!!”
“꺄아아아악─!”
「해외영업 3팀 김나연」 세트장 곳곳에서 동시에 샴페인이 터졌다.
내일 청소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촬영장에서 축배를 들었다.
“김 작가아아아─!”
김 씨 국장님은 냉큼 달려와서 나를 업고….
“으윽.”
업으려고 하시다가 실패해서 넘어질 뻔했다.
아니, 다 큰 성인 남자를 굳이 왜 업으시려는지
“저기, 국장님 허리 다치신 것 같은데….”
“아, 아니야. 이렇게 좋은 날 왜 다쳐?”
원래 사람은 좋은 날에도 다쳐요.
내일 물리치료 받으셔야 할 것 같은데.
[평균 시청률 25.3%]
물론 앞으로도 계속 시청률을 유지해야 의미가 있겠지만.
작년에 TVM에서 초대박 난 「하늘빛」도 25%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와, 이걸 내가….?”
올해 초, 블록버스터를 말아먹은 MBS의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었다.
그것도 그 드라마를 망친 주인공, 고현래 감독이 직접 실패를 만회했으니.
고 감독님이 다가오며 나에게 말했다.
“하하. 김진우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감독님도 축하드려요.”
“벌써 세 번째 성공이신데. 소감이라도….”
그의 뒤에 서 있던 카메라맨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포커싱을 맞췄다.
“음…. 기쁘죠.”
나를 이 위치에 올려준 시스템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하하.”
카메라 앞에서 하는 약속이자,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흉가에 가라면 가야지.’
수차례 검증한 시스템을 가지고 활용하지 못하면 바보 아닌가.
잠시 후,
저녁 시간까지 업무를 마치고 늦게나마 방송국에 방문한 이들과 마주했다.
변 팀장과 함께 나타난 정새롬 실장님.
아니, 잠깐.
근데 황효주 너는 왜 그쪽이랑 같이 오는 거야.
“작가님!”
“네, 실장님.”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스탭분들이 하셨죠.”
우리의 대화를 듣던 스태프들이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곧이어, 그들은 각자 친한 이들끼리 모여 술판을 벌였다.
“실장님, 그러고 보니까….”
“네?”
“저희끼리 술 한 잔 한 적도 없네요.”
“아니, 그때 일본….”
“오늘 달리시죠.”
“음…. 네. 뭐.”
당연하다는 듯이 동석한 변 팀장과 효주까지.
네 명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오늘만큼은 시스템도 잊고 진탕 술을 마셨다.
“저기, 작가님!”
“네?”
술자리 중간에 새롬은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가방에서 선물을 꺼냈다.
“이거….”
예쁘게 포장된 선물 박스.
새삼스레 첫 방송이라고 선물까지 준비한 건가.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희정이 주세요.”
“???”
“이진호 배우님께 들었어요.”
“뭐를….”
“오디션이요.”
“….”
뭐야.
나만 못난 오빠야?
* *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고, 눈을 깜빡거렸더니 내 방 천장이 보였다.
“으으!”
이제 나흘 정도 남았나.
시스템이 부여한 제한 시간.
띠링─
아침부터 효주가 톡을 보냈다.
[오빠, 저 어제 기억이 안 나요 ㅠㅠ]
[제가 뭐 변 팀장님 앞에서 실수한 거 없었죠?]
“변 팀장님이 집에 데려다주셨는데 기억이 안 나?”
땅을 치고 후회하겠네.
톡, 토톡─
주사는 딱히 없었지만.
[어제 너 개진상이었음 ㅎㅎ]
원하는 답장을 해줬더니 기분이 너무 좋은가 보다.
발작하듯 계속 톡을 보내는 효주를 가볍게 무시하고.
끼이익─
방문을 나서 거실에 있는 어머니께 인사했다.
“일어났니?”
“네.”
거의 일주일 만에 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요즘도 바쁘세요?”
“바쁘긴 계속 바쁘지.”
“….”
내가 바쁜 것도 있지만, 부모님께서도 일이 많으셨으니.
[통장 저축예금 : 231,014,756 원]
강준의 수익 일부와 회귀자 원고료를 받아서 쌓인 통장 잔고.
‘돈 많네.’
새 작품 정산까지 남았으니 당분간 돈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시스템 업그레이드 욕심만 잠시 미뤄두면.
“엄마 계좌로 생활비 외에도 용돈 좀 챙겨드릴게요. 많이.”
“에이, 됐어. 그냥 네가 잘되는 것만으로….”
“그냥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런….”
“그래, 그럼 빨리 줘.”
“….”
포근한 눈으로 보는 어머니 눈을 피하지 않고 생각했다.
‘일 해야지.’
어머니, 제가 흉가라도 가서 돈 벌어올게요.
이 정도면 효자 소리 들어도 되지 않을까요.
끼이익─
그때, 희정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말했다.
“나 오디션 보고 올게!”
“아, 맞다. 야, 잠깐만.”
“응?”
나는 서둘러 방에서 선물을 가져와 희정이에게 전달했다.
“뭐야?”
“응. 두 갠데.”
하나는 정 실장이 아마도 대충 준비했을 랜덤 선물 박스.
나머지는 내가 편의점에 들러서 직접 산 정성스러운 엿.
어젯밤에 급하게 살 수 있는 최선이었다.
“…. 고마워.”
“그치?”
“응. 언니한테 정말 고맙네.”
“엿 먹어.”
“고마워. 오빠도 엿 먹여줄까?”
“아니. 나는 배불러서.”
“오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의 우리 김희정 배우님.
장난기 빼고 진지하게 한 마디를 해 주었다.
“떨어지면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라.”
“…. 그게 할 말이냐.”
“붙으라고.”
희정이는 씨익 미소를 짓더니 엿을 까서 입에 쏙 넣고는 현관을 나섰다.
* * *
채담이 생각하는 공포 컨텐츠에는 4단계가 있다.
소설, 웹툰, 영상물, 공포 체험.
물론 그 순서대로 자극의 역치가 올라간다.
공포물을 볼 때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은 마약과도 같다.
‘당연히 실제로 체험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공포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그 중에서도 직접 무서운 장소를 방문하는 인방이 가장 자극적이었다.
그의 대본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싹─
“와아, 3부는 진짜 레전든데?”
대본을 읽으면서 등골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기분.
심지어, 목적 자체가 ‘공포’인 소설도 아니고 드라마 대본에서.
“으아, 빨리 다음 편 죠요.”
채담의 매니저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작품이 그렇게 재밌어?”
“오빠도 읽어봤잖아.”
“1화 읽다 말았어. 나는 공포물 싫어해.”
“으휴, 인생 절반 손해 봤네.”
“…. 그게 그렇게 손해야?”
“응! 당연하지!”
스케줄을 가는 동안 밴에서만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3부에서 좀비들에게 당하는 장면에서 휘몰아치는 카타르시스는.
“으으, 안 되겠다. 그냥 작가님께 직접 여쭤봐야겠어.”
역시 인생 사는 맛을 아는 사람이랑만 대화해야겠다.
매니저랑은 모든 대화가 잘 맞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전혀 안 맞았다.
“공포가 대체 뭐라고.”
“오빠는 모르겠지만, 김진우 작가님은 아실걸.”
“???”
매니아들만의 갬성이 있다고.
“설마 진짜로 작가님한테 연락할 건 아니지?”
“배우가 작가님한테 모르는 거 물어볼 수도 있찌!”
“…. 다음 화 언제 나오냐고 재촉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엥? 그거 여쭤보려는 거 아닌데?”
“그럼 뭐를….?”
“다음 화는 어디에서 쓸지 여쭤볼 건데?”
“…. 당연히 작업실에서 쓰시겠지.”
“흐음, 글쎄.”
아닐 것 같은데.
“오빤 몰라. 작가님이랑 나랑만 통하는 그런 게 있어.”
“…. 미팅 때 처음 봐놓고선.”
“아니, 우리는 이미 만난 적이 있어.”
“???”
인터넷 방송에서 본 거지만.
톡, 토톡─
이럴 줄 알고 미리 템페스트 직원분께 작가님 번호를 물어봤지.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채담이에요 >_<]
* * *
JTBS 방송국, 한 회의실.
문 앞에서 참가자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성 감독님, 오디션 참가자는 많은데 눈이 가는 배우는 없네요.”
“뭐, 이제 절반인걸요.”
“그렇긴 한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성기훈 감독도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공개 오디션에 들어간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맞는 배역을 구하지 못했을 때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결국, 이 또한 제작비에서 차감되는 금액이 아닌가.
“다음 참가자는…. 응?”
한 여인의 프로필이 묘하게 눈에 띄었다.
“김희정?”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소속이 제법 흥미를 끌었다.
“장그래 극단 소속이네요.”
“아! 들어본 적 있어요. 어제 첫 방 시청률 대박 난 드라마도….”
“네. 이진호 배우가 그쪽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맞아요. 괴물 신인. 이번에도 김진우 작가님이 발굴하셨다던데요?”
“…. 그쵸.”
성기훈 감독이 기억하는 장그래 극단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때가 임재준 배우 오디션 때였나.’
당시에 김진우 작가는 장그래 극단 출신의 한 연기자에게 쓴소리를 했던 적이 있지 않았나.
그게 벌써 반 년 전의 일이었다.
그 사이에 임재준은 무명 배우에서 1티어 배우가 되었고.
“시간 빠르네.”
“네, 오디션 진행하니까 시간이 훅훅 가네요.”
“아니, 그게…. 아닙니다. 다음 면접 보죠.”
“다음 참가자요!”
곧이어, 참가자 김희정이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특이한 점은, 이전 참가자들과 비교하면 전혀 긴장을 안 한다는 것.
‘이럴 땐 보통 둘 중 하나지.’
준비를 하나도 안 했거나.
준비를 완벽하게 했거나.
전자의 경우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기대도 하지 않았을 테고.
후자의 경우에는 더 준비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을 테니.
“안녕하십니까! 참가번호 37번 김희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주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꾸벅 인사하는 모습에서 심상치 않은 말괄량이의 기운이 느껴졌다.
“흠…. 바로 연기부터 볼까요?”
“아, 넵!”
“첫 번째는 지원한 배역의 캐릭터를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유 연기. 세 번째는 즉흥 연기입니다.”
함께 오디션을 보는 이들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성 감독을 쳐다봤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촬영장에든, 오디션장에서든, 배우에게는 악마라고 불릴 만큼 더러운 성격이 아닌가.
“저기, 혹시 괜찮으시다면….”
“네?”
“물 한 모금만 마시고 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오디션 참가자로서 시작하기에 앞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였다.
다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이기도 했으니.
별것 아닌 행동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의 관심은 순간적으로 집중되었다.
이러한 관심이 빠르게 식어버릴지, 흥미로 바뀔지는 전적으로 참가자에게 달려있다.
“…. 우리 집이 가난한 게 내 탓이야?”
아주 짧은 시간, 곧바로 배역에 몰입한 희정이 연기를 시작했다.
‘어? 좋은데?’
귀에 꽂히는 또렷한 발성에 풍부한 성량, 이글거리는 눈빛까지 갖춘 배우.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연기를 연기처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기가 아니라 평소와 같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이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오빠가 해 준 거라고는 겨우….!”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선.
적절한 호흡 타이밍.
자연스러운 손동작까지.
아마 연기 경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학습 능력이 제법일 터였다.
‘재밌네.’
성기훈 감독의 눈에 이채가 맴돌았다.
* * *
경북 영진군.
동산 위에 오롯이 존재하는 하얀색 벽돌집.
한때는 3대 흉가라고 불리던 전설적인 곳이지만.
이제는 한물간 공포 스팟이 되어버린 영진 흉가.
너무 많이 소비되어서 이제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장소였다.
하얀 벽돌로 지어진 허름한 건물의 외벽에는 검정색 페인트로 칠해진 낙서가 가득했다.
-인간이 악귀야
-할렐루야
-귀신이다 귀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 스산한 달빛 아래.
뻥 뚫린 현관문과 창문을 통해 보이는 건물 내부는 혼돈과 공포였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이제 혼자서 다닐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저 시스템이 내려준 미션뿐이었다.
【미션 : 다른 사람에게 동행을 제안하지 마세요.】
그때였다.
띠링─
“으악!”
아까부터 귀찮게 하는 여배우님의 톡이 다시 한번 스마트폰읠 불을 밝혔다.
[정말 가셨어요? ㄷㄷ]
깜짝이야.
“아오,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어디 가냐, 언제 가냐, 뭐 타고 가냐.
그런 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지 모르겠다.
다 알려줬는데도 뭘 계속 물어봐.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터벅, 터벅─
곧이어,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천천히 흉가에 발을 디뎠다.
띵동─
【‘과묵한 작가!’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베네핏, ‘마지막회 정보열람(Lv 1)’을 획득합니다.】
“어? 이건….”
처음으로 돈 안 쓰고 얻은 베네핏.
좋은 건 바로바로 써봐야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마지막회 정보열람(Lv 1)을 사용합니다.】
순간, 마지막회의 기본적인 정보가 머릿속에 주입됐다.
“이 드라마…. 8부작이었어?”
그것도 시즌 1 완결이라니.
“일단 이번 드라마도 얼마 안 남았네. 짧아서 좋은….”
휘이이잉─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소름이 끼쳤다.
“아니, 잠깐만.”
뭐야, 이거 설마 다음 시즌도 있다는 뜻이야?
에이, 말도 안 돼. 그럴리가 없잖아.
충격적인 사실을 잠시 묻어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전등에 비친 흉가 내부.
최근까지 누가 살았는지 온갖 물건들이 널브러졌다.
모기장 텐트나 각종 식기들, 그리고 달마도….
“달마도?”
스님께 합장을 하고 지하 1층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딱 봐도 음산한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좁은 복도.
“으음, 지하로 가는 길이…. 저기구나.”
“네. 거기 맞아요. 인방에서 봤어요.”
“음, 그런….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뭐, 뭐야!”
“저, 저 채담이요!”
“….”
“아니, 왜 이렇게 놀라세요? 저도 놀랐잖아요.”
“지금 무슨….”
그럼 안 놀라는 게 정상이야?
기척도 없이 나타나서는 한다는 말이.
“와우, 작가님! 여기 완전 소름!!”
“….”
당신이 더 소름이에요.
“채담 씨, 대체 여기는 왜 오신 거….”
“네? 재밌을 것 같아서요.”
“….”
“아까부터 괜히 톡을 했겠어요? 당연히 저도 오려고 여쭤봤죠! 작가님, 생각보다 눈치 없으시네.”
막무가내 직진 스타일인가.
여배우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앞으로는 저도 좀 당당해지려고요! 작가님처럼.”
“???”
황당함에 멍하니 그녀를 보고 서 있었는데.
소채담은 내가 들고 있는 손전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가님, 조명기구를 왜 이렇게 많이 가져오신 거예요?”
“네?”
“그런 건 최소한으로만 가져와야 재밌죠!”
“….?”
“오늘 사용 금지!”
개소리하지 마세요.
갑자기 나타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미모의 여배우와 함께 하는 공포 체험.
누가 들으면 세상 부럽다고 질투를 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정상인의 눈이 맞아?’
들뜬 표정으로 눈을 희번덕하게 치켜뜬 소채담 배우님.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으면 손발을 덜덜 떨고 있을까.
“빨리 지하 1층으로 내려가요.”
“자, 잠깐만….”
지하실로 향하는 길목.
심장을 옥죄는 듯한 느낌과 함께 발이 푹- 하고 꺼져버렸다.
“으아아악─!”
“작가님! 소파예요.”
“아.”
좁은 복도에 썩어 문드러진 소파가 발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정면을 비추었을 때.
-살려줘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기괴한 글씨체.
썩은 소파에 이어서, 2차 입구컷.
‘이런, 시벌….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소채담 배우는 옆에서 신이라도 난 듯 방방 뛰어다녔다.
손전등을 자꾸 치우려고 하는 건 짜증나지만.
그래도 혼자보다는 낫겠지.
저벅, 저벅─
숨이 멎을 것 같은 두려움을 꾸욱 눌러 담고서 한 걸음씩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각종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고, 썩은 물이 은은한 악취를 풍기는 장소.
지하 1층.
심장을 옥죄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행히 시스템의 빛을 발견했지만 두려움은 여전했다.
아무리 담력이 센 사람도 굳이 여기까지 내려오지는 않을 텐데.
나야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이 여자는 진짜 간댕이가 부었네.
“으으….”
순간, 채담이 움켜쥔 내 팔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두려움에 벌벌 떠는 와중에도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분, 공포를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공포를 즐기는 거였어!?
* * *
그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쏘블리와 함께하는 공포 체험.
영진 흉가는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폐쇄된 목장, 교도소, 고아원.
한국에 폐쇄된 건물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많이도 끌려다녔고, 이제 딱 한 편 남았다.
8부작 완결까지.
“작가님! 다음은 어디? 어디에요?”
“채담 씨….”
“네?”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