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81)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와이키키.
나는 희정이 손에 이끌려 쇼핑 스트릿을 돌아다녔다.
물론 렌트한 차를 끌고 다니는 건 내 몫이었다.
어느새 효주도 희정과 친해져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죄송합니다. 저도 국제면허를 신청해놓을 걸 그랬네요.”
변 팀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괜찮습니다.”
원래 여행지에서 운전면허 있는 사람이 고생이지.
“정 실장님도 여기 오고 계신다고 하시네요. 곧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네.”
정 실장님….!
운전지옥에서 나를 꺼내주러 오시는 건가.
“아, 참. 작가님, 얼마 후에 정 실장님 생일입니다.”
“아…. 그래요?”
“네. 그러니까…. 마침 딱 여행 마지막 날이네요.”
하필이면 생일을 해외에 있을 때 보내는 건가.
아무리 회사 식구들이라고 표현하지만 진짜 식구는 아닌데.
“근데 왜 가족들이랑 보내지 않으시고….?”
“…. 글쎄요.”
변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네요. 실장님은 가족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으셔서.”
“그래요?”
“가족이 몇 명인지조차 단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으신 것 같네요.”
“….”
그건 몰랐네.
생각해 보니까 나한테도 가족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구나.
업무상 가장 가까운 변 팀장도 모를 정도라니, 그럼 말 다했지.
‘…. 뭐, 이야기하고 싶으면 먼저 얘기해주겠지.’
그나저나 생일 선물로 뭐가 좋으려나.
그때, 희정이가 다가오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핸드폰을 보여줬다.
“오빠, 우리 다음 맛집은 여기야! 웨이팅이 있긴 한데 완전 맛있대!”
“…. 나는 그냥 호텔 뷔페 갈래.”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응. 여깄어.”
희정은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장대한 계획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오늘 스노클링도 하고, 하나우마 베이도 가고, 마카푸 전망대도 가야 되고, 또….”
“와아….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너무 좋지!?”
“….”
네 오빠가 저질 체력의 작가 나부랭이라서 미안해.
어차피 정 실장님도 호텔에서 쉬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희정이가 또 정 실장님 말을 잘 듣잖아.
“일단 나는 살 거 있으니까 저기 가서 쇼핑하고 있어.”
“응!”
김희정, 정 실장님이 오시면 너의 계획을 뿌리째 뽑아주실 것이야.
잠깐의 자유시간.
나는 변 팀장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근처 상가에 들어갔다.
제법 큰 대형 복합 쇼핑몰 내에는 다양한 기프트샵이 즐비했으니.
각 가게에는 하와이 느낌이 물씬 나는 각종 기념품이 가득했다.
그중, 몇몇 가게에 들러 선물용으로 적당한 물건들을 확인했다.
파인애플 모형의 텀블러.
가성비 좋은 에코백.
하와이안 스타일의 시원한 티셔츠.
“괜찮은데? 이거면··· 아니지, 잠깐.”
조금 전에 동생 녀석이 했던 얘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빠, 괜찮아 보이는 물건 있어도 사지마.
-왜.
-오빠가 예쁘다고 생각한 거, 남들 눈에는 진짜 별로거든.
-….
고맙다, 동생아.
큰 실수를 할 뻔했어.
이내, 기프트샵을 나와 쥬얼리샵에 들어갔는데.
“어? 이건….”
태양처럼 생긴 큐빅이 박혀있는 목걸이.
달리 보면 폭죽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 일본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같이 폭죽놀이 구경했을 때…. 재밌었는데.”
제법 가격이 나갔지만.
이럴 때 쓰라고 돈 번 거잖아.
쿨하고 멋있게 일시불로 목걸이를 구매하는 와중에.
띠링─
희정이가 보낸 톡이 스마트폰의 불을 밝혔다.
[오빠, 정 실장님 오셨어!]
“오오, 좋았어. 드디어….!”
이제는 다 같이 호텔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건가.
하루종일 얼마나 운전을 했는지 손목이 다 뻐근하네.
타다다닥─
한걸음에 달려가서 정새롬 실장을 마중 나갔는데.
“실장님, 저를 구하러 와주셨군요!”
“아뇨. 저도 잡혔어요.”
“…. 제가 운전할게요.”
* * *
여민서는 기지개를 쭉 피면서 낮잠에서 깼다.
“이런 게 행복인가.”
오랜만의 평화.
전망 좋은 선베드에 누워서 사람들이 뛰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창 주가를 달리는 와중에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탑스타가 얼마나 될까.
“그래. 이게 휴가지.”
그러고 보니 김진우 작가의 작품에 들어간 게 큰 행운이었다.
‘역시, 좋은 작품 들어가는데 자존심은 필요 없다니까.’
김진우 작가의 작품은 특별하다.
언제나 빈틈이 하나도 없이 완벽에 가까웠다.
마치 30년쯤 된 스타작가의 작품 같다고 해야 할까.
그동안 가까이서 봐왔던 세 작품.
그중에서 ‘순정마초’와 ‘회귀자’에서는 보기 좋게 차였지만.
이게 다 「해외영업 3팀 김나연」에 들어가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작품에서 주어진 배역이 자신과 너무나도 잘 맞았기에.
‘그런데….’
어제 받은 이 새로운 대본.
이 작품은 확실히 무언가 달랐다.
“뭘까.”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여민서는 핸드폰을 들어 대본의 초반부 쪽으로 스크롤을 올렸다.
#1 아역 민정과 아역 현성, 놀이터에서 만난 대형견을 상대로 대치.
민정 : (현성의 소매를 꾹 붙잡은 채) 현성아아….
현성 : (굳은 표정으로)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민정 : (울먹이며) 무서워어….
현성 : (다급한 목소리로) 피, 피해!
이후, 대형견이 달려들며 현성의 팔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두 번째, 세 번째 장면으로 이어지는 아역 씬.
그리고 네 번째 장면에서 시작하는 성인 전환 장면.
작중, 현성은 조폭으로 성장해서 잔인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한다.
#4 현성, 상대 조직원의 복부에 사시미 칼을 찔러 넣는다.
현성 : (입에 피를 머금은 채) 괜찮겠어?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죽을 텐데?
조직원 1 :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 그만해….
현성 :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 돈 어디에 숨겨놨어?
조직원 1 :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할 테니까, 제발 목숨만….
피비린내가 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현성.
입에 머금은 피를 퉤 뱉어내고 씩 웃으면서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순수했던 아역 시절과 대비되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물하기에 충분했다.
‘뭔가 달라.’
이전 작품들과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처음으로 아역과 느와르 액션을 시도했고,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을 여럿 넣었으며,
짧은 대본처럼 스피디한 전개가 진행된다는 것.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배우들에게 자유도를 최대한 부여했어.’
아닌 척했지만, 세 작품의 대본을 모두 꼼꼼하게 읽어봤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배우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시와 말투까지 세밀하게 지시하던 대본.
원래는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타이트한 대본이 기본 베이스였는데.
‘이제 스타일을 바꾸기로 하신 건가.’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었다.
연출자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 작품에 관여할 구석이 있을 테고.
‘확실히 재밌긴 하네.’
대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필체는 그대로였다.
덕분에 술술 읽히는 느낌은 여전했고, 읽다 보면 순식간에 몰입되었다.
그 증거로 벌써 같은 작품을 세 번째 읽고 있으니까.
한편, 같은 시각.
띵동─
김진우는 갑자기 발동된 시스템에 어리둥절해 하며 벌떡 일어났다.
【‘인정받기, 1단계!’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히든 미션을 완료하여, 특전이 주어집니다.】
【랜덤 보상을 획득합니다. 】
“응? 뭐지….?”
방금 호텔로 돌아와서, 방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여민서가 인정했다는 건가.
“…. 여 땡큐.”
휴식은 제쳐두고, 곧바로 를 눌러 보상을 확인했다.
【업그레이드 비용 30% 할인 쿠폰】
“헐.”
확인하고 말 것도 없이 너무 직관적인 보상.
“업그레이드 비용 30프로면….”
플래티넘으로 등급을 올리는데 30억이니까, 무려 9억 원 할인.
그런데, 지금 바로 쓰는 건 멍청한 짓이다.
“더 높은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쓰자.”
다음에 얼마가 들지는 모르겠지만.
늦게 쓰면 늦게 쓸수록 이득인 베네핏이 아닌가.
* * *
시간이 흘러,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이런 선물을 주실 줄이야.”
덤덤하게, 오다 주웠다는 듯이 툭 던지고 간 김 작가.
사실,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놀라웠다.
“목걸이 선물을 받는 건 처음이네.”
새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이내, 언제나처럼 래쉬가드를 입고 서핑보드를 챙겼는데.
곧이어, 옆방에서 나타난 희정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언니!!!”
“어, 일어났어?”
원래 중간에 먼저 한국에 돌아가기로 했지만, 스케줄 변동 덕분에 다행히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하게 된 희정.
“여기 언니 생일 선물이요!”
“고마워.”
하와이 현지에서 팔 법한 귀여운 팔찌.
비키니까지 해서, 벌써 희정이에게 선물을 두 개나 받았다.
“근데 언니….”
“응?”
“…. 래쉬가드 입으셨네요?”
“???”
“해변에 갈 건데 비키니 입으셔야죠!”
“…. 됐어.”
“…. 설마 제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드셔서….! 흐윽….!”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새롬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기권을 선언했다.
“…. 그래. 입을게.”
희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었다.
잠시 후.
‘오우야.’
희정은 그녀의 선명한 11자 복근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변에 가는 와중, 새롬이 희정에게 슬쩍 질문을 건넸다.
“아, 참. 희정아, 소속사는 정했어?”
“네?”
JTBS 방송국 16부작 주조연급 배우면 소속사가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조건만 잘 맞추면 골라서 들어갈 수도 있을 테고.
“소속사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괜찮으면 템페…..”
“네!”
“응?”
“좋아요!”
….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그 말씀 하실 때까지!”
“…. 그래?”
“네. 한국 가서 바로 사인하면 돼요?”
“….”
새롬의 허리에 손을 두르면서 말하는 희정.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허리를 꼭 껴안았다.
‘….’
배우랑 너무 친한 건 좋은 게 아닌데.
‘그래도….’
희정이라면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희정아.”
“네, 언니.”
“숨 막혀.”
희정은 헤헤 웃으며 떨어졌고, 새롬은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김진우 작가님 계시네.”
“앗! 지금은 안 되는데….”
“응? 왜?”
“아, 아까 오빠한테 장난친 게 있어서.”
“….”
이 남매는 장난 안 치면 누가 와서 잡아가나.
한산한 시간대의 와이키키 해변.
일행이 모여있는 인근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황효주는 혼자 바다와 모래사장을 거닐며 뛰어다녔고,
김진우는 선베드에 누워 대본을 읽고 있는 여민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서 씨, 제 대본 인정한 거죠? 재밌죠? 그쵸?”
“아는 사람이 쓴 거라면서요.”
“…. 그건 하나도 안 중요해요. 어땠어요?”
“아직 안 봤는데요?”
“지금 보시는 건 뭔데요.”
“다음에 들어갈 새 작품이요.”
“나쁜 남자의 사랑법?”
“아니라고.”
새롬이 다가가자, 진우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실장님, 오셨어요?”
“네, 작가님.”
“서핑하시려고요?”
“아, 네. 파도가 좋더라고요.”
“그렇군요. 근데 혹시 희정이 보셨나요?”
“희정이요?”
새롬은 걸어온 방향으로 손짓하며 대답했다.
“저기 있…. 응?”
그새 어디 갔는지 저 멀리 도망치고 있는 희정이.
그리고 진우 역시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튕겨지듯 뛰어갔다.
“야, 김희정!!! 너 차에서 내 팬티 훔쳐 갔냐!?”
“….”
잠깐, 그럼 지금 팬티를 안 입었다는 거야?
“으음….”
역시, 아무리 봐도 남매 사이가 참 좋아.
둘 다 템페스트에 들이면 바람 잘 날이 없겠어.
파바바밧─
희정을 잡으러 달려가는 진우.
그런 오빠를 피해 웃으면서 뛰어가는 희정.
모래사장에서 혼자 뛰다가 넘어진 효주.
관심 없다는 듯이 선베드에 누워 대본을 보고 있는 민서.
찰칵─
한 손에 서핑보드를 잡고 있는 정새롬 실장은,
나머지 한 손을 들어서 이 풍경을 스마트폰으로 저장했다.
“…. 대충 행복해 보이네.”
새롬은 저장된 사진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바다로 향했다.
다음 날,
템페스트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다시 현실로 복귀했다.
빽빽한 촬영 일정과 TVM 공모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어느새 두 달 앞까지 다가온 TVM 공모전.
워낙에 홍보를 화려하게 한 덕분에, 업계 전반에서도 유명한 공모전이었다.
대상이나 최우수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드라마 제작.
공모전 참가자들이 바라는 최고의 혜택이자 기회였다.
4부작 단막극이라고는 하지만, 작년 TVM 간판 드라마인 「하늘빛」의 한기성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을 수도 있었으니.
주요 안건들을 꺼내며 회의를 진행하는 방송국의 주요 인사들.
그중, 한 감독이 참여자들을 대표하여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작년처럼 블라인드로 가시죠.”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 중 한 명이자, 대상 수상작품의 연출을 맡아줄 프로듀서.
당연히, 한기성 감독의 발언권은 그 누구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 무슨 말인가?”
“수상하기 전까지는 이름값을 안 봤으면 합니다.”
“작년에 기성 작가를 한 명도 못 뽑은 거 기억 안 나는가?”
한 감독은 드라마제작국장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좋은 신인 작가를 여럿 발굴했죠.”
“하아, 반짝하고 사라질 신인 작가보다 중요한 건….”
“국장님, 요즘 핫한 김진우 작가도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됐습니다.”
“…. 예외는 있는 법이지.”
재작년만 해도 기성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작년에 블라인드제를 도입해 수상권에는 신인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다만,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수상자가 없다는 게 걸렸다.
“이번에도 신인을 발굴하는 게 맞습니다.”
“글쎄….”
“언제 어디서 특출난 작가가 또 혜성처럼 등장할지 몰라요.”
KBC 극본 공모전에서는 블라인드 심사로 타사 방송국 직원이 수상한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SBC 드라마국 PD가 필명으로 낸 작품이 덜컥 수상해 버렸으니.
“제2의 김진우를 발견할지도 모르잖습니까?”
“흐음….”
블라인드로 진행할 경우, 공모전에 제출하는 작품의 질이 확실히 올라간다.
그동안의 데이터와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국장님, 중요한 건 대본입니다. 고이면 썩을 겁니다.”
“…. 알겠네. 그럼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연이어,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심사위원 위촉에 대한 안건.
“PD는 한 감독님이 계시니까 완벽한데….”
“제작사도 중요하지 않겠어?”
“템페스트 엔터 정기태 대표님은 어떨까요?”
“거기 실장님이 실세라던데. 어떻게…. 안 되시려나?”
“템페스트 측은 요즘 너무 바빠서 힘들 것 같군요.”
최근 템페스트의 위명은 업계 최상단에 위치했다.
기존의 탑급 제작사와 엔터의 입지를 뒤흔들고 있었으니.
“혹시 주상 미디어는 어떨까요?”
“와 주시면 땡큐지. 근데 돈 안 되는 곳에는 눈길도 안 주시는 분이야.”
“…. 유명한 작가님을 섭외하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무슨 말이야?”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 중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당연히 작가였다.
어디까지나 극본 공모전이 아닌가.
“이민주 작가나, 마영옥 작가. 아니면 좀 전에 얘기 나온 김진우 작가도 괜찮고요.”
“김진우 작가는 데뷔한 지가 얼마 안 됐지 않나?”
“그렇긴 한데, 연속으로 대박 작품을 내지 않았습니까. 실력은 증명이 된 셈이죠.”
“흠….”
“말씀대로 심사위원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연륜이라는 걸 무시 못하니까요.”
긴 시간동안 이어진 회의 끝에, 결국 이민주 작가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면 이민주 작가한테 제안해보는 걸로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더 하실 얘기 없으시면 회의 마치겠습니다.”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갔고, 회의장에는 몇몇 공모전 관계자들만이 남았다.
“아, 참. 그냥 다른 얘긴데, 김진우 작가랑 이민주 작가가 거의 앙숙이라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렇습니까?”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껄끄럽다는 이야기는 업계에 파다했다.
선의의 경쟁에서 김진우가 압도적으로 찍어 누른 이후 나빠졌다는 소문.
“듣기로는 둘이 만나기만 하면 기싸움이라던데.”
“네. 근데 사실 보조 작가치고 메인 작가를 좋아하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해요.”
“…. 뭐, 상관 없겠죠. 김진우 작가 정도 되는 양반이 공모전에 참가할 리도 없고.”
“하하, 당연하죠. 아무리 그래도 스타작가가 낄 판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