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86)
나는 효주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MBS 공개홀로 향했다.
“실장님이 일주일이나 회사에 출근을 안 하신다니.”
“그러게요.”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겠지?”
“연락은 종종 하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잖아.
투자사 만나러 간다고 하고서 일주일 동안 출근을 안 하는데.
“뭐, 그래서. 네 작품은 언제 제작한대? TVM.”
“아마 내년 초…. 라고 해봤자, 내일이면 벌써 새해 첫날이네요.”
“그러게. 시간 빠르네.”
“여튼, 조만간 단막극 제작 들어갈 것 같아요.”
대화를 하면서도 운전은 또 기가 막히게 잘한다.
“…. 그동안 고생 많았어.”
“네? 뭐예요. 누가 보면 저 짤리는 줄?”
“너도 이제 네 드라마에 집중해야지.”
“에이, 단막극이잖아요. 촬영까지 쳐도 금방 끝나요.”
솔직히 나는 보조 작가에 크게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래. 그냥 계속 내 작업실에서 같이 일해.”
“넵! 둘 다 열심히 할게요!”
나는 이동하는 중에도 내가 쓴 대본을 계속 점검했다.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이제 좀 볼 만 하네.’
시스템의 놀라운 묘사력 버프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거의 일주일 동안 휴게실에 처박혀서 그림만 그렸던 것 같다.
그동안 시스템의 빛을 받고 그림을 그릴 시도는 해 본 적 없었는데.
‘표현력뿐만 아니라 그림 실력도 올려줄 줄이야….’
덕분에, 활자로 충분히 묘사했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특히, 메인이 되는 로봇이나 공룡은 거의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으니.
옆에서 조수석을 슬쩍 쳐다본 효주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엥? 오빠 그림도 그릴 줄 아세요?”
“…. 그냥.”
내가 봐도 디테일은 살아있었다.
미대생처럼 전문가의 실력은 아니겠지만.
“그거, 그거 맞죠? 블록버스터!”
“응. 곧 보내줄 테니까 오타나 비문 있는지만 체크하면 돼.”
“완전 기대돼요.”
“흠, 보면 깜짝 놀랄걸.”
“그렇게 재밌어요? 그림만 보면 실사화했을 때 엄청 멋있을 것 같긴 한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장르가 거의 잡탕 수준이거든.
중국집에서 파는 스파게티 느낌.
차는 어느새 시상식장에 도착하고, 곧바로 내려서 시상직장으로 향했다.
찰칵, 찰칵─!
플래시를 마구 터트리는 기자들을 지나쳐, 공개홀 내부로 들어갔다.
미리 와서 도착한 대부분의 배우들은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아직 유설아를 비롯한 ‘김나연’ 측 배우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안녕하세요, 조용만 배우님.”
“아, 김 작가님 맞으시죠?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하.”
“제가 더 영광이죠.”
옆 테이블의 조용만 배우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대상 후보랬나.’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15년 만에 빛을 본 중년 연기자.
그 외에도, 다른 배우와도 한 명씩 돌아가며 인사를 건넸다.
“백윤 배우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아, 네. 하하.”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조 배우와 달리.
젊음과 패기가 느껴지는 송 배우님.
현재, ‘김나연’의 최대 경쟁 작품인 「배신자의 삶」
일제강점기, 친일파 밑에서 이중 스파이의 삶을 그린 드라마였다.
아무래도 작품성이나 흥행은 김나연이 독보적인 우위에 있었지만.
출연 배우들의 연륜이나 연기력은 그쪽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때, 유설아 배우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다가왔다.
“오셨어요?”
“네.”
새하얀 드레스 만큼 투명한 피부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과 대비를 이뤘다.
“작가님, 어젯밤 좋은 꿈 꾸셨어요?”
“오, 어떻게 아셨지?”
“제가 그랬거든요. 헤헤.”
방긋 웃으며 말하는 유설아에게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오늘 잘 될 거예요.”
“정말요?”
“네! 어차피 대상은 김나연.”
“에이, 그게 뭐예요.”
“요즘 인터넷에 그런 말 떠돌아다니던데….?”
“아재같아요.”
“….”
음, 더 공부해야겠다.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정새롬 실장은 본가를 떠나 일주일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어, 언니!!”
“회사에서는 언니라고 하지 말라니까.”
“네, 실장님! 헤헤.”
새롬은 로비에서 만난 희정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응? 아….”
“오빠가 엄청 많이 걱정했어요.”
“…. 그래? 김진우 작가님이?”
“네, 그럼요! 어떻게 된 거예요?”
“별 거 아니야. 투자사랑 컨택하느라.”
새롬은 희정이 다른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선수쳤다.
“오늘 연기대상 같이 봐야지.”
“네! 마침 회사 식구들이랑 다 같이 보려고요. 헤헤.”
템페스트 엔터, 4층 휴게실 옆에 마련된 플레이 그라운드.
보통 소속 배우가 참여한 드라마의 첫 방송이나 마지막 방송을 다 같이 모여서 시청하는 공간.
새롬은 오랜만에 만나는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변 팀장을 찾았다.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 했는데, 도통 보이지 않았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아, 네. 혹시 변 팀장님 계신가요?”
“변 팀장님이요? 지금 안젤라 지부장님이랑 미팅하고 계세요.”
“…. 연말에요?”
“네. 지부장님이 오늘만 시간이 나신다고 하셔서….”
“무슨 미팅이라고 하던가요?”
직원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마법소녀구나.’
아직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직원들은 모르는 사항.
그저 거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작품이 제작될 거라는 소문이 전부였으니.
새롬은 변 팀장에게 미팅이 끝나면 연락하라는 톡을 남겼다.
곧이어, 전방에 틀어진 두 개의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은 특별히 두 개의 커다란 스크린에 각각의 방송이 틀어져 있었으니.
KBC는 강준이랑 김현지, 악역인 신조훈 배우.
MBS는 이진호랑 여민서 배우.
양쪽 다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에 두 방송이 모두 중요했다.
“어? 저기!”
그때, 카메라에 잡힌 김진우 작가를 보고 희정이 소리쳤다.
“작가님이네.”
“네.”
매일같이 싸워도 남매는 남매인가 보다.
TV에 나오는 오빠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걸 보니.
잠시 후, 대망의 신인상 수상자 발표 시간.
리모컨을 쥔 직원은 어느 쪽 볼륨을 키워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하필이면 같은 시간대에 수상자를 발표하다니.
KBC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의 주인공은 바로.
-여자 신인상….! 축하드립니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의 김현지 배우님!
“와아아아아─!”
“믿고 있었다구!!!”
“김현지! 김현지! 김현지!”
“자, 잠깐만! 잠깐 조용히 해봐.”
동시에, MBS 측 스크린에서 남자 신인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 * *
“축하드립니다. 남자 신인상, 이진호 배우님! 백윤 배우님!”
작년 남자 신인상을 받은 시상자가 진호의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대박이다, 진짜.”
“호우우!”
우리 테이블의 배우들은 다 같이 일어나서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진호 배우. 하이퍼 리얼리즘의 선두주자, 해외영업 3팀 김나연에서 소상훈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죠?”
“네, 맞습니다. 그리고 백윤 배우님은 배신자의 삶에서 냉혹한 조선의 암살자를 연기하며 극찬을 받았죠.”
공동수상으로 유명한 MBS 시상식답게 신인상은 두 명이 가져갔다.
물론, 양쪽 다 신인이 보여줄 수 없는 독보적인 포지션을 구축했으니.
‘…. 인정.’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람한 근육으로 한 명씩 꼭 껴안는 진호.
이내,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두근─
그 순간, 새 작품의 등장을 알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어….?”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특이했다.
살짝 놀라는 바람에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는데.
터벅, 터벅─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시스템 알림이 정지하는 것이 아닌가.
‘이거…. 조절이 가능했어?’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는 동시에 멀어지면 가능하다.
배우에게서 일정한 거리가 발생하면 작품이 발생하지 않는다.
‘버그 발견, 개이득….?’
두근─
시스템이 발동한 옆 테이블, 「배신자의 삶」에서 느껴진 반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다시 신호가 느껴졌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를 만났을 때 발동하면 바로 토껴야겠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장.
내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
그동안 반응할 기미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드디어 발동한 것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근데…. 그래서 누구야?’
저쪽 테이블에 앉은 배우들 중에서 한 명.
남녀를 가리지 않고 10명쯤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조금 곤란하네.’
사석에서 한 명씩 만나야 하는지 고민된다.
배우들의 얼굴과 이름을 열심히 외우던 와중에.
“…. 우 작가님! …. 김진우 작가님!”
“네?”
“어서 올라가셔야죠!”
“무슨….?”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모든 배우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주변뿐만이 아니라 시상식에 참여한 모든 인물이 나를 바라봤다.
곧바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려서 대형 스크린에 시선을 옮겼는데.
《극본상 : 김진우 작가(해외영업 3팀 김나연)》
‘이걸 내가….?’
* * *
디지니 플레이 한국지부.
고작 50평짜리 공간이 전부였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에 한 여인이 방문했다.
파란 눈의 미국인, 디지니 한국지부장은 급한 발걸음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안젤라 지부장님.”
“제이든, 오랜만이군요.”
“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부족한 직원을 단칼에 자르는 디지니 플레이 특성상.
제이든은 해고 1순위 직원이었다.
안젤라의 추천을 받고 최근에 생긴 한국지부장으로 발령 났으니.
그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열정을 높이 샀어요. 아마 다음은 없을 거예요.”
“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간단하지 않은 의사소통도 할 수 있도록 하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 한쪽에 놓인 티비에는 MBS 시상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 김진우 작가님?”
“아, 네. 지금 막 극본상을 받아서….”
“소리 좀 키워보세요.”
TV에서 전해지는 김진우의 수상 소감.
-어…. 그리고 김영식 국장님, 고현래 감독님, 나지수 조감독님 전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우는 자신이 상을 탈 줄 몰랐다는 듯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누구보다 감사한 템페스트 식구들…. 정 실장님, 사랑합니다! 아, 그 사랑이 그 사랑은 아니고….
“푸훗.”
안젤라는 한 손에 들린 대본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천재 작가에게 저런 면도 있네요.”
“네?”
그녀는 이제 확신했다.
김진우는 한국에 머무를 인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제이든은 그녀의 손에 들린 대본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게 그렇게 극찬하셨던 그 대본입니까?”
“맞아요. 디지니 플레이 아시아지부의 미래이자 희망.”
“!!!”
그렇게까지 표현할 정도라면.
“김진우 작가의 세계관. 그 OSMU의 시작은 영화가 될 겁니다.”
원소스 멀티 유즈.
하나의 컨텐츠를 복사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자원.
“보통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영화화되지만, 마법소녀는 영화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이 될 거예요.”
“그…. 혹시나 흥행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찌릿─
제이든은 그녀의 시선을 받고 움츠러들었다.
“우리 쪽에서 800억이나 투자하는데 실패하면 안 되겠죠, 안 그래요?”
정새롬 실장은 자력으로 600억 원을 투자 받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
합치면 무려 1,400억 원짜리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연출을 누가 맡는지겠죠.”
“템페스트 측에서는 송권수 감독님을 추천했습니다.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를 연출하신.”
“송 감독님이라….”
안젤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오늘 템페스트 측에서 미팅이 있어요.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하죠.”
“네, 알겠습니다.”
“CG 전문가도 중요하니까 최대한 많이 섭외하세요. 한두 명으로는 안 될 거예요.”
“아, 넵!”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안젤라는 직접 문을 열어주며 활짝 웃는 미소로 사내를 반겨주었다.
“변혁주 팀장님, 어서 와요.”
“안녕하십니까.”
“늦은 시각에 죄송하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바로 제작 이야기를 해볼까요?”
“네. 지부장님.”
* * *
강준은 1부를 마치고 이진호와 김진우의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KBC에서 김현지의 신인상이나 작품상을 탔을 때보다 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잘됐다.’
양쪽에서 템페스트 엔터 소속 배우가 상을 무더기로 타고 있었다.
-올해 KBC 작품상은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 축하드립니다!
작품상을 탔다는 건 대상은 물 건너갔다는 의미였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상이었기에, 송권수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과연, 김진우 작가님….!’
사실, 대상은 어차피 「조선 책략사」가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국진현 감독이 KBC에서 갖는 위상은 남달랐다.
대하드라마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인물이었기에.
시간이 흐르고,
대망의 최우수상연기상 발표를 앞둔 상황.
대상을 제외하면 가장 큰 상으로 평가받는 상이었으니.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강준.
쥐죽은 듯이 조용한 시상식장에서 시상자의 음성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 최우수연기상, 강준 배우님!”
순식간에 강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주변의 소리는 무언가에 의해 차단된 듯 저 멀리서 들려왔다.
남의 이야기를 티비로 듣는 것처럼 멍- 했다.
미친 듯 바쁘게 살았던 지난 시간들.
머릿속에 삼촌과 함께 궁상을 떨었던 시절부터 학원에서 연기 공부를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정신없이 동료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어느새 시상대에 올랐다.
“어…. 제가 상을 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화려한 조명이 강준을 감쌌고, 눈이 부셨다.
덕분에 땀이 삐질삐질 났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을 꼭 해야겠다.
템페스트 식구들과 회귀자 촬영진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김진우 작가님. 눈앞이 캄캄할 때 등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작가님이 부르면 바로 달려갈 겁니다.”
김진우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마치고 내려가기 직전.
문득, 그의 여동생이 떠올라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 내 친구 희정이, 힘들 때마다 응원해줘서 고맙다!”
사실, 일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친분을 과시하긴 했지만.
수상 중에 언급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으니.
대중들의 관심이 김희정이라는 배우에게 갑자기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12시 카운트 다운과 함께 시상식장에서 맞는 새해.
-3…. 2…. 1…. 땡!!!
-와아아아아아─!
스크린에 나오는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펴졌다.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교차되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네. 형님! 대.어.김. 입니다.”
“대상은 어차피 김나연?”
“맞습니다!”
진호는 근육에 힘을 빡 주며 내 말에 동조했다.
하루 만에 몇 개의 상을 탔는지, 이제는 손으로 셀 수도 없었다.
어느새 이곳에서도 대상 발표만을 앞두고 있었으니.
전방의 스크린에 5명의 대상 후보가 한 명씩 나열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력한 후보는 두 명으로 압축되는 양상이었다.
《「해외영업 3팀 김나연」 유설아 vs 「배신자의 삶」 조용만》
긴장되는 분위기.
사람들은 각자 응원하는 배우를 쳐다보며 두 손을 꼭 쥐었다.
대형 스크린에는 각 배우들이 연기한 하이라이트가 송출됐다.
연기대상이 끝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곧이어 MBS 사장님이 직접 그녀의 이름을 호명했다.
“유설아 배우님! 축하드립니다!”
발표와 동시에 모든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 테이블에서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 와중에, 나는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응? 잠깐만, 이쪽으로 오면….’
옆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두 명의 배우를 쳐다보면서.
띵동─
원래 일이라는 게 한 번에 몰아서 터지는 건가.
마법소녀 영화 제작도 아직 확정이 안 된 걸로 아는데.
【내용 : 임진년, 반격의 칼날 1부】
【장르 : 퓨전 사극, 대체역사, 현대인 빙의, 전쟁】
【장소 : 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읍성지】
【제한 시간 : 10일】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30억 원】
‘사극에 전쟁이라….’
언젠가 사극에도 도전할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번에도 전쟁물이 나오면 제작비는 어떡하냐.
‘아니, 그래서….’
신인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백윤.
대상 후보 경쟁자였던 조용만.
‘그래서 둘 중에….’
내 차기작 주인공이 누구야?
유설아에게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
젊은 피의 백윤이냐, 연륜이 묻어나는 조용만이냐.
주인공을 모르고 시작하라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 * *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서 못 참겠다.’
목적지는 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읍성지.
나는 새해 첫 날부터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