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89)
후르릅─
아침에 식탁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모금.
“맛있구만.”
얼마 전에 큰맘 먹고 구매한, 원두커피머신.
집에서 커피를 마셔도 스타앤벅스 커피가 부럽지 않다.
왜냐.
통장잔고를 확인하면서 마시는 커피니까.
[통장 저축예금 : 1,821,975,821 원]
‘와아…. 18억?’
그새 또 돈이 복사됐네.
내가 추천했던 연기자들의 수익 중, 회사의 지분을 일정 비율로 나눠 먹는 시스템.
아무리 내 드라마로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고 한들, 일개 작가에게 가당키나 한 조건인가.
“회사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잘 골랐어.”
이건 시스템 신이 도왔다. 인정.
종소세도 내야 하고, 아파트 대출도 갚아야 하니까.
다음, 플래티넘 등급 업그레이드까지 적어도….
“60억 정도는 모아야 할 것 같는데.”
솔직히, 배우 등록 범위가 늘어나는 건 환영이지만.
다음에 얻을 베네핏이 30억 값을 할지는 걱정이다.
후릅─
커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테이블 한쪽에 놓인 바구니에 눈을 돌렸다.
희정이가 아침부터 열심히 샌드위치를 만들더니.
5개나 있는데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예쁘게 포장된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투명한 랩을 벗겼다.
그리고는,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하나만 먹을게!”
티비 틀어놓고 자는 모습이 우리 엄마랑 겹쳐 보인다.
“흠….”
한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면서.
나머지 손으로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기부금 세율 감면이 일본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얼마 전에 유설아 배우님도 크게 기부한 걸로 유명하던데.
금액도 금액이거니와, 기부했다는 사실을 기부 단체에서 뒤늦게 밝혀서 화제가 되었다.
“천사네, 천사야.”
솔직히 나 같으면 기부해서 이미지부터 챙기고 싶었을 텐데.
당장 이미지가 좋아지면 작품도 잘 되고, 시스템으로 성공한 죄책감도 덜어서 좋지.
와앙─
아침부터 분위기 잡고 브런치로 샌드위치 한입에 커피 한잔.
‘이게 바로 스타작가의 삶….?’
설탕을 넣지 않은 원두커피를 홀짝 마셔서 카페인을 주입한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베어 물자, 알싸한 와사비의 풍미가 식욕을 돋….
“…. 와사비?”
개매워.
“어어얽! 야!”
거실로 달려 나가 소파에 누운 채 스르르 잠에서 깬 동생에게 말했다.
“…. 김희정, 와사비 일부러 그랬어?”
“으음, 그거 먹었어? 벌칙용으로 만든 건데.”
“….”
이런 씨.
어쩐지 샌드위치 5개 모양이 전부 다르더라.
“아, 오빠! 촬영장에 싸가지고 가려고 만들었는데 그걸 왜 먹어?”
“…. 니가 싸가지가 있다면 오빠를 위해 하나쯤 더 만들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뭐래.”
와사비 샌드위치를 내버려 두고 소파에 앉았다.
마침 방송으로는 ‘연예가 TV’가 틀어져 있었는데.
세계적인 음악감독 Max의 내한 소식을 알리는 내용.
‘와…. 맥스 감독이라니.’
희정은 TV를 보며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헐, 어떡케 사람 이름이 막스지? 진호가 키우는 야옹이 이름은 마르크스….!”
“…. 독일 사람 아니야.”
“아하! 오늘 하늘이 진짜 맑스.”
“….”
희정의 짧은 지식에 감탄하고 TV에 시선을 돌렸다.
“크으, 저 사람이 한국에도 들르고. 한국 성공했네.”
“오빠가 아는 사람이야?”
“당연하지.”
“이야, 오빠 인맥 개쩌네?”
“…. 나는 저 분을 알고 저 분은 나를 모르겠지.”
우리 동생, 이럴 때 보면 뇌가 참 깨끗해.
「인터스페이스」나 「스카이팜」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 전문 음악감독.
심지어 그 웅장한 OST와 사운드는 전부 직접 작곡하거나 믹싱한다고 들었다.
‘…. 마법소녀 같은 작품은 취급 안 하려나?’
솔직히 나 같아도 안 하겠지만.
맥스의 소속 회사인 ‘헤븐 뮤직’의 매니저와 리포터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덕분에, 영어를 쓰지 않아도 한국어로 맥스의 의견을 원활하게 전달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가장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일단 스케줄부터 소화해야겠죠. 대신….
-네!
-아무래도 감독님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오! 구체적으로 어떤 전통문화를….?
-글쎄요. 우선….
띡─
그때, 희정은 다른 채널을 틀며 말했다.
“노잼쓰.”
“….. 너어는 진짜.”
“응? 왜?”
“아니다.”
우리집 국룰, 먼저 보고 있는 사람이 우선권을 가진다.
10년 동안 이어온 평화 협정을 고작 이런 걸로 깰 순 없지.
잠시 후,
희정이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조용히 불을 꺼주었다.
띡─
“어어얽!”
공동묘지 사건 이후로 어두운 환경을 극도로 싫어하는 희정이.
불쌍한 여동생의 트라우마를 고쳐주기 위해 오빠가 솔선수범했다.
“으아앙, 불 왜 꺼!!!”
“돈 벌고 올게! 뿅!”
집을 나서는 길에 길주창 PD한테 톡을 보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할 것 같다고.
* * *
“이거 실화냐?”
“….”
“진짜로 섭외했다고?”
“제, 제가 된다고 했잖아요.”
길 PD는 국장에게 말을 하면서도 본인의 성과를 믿기 어려웠다.
바로, 얼마 전에 걸려온 어떤 드라마 작가의 전화 한 통 때문에.
“김진우 작가를 어떻게 섭외한 거야?”
“그, 그게….”
“아니, 됐어. 섭외했으면 땡이지.”
“네…. 하하.”
특히, MBS 방송국 본부장님은 김진우라면 묻고 더블로 밀어준다.
사장님 딸래미가 캠커사 골수팬이라나 뭐라나.
아마, 제작비 지원은 한동안 걱정이 없을 터였으니.
“허허. 우리 길 PD, 일 잘하네.”
“음, 정말요?”
“그럼.”
“연봉을 그러면….”
“야, 우리 팀 요즘 왜 이렇게 일을 잘해? 도혜지도 그렇고.”
헤븐 뮤직에 무지성 전화를 때려서 맥스 감독을 섭외한 도혜지 PD.
고작 단발성 섭외긴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우리 PD들 열정을 알아줘야 한다니까. 열정! 열정! 열정!”
할리우드의 음악감독도 좋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요즘 핫한 스타작가가 외국인 감독보다 우위에 있었다.
“흠, 작년에 김진우 작가님이 성공시킨 드라마가 순정마초, 회귀자, 김나연….”
“그래, 인마! 니가 더 잘했다!”
“하하. 그런 뜻은 아니고요. 연봉….”
국장은 길 PD를 가볍게 무시하고, 김진우 작가를 만나기 전에 조건을 확인했다.
“이야, 출연료도 엄청 후려쳤네?”
“아아, 돈은 전혀 상관없으시대요. 대신 한국의 역사적 장소에 초점을 두시겠다고….”
“그런 인성까지….? 스타작가는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쵸. 저도 전화하면서 놀랐다니까요?”
김진우 작가는 길 PD와 전화를 하면서도 경복궁 섭외를 최우선 순위로 두었다.
앞으로 촬영 시에도 주요 장소를 섭외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 할 수 있다고.
“근데 경복궁…. 괜찮을까요?”
“경복궁?”
“네, 김진우 작가가 경복궁 로케를 고집하셔서. 그런데 도혜지 PD도 거기로 간다고 들었거든요.”
“동선 겹칠 수도 있겠네.”
“그래서 조금 고민입니다.”
“에이, 길 PD. 우리가 방송 하루 이틀 해?”
“…. 네?”
국장은 큰소리 떵떵 치며 말했다.
“나만 믿어. 더 예쁘고 경치 좋은 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동안 섭외한 수많은 여행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을 원했지만 제주도로 보내주면 더 좋아하고.
제주도를 원했지만 일본으로 보내주면 더 좋아한다.
이건 속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한 섭리였다.
좋은 장소, 새로운 장소, 아름다운 장소를 찾는 나비처럼.
.
.
.
“근.”
“….”
“정.”
“···.”
“전.”
“…. 작가님.”
“무.적.권! 근정전이요.”
무슨 말을 이렇게 근엄하게 하는 건데.
“저, 저기 경복궁은 이미 다른 게스트로 촬영이 잡혀서…. 하하.”
“연락할 때와 말씀이 다르시네요.”
국장은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은 채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저기, 혹시 일본 어떠십니까? 오사카에 눈이 사르르르.”
“흠.”
“밤에는 별빛이 샤랄랄라.”
“그럼 저는 다른 방송국을 알아봐야….”
쿠웅─!
조금 전까지 실실 웃던 국장의 정색과 함께 그의 주먹이 테이블을 강타했다.
“근정저어언─!!!”
국장은 당장이라도 목이 쉴 것 같은 큰소리로 외쳤다.
‘목에 핏대 뭔데.’
“처음부터 우리는 근정전이었소! 나라의 중심은 역사로부터 나오지 않겠소. 대인?”
“…. 협을 아시는 분이었구려.”
“물론이외다!”
“열흘 이내에…. 장소 섭외 가능하시오?”
“에이, 그건 좀 너무하지 않소.”
“불가능?”
“…. 쌉가능하오!”
이미 도혜지 PD 덕분에 섭외는 끝났다.
동선 좀 겹치면 어떤가.
소개할 곳은 차고 넘친다.
‘경복궁이 얼마나 넓은데.’
국장은 그렇게 자기위로를 했다.
* * *
JTBS 오류동 팔남매 촬영장.
쉬는 시간, 희정은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특히, 강준이 수상소감 중 희정을 언급한 내용으로 배우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강준이랑 그렇게 친한 사이였어?”
“네? 아….”
“언니! 희정이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강준 배우랑 같이 학원도 다니고 그랬어요.”
“아, 그랬지!”
“….”
갑자기 희정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이전까지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정도였다면, 이제는.
“강준이랑 친하면 어쩌면 김진우 작가님도 뵐 수 있는 거 아냐?”
‘매일 보는데요.’
“와, 강준은 안 부러운데 그건 진짜 부럽다.”
“그니까! 김진우 작가님 엄청 진중하고 성숙하시다던데.”
‘누가 그래요.’
“여기 유설아 수상소감 안 보고 온 사람 없제?”
“그러니까. 완전 스윗하다더라고.”
“여민서 배우님도 김진우라는 사람 자체에 끌려서 다음 작품 같이 한다는 소문이 있어.”
“어쩜! 넘모 멋쪄!”
‘오늘도 화장실에서 이 닦고 있는데 불 끄고 도망갔는데요. 죽는 줄 알았다고요.’
“하하, 네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부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진우 작가를 찬양하던 한 배우가 질문을 건넸다.
“강준 배우님이랑 많이 친한 거야?”
“네? 아, 네. 어느 정도는….”
“그럼 김진우 작가님도 뵌 적 있겠네? 강준 배우님이랑 작가님이 친한 건 유명하니까.”
“음, 그게…. 네.”
“와우….!”
유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기…. 혹시 김진우 작가님이랑 미팅 자리 부탁해도 될까?”
“네? 제가요?”
“아무래도 작가님이 강준 배우님이랑 친하시니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아….”
원래 이 바닥이 인맥 싸움이었다.
극단의 누구를 통해 제작사와 연결하고, 친한 감독과 연락되고, 대배우를 캐스팅하고.
“너, 너무 과한 부탁이지? 미안, 그냥 못 들은 걸로….”
“아니, 부탁드려볼게요.”
평소에 희정과 가장 친한 배우이자, 연기 조언도 아끼지 않았던 선배였으니.
아무래도, 단칼에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저, 정말로?”
“네. 헤헤.”
“고마워!”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친오빠랑 미팅 자리를 만들기 위해 친구에게 부탁해달라니.
‘음…. 오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 * *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작업실 문을 열자마자, 효주는 쪼르르 달려와 다큐 일정 스케줄을 보여줬다.
“…. 일정이 벌써 픽스됐다고?”
“네.”
아니, 무슨 경복궁 섭외하는 게 그렇게 쉬웠나?
그럼 왜 못 한다고 고집을 부린 거냐고.
“이미 다른 팀이 섭외해 놨었대요. 동선 안 겹치게 하려고 짜느라 오히려 늦었다고 하네요.”
“아하.”
“한번 보실래요?”
“톡으로 보내봐.”
“넵.”
띠링─
PC 톡으로 바로 보낸 일정을 확인했다.
‘일주일 후….’
효주의 말대로, 다른 촬영팀 일정에 슬쩍 끼워 넣었다.
도혜지 PD가 이끄는 A팀은 맥스 음악감독이고, 길주창 PD가 이끄는 B팀은…. 잠깐만.
“…. 맥스?”
“네?”
“이 맥스가 내가 아는 그 맥스야?”
“아, 네. 아마 맞을 거예요.”
“….”
전통문화에 관심 많다고 했던 게 진짜였네?
‘…. 어케 꼬시지?’
마법소녀는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로망이잖아.
보통 성인 남자면 공룡도 그렇고, 로봇도 다 좋아하잖아.
‘…. 아님 말고.’
아니, 적어도 셋 중 하나는 좋아하지 않으려나.
“효주야, 너가 저 사람이면 내 영화 음악감독 맡겠냐?”
“음, 글쎄요.”
“역시, 안 되겠지?”
“…. 대본만 읽으면?”
“응?”
“오빠 대본 장난 아니에요. 그림도 있어서 상상력 자극 뿜뿜.”
“….”
시스템을 믿는 것처럼.
내 대본을 믿으면 된다.
“번역을 해야겠어.”
일주일 안에 맥스 감독이 반해버릴 만큼 완벽한 번역본을 만들어야 해.
‘이건 기회야.’
이렇게 신이…. 아니, 시스템이 떠먹여 줬는데 못 먹으면 뒤져야지.
톡, 토토톡─
이내, 스마트폰으로 길 PD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괜찮으시면 도혜지 PD님이랑 콜라보 촬영 어떠세요?]
[아, 그리고 동반 출연자 한 명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 * *
잠시 후.
나는 정새롬 실장의 부름을 받고 실장실로 향했다.
똑, 똑─
“들어오세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정 실장님은 내게 눈으로 인사했다.
마침, 누군가와 음악감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모습.
“네. 음악감독 컨택은 지부장님께서 계속 수고해 주세요. 아뇨, 그 정도 급이면 아무래도 어렵겠죠. 네. 조금만 더 알아봐 주세요. 그럼.”
이내, 새롬은 전화를 끊고는 내가 앉은 소파로 다가왔다.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네. 바쁘세요?”
“음악감독 섭외 때문에요.”
“왜요? 괜찮은 분이 없나요?”
“디지니 측에서 접촉 가능한 음악감독 중에, 실력 좋은 분들은 이미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그래요?”
“네. 이번 작품은 순탄하게 흘러가나 했는데, 어렵네요. 국방부 측에 보낸 협조 공문도 미적거리고.”
“….”
보통 군대가 나오는 영화라면 협조를 해주긴 하는데.
마법소녀라는 단어를 보고 질색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나보다.
남자들은 다 마법소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거 또 나만 진심이었네.
“작가님, 우선 계약서 좀 확인해주세요.”
“네?”
갑자기 서류 한 부를 건네는 정 실장님.
“이거 때문에 불렀어요.”
“아….”
각색을 포함한 시나리오 값.
‘일, 십, 백, 천, 만…. 10억….?’
뒤에 달린 0의 개수를 세 번쯤 연거푸 세었다.
“디지니 측과 합의하고 책정한 원고료입니다.”
“와우, 진짜 많이 컸네요. 저.”
“물론이죠. 대신 수익배분은 없이 가기로 했어요.”
“허 참, 정 실장님.”
“네?”
“너무 좋네요.”
나도 양심이 있지.
이 금액을 받고 어떻게 수익배분까지 바라겠어.
“음, 실장님. 그런데….”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정 실장님을 쳐다봤다.
이내, 가녀린 목에 걸린 목걸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목걸이 예쁘네요.”
“네? 아….”
내가 선물한 목걸이를 하고 있는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 잡히는 거 아무거나 찬 거예요.”
“넵.”
“…. 진짜예요.”
“네. 하하.”
“흠흠.”
정 실장님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본론을 꺼냈다.
“작가님, 조단역 캐스팅은 대부분 오디션으로 뽑을 생각입니다.”
“그때 말씀하신 캐릭터들 맞죠? 거기서 추가된 배역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영화 캐스팅은 대부분 오디션으로 진행한다.
아무래도 드라마보다 시간을 여유롭게 잡으니까.
“장소 헌팅은….”
“이미 직원들이 씬 분석하면서 장소도 같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벌써요?”
“네. 나지수 조감독님 덕분에요.”
“…. 나지수?”
MBS 감독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지?
“아, 모르셨구나. 나 감독님, 퇴사했어요.”
“….”
“김나연, 캠커사 시즌 투 이후로 일 잘한다고 소문나서 매일 야근에 시달렸거든요.”
“아아….”
죄책감이 씨게 밀려온다.
누가 봐도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이번 영화 조감독은 나지수 감독님이 맡아주실 겁니다.”
“그래요?”
프리 선언하자마자 블록버스터 영화 조연출.
이러면 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송권수 감독님이 데려온 연출팀에, 제작팀도 진작에 꾸렸으니까.”
“…. 캐스팅만 남은 상황이라는 거죠?“
“정답.”
템페스트 엔터, 진짜 일 잘하네.
연출팀, 제작팀 편성과 주조연 캐스팅부터 촬영장 세팅까지.
보통 블록버스터 사전제작과정 기간은 반년까지도 잡을 텐데.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장소 위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 네. 세트장은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좋네요.”
뭔가 제작 과정이 훅훅 지나가는 느낌.
이런 식이면 진짜 사전제작 두 달 컷도 가능하겠어.
“크으, 좀만 기다리면 드라마도 찍자고 하시겠네여. 대하드라마 같은 거.“
“…. 그건 나중에.“
실장님 표정이 뭔가 안 좋은 것 같아서 냉큼 말을 돌렸다.
“아! 실장님, 아까 보니까 음악감독을 아직 못 구하신 것 같던데.”
“네. 아무래도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경우에는….”
“그, 혹시 맥스 감독님은 어때요?”
“네? 아, 내한하셨다고 듣긴 했는데.”
“조만간 제가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요.”
“네? 언제 어떻게요?”
“…. 그건 일단 비밀.”
새롬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휙휙 넘기더니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여기 보니까 제안을 안 했던 건 아니고, 지금은 조금 쉬고 싶다는 답변이 왔었네요.”
이내 어깨를 살짝 으쓱이는 정 실장.
“섭외가 되면 저희야 당연히 환영이지만….”
“제가 영어가 짧아서요.”
“네?”
“맥스 감독님 섭외 좀 도와주세요.”
“그게 무슨….?”
“다큐 촬영 때 같이 출연하시죠.”
“???”
정 실장님, 데뷔각 날카롭게 섰네요.
요즘 일반인도 방송 타는 시장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