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95)
정새롬은 주태홍 국장과 전화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방송신이 돕는 사람이 실존한다면 그건 바로 김진우가 아닐지.
“주 국장님. 그럼 미팅 날짜는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김진우 작가님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하하. 역시 템페스트가 일을 참 잘해.
“감사해요.”
-그럼. 그때 보는 걸로.
“네. 국장님.”
뚝.
KBC 방송국 국진현 감독과 동석하는 미팅 자리.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다.
국 감독은 사극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연출자.
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맞춰 대하드라마를 준비했으니.
“김진우 작가님이 저번에 종교가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무슨 신이라고 했더라.
사이버 신? 시스템 신?
똑, 똑─
그때, 황효주가 약속 시간에 맞춰 실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이내, 정새롬 실장은 효주를 통해 세 부의 대본을 건네받았다.
“실장님, 여기요. 대본 뽑아왔어요.”
“효주 씨가 보기에 이번 작품 어떤가요?”
“음, 저도 아직….”
“네?”
“오빠가 저한테도 오늘 처음 보여주셨어요.”
“….”
보조 작가에게 보여준 적도 없는 대본이라.
아무리 봐도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벌써 세 부씩이나 썼는데도요?”
“네. 저도 작업실 가서 읽어보려구요.”
“…. 그래요. 고마워요.”
새롬은 첫 번째 대본의 표지를 확인했다.
「임진년, 반격의 칼날 1부」
무슨 게임 제목 같이 지어서는, 대하드라마 대본을 가져오는 건지.
어차피 밍쁨 작가는 콘티 작업으로 심히 바빠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테고.
“혼자서…. 전부 썼다는 건데.”
진우는 평소에도 미친 작업량과 작업 속도로 자신을 놀라게 만들었지만.
사극이야말로 보조 작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장르가 아닌가.
다름 아닌 대하드라마를 혼자 썼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특히, 자료 조사를 위해 책을 수십 권씩 쌓아놓고 연구해도 비난받는 장르니까.
촤라락─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대본을 펼쳤다.
교양 수업에서 짧은 역사 상식을 시작으로, 대학생 인수의 일상을 보여주는 도입부.
대부분의 빙의물이 그렇듯, 초반 파트의 몰입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사대부 양반의 몸에 들어가서 몸개그와 말장난을 하는 장면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자아냈다.
“푸훗.”
그렇게, 정신없이 읽다 보니 어느새 3부의 결말부.
테이블 밑에 있는 홈런초코볼을 까서 먹으며 폐인 모드에 돌입했다.
“즈기요.”
“네네.”
“…. 저 왔는데요.”
새롬은 대본에서 눈도 떼지 않고 손으로 소파를 더듬어 홈런초코볼을….
“거긴 제 손가락.”
“아앗!”
“….?”
“뭐, 뭐예요!”
“김진우요.”
“….”
언제 왔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옆자리에 앉아있는 김진우 작가.
“방금 인사도 받아주셨는데요.”
“제, 제가요?”
“넵.”
“…. 노크를 하셨어야죠.”
“여덟 번밖에 안 해서 죄송합니다.”
이에, 새롬은 잠시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새 작품 재밌네요.”
“네. 그래 보였어요.”
“….”
어쩐지 김진우 앞에서는 자꾸 말리는 기분이었다.
특히, 옆에 홈런초코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었으니.
“저도 자주 먹어요.”
“…. 그래요?”
“네.”
“저는 오늘 처음이네요.”
“….”
새롬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진우에게 말했다.
“영화 사전제작까지만 마무리하고 사극도 제작하시죠.”
“…. 여력이 되겠어요?”
“물론이죠. 누구 덕분에 1년 만에 직원이 두 배로 늘어서.”
“오오….! 그럼 혹시 세 개도….?”
“절대 안 돼요.”
“넵.”
드라마로 제작할 가치가 있는 작품은 정해져 있다.
새롬의 책상 위에 쌓인 수많은 대본들 중 제작까지 이어지는 작품은 극소수.
그나마 제작할 만한 시나리오도 김진우의 작품에 치여서 차순위로 밀려났다.
‘성적으로 증명했으니까.’
적어도 망할 때까진 아무도 김진우와 자신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국의 입김도 이제는 가뿐히 털어낼 자신이 있었다.
“저기,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네?”
“잘못하다가는 일본팬 다 떨어져 나갈까 봐요.”
“…. 이건 일본에 수출 안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정확하게 말하면 못하는 거지만.
“KBC 국장님이랑 미팅 잡아주세요.”
“네? 왜 하필?”
“그때 약속한 것도 있고…. 사극은 원래 KBC가 강하니까요.”
“네. 알아볼게요.”
새롬은 슬쩍 웃더니 대본에서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는 송권수 감독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 *
드라마 작가와 영화 극작가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건.
“김진우 작가님은 다재다능하시네요.”
“에이, 그 정돈 아니에요.”
송권수는 시나리오를 분석할수록 김진우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 정도 맞습니다.”
“하하.”
진우는 민망한 듯 머리를 매만졌다.
‘직접 연출에 도전하실 날도 머지않았겠군.’
감독에게 연출 이상으로 중요한 능력은 시나리오 해석 및 표현 능력이다.
그 때문에, 실제로 시나리오 작가 출신 영화감독도 여럿 있었다.
아니, 사실 한국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모든 영화감독이 극본에 개입한다.
적어도 각색가로서 일정 부분 이상 시나리오에 간섭하는 건 당연시되었다.
“대본에 손댈 구석이 없네요.”
“뭐, 유독 꼼꼼히 썼으니까요.”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팀이 할 일도 분담하셨군요.”
“음….”
마치, 답을 정해놓고 문제지를 작성한 듯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김진우가 세트장 제작이 필요하다고 표시한 장면은 전부 그 예측대로 들어맞았다.
씬 바이 씬.
각 씬을 해석해서 제작비를 산정하고 시민을 통제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확인하는 작업.
촬영 장소를 찾을 수 없는 장면은 어느 정도 규모의 세트장을 설치할지도 고민해야만 했다.
“성락아, 이거 가능하겠냐?”
“네. CG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송 감독은 김진우, 구성락, 정 실장과 함께 대본과 콘티를 요목조목 뜯어보았다.
옆자리에는 다른 연출팀과 제작팀 인원이 모여서 각자 다른 씬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 작업까지 끝나면 드디어 제작에 돌입한다.
템페스트 엔터의 사활을 건 영화 제작.
송권수 감독에게도 제작사 못지않게 중요한 시점이었다.
“정 실장님, 국방부 지원은 확실한 거죠?”
“네. 공문 내려왔어요.”
“다행히 제작비가 많이 줄어들겠군요.”
국방부에서 지원해 준 작동 중지된 탱크와 장갑차까지 CG로 구현한다고 생각하면.
“폭발 씬이 총 232번.”
“차량 폭발은 총 열네 번이고.”
“중고로 사면 대충 가격이….”
그들의 업무는 한참 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늘 하루 만에 끝날 양은 아니고,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었다.
* * *
나른한 주말 오후.
드디어 희정이와 함께 찍은 다큐의 방영일.
소파에 앉아 오후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이거 다큐도 꽤 인기가 많은 편이네.”
내 작품만큼이나 내가 키운 듯한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기타 프로그램 디앤씨 갤러리에는 온통 다큐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김희정은 또 어떤 듣보?]
[템페스트 소속사빨 ㅋㅋㅋㅋㅋㅋ]
[오류동 팔남매 개꿀잼인데?]
[졸귀탱임 ㅎㅎ 가끔 깨물어 죽여버리고 싶음]
[얄미운 여동생 역할 거의 메소드임 ㅋㅋㅋ]
그런 반응들을 확인하면서 다큐를 시청했다.
그중에서도 이순신 장군 족자 앞에서 글 쓰는 뒷모습.
‘민망하네.’
경건한 자세로 먹을 가는 사대부의 정신을 이어받은 분위기.
도 PD님이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일주일간 이불킥각이다.
“키야, 오빠 뭔가 예술하는 사람 같아.”
“…. 작가도 예술가야.”
“오올~”
“고마해라.”
희정이는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어떻게 또 놀릴지 고민하는 기색이 뻔히 보인다.
솔직히 다큐가 재밌는 건 잘 모르겠고, 내 모습이 나오니까 마냥 신기했다.
다큐를 보다가 중간에 한 번씩 스마트폰으로 커뮤니티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커뮤니티 반응도 나쁘지 않…. 응?”
[둘이 잘 어울림 ㅋㅋㅋㅋㅋ]
[졸라 꽁냥거리네 커엽 ㅋㅋㅋㅋ]
[그냥 사겨라 ㅎㅎ]
사겨라?
이 쉑, 지 일 아니라고 막말하네.
“아오, 김씨 가문의 수치다.”
“왜?”
희정이는 드러운 커뮤니티를 보더니 몸을 흠칫 떨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족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뿐.
“희정아, 할복해라.”
“오빠가 하지 그래?”
“…. 장유유서 모르냐?”
“나는 앞으로 살날이 많잖아.”
“….”
성 감독님이랑 친분 때문에 일부러 모른 척했다가 괜히 발목 잡혔네.
띵동─
동생과 우애를 다지던 중 뜬금없이 시스템의 기능이 발동했다.
언제는 뭐 그렇게 맥락이 있었냐만은.
【내용 : 임진년, 반격의 칼날 4부】
【장르 : 퓨전 사극, 대체역사, 현대인 빙의, 전쟁】
【장소 : 대나무 엔터테인먼트 로비】
【제한 시간 : 6시간】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30억 원】
대나무 엔터는 소채담 배우의 소속사.
그것까진 알겠는데, 6시간은 너무 하잖아.
“뭐지.”
갑자기 약 먹었냐.
무섭게 왜 이래.
문득, 대나무 엔터에 소속된 배우들이 누가 있는지 떠올랐다.
“조용만 배우님.”
드라마 쓰면서 김성일 역할을 내내 봤으면서도 잊고 있었다.
‘그럼 6시간이라는 건….!’
시스템 이 친구, 진짜 신이 만들었나.
* * *
선택의 여지가 없다.
뚜루루루─
곧바로 출입 허가를 맡기 위해 등록된 번호를 뒤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작가님?
“채담 씨, 잘 지내시죠?”
-아니요오….
“네?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자극이 없어서 넘무나 힘드뤄요.
“….”
이 사람, 조만간 야마카시 배울 듯.
위험한 사람이야.
-으음, 작가님. 근데 어쩐 일로 연락하셨어요?
“아, 그게….”
-역시! 이 밤에 전화했다는 건 설마….
“절대!”
-오오, 절대 못 들어가는 세계 흉가 탑3!? 역시 그 영상 보셨구나?
“아니, 무슨….”
-거기 너튜브 영상 베스트 댓글 사실 제 아이디예요!!
“….”
-아,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
그딴 거 안 궁금하니까 안 알려줘도 돼요.
“…. 채담 씨.”
-넹?
“대나무 엔터에 들어가고 싶은데 너무 늦은 시각이라.”
-아하….?
“들어갈 수 있을까요?”
-매니저 오빠한테 말씀드려볼게요.
“감사합….”
-대신.
대신 뭐요.
-공포 체험 갈 때 저 좀 데려가 줘요. 왜 맨날 혼자 가요?
혼자도 안 가요.
거길 왜 가요.
-요즘 소외감 느껴요.
“….”
-왜요, 스캔들 날까 봐 그러세요?
“아뇨.”
-제가 그럴 줄 알고 히잡도 샀어요. 중동 국가에서 직구로. 히히.
“…. 그게 더 눈에 띄잖아.”
어지럽다, 어지러워.
“음…. 어쨌든.”
-네?
“그래요. 다음에 데려갈 테니까 부탁 좀 드릴게요.”
-오오키!
소채담 배우와 전화 통화 이후, 제한 시간이 아까워서 택시를 잡았다.
곧이어, 회사에서 야근 중인 매니저의 안내를 받고 로비로 이동했다.
“찾긴 찾았는데…. 시간이 없잖아.”
새하얀 빛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다.
타닥, 타다닥─
「임진년, 반격의 칼날 4부」
오늘 4부까지 완성하면 충분히 방송사에도 족히 보여줄 만했다.
타닥, 타닥─
이전 회차 후반부가 오늘의 도입부로 이어졌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김성일과 의아한 표정의 류성룡, 두 명의 대화로 내용이 전개되었다.
-전쟁을 막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줄일 순 있겠죠.
-허허. 전쟁을 확신하시는군요.
-물론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절대 외침을 할 위인이 못 된다고 떠들던 김성일이 아닌가.
게다가, 요즘 오락가락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류성룡으로서는 조금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원균의 실각을 명하는 상소를 올릴 예정입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아비의 도움을 받고 무과에 부정 급제했지요.
-흠, 그 정도로는….
-고을의 수령직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인재입니다.
-….
-신립, 이일,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면 전공도 없이 좌수사에 초수되었지요.
이미 사간원에서 상소를 올린 사항이다.
김성일이 말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원균은 곧 파직할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을 경상 우도 수군절도사로 초수하시지요.
-…. 진심이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순신의 급작스런 등용이 부당하다고 상소를 올린 인물이 바로 김성일.
그런데, 다름 아닌 조선 최대 수군 기지인 경상 우수영을 맡기자는 말을 하다니.
재상은 상대가 무슨 꿍꿍이인지 파악하려 노력했는데.
그의 앞에 있는 김성일…. 인수는 오직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원균의 관직 복귀를 원천 봉쇄하는 느낌으로….’
원균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파격 승진하여 단숨에 경상 우도 수군절도사 자리를 꿰찰 터.
문관보다 천시받는 무관은 언제라도 교체될 수 있는 파리 목숨이다.
문서 한 장으로 고위 관직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조선이었기에.
-내일 또 그 말을 번복하는 건 아닐 테지요?
-혹시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전하께 미리 상소를 올렸소.
-…. 이해가 안 되는군.
김성일은 절대 원균이 복직할 수 없도록 착실하게 자료를 수집했다.
‘원균의 비리를 찾아야겠어!’
그렇게, 천천히 전쟁을 대비하는 김인수(였던 것).
재상 류성룡과의 대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특히, 왜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가는 이들과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이들을 철저하게 구분했다.
“이번 화의 결말은….”
김성일은 일본에서 건너온 승려 겐소를 통해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
이어서, 미래 지식 치트키를 이용해 선조에게 하나의 상소를 올려 아뢰었다.
-왜나라의 사절 겐소를 심문하오니, 명나라를 치기 위해 관백이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한시바삐 왜나라 나고야를 정탐해 적의 동태를 살펴야만 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1591년 8월,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8개월 전.
조정은 김성일이 작성한 문서로 발칵 뒤집어졌다.
* * *
같은 시각, 대나무 엔터테인먼트 로비로 향하는 두 사람.
그중, 조용만은 대선배급 배우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용만아, 요즘 너 우울해 보이더라.”
“아니, 아닙니다!”
“아니긴, 이 자식아. 요즘 대본 들어오는 거 관심도 안 가진다며.”
“…. 죄송합니다.”
MBS에서 대상이 불발되고 조용만은 내내 이런 식이었다.
15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기 경력.
운이 좋아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첫 작품이 초대박이 나서 순탄한 연기 생활을 이어갔으니.
“왜? 대상 못 타니까 이제 연기 생활 접고 싶어?”
“아니, 아니요!”
30년 경력의 연기 선배 앞에서 감히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인생 길다. 언제 어떤 작품이 올지 모르는 거야.”
“…. 명심하겠습니다.”
솔직히, 연기대상 수상자들에게 나이대접해주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으나, 내심 이번이 대상을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년 초에 방영했던 「배신자의 삶」 보다 ‘김나연’의 수상이 유리했던 건 사실이었으니.
“유동건 선배님.”
“어.”
“조언 감사합니다.”
“감사는.”
대한민국 탑배우, 유동건.
명실상부 1티어급 대배우.
특히 대하드라마 쪽에서 입지는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다.
아니, 굳이 사극이 아니라 어느 장르에서도 그를 따라올 배우가 많지는 않을 터다.
타닥, 타다닥─
두 사람은 어느새 로비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영문 모를 노트북 타자 소리가 한쪽 구석에서 들려왔다.
조용만은 함께 고개를 돌려 근원지를 찾았다.
“응?”
늦은 시각, 직원이나 소속 연예인 외에는 출입할 수 없을 텐데.
뚫어지게 상대를 쳐다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조용만은 슬쩍 일어나서 터벅터벅 걸어가 키보드 타이퍼와 가까워졌다.
작년 말에 참패를 안겨준 ‘김나연’ 작가의 얼굴을 모를 순 없었으니.
“김진우 작가님.”
유동건은 용만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