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97)
Over The Top.
바야흐로 OTT 전성시대.
미국의 뉴스 채널이나 모 배송 업체조차 도전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다.
방송국은 힘을 잃고 넥플렉스, 디지니 플레이 같은 대형 플랫폼이 힘을 키우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많은 컨텐츠를 소모하기를 원했기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시청자들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한다.
“북미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팽팽한 수준이야.”
“중요한 건 어떤 컨텐츠가 있느냐죠.”
“물론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디지니 플레이 본사.
안젤라는 본사의 고위급 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의 거대한 대중 매체 산업의 한 축.
세계에서 가장 큰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 하나로 손꼽혔다.
“아직 넥플렉스보다 우위를 점한 건 아니니까. 계속 성장해야지.”
“네. 우리는 이제 고작 런칭한지 3년인걸요.”
“그래서 아시아권의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네.”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틀어져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쉽지만.
그건 넥플렉스 측도 마찬가지니까.
“안젤라, 최근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지?”
“네.”
“차라리 일본이 낫지 않나?”
주머니 몬스터라던가 닌자 만화 등.
미국에서도 히트친 일본 애니메이션 컨텐츠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했다.
“한국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 그 정도야?”
젊은 나이에 아시아지부장에 오를 만큼 안목이 상당했다.
그녀가 읽는 작품의 수는 말할 것도 없고 통찰력은 누구보다 뛰어났으니.
“아, 혹시 오늘 플랫폼에 입점한다는 그 작가?”
“맞아요. 김진우 작가의 공포 호러 스트리머요.”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가.”
“네. 현재 영화로 제작 준비 중인 작품도 있어요.”
“아아, 그, 로봇이 공룡으로 변신한다는….?”
“…. 거의 비슷해요.”
안젤라는 ‘마법소녀’를 올해 아시아 지부 최고의 기대작으로 간주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드라마까지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일단 오늘 드라마부터.’
디지니 플레이 오리지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첫 방송 공개 날.
고작 하루 이틀 만에 성과를 낼 수는 없겠지만.
조만간 본사에서도 ‘그’의 진가를 알아볼 터다.
‘김진우 작가와 디지니의 첫 번째 콜라보.’
안젤라는 그 누구보다 오늘을 기대렸던 사람 중 하나였다.
어쩌면 김진우 작가 본인보다도 더 그의 작품을 높이 샀다.
‘홍보는 충분히 많이 했으니까.’
남은 건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
* * *
원래 방송 스케줄이라는 게 휴일도 없이 돌아간다.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어쩌다 보니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으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탄금대공원으로 향했다.
“너튜브나 볼까.”
스마트폰으로 너튜브를 접속해 내 이름을 검색했다.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첫 방송 12시간 전.
너튜브에 관련 영상이 수없이 업로드되었다.
《디지니 가입자라면 반드시 클릭! 김진우에 대해 알아보자》
《1년 만에 히트작 4개를 낸 작가가 있다? 뿌숑빠숑!》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관전 포인트 13가지!》
그런데, 여러 영상들 사이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영상이 있었으니.
《
[롱터뷰] 141화 : 월드스타 퍼플걸스 편. 그녀들과 김진우 작가의 인연….?》“오, 이거 찍었구나.”
왜 내 이름이 제목에 쓰여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가락은 자동으로 움직여서 영상을 터치했다.
-일본을 넘어서 아시아의 별이 된 분들이죠!!!
MC는 과장된 행동과 표현으로 퍼플걸스를 격하게 환영했다.
최근 아시아 권역에서 퍼플걸스의 영향력이 워낙 급상승했기에.
영화 촬영으로 바쁜 세미를 포함한 멤버 전원.
귀한 영화배우까지 모셨으니,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었다.
“근데 뭔가….”
멤버들은 틈만 나면 내 작품을 홍보해줬다.
누가 보면 김진우 특별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요?
-네! 이거 너튜브 방송 나갈 때쯤 첫 방송 나올 것 같은데!
-와우, 기대되네요.
-아마 디지니 플레이 어플 받으면 1개월 무료 체험할 수 있을걸요?
-오오, 누가 보면 디지니 광고인 줄?
-앗, 광고 아녜요!
진행자의 말처럼 진짜 돈 받고 광고해주는 수준이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는 걸그룹.
당연히 조회수는 다른 롱터뷰 회차와 비교를 불허했다.
-인생은 김진우처럼 ㅋㅋㅋㅋㅋ
ㄴ부러우면 지는 거임
-곧 성지가 될 영상입니다!
ㄴ퍼플걸스 팬클럽 보라돌이 카페 ㄱㄱ
-퍼플걸스 사랑해ㅐㅐ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그게 모임
ㄴ디지니 플레이 다운 ㄱㄱ
ㄴ엄청 기대된다고 ㅎㅎ
한국어로 된 댓글 외에도 외국인들이 달아놓은 댓글이 절반 이상이었다.
“흠, 고맙네.”
홍보는 이미 많이 했다지만 그래도 다다익선인데.
고작 친분만으로 이렇게까지 홍보해 주다니.
“다음에 밥 한번 사야겠다.”
로제 떡볶이 같은 거.
끼이이익─
곧이어, 내가 탄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돈도 많은데 슬슬 차 한 대 뽑아도 될 것 같다.
“차는 뭐 사지.”
정 실장님, 외제차만 여러 대 있으니까 추천받아야겠네.
잠시 후,
이윽고 도착한 탄금대공원.
제법 넓은 공원이지만 내가 향하는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드라마 내용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열두대.”
오늘 다큐 방송의 오프닝 촬영 장소였는데.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왜군과 맞서 싸운 벼랑.
전쟁 중 장군이 열두 번씩 오르내린 절벽이라고 하여 열두대라고 불렀다.
실제로는 한 번도 오르기 힘든 가파른 지형이지만.
터벅, 터벅─
“역시 여기가 맞네.”
시스템, 자네의 패턴은 이미 파악했다네.
신립 장군이 비탄에 빠져 스스로 숨을 거둔 장소.
열두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남한강의 풍경이 제법 절경이었다.
시스템이 작위적으로 만든 새하얀 빛.
고민할 것도 없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두 편 연속이라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타닥, 타다닥─
「임진년, 반격의 칼날 5부」
이제 ‘진짜’ 김성일은 반쯤 저항을 포기한 상태였다.
인수가 움직이는 대로 끌려가지 않으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게 뻔했기에.
5부와 6부는 전체적으로 전쟁 준비로 내용이 구성되었다.
두세 차례 정찰병을 보내 일본의 확고한 전쟁 의지를 정탐한 조선.
그동안 상대한 왜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적의 규모를 확인했으니.
김성일은 신립 장군의 부관과 함께 탄금대 인근에 위치한 천혜의 험지, 조령의 지세를 살펴 함정을 팠다.
또한, 이순신 장군을 찾아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지식을 전수했다.
왜나라에 사절로 갔을 때 미리 파악했다는 선의의 거짓말과 함께.
타닥, 타닥─
결국, 6부의 마지막 장면에 드러난 전쟁 징후.
마침내 전쟁 준비를 마친 조선과 왜나라의 격돌을 예고했다.
약 30만 병력 중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1만 8천여 명의 왜군.
평화로운 조선의 군대와 비교하면, 전국시대에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정예화된 직업 무사들.
한편, 이순신 장군은 원균을 대신해 경상 우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하고 있었으니.
미리 보낸 정찰병은 적의 선봉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장군에게 보고했다.
-이순신 : (크게 놀란 표정으로) 김성일, 그자는 대체 무슨 수로 미리 알 수 있었는가.
타닥, 타다닥─
“어?”
순간, 노트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보조용으로 가져온 배터리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졌는데.
“작가님.”
“???”
그때, 어떤 여자가 옆자리에서 말을 걸었다.
가야금 전문가.
이름은 까먹었다.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김미소입니다!”
“아, 오늘 게스트시죠?”
“넵!”
한국대 음악 천재라던데.
연기도 하나 보네.
“글 쓰러 어디까지 가봤니!?”
“….”
“꼭 김진우 작가님을 위해 준비된 다큐 같아요!”
“네. 뭐….”
상대는 말이 많은 타입이었다.
무슨 말 한마디를 해도 활기가 흘러넘쳤으니.
“작가님, 오늘이죠?”
“뭐가요?”
“공포 드라마 첫 방송.”
“아, 네.”
“제가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거든요!”
“그래요?”
타닥, 타닥─
노트북을 치면서 반응을 보이니까 신이 나서 떠들었다.
“네!! 제가 순정마초 때부터 시작해서 작가님 작품 전부 다 챙겨봤는데!”
“아, 감사해요.”
“기억을 지우는 회귀자는 너무 열린 결말 아닌가요?”
“글쎄요.”
“저는 두 여자 중에 누구랑 이어질지 완전 궁금했는데에….!”
“그러시구나.”
괜히 반응했다.
“결국 누구랑 이어져요?”
“음, 아마….”
“네!”
시스템은 알려나.
“비밀이에요.”
“후엥.”
이내, 다시 대본 집필에 집중했다.
그냥 대충 반응해도 포기하지 않고 말을 거는 그녀.
타닥, 타닥─
“…. 그래서, 오늘 호러 스트리머는….”
대답 없이 글만 쓰는데도 혼자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여민서 때랑 다른 의미로 내 귀를 가혹하게 다루었다.
‘방금 귀에서 피 난 것 같은데.’
곧이어, 대본 작성을 마칠 때쯤 다큐 촬영진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제가 우리 학교에서….”
“그만! 제발! 노! 플리즈! 노!”
“…. 이거까지만.”
“….”
“진짜 마지막.”
잠시 후,
충주 탄금대에서 가야금 전문가와 함께하는 촬영.
말주변 좋은 김미소 씨 덕분에 방송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의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해서 이곳을 탄금대라고 불렀는데요!”
“아, 그렇구나.”
“네!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신립 장군이….”
“….”
말만 많은 게 아니라 쓸데없이 잡지식도 많은 분이었다.
덕분에 방송 편집하기 좋아서 PD들은 싱글벙글하고 있었지만.
띠리링, 띠링─
이어지는 김미소 씨의 가야금 연주.
‘연주 하나는 기가 막히네.’
띵동─
【작품의 분위기와 96%만큼 어울리는 음악을 발견했습니다.】
【해당 음악을 작품에 추가하시겠습니까? (Y/N)】
‘어쩐지, 사극이랑 어울리는 음악이더라니.’
가야금 전문가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하는 잔잔한 음악 방송.
유독 피곤한 스타일의 여자와 함께 피곤한 방송 촬영을 마치고.
“작가님,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음….”
“제발요!!!”
음악 때문에 어쩔 수 없네.
“번호 알려드릴게요.”
“오오!!! 그럼 제 전화 피하기 없기!”
“….”
갑자기 후회되는데.
어쩔 수 없이 번호를 저장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작가님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네? 어디서….?”
“우리 학교에서 밍쁘….”
띠링─
그때, 정새롬 실장님께 연락이 왔다.
[작가님 시간 괜찮으세요?]
[맥주 한잔 하실래요?]
“대박!”
두 잔 해도 좋아요.
“작가님….?”
“저 빨리 가봐야 해서요!”
“앗….”
“가볼게요! 수고요!”
“다, 다음에 연락할게요!”
“예압!”
곧바로 괜찮은 옷을 차려 입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냥 바로 약속장소에 갔어도 됐을 것 같다.
* * *
끝났다.
이건 됐다.
“드디어 노력이 빛을 발하는건가.”
그래. 나도 20대 중반까지는 연애 잘했다고.
보조 작가 생활 6년 동안 연애 세포가 증발했지.
“내 노력을 알아주시는구나.”
멋지게 차려입고 정새롬 실장님이 말씀하신 약속장소로 나왔는데.
“아씨, 뭐냐.”
“오빤 뭔데?”
실장님, 김희정이랑 같이 보면 같이 본다고 미리 말씀하셨어야죠.
오면서 심장 아팠던 거 책임져요.
“아니, 오빠 복장은 또 왜 그래?”
“요즘 유행하는 옷이잖아.”
“…. 세미 정장이?”
평소에 입고 다니는 복장은 아니지만.
“니가 뭘 알겠냐.”
정새롬 실장은 뭐가 재밌는지 우리 대화를 빤히 바라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쪽이 젤 나빠요.’
우리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키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정 실장은 어느 순간 표정을 굳히더니 오늘 만남의 용건을 꺼냈다.
“사실, 오늘 김희정 배우 차기작 미팅이 잡혔거든요.”
“오, 그래요?”
“TVM 16부작 주인공입니다.”
“!!!”
옆에 앉아있는 희정이도 깜짝 놀라는 걸 보니 처음 듣는 모양이다.
「오류동 팔남매」에서도 단역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조연이었기에.
“희정아, 많이 컸다.”
“아, 머리 만지지 마아.”
동생은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려도 크게 저항하지 않고 실장님께 되물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응. 정말이긴 한데….”
“???”
새롬은 한숨을 폭 내쉬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이민주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아….”
그래서 나를 불렀구나.
이민주 작가와 어떤 사이인 줄 아니까.
난 또 나랑 단둘이 맥주 한잔하고 싶은 줄.
“…. 배려였네요.”
“네.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솔직히 이민주 작가의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지만.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해야죠.”
“…. 괜찮으세요?”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당장 내 작품 주연 자리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 근데 혹시 제 동생인 거 알면 괜히 해코지…. 아니, 막말로 장면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뇨. 그건 걱정 마세요.”
“???”
“이민주 작가님 작품, 이미 완결까지 전부 쓰고 들어가신답니다.”
“오오….!”
“약간의 수정은 있을지 몰라도 큰 변화는 없어요. 연출도 한기성 감독님이고.”
“TVM 하늘빛의 한기성 감독님?”
“네.”
이러면 또 말이 달라지지.
공모전 심사 때 보니까 강단 있고 줏대 있는 분이더라고.
“그럼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끝인가요.”
“네.”
“그때까지만 희정이랑 아는 척 안 하면 되겠네요.”
“…. 원래 아는 척 안 하잖아요.”
아, 그러네.
* * *
나는 희정이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김희정, 어쩌다 이렇게 컸냐.”
“원래 키는 컸지.”
“한마디를 안 져요.”
“헤헤.”
그런데, 희정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오빠! 이제 몇 시간 남았지?”
“아….”
까먹고 있었는데.
마침내 다가온 약속의 타이밍.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가 올라오는 시각.
“오빠, 왜 내가 떨리지.”
“그건 니가 쫄보라서.”
“???”
하지만 쫄보는 나였다.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Ep.1》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영상이 업로드되는 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으니.
“오, 벌써 좋아요 5명.”
“빠르네.”
영상이 올라오는 동시에 좋아요와 댓글이 하나둘씩 오르기 시작했다.
조회수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영상을 클릭했다.
즈즈즈즈─
스산한 소리와 함께 귀신이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오프닝.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지성호의 모습을 시작으로 영상이 흘러갔다.
귀신을 보는 부잣집 딸래미.
소채담의 하얀 피부와 검정색 머리카락이 대비된다.
그리고 문제의 고통 초등학교 음악실 장면.
‘이거 내가 대본 쓰면서 진짜 개고생했는데.’
추억에 젖어있다가 다시 댓글이나 영상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기다려야 흥망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데?”
“응? 그러게.”
내가 내 이름값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 같다.
[Comment 174]
-퍼플걸스 팬클럽 대표입니다.
ㄴ출첵 ㅇㅇ
ㄴㅎㅇ
ㄴㅊㅊ
-유설아 팬클럽 모여
ㄴ출첵
ㄴㅊㅊ
-여기 맞지? 좌표찍힌데 ㅋㅋㅋ
ㄴ성지순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댓글과 좋아요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모, 모야….”
“팬클럽에 좌표 찍혔나봐.”
“???”
“그동안 인맥 농사를 잘 지었잖아.”
“그 정도야?”
“당연하지.”
계속해서 추가되는 댓글과 좋아요.
새로운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고침을 반복했는데.
“어, 잠깐만….!”
『지금 뜨는 컨텐츠 Top 100』
최근 3개월 이내에 첫 방송을 올린 디지니의 신작들.
그중에서도, 상위권 작품에게 허락되는 영광스러운 자리.
-랭크 100 (New)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Ep.1》
시작한지 하루도 안 돼서 명예로운 전장에 합류했다.
댓글, 좋아요, 순위.
실시간으로 바뀌는 숫자들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밤새도록 댓글과 랭크를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깜박, 깜박─
눈을 감았다 뜨니까 아침이었다.
“아, 잠 들었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이 감겼던 모양이다.
잠결에 스마프폰을 들어 순위를 확인했는데.
“…. 고장났나?”
-랭크 20 (New) :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Ep.1》
고작 12시간 만에 이뤄낸 결과물.
그 어떤 영상보다도 가파른 속도로 최상위권 라인에 진입했다.
전 세계에서 올라오는 모든 신작 중 탑 20위권에 랭크되었으니.
“회사 출근해야 되는데.”
출근 길에도 계속 댓글 보면서 가야겠다.
갑자기 로다주 형님이 댓글 달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