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98)
다음 날, 템페스트 엔터테인먼트.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님,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넵.”
“축하드립….”
“예아.”
나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긴 한가 보다.
‘하긴, 원래 그렇지.’
특히 해외빨 인기는 한국에서 잘 먹힌다.
내수 시장에서 아무리 1등을 찍어도 빌보드 100등을 훨씬 더 우대하는 것처럼.
작업실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효주와 밍쁨이 난리를 쳤다.
“오빠, 축하드려요!!!”
“작가님, 천재!!!”
“지금 신작 중에 19위예요!”
“그새 한 칸 올랐네.”
“헐, 대박….!”
단 한편으로 그런 순위까지 올랐다는 게 중요했다.
기존의 알박작은 화수가 쌓이면서 팬층이 생겼을 텐데.
“이제는 순위 올리기 어렵겠지?”
“네. 이게 글로벌 시장이라 한 편으로는 어려워요.”
“이 정도면 괜찮지.”
“그럼요! 이거 충분히 1등도 노려볼 만 해요!”
“그래?”
지이이잉─
그때, 안젤라 지부장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다.
평소에 공무가 없을 때 연락하는 사람은 아닌데.
-김 작가님, 믿고 있었다구!
“…. 요즘 개그도 배우시나요.”
-흥흥. 제가 본사에 한 말도 있는데 체면이 서네요!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특유의 웃음소리.
“다행입니다.”
-작가님 작품 메인 화면 배너가 확정됐어요!
“오!?”
-한 달 동안 지속할 겁니다.
디지니 플레이 메인 화면에 내 작품이 걸린다니.
공포 장르로 받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제가 본사에 힘 좀 썼죠.
“크으, 감사합니다.”
-이게 다 성적이 좋아서 가능한 거예요. 흥흥.
이렇게 되면 신작 랭킹이 아니라 전체 순위도 넘볼 만 했다.
-영화도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잘 돼야죠.”
-그래요. 그럼 또 연락할게요.
“네. 들어가십쇼!”
목소리가 업된 걸 보면 지부장님도 나만큼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 오빠.”
“어?”
“실장님이 오빠 찾았어요.”
“응? 왜 직접 연락 안 하시고?”
“지금 송 감독님이랑 같이 계세요.”
“…. 그래?”
이거 두 분이 막 서프라이즈 해주고 그러는 거 아냐?
내가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잘 아시면서, 참.
“빨리 가봐야겠지?”
“네. 오빠.”
“일단은 내가 대본 보내줄 테니까 보고 있어.”
“네?”
“6부까지 보내줄게.”
“넹.”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장실로 향했는데.
‘내 서프라이즈 파티…. 어디….?’
파티장인 줄 알고 갔는데.
알고 보니 초상집이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고사 일정을 놓고 두 분이 격렬하게 논쟁을 하고 있었으니.
이내, 정 실장님이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입을 열었다.
“작가님, 이번에는 고사 일정을 스킵할 생각입니다.”
순간, 송 감독님이 끼어들었다.
“아뇨, 그럴 순 없습니다. 고사 일정을 스킵하다뇨.”
“후…. 감독님, 외국인 스탭들이 너무 많아요.”
“그럴수록 단합이 돼야죠.”
“그 단합을 위해 건너뛰자는 겁니다.”
싸우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의견이 판이하게 갈렸다.
‘고사….’
한국 방송가에만 있는 유구한 전통.
실제 돼지머리를 가져다 돈을 꽂는 문화.
외국인의 시선에서 좋은 느낌은 아닐 터였다.
“실장님, 코리안 호러 스트리머 때도 건너뛰셨습니까?”
“아뇨. 그땐 당연히 평소처럼….”
“그땐 조셉 리 감독님이 연출하시지 않았습니까?”
“…. 당시엔 제작사랑 스탭들은 전부 한국인이었으니까요.”
제작사랑 감독이랑 싸우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마음만은 정 실장님 편인데, 공식적으로는 잘 모르겠네.
‘그냥 존나 가만히 있어야겠다.’
지금 끼어들면 엄한 데서 피볼 것 같았으니까.
“작가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저요?”
“네. 고사 일정 스킵하는 거요.”
“음, 실장님 말씀이 맞….”
“작가님!”
송 감독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촬영 시작도 전에 스탭들 사기가 떨어질 겁니다!”
“아뇨! 오히려 촬영 전부터 문화 차이를 느끼겠죠!”
이러다 머리채 잡고 싸울지도 몰라.
송 감독님이 위험해.
상대는 유단자라고.
스윽─
나는 스마트폰을 슬쩍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또다시 두 사람 간에 언쟁이 시작되려는 그때.
“…. 혹시 이거 어떠세요?”
스마트폰으로 커다란 돼지머리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
두 사람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진짜 돼지머리를 공수하지 말고. 스크린에 사진 걸고 고사 지내시죠.”
“아….”
“음….”
며칠 뒤.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의 한 세트장.
75인치 대형 LED TV 화면에 거대한 돼지머리 사진이 띄어졌다.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돼지머리 사진 앞에서 큰절을 올리는 진풍경.
절반에 가까운 외국인 스탭들은 좋은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대박나게 하주세요.’
5만원권 두 장을 돼지머리 앞에 내려놓았다.
내 인생 첫 영화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하면서.
고사 일정을 마치는 동시에, 영화 제작 스케줄은 박차를 가했다.
* * *
김희정은 매니저의 손을 벗어나 혼자서 미팅 장소에 들어섰다.
그게 이민주 작가가 요청한 이번 미팅의 기본 전제조건이었다.
끼이익─
약속 시각에 맞춰 도착했을 때, 감독과 작가는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 늦었네?”
“네? 아….”
살짝 언짢은 표정으로 핀잔을 주는 이민주.
20분 일찍 왔는데요-, 라는 말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30분 일찍 와. 기본이야.”
“네, 작가님!”
“작가는 무슨, 언니라고 불러.”
“….?”
한껏 꼰대짓을 하고서 언니라고 부르는 이민주의 꿍꿍이는 뭘까.
옆에 있는 한기성 감독도 특이한 사람이라는 듯이 그녀를 쳐다봤으니.
‘템페스트에 심는 첩자니까. 잘해줘야지.’
30분 일찍 오라는 꿀팁을 알려준 것도 그렇고.
자신과 같은 스타작가에게 언니라고 부를 기회까지.
‘이 정도면 신인 배우한테 과분하지. 호호.’
과한 간섭 덕분에, 희정은 그녀를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괴랄한 호칭으로 불렀다.
“네! 작가 언니님.”
“…. 작품 이야기하시죠.”
옆에서 지켜보던 한 감독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주연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네!”
“그래서 즉흥연기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아….”
즉흥 오디션.
사실, 관계자나 매니저 없이 혼자 오라고 할 때부터 예상했다.
“여기 대본이요. 첫 번째 씬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넵!”
“10분 드릴 테니까 천천히 보세요.”
희정은 한 감독에게 대본을 건네받은 대본을 확인했다.
‘어….?’
낯익은 제목.
분명히 어디선가 봤던 작품이었다.
「따뜻한 첫눈처럼 1부」
유니크하면서도 로맨틱한 제목.
진우의 보조 작가 시절, 희정이 몇 차례 봤던 작품이었다.
당시 작품 엎어졌다고 오빠가 자신을 붙잡고 얼마나 하소연했는지.
‘…. 대사도 절반쯤은 그대로야.’
희정은 고개를 슬쩍 들어 이민주 작가를 쳐다봤다.
속을 알 수 없는 투명한 눈동자로 상대방을 지긋이 응시했다.
“왜 그래? 대본이 너무 좋니?”
“…. 네. 대본이 정말 너무너무 좋네요.”
“호호호. 얘는 벌써부터 영업하네.”
“….”
“꽤 오래전부터 천천히 준비한 작품이야. 16부작 완결 난 작품이라는 말은 들었지?”
“…. 네.”
속에서 화가 끓었지만, 여기서 박차고 나갈 생각은 없다.
차라리 보란 듯이 이 작품으로 성공하는 게 낫지.
종영 후에 오빠가 절반쯤 관여한 작품이라고 공개하는 건 어떨까.
‘이 작품을 나보다 많이 본 사람은 없을걸.’
혼자서 연습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작품.
극단에 들어가기 전부터 충분히 연습했으니.
“…. 내가 만만하냐?”
희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지유’로 분했다.
“잘난 네 아버지가 준 돈으로 호의호식할 때, 나는!”
적절한 호흡 배분.
귀에 딱 꽂히는 발성.
“여기서 최저시급 받아먹으면서 커피만 뽑았다고, 알겠어?”
자연스러운 희정의 연기에 한 감독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데, 누구보다 가장 놀란 사람은 이민주 작가 본인이었다.
‘이, 이건 내가 수정하기 전 대사잖아….’
분명히 김진우가 쓴 대본을 통째로 수정했는데.
근데, 왜 지금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서 내가 그 재벌 놈들을….!”
“…. 그만.”
“네? 아, 네!”
“너, 멋대로 대사 바꾸지 마!”
“앗, 죄송합니다!”
“….”
이민주는 괜히 심술이 났지만 속으로 분을 삭이면서 말을 이었다.
“연기는 좀 하네.”
“네?”
“잘 뽑았다고. 우리 주인공.”
“그, 그럼….”
한기성과 이민주는 마주 보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너는 이제 내 라인이니까 괜히 다른 작가랑 친하게 지내지 말고.”
“네? 아….”
“알겠니?”
“네, 언니!”
김희정은 과할 정도로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 듣기 좋네. 호호.”
* * *
정새롬 실장님과 함께 대나무 엔터로 향했다.
운전하는 실장님 옆, 보조석에 편히 앉아서.
“지금 국진현 감독님은 대나무 엔터에 도착하셨다네요.”
“네. 실장님.”
“그리고 이번 작품의 원고료는 KBC와 협의 후에 책정하겠습니다.”
“네. 천천히 하셔요.”
“으음, 그리고….”
“네?”
정 실장님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머뭇거렸다.
“감사해요. 작가님.”
“네?”
“돼지머리-, 그거 일부러 저 생각해서 제안하신 거잖아요.”
“???”
“저랑 감독님이 싸울까봐.”
“음….”
아닌데요.
송 감독님이 맞을까봐 그랬는데요.
“…. 실장님이 걱정되긴 했죠.”
실장님이 돌려차기 날리면 어떡함.
내가 몸이라도 던져서 막아야지.
“제가 다음에 밥 한번 살게요.”
“오, 그럼 밥 대신 다른 거 해주시면 안 돼요?”
“뭐를요?”
“제가 차 한 대 사려는데, 실장님이 자동차 애호가잖아요.”
같이 매장가서 차 한 대 추천받고 싶을 뿐이야.
돌아다니다가 떡볶이도 먹고, 영화도 보면 더 좋고.
“…. 제가 자동차 애호가라고요?”
“네. 외제차 여러 대 끌고 다니시고….”
“음, 그냥 선물 받은 건데.”
“엥? 그걸 전부 다요?”
“네. 스무 살 때는 어머니가 사주셨고, 스물셋 때 삼촌, 그리고….”
“그, 그러시구나.”
그냥 적당히 부자가 아닌데?
음, 돈 많이 벌어야겠다.
우리 아이들 숲 유치원이 아니라, 영국 왕실 유치원 정도는 보내야겠어.
“저기, 작가님?”
“네?”
혼자서 미래 계획을 세우던 중에 대나무 엔터에 도착했다.
“다 왔어요.”
“아, 넵!”
곧이어,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미팅룸으로 직행했다.
“유동건 배우님, 조용만 배우님! 안녕하십니까!”
“하하, 우리 작가님 오셨구만.”
‘예쓰!’
표정만 살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두 분이 내 작품에 함께 출연할 생각이라는 걸.
“반갑습니다. 공덕환 대푭니다.”
“안녕하세요. 정새롬입니다.”
두 명은 신중하게 계약에 대한 내용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국 감독님과, 정 실장님, 공 대표님까지.
한동안 이어지는 대화 끝에, 세 사람은 결론을 도출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가벼운 인사치레와 함께 탑급 배우를 두 명이나 얻었다.
이제는 공 대표도 편한 마음으로 내게 요즘 근황을 물었다.
“작가님, 디니지 플레이에서 스트리머의 인기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아…. 네.”
“덕분에 채담이 주가가 껑충 뛰었어요.”
“음, 아직 며칠 안 됐는데.”
“이 바닥에서 며칠이면 충분하죠.”
“…. 그러네요.”
형식적인 대화를 마치고 대나무 엔터를 벗어났다.
“작가님,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또 있어요?”
“그럼요. 드라마랑 영화 일정을 동시에 하려면 빠르게 움직여야죠. 얼마 후면 대본리딩이니까.”
“네, 그쵸. 다음은 어디….?”
“스타라이트 엔터로 갑니다.”
“응? 설마….!”
“네. 백윤 배우님이 김인수 역할에 푹 빠지셨다고 들었네요.”
역시 정새롬 실장님.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작가님, 눈빛이 뭔가….”
“제 눈빛이 왜요?”
“징그럽다고 해야 할까요.”
“….”
이제 말에 필터가 없으시네여.
* * *
시간이 흐르고,
영화 제작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대본리딩 날.
나는 효주의 옆자리에 앉아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드디어 나의 마법소녀가 제작되는 건가.”
“오빠, 그 말 뭔가 이상했어요.”
“아, 그래? 나의 마법소녀?”
“네. 근데 억양이 좀….”
“음, 그래.”
효주와 함께 대본리딩 현장으로 가는 길.
문득, 작업실에 두고 온 다른 친구가 떠올랐다.
“밍쁨이는 하루 종일 바쁘지?”
“네. 지금 사극 콘티 그리느라 바빠요.”
“일을 너무 시키는 건가.”
“본인이 좋아서 하더라고요.”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잘 좀 챙겨줘야겠다.
“은빈이는 본인을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해요.”
“은빈이?”
“응….?”
“뭐가.”
“흠….”
“뭐가.”
묘한 기류가 흐르고, 내가 먼저 선수 쳤다.
효주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야, 알아. 내가 설마 내 보조 작가 이름도 모르겠냐?”
“흐음….”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은빈이 성이 뭔데요.”
…. 뭐더라.
분명히 들었는데.
“밍….”
“알긴 아시네요.”
“응?”
“하여튼, 은빈이 좀 잘 챙겨줘요. 손목도 안 좋대요.”
“그래. 밍은빈이.”
“…. 민은빈이겠죠.”
“그니까 그거.”
“….”
「코드네임 030 : 마법소녀 Part. 1」 대본리딩 현장.
약속 장소에 차를 세우고, 효주와 함께 천천히 걸어갔다.
‘일단 영화 제작은 잘 진행되겠지.’
송권수 감독, 나지수 조감독.
두 명 모두 내가 아는 연출자들 중에 최상위권 실력자니까.
‘이제 남은 건 사극….’
시스템도 양심이 있어서 그런지, 적당히 봐주는 느낌이다.
옛날 같으면 산에 가라고 하고, 바다로 보내고, 외국으로….
‘갑자기 또 빡치네.’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해야 했는데.
띵동─
내가 한동안 시스템이랑 친해졌다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내용 : 임진년, 반격의 칼날 7부】
【장르 : 퓨전 사극, 대체역사, 현대인 빙의, 전쟁】
【장소 : 울돌목】
【제한 시간 : 7일】
【※ 플래티넘 승급 : 110-110101-1011(가상 계좌, W Bank)】
【※ 입금 금액 : 0원 / 30억 원】
장소 뭐냐, 단어 하나는 처음보네.
“울돌목….?”
“네?”
“효주야, 울돌목이 뭐더라?”
“명량해전이요?”
“…. 이런 미친.”
매우 빠른 조류 속도로 유명한 명량해전의 격전지.
그러한 유속으로 조선군이 승리할 수 있었지만.
내게는 어처구니없는 집필 장소일 뿐이다.
“아, 지랄 노.”
당연히 바다 한 가운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