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ard's music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7)
천재 음유시인의 음악방송-17화(17/200)
천재 음유시인의 음악방송 17화
“도윤이……?”
“맞습니다. 와, 근데 형. 주말에도 하모니카 연습하시는 거예요?”
“어, 하다 보니까 점점 더 재밌어지더라고.”
“이야, 천재가 노력까지 한다라···. 세상 참 불공평하네요.”
“불공평은 무슨. 야, 네가 지금 시간에 웬일로 여기에 오냐?”
“응, 어차피 누나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신경 꺼도 돼.”
찻집 문을 당차게 밀고 들어온 김도윤은 김도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이한을 바라봤다.
표정을 보아하니,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
“입 찢어지겠다?”
“하하, 티가 많이 나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희 버스킹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완전 대 성공했어요. 사람들도 많이 봐주시고, 박수도 많이 받고. 이게 다 형 덕분이에요.”
“내 덕분은 무슨. 너희가 노력해서 이룬 건데, 굳이 고마워 할 필요 없어.”
“아이,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에요. 형 덕분에 보컬이 없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노래를 연습하니까 반응이 엄청 좋더라고요. 다른 밴드 사람들도 좋아했어요.”
“다행이네.”
이한은 학교에 갔다 온 어린 아이처럼 자신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재잘 말하는 김도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흥분하면서 말을 하는 김도윤도 웃겼지만, 결과가 좋게 나왔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전생에서는 다른 지역의 소문을 듣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아서 자신을 거쳐 간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여기선 이리 바로 내용을 들을 수 있으니 기분이 색달랐다.
“아, 맞아. 그래서 제가 형한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난 게 있는데요.”
“보답?”
“네, 참고로 거부는 없어요.”
“하, 알겠어. 일단 말해 봐. 뭔데?”
“음, 사실 별 건 아니고. 저희가 저작권 신청이나 노래 음반 내는 거 도와드릴게요.”
“뭐? 너가 아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런 걸 도와줘.”
물음에 대답이 들려온 것은 이쪽이 아니었다.
“누나가 뭘 알아. 나도 인맥 많아.”
“퍽이나. 아무리 예고를 다닌다고 해도 너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안다고. 아빠 정도 되는 거 아니면……. 잠시만, 너 설마.”
“빙고!”
“사장님?”
“네, 딱 보니까 형. 아직 형이 만든 노래 저작권 신고 안 했죠?”
“……어. 안 하긴 했어.”
“그래서 제가 부탁했죠. 등장해 주세요!”
김도윤은 이한의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들어온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뻘줌하게 서 있는 남성이 있었다.
“하하, 뭔가 민망하네.”
“사장님……. 여행 간다고 하신 거 아니에요?”
이한은 도담 리모델링이 끝난 직후부터 해외로 여행을 떠난 탓에 뵌 적이 없는 사장님을 바라봤다.
적어도 2주는 있기로 했었으니, 벌써 한국에 왔을 리가 없는데…….
“엉, 와이프랑 같이 갔는데. 우리 둘 다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냥 돌아왔어.”
“아! 참고로 저건 진짜예요. 어제 엄마가 하와이 완전 별로라고 이야기하는 걸 제가 1시간이나 들었거든요.”
김도윤은 사장님의 말을 거들어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창피함은 사장님과 이한의 몫이었다.
“하아, 여튼. 아직 자작곡 신청 안 한 거지?”
“네, 해야 된다는 건 아는데. 아직 어떻게 하는 지를 잘 몰라서…….”
“그래, 모르면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러다 노래 뺏기는 거 한 순간이다. 내가 사람 소개해 줄 테니까. 확실하게 배워.”
“아,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가자.”
“……네?”
이한은 사장님의 말에 잠깐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은 알바 중이지 않은가.
아무리 가게 손님이 없다고 해도 김도담 혼자만 놔두고 혼자 가는 건 좀 마음에 걸렸다.
“아잇,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갔다 와요. 어차피 알바는 도윤이가 도와줄 거예요.”
“……뭐?!”
“으음? 한이 씨 대신해서 대타 뛰어 준다고 한 사람이 누구지?”
“하아…… 말은 분명 한이 형한테 했는데, 맨날 이용해먹는 건 누나네. 그래, 형 갔다 와요. 이것도 보답으로 칠게요.”
“고맙다.”
이한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김도윤의 모습에 싱긋 웃어 주었다.
이 가족한테는 참 신세를 많이 지는 것 같았다.
* * *
천재란 무엇일까.
음악 프로듀서 권혁수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가 자신의 음악 실력에 한계를 느끼고 도망치듯 프로듀서가 된 지 벌써 몇십 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인지, 최근 그는 엄청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가수를 키워 낸 만큼 명성만큼은 미친 듯이 올라왔지만.
“공허하다고 해야 되나.”
권혁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봤다.
요즘 그는 인생이 무료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할 것 같았다.
마치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랄까.
예전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으로 빛나는 아이들을 만든다는 것이 행복했지만, 이제는 그런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거겠지.
결국 강렬한 자극에도 어느 순간에는 적응할 수밖에 없고, 드디어 그 끝에 도달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래서 선배님들이 다 은퇴를 하신 건가.’
권혁수는 충분히 유명했음에도 불현 듯 은퇴를 한 자신의 선배들을 떠올렸다.
확신은 아니지만, 다들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자신도 은퇴를 할 때가 되었다는 뜻.
‘사실 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
권혁수는 몇 달 전부터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자신을 생각했다.
그 때도 본능적으로 은퇴할 시기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저 아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잡고 있던 것 아닌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때와 똑같은 상태이니 이젠 정말 은퇴를 할 때가 됐다는 거다.
‘그럼 이게 마지막 스케줄인 건가.’
권혁수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전화를 주었던 친구의 약속을 확인했다.
연락은 아침에 줘놓고서 오후에 바로 찾아오는 것이 딱 그 친구 스타일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자는 게 그 녀석의 좌우명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자신에게 연락을 하자마자 출발했겠지.
띵동-
“하, 타이밍 봐라.”
권혁수는 시간에 맞게 울리는 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은퇴를 하기 전 마지막 일정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왜인지 유종의 미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리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간사한 것인지.
“잘 있었냐?”
“나야 잘 있었지. 근데, 이 친구는……?”
“아, 안녕하세요, 오늘 갑자기 이렇게 실례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이한이라고 합니다. 사장님네 찻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요.”
“아하, 그 유명한 알바생?”
권혁수는 친구가 카톡방에서 발작하듯 말했던 사람을 떠올리곤 그를 쳐다봤다.
누가 얼빠 아니랄까 봐. 이한이라는 이 남자도 굉장히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연예인을 자주 보던 권혁수조차 감탄할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더 할 말은 없겠지.
“근데, 그래서 이 친구는 왜?”
“아, 너 오늘 저 애 노래 좀 듣고 저작권이나 뭐 그런 것들 좀 도와줘야겠다.”
“뭐?”
“뭐가 아니야. 진짜 장난이 아니라, 노래 한 번 들어봐. 그런 반응 안 나와.”
도담의 사장, 김춘삼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권혁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이한을 가리켰다.
이한은 둘을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보이지? 쟤가 저렇게 약간 얼빵해 보여도 내가 본 애들 중에 가장 노래를 잘 부르거든.”
“뭐?”
“믿어봐. 내가 노래로는 빈말 안 하잖아.”
김춘삼은 씨익 웃으면서 권혁수를 방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참고로 이한은 저 둘의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권혁수의 작업실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이곳은 하랑의 작업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이고,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으니까.
“마음에 드나 봐요?”
“아, 네. 너무 좋네요.”
“하하, 청소도 안 해놨는데 좋게 봐주니 다행이네요.”
빠르게 김춘삼과 말을 끝내고 온 권혁수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이한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너무 갑작스럽게 잡힌 일이라 아직까지는 하기 싫은 마음이 더욱 컸지만, 그렇다고 온 사람을 그냥 내쫓을 수도 없는 것이고.
김춘삼이 누군가를 저리 추천하는 것도 처음 아닌가.
약간의 기대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 이리 기대하고 실망한 적이 너무 많기에 자기방어적으로 기대감을 낮추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망주라고 받았는데, 노래가 기대 이하였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던 탓이다.
‘뭐, 그래도 춘삼이가 노래로 이상한 소리를 할 놈은 아니니까.’
권혁수는 이한을 녹음실로 안내했다.
이는 방금 전 김춘삼이 내건 조건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제 노래를 한번 들어주시고 마음에 드시면 도와주신다는 거죠?”
“그쵸. 그렇다고 심하게 테스트를 보는 건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 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권혁수에게 방금 전 김춘삼과 한 이야기를 설명받은 이한은 싱긋 웃으며 자신의 기타 케이스 끈을 어루어 만졌다.
이곳에 오기 전에 권혁수에 대해서 찾아본 바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서 지금 꽤나 유명한 프로듀서 아닌가.
처음으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사장님께 폐가 안 되게 해야지.’
이한은 권혁수와 대화를 하곤 밑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린다고 나간 김춘삼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잘은 몰라도 원래 이 정도 되는 사람을 갑자기 쉽게 만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마, 사장님이 무슨 수를 써주신 거겠지.
어찌보면 자신은 지금 사장님의 대리인으로써 이곳에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근데, 그렇다고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
이한은 다른 사람이라면 부담을 느낄 상황에도 떳떳하게 어깨를 폈다.
노래에 부담감은 필요 없는 감정이었으니까.
“아, 아. 들리시나요?”
이한은 밖에서 헤드셋을 쓴 채 손으로 o 모양을 만드는 권혁수를 보곤 자세를 잡았다.
이제는 노래를 부를 때였다.
언제나 그렇듯 노래를 부를 때는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복을 전달해 준다는 느낌으로.
“하나, 하나 둘.”
이한은 발을 구르며 리듬을 맞춘 뒤 입을 열었다.
“허.”
권혁수의 눈빛이 바뀐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