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ard's music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200)
천재 음유시인의 음악방송-200화 (완결)(200/200)
천재 음유시인의 음악방송 200화 – 에필로그
제국력 132년
세상이 검과 마법의 시대라고 불렸을 때.
그런 시대에 노래 하나로 세간을 뒤흔든 사람이 있었다.
풍문으로는 제국의 황제조차 그의 노래를 듣고 싶어 초청장을 보냈을 정도라는데──.
“이젠 그게 나라는 거지?”
이한.
아니, 이젠 루카스가 된 남성은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머릿속에 기억들이 들어온 지 약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
루카스는 뇌가 윙윙 울리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리를 쓸어 올렸다.
마치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이야기가 처음에는 약간 거북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내용이 너무 생생하지 않은가.
음유시인의 인생은 노래 한 곡으로 두 나라의 전쟁을 막는 것부터 시작해.
용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멋들어진 공연을 했던 것, 분노한 엘프들의 침략을 노래로 진정시킨 이야기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과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영웅적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런 영웅적인 면모 때문에 황제의 눈에 들었고, 아직까지 쫓기고 있다는 것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멋진 척하지 말고 조언 받을 걸 그랬나?”
루카스는 생각 이상으로 빡빡해 보이는 판타지 세계의 삶에 머리를 긁었다.
기억을 살펴보면 지금 자신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있을 게 뻔했다.
‘근데 애초에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정령의 숲에서 노래와 함께 눈을 감은 ‘루카스’.
분명 그는 그곳에서 죽었다.
참고로, 이건 추측이 아닌 확신이었다.
지금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억이 똑똑히 말해 주고 있었다.
사인은 자신과 똑같은 급성 심장마비.
루카스와 이한은 동시에 죽었다.
사실 이렇게 움직이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였다.
‘음, 근데 애초에 그런 걸 따질 거면 내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온 것부터 따져야 되나?’
루카스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몸 곳곳에 존재하는 상처들을 바라봤다.
살아왔고, 살아남았다는 흔적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안고 가야 하는 무게감이기도 했고 말이다.
“분위기! 바뀌었어!”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괜찮아?”
“응. 괜찮은 것 같아.”
루카스는 자신의 주변을 빙빙 돌아다니는 정령들의 질문에 그들을 안심시켰다.
기억을 보아하니, 원래 이 세계에서 인간이 정령과 친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는데 ‘루카스’는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인지, 정령들과도 친밀하지 않은가.
애초에 정령들이 사는 곳에 1년 동안 은거한 순간부터 웬만한 정령사들보다 뛰어난 정령 감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읍, 이걸 조금 이용해야겠네.’
루카스는 몸 이곳저곳이 쑤시지만,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닌 신체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아무래도 빙의를 하면서 몸 일부분이 죽지 않을 정도로 회복된 모양인데…….
이 정도면 ‘루카스’의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지식을 사용하기엔 충분했다.
애초에 ‘루카스’가 치료하지 못한 이유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탓 아닌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는 자신의 몸을 혼자서도 고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몸 상태는 딱 그 정도지.’
아프긴 아프지만, 그렇다고 죽을 것 같진 않을 정도.
루카스는 이젠 슬슬 익숙해진 고통에 숨을 들이마셨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방대한 지식들.
그는 이것들을 가지고 살아남을 것이었다.
‘일단, 지금 가장 급한 건 황제의 집착과 몸의 회복이겠네.’
루카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하며 몸을 움직였다.
사실상 몸의 회복은 신체 상태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어 큰 걱정은 없었으니, 지금 집중해야 되는 건 황제의 집착을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인맥을 이용해야 되나……?’
루카스는 머릿속에 있는 ‘루카스’의 동료들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동료라기보단 루카스가 사람들을 도와준 것이었지만, 여하튼 그의 인맥은 황제가 두렵지 않을 정도로 두터웠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들에게 황제에게서 자신을 지켜 달라고 요구한다면 바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진짜 도대체 황제는 뭐가 좋다고 그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루카스는 정령들이 모여 있는 중심부로 계속 몸을 옮기며 황제의 알 수 없는 기행을 생각했다.
‘루카스’가 조금 특별한 음유시인이긴 해도, 결국 그는 음유시인 아닌가.
한 제국의 황제가 이 정도로 집착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장난이 아니라, 황제에게서 몸을 피한 지 몇 년이 되어 가고 있는 지금도 제국에서는 ‘루카스’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만약 자신이 드래곤에게 몸을 의탁한다면 제국은 드래곤 토벌을 준비할 것이고.
만약 자신이 엘프 여왕에게 몸을 의탁한다면 제국은 엘프들과의 전쟁을 준비할 것이다.
‘루카스’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아무도 찾지 못할 정령들의 땅으로 깊숙이 몸을 숨긴 거겠지.
‘뭐, 처음에 여기 온 이유는 다른 거였지만 말이야.’
루카스는 계속 걷다 보니 보이는 거대한 호수를 바라봤다.
정령들의 땅 중심부에 있는 장소였다.
처음 ‘루카스’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름이 생명의 샘이라고 했지?’
보기만 해도 마나의 농도가 차원이 다른 느낌.
루카스는 물이 푸르다 못해 반짝이는 것 같은 생명의 샘의 손을 넣어봤다.
참고로 정령들의 허락은 이미 받은 뒤였다.
물론, 자신이 아니라 1년 전에 ‘루카스’가 받아놓은 것이다.
그는 매일 이곳에 와서 목욕을 했으니 말이다.
화아아아아악-!
‘근데 확실히 이제는 반응부터가 다르네.’
루카스는 손을 넣자마자 몸을 울리는 듯한 느낌에 헛웃음을 삼켰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몸이 진짜 엄청 건강해진다고 하면 그나마 알 수 있으려나.
아직 손가락만 넣은 것인데, 몸 안에 있는 노폐물들이 씻겨져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시체만 아니면 누구든 살려낼 수 있다는 생명의 샘다웠다.
‘잠시만, 근데 그럼 루카스의 몸은 얼마나 악화되어 있었다는 거야?’
20년에 가까운 생활 동안 이어진 방랑.
아무래도 ‘루카스’의 몸은 그 세월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하고 이미 시체와 다름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들어가도 생명을 약간 연장시킬 뿐 완치가 불가능했던 거겠지.
“후우…….”
루카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옷을 벗곤 샘 안에 몸을 담궜다.
온도는 딱 기분이 좋은 수준.
온천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효과는 온천의 100배 이상이었지만 말이다.
화아아아아악-!
손가락을 넣었을 때보다 훨씬 크게 오는 반응.
물과 살이 닿자마자 몸이 떨려오며 땀구멍에서 노폐물이 줄줄 흐른다.
만약 샘이 그 노폐물조차 바로 정화시키기 못했다면 냄새가 아주 고약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아픈 것들은 대부분 치료됐나?’
잠시 몸을 씻은 루카스는 어느샌가부터 몸의 고통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곤 근처에 쌓여 있는 천으로 몸을 닦았다.
매일 ‘루카스’가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와, 몸 전체가 엄청 가볍네. 아아. 목소리도 엄청 깨끗해졌고……. 미쳤는데?”
루카스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느껴지는 차이에 깜짝 놀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결과가 상상 이상인 것이다.
이 정도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했다고 보는 게 맞을 터.
‘다음은……. 황제인가?’
루카스는 씻으면서 정리된 내용에 천으로 머리를 털며 눈을 번뜩였다.
어떻게 얻은 2번째 인생인데, 황제가 무섭다고 이 안에 박혀서 살아갈 순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자신은 ‘루카스’와 이미 한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기야?
자랑할 만한 이야기를 더욱 많이 가지고 온 사람이 이기는 승부.
‘그래, 나도 질 수는 없지.’
루카스는 씻고 나오자 자신의 주변에 모여서 호들갑을 떠는 정령들과 대화를 나눈 후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정령들의 허락을 구해 생명의 샘에 있는 물을 여러 병에 나눠 담았고.
옷가지들도 챙겼으며.
일주일 치의 식량도 구한 것이다.
‘이 녀석은 여행을 다니면서 노래를 불렀었으니까.’
루카스는 준비가 끝난 상황에 마음을 다잡으며 가방을 들어 올렸다.
‘루카스’는 음유시인 아니었는가.
만약 그가 음유시인이었다면 자신 역시 음유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재미있을 것 같잖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노래를 부르고, 웃고, 떠든다.
루카스는 자신의 로망과도 같은 삶에 감명 받았다.
그러니, 그가 다시금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
“황제가 왜 이렇게 나에 대해 집착하는지도 알아볼 겸, 다시 한번 떠나보려 해.”
“그렇군요.”
“지금까지 날 돌봐 줘서 고마웠어.”
“뭘요. 당연한 일이었는데요.”
“그래도, 고마워.”
‘루카스’였다면 분명 이렇게 전했을 거야.
뒷말을 삼킨 루카스는 정령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에게 인사를 건네곤 정령의 숲을 빠져나오며 정령들이 만들어준 가면을 썼다.
사실상 세간에서 루카스는 반죽음 상태라 평범하게 돌아다니면 아무도 자신이 루카스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혹시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목소리야 완전 쌩쌩했던 시절로 돌아와 구분이 불가능하다곤 해도, 얼굴 자체는 흉터만 사라졌을 뿐.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면을 써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좋아. 그럼 가 볼까.’
정령들이 마법적인 처리를 해 준 것인지, 가면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느낌.
루카스는 그것이 퍽 마음에 들어 싱긋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것이 바로 천재 음유시인 루카스에 버금가는 한 가면을 쓴 정령사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