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00)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100화(100/312)
귀족 (2)
알현실에 앉은 바라드의 심정은 착잡했다.
1시간 전 날아간 매 한 마리.
이는 자신의 친우 현수에게 보낸 전서구였다.
그에게 벨라를 구할 방법을 찾아 달란 전서구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검왕 바라드에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가 현수와 벨라밖에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되지 않는다…….’
검왕 바라드는 아레스교에 여러 차례 전서구를 보냈다.
우리에겐 성녀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물론 성녀의 납치 사건은 비밀리에 붙여져 있었기에 응답이 오지 못한 것이긴 했지만.
때마침 룩부르크 후작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이 알현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전하를 뵙습니다.”
룩부르크와 귀족들. 호시탐탐 검왕 바라드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었다.
룩부르크와 귀족들은 바라드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본론에 들어섰다.
“부기사단장 벨라가 며칠 내로 죽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침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라드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흘렀다.
“저 또한 벨라 경을 살리기 위해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해 봤나이다. 하지만 어떤 교의 사제들도 죽어 가는 병을 가진 여인은 살릴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룩부르크는 지금 바라드가 어떤 심정인지 꿰뚫고 있다.
또 자신의 정보망을 이용해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전하, 우리는 성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바라드는 답하지 않았다.
“무모한 일입니다. 아레스교 자체는 소국인 우리 고야드보다 훨씬 크고 강합니다. 더불어 성녀 역시 전하와 맞먹는 이름을 가졌을 정도로 고귀합니다.”
룩부르크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으나 실제 목소리는 아니었다.
“또 성녀의 기도는 성녀가 일평생 2회 발할 수 있는 특별한 힘입니다. 죽은 자 역시 살린다는 그 힘을, 성녀가 일개 기사를 위해 써 줄 리 없습니다. 차라리 제국의 황제가 병에 들었을 때 쓰는 게 낫겠지요.”
모두 맞는 말이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기에 바라드는 이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하께서 수차례 서신을 보냈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 역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압니다. 슬픈 일입니다. 우리 고야드 왕국이 안타까운 인재를 잃는다는 것이요.”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검술천재.
딱 그 두 명이 고야드 왕국에 있었고 한 사람이 바라드였으며 한 사람이 바로 벨라였던 바.
“……전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벨라 경의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저를 후계자로 지목함으로써 백성들의 혼란한 마음을 잠재우셨으면 합니다.”
바라드는 벨라를 후계자로 지목해 왔다.
물론 진짜 지목은 아니다.
룩부르크 후작과 다른 귀족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재 그의 가슴속엔 수십 명의 후계자가 있었다.
그중 한 명.
최근 가장 자신의 마음을 홀린 한 명도 있었다.
“현수란 자는 후임이 되지 못합니다.”
그를 눈치챈 룩부르크의 눈이 매처럼 날카로워졌다.
성엔 바라드조차 알지 못하는 그의 개들이 즐비해 있는 바.
“어찌 이방인. 그것도 대장장이에 불과한 자를 후임에 둘 수 있단 말입니까.”
귀족들이 이제야 들었다는 듯 동조했다.
“전하, 차라리 저를 죽여 주십시오!”
“어찌 검의 나라에 대장장이가 후임으로 지목될 수 있단 말입니까!”
“백성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완벽했다.
룩부르크는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벨로 후작은 그에게 적당한 작위쯤 줘도 괜찮다 말하고 있습니다.”
바라드는 알게 되었다.
오늘 룩부르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후임을 없애려는 거였다.
한 명은 벨라.
한 명은 현수.
자신의 이빨을 모두 뽑으려는 것.
그가 작은 작위나마 갖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은 평민으로 남게 하는 일.
벨라 대신 후임으로 둘 수 없게 하는 일이다.
“백성들은 소문을 듣고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평민이 전하의 후임으로 지목되었다.”
날선 말들 하나하나가 바라드를 관조했다.
“이 자리의 모두가 인정할 만한 일을 그가 해낸다면 백성들 역시 설득될 수 있겠죠, 하여.”
룩부르크가 쇄기를 박는다.
“현수란 자를 만나 보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수 역시 쳐내려는 심산이 보였다.
그때 답신이 날아들었다.
답신을 읽은 바라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침착했다.
그리고 차분한 눈을 가라앉힌 바라드가 말했다.
“알겠네, 현수가 이곳에 당도한다고 하니 기다려 보도록 하지.”
“기대됩니다. 전하께서 그토록 신뢰하시는 현수란 자가 어떤 모습일지요.”
물론 말뿐이었다.
그때.
바라드는 정체 모를 기척들을 느꼈다.
그의 기감은 특별하다. 일반인들과 그 궤를 달리하는 바.
‘암살자들이군.’
천장에 암살자들 여러 명이 숨어들었다.
앞의 룩부르크 후작과 귀족들이 숨긴 자들은 아니다.
고야드 왕국은 작은 속국에 속했고 그 휘하에 두려는 자들이 많다.
그랬기에 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바라드는 곧 현수에게 답신을 써 보냈다.
한 마리의 매가 빠르게 비상했다.
***
적룡단은 프라함 왕국에서 키워 낸 암살자 집단이었다.
프라함 왕국과 대륙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 적룡단의 암살률은 굉장히 높았다.
아홉 명의 암살자를 이끌고 온 적룡단 부단장 브록.
그는 검왕 바라드를 암살하기 위해 숨어들었다.
고야드 왕국과 프라함 왕국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쁜바.
서로가 서로의 왕국을 위협하고 있기도 했다.
부단장 브록은 천장에 숨은 단원들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대기.’
오늘은 웬일인지 바라드에게 불청객이 많은 것 같았다.
최소한 적룡단은 저 귀족들이 모두 물러나고 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자 한다.
브록은 웃었다.
‘소문일 뿐인가?’
검왕 바라드는 아직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자신들의 은신은 특별하고 대단하다.
오로지 몸을 숨기는 것과 암살하는 것만 배워 왔던 자들.
어쩌면 그랬기에 바라드가 자신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오만에 불과했다.
***
현수가 오기 전까지 룩부르크와 귀족들은 귀빈실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레벨 120이라구요?”
한 귀족은 그 이야기는 처음 들었기에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고작 그런 자를…….”
룩부르크 후작을 지지하는 귀족. 랭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저 룩부르크 후작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던 것이 이제 진심이 되었다.
“그 꼬라지가 예상이 됩니다.”
“대장장이가 어찌 바라드 전하의 후임이 된단 말입니까.”
그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레벨 120의 이방인들의 모습이 스쳤다.
일반적인 평민들이 사용하는 허름한 갑옷과 별 볼일 없는 무구를 착용한 모습.
또 이제 막 초보란 이름에서 벗어난 입장이었기에 아직 어리숙해 보이는 자들투성이다.
그들은 귀족이었다.
“요거요거, 제 말 한마디면 댕강, 목이 날아가는 녀석이었군요.”
그 말을 듣던 룩부르크가 웃었다.
“좋은 생각일세, 작은 흠집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을 빌미로 그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어리숙한 이방인들.
그들의 허점은 너무도 많으니.
그때.
“현수란 이방인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룩부르크와 귀족들은 빠르게 알현실로 걸음했다.
드디어 자신들의 계획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음이 확실시 되었다.
‘어리숙한 이방인이라…….’
룩부르크 후작은 즐거웠다.
그를 어떻게 골려 줘야 하는가란 생각을 했다.
알현실에 들어와 왕과 가까이 선 그가 복도를 봤다.
뚜벅뚜벅
복도의 모퉁이 너머.
여러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룩부르크 후작과 귀족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쌔에에에엑-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창문을 거세게 강타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그들을 짓누르며 비릿한 피 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알현실의 양쪽 창문 수십 개가 격하게 떨렸다.
덜덜덜덜-
뭔가가 오고 있다.
그리고 룩부르크는 과거 들었던 신하의 말을 떠올렸다.
‘재앙교의 재앙을 마주하면 기이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피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폭풍이 온 것처럼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고 하지요.’
그것이 떠오른 룩부르크.
지금 누가 후임이 되느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악한 재앙교!
그 재앙이 이곳에 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벌벌 떠는 룩부르크는 외치려 했다.
‘재앙이 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가 왕의 자리를 노린다 해도 이건 다른 이야기다.
또 여기서 우리를 구해 줄 유일한 인물은 검왕뿐이었다.
하지만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말할 수 없었다.
그때 모퉁이를 지나 빗물에 젖은 기다란 갈색 코트를 입은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그가 한 걸음씩을 뗄 때마다 그의 발끝에서 검은 기류가 일렁이는 것 같다.
그가 두른 로브의 가슴팍에 새겨진 재앙의 낙인.
재앙의 코트를 둘렀으나 재앙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일도 있었다.
그 옆으로 누더기 같은 로브를 두른 자들 열댓 명이 함께 걸으며 알현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전하를 뵙나이다.”
“현수, 드디어 왔군.”
“……!”
적잖은 충격이 장내를 감싼다.
알현실 문 앞에 선 자신들을 보며 그가 말했다.
“전하를 노리는 자들이 이토록 많습니까.”
흠칫-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룩부르크와 귀족들의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안하무인이라고 할지라도 대놓고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고작 평민에 불과하다.
룩부르크가 그가 대동한 자들을 봤다.
말 그대로 길가에 버려져 있을 법한 쓰레기 같은 로브.
빗물에 젖은 채 뚝뚝, 더러운 빗방울을 흘리고 있다.
‘많은 준비를 했군.’
하지만 가소롭다.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은 그와 바라드가 짠…….
그때.
안쪽으로 코트를 입은 사내가 걸어 들어와 중앙에 섰다.
“셋을 세겠다.”
그 주변을 누더기 로브를 두른 자들 열댓이 지키고 선다.
“하나.”
룩부르크와 귀족들은 그 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둘.”
그 순간.
사락-
정체 모를 기척에 룩부르크와 귀족들의 사고가 마비된다.
암살자.
위에 암살자가 숨어 있던 거다.
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큰일이다. 자신들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내가 ‘세엣…….’이라고 말한 순간.
암살자들이 동시에 내리쳤고 귀족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으, 으아아아!”
“아, 안 돼!”
곧 룩부르크 후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수란 자와 귀족들에게로 쇄도하던 암살자들.
그들 모두가 단도를 꽂는 자세 그대로 허공에 멈춰 있었다.
룩부르크는 자신의 목 끝을 겨눈 단검을 보며 눈을 떨었다.
‘스, 스턴……? 아니면 염력?’
하늘 위에 둥둥 뜬 채 멈춘 열 명의 암살자들.
한 명의 암살자는 현수의 목 앞에 단검을 찌른 채 멈춰 섰고 어떠한 이는 옆구리를 찌르며 멈춰서 있다.
모든 암살자들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찌르려 하나 저항할 수 없는 강한 힘이 접근을 방해한다.
사내 현수가 천천히 허공에 손을 들어 올렸다.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그 모습. 그가 들었던 손을 내린 순간.
누더기 로브를 두른 이들의 검이 동시에 빠르게 1회 발검했고 다시 검집에 돌아갔다.
철컥-
촤아악-
‘이, 일검에!?’
후두둑, 암살자들의 시체가 땅으로 떨어졌다.
비로소 사내가 천천히 무릎을 굽혀 바라드를 보며 웃었다.
“강녕하셨습니까.”
“그래.”
바라드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바라드는 일부러 유도했다.
“먼 길을 왔군.”
로브를 두른 이 중 한 명.
빗물에 젖은 로브의 후드를 젖힌 세상의 빛. 그녀가 화사한 미소를 드러내며 웃었다.
“와야만 했지요.”
룩부르크와 귀족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녀와 함께 로브를 젖힌 자들.
아레스교의 가장 뛰어난 성기사 10인.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여인.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 성녀 아리아.
올 수밖에 없었단 말에 바라드가 알면서도 물었다.
“어째서 와야 했지?”
“나의 은인. 현수의 말이니 올 수밖에요.”
룩부르크는 깨달았다.
‘안 돼……!’
자신들의 입으로 말했다. 그가 백성들이 인정할 만한 공을 세워야 한다.
그는 지금 공을 세웠다.
여덟 명의 왕국 제일 귀족들의 생명을 구했으며 나아가 왕을 구했다.
백성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그자가 왕을 구했다는군!’
‘그뿐인가!? 여덟 귀족들을 구했다네!’
‘아아, 난세의 영웅!’
그래, 룩부르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오늘 그는 귀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