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10)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110화(110/312)
거인왕 사냥 (3)
창천 벤.
그는 프라함 왕국과 고야드 왕국이 맞닿은 국경지에서 병사들을 집결하고 바라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먼 곳에 서 있는 바라드를 보며 벤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 역시 뛰어난 강자이나 검왕 바라드 역시 그 못지않다.
하지만 벤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허허허.”
그의 충직한 심복이 물어 왔다.
“전하,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 겁니까?”
“있지, 아주 좋은 일이. 최근 바라드는 여덟 귀족을 쳐내었다.”
심복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무사히 자신의 반대 세력을 쳐낸 것이 어찌 기쁜 일이란 말인가?
“룩부르크는 비록 반대 세력이었던 자이나 다른 방식을 원했을 뿐, 뜻은 같았던 자다.”
다른 방식과 뜻이라? 심복은 귀 기울였다.
“바라드는 소국이라 할지라도 훈련에 집중시켜 강대국에 굴하지 않고자 했고 룩부르크는 무모하게라도 왕국을 넓히자는 의견이었다. 둘 모두 고야드 왕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수를 내세운 거다.”
벤의 눈이 좁혀졌다.
“룩부르크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오래도록 고야드 왕국을 발전시킨 인물이다. 한데, 결국 다른 방식을 위해 왕의 자리를 노려 좌천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쯧쯧, 벤이 혀를 찼다.
“세력은 충돌하고 있었어도 전시엔 언제든 서로가 손을 잡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룩부르크는 좌천되었고 힘을 잃었으며 그를 따르던 자들은 그 힘을 왕에게 빌려주지 않을 거다.”
그래, 균열.
고야드 왕국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그럼 머지않았겠군요.”
그 말에 벤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왕국을 지키려는 명목을 가진 둘은 작은 연결 고리 하나에도 생각이 바뀔 수 있을 테니까.”
“그 연결 고리라는 게 존재하긴 하겠습니까?”
심복이 바라드를 비웃었다.
그래 한 사람은 좌천시킨 사람이고 한 사람은 좌천된 사람이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
쿠웅-!
땅에 떨어진 현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상태이상 극심한 피로에 걸리셨습니다.]상태이상 피로는 여러 단계로 나뉘며 극심한 피로는 몸을 가누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럴 만도 해.’
현수는 거인왕과 싸우면서 반복적인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느꼈다.
그 정도로 몸이 계속 긴장하고 있던 거다.
거인왕 사냥이 끝나자 긴장감이 탁하고 풀렸다.
하지만 계속 웃음이 지어졌다.
‘해냈다…….’
이번의 사냥은 조금 특별했다.
누군가의 조금의 기여도도 없이 오로지 혼자 해낸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극적인 상황에 알게 된 반(反)의 힘.
누군가는 이를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수는 확신했다.
‘이건 내 힘이다.’
만약 다른 대장장이가 이런 힘을 개방했다면 이 정도 위력을 냈을까?
아니다.
레어 두 자루를 동시에 내리친 것과 전설 등급 아티팩트 두 자루를 동시에 내리친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으니까.
그래, 이건 순전히 현수가 혼자 해낸 일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네임드 몬스터의 기여도를 독식한 현수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거인왕을 사냥하셨습니다.] [경험치 213,572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24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경험치 10%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현수는 단숨에 258레벨을 달성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레벨 100대와 200대의 레벨 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 차이는 네 배 이상이다.’
그 정도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경험치량이 달라지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30레벨 업 이상을 해냈으니 엄청난 일이다.
[87,803골드를 획득합니다.]8만 7천 골드. 한화로 약 8천7백만 원에 이르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유니크 광물 거광석을 획득합니다.] [거인왕의 피를 획득합니다.] [축복받은 강화석 12개를 획득합니다.] [거인의 갑옷을 획득합니다.] [거인왕의……]알림은 끝없이 들려왔다.
그리고 현수가 가장 고대했던 알림이 강타했다.
[직업 퀘스트: 거인왕 사냥 완료] [경이적인 성과로 완료하셨습니다.] [토벌도 50%를 획득합니다.] [총합 토벌도 85%를 달성하셨습니다.] [칸을 비롯한 질풍단 전원을 데려갈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현수의 가슴이 짜릿해졌다.
질풍단 총원 다섯 명.
이들은 이제 거점지를 중심으로 오로지 길드 광명을 지켜 줄 것이었다.
[룩부르크 후작에게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현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룩부르크 후작은 사실 지금 현수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을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현수에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상태이상 피로는 유저에게 휴식을 권하는 알림 메시지였다.
장시간 접속했거나 혹은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힘들었을 경우 울린다.
때문에 포션 같은 걸로는 치료할 수 없는 상태이상이었다.
그때 룩크가 다가왔다.
룩크는 고작 일격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현수를 바라봤다.
‘내 아비의 원수이다.’
그래도 룩크는 기사도 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애초에 아버지의 힘을 발하지 않고 기사가 된 것만 해도 그가 나름 정직하다는 방증이지 않겠는가?
“부축하겠다.”
룩크는 현수의 팔을 목 뒤로 걸쳐 부축했다.
현수도 눈앞이 핑핑 돌고 있었기에 굳이 룩크의 부축을 마다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
룩부르크 후작.
고야드 왕국 제일가는 귀족이었던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게 있었다.
그것은 돈도 권력도 아니었다.
바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아들 룩크였다.
날 때부터 검의 신동 소리를 들었고 누구보다 곧고 발랐다.
어디를 가도 참으로 멋진 아들이다라는 추켜세움을 받았다.
‘아버지, 전 아버지의 힘을 빌어 기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기필코 제 힘으로 왕국의 사령관이 되어 아버지를 지키겠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었다.
누군가 룩부르크에게 아들의 행복을 바라느냐, 아니면 왕이 되겠느냐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다.
‘왕이 되는 것보다 아들이 행복한 게 더 좋네.’
그런데 룩크와 함께 토벌을 갔던 병사가 다급히 영지로 들이닥쳤다.
“루, 룩크가 말이더냐?”
병사의 자초지종을 들으며 룩부르크 후작의 세상이 무너졌다.
신발 신는 것도 잊어 맨발로 뛰쳐나가려던 그는 멈추고야 말았다.
룩부르크는 왕국 제일 귀족이었다.
발로 후작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여 왕국을 지탱하는 귀족.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작위를 원망했다.
아들이 소중하긴 하다.
그러나 룩부르크 후작은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병력을 소집하라, 거인왕이 모든 힘을 깨우기 전에 기필코 죽여야만 한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런 명을 내렸다.
“시체를 수습할 이들을 준비하라.”
목메인 목소리였다.
룩부르크는 사실 알고 있었다.
거인왕이 깨어났고 아직 룩크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룩크와 함께 있다던 병사들은 이미 대부분 돌아왔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은 사망한 것이다.
그는 병력을 이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부르르, 그의 팔이 떨렸다.
애써 침착하기 위해 바짓단을 부여잡았다.
룩부르크는 바라드의 자리를 노렸다 하나 꽤 훌륭한 귀족이었다.
‘내 자식만큼 병사들의 가족도 소중하다.’
왕의 자리를 노렸다 하여 그는 악인인가?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때.
“여, 영주님…… 루, 룩크 경이 돌아오고 계십니다!”
“뭣!?”
이번엔 룩부르크도 귀족의 체통을 지킬 수 없었다.
병력들의 틈을 헤치고 헐레벌떡 앞으로 나섰다.
먼 곳에서 한 사내를 부축하며 오는 아들 룩크를 발견했다.
룩부르크 후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준남작 현수……?’
그의 치아가 꽉 물려지려 했다.
그러나 천천히 풀어져 입술이 조금 벌어진다.
만신창이가 된 현수란 이와 다르게 룩크는 너무도 멀쩡해서다.
“준남작 현수께서 저희에겐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보낸 후 룩크 경을 구하러 간 듯싶습니다.”
칸이란 병사의 보고에 마음이 한결 녹는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자식을 구해 줬다니!
룩크와 룩부르크 후작이 가까워졌다.
“아버지, 이자가 거인왕을 죽였습니다.”
“……뭐?”
칸의 구했다는 말에서 도망쳤다라는 말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죽였다고?
룩부르크는 사실 의문이었다.
그는 어째서 내 자식을 구했는가?
자신이 밉지 않은가?
그러다 완전히 피투성이가 된 채 몸조차 가누기 힘든 그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깨닫고야 말았다.
‘기사로서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거인왕은 잃었던 힘을 갈수록 되찾았다.
서둘러 죽이지 않으면 놈은 아라함 영지. 나아가 왕국 전체에 큰 해를 끼쳤을 놈이었다.
자신과 웬수이든 아니든.
또 룩크라는 자신의 아들이 싫든 아니든 그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에 대한 미움의 마음이 다 사라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 한 가지는 확실히 한다.
[룩부르크 후작이 당신께 최고의 보상을 하사할 것을 다짐합니다.]최소한 그가 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은 하겠노라고.
비록 우리가 계속 어긋나 있는 사이라고 한들 이것만은 해 주겠노라고.
다짐을 마친 룩부르크.
그가 이젠 체통마저 잊고 아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려 했다.
룩크 역시 기뻐 소리쳤다.
“아버지, 저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제가 돌아왔다고요!”
곧 병사들도 환호했다.
“와아아아!”
“룩크 경과 현수 경께서 돌아오셨다!”
“현수 경께서 거인왕을 죽이셨다!”
“우와아아아!”
그들의 즐거움의 함성이 숲을 울린다.
병사들 역시 거인왕이 깨어났다는 이야기에 자신들이 모두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놈은 아라함 영지로 쳐들어올 테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기뻐 함성을 터뜨린 거다.
“영주님, 돌아가면 축제를 여시지요!”
“아주 기쁜 날입니다!”
“술도 거하게 한잔 들이켜야지!”
룩부르크 역시 기쁜 마음을 숨기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에게 힘껏 ‘마음껏 마셔 보세!’ 외치려 했다.
그때.
“그렇게 기쁩니까?”
함성 사이로 퍼진 싸늘한 목소리에 룩부르크 후작과 룩크가 서로를 안으려다 멈췄다.
병사들도 뚝 웃음을 그쳤다.
그곳에 싸늘한 표정의 현수가 있었다.
이제 막 상태이상 과도한 피로에서 깨어난 현수가 말했다.
“기뻐하기 전에 다른 순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다른 순서?
룩부르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간 현수.
그가 품속에서 한 검을 꺼내어 땅에 힘껏 꽂았다.
푹
그의 팔에서 흐르는 피가 검을 타고 땅을 적신다.
뚝뚝-
룩크는 저 검이 뭔지 알았다.
자신에게 부축하여 오던 현수가 죽은 병사 옆에서 주운 검이다.
“이 검의 주인은 앳된 소년이었습니다.”
지독한 침묵이 감돈다.
기뻐하던 병사들의 표정이 착잡함으로 바뀐다.
차가운 눈으로 자신들을 흩는 현수가 말한다.
“기뻐하기 전에 죽은 자들을 애도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 말을 들은 룩크가 먼저 묵념했다.
그 이어 병사와 기사들이 모두 묵념했다.
그 틈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여 묵념하는 현수를 눈에 담는 룩부르크의 눈이 흔들렸다.
‘어찌…….’
룩부르크 후작.
그는 왕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어지러운 세상.
자신의 방식으로 이 왕국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전하와 자신의 방식은 달랐을 뿐.
이 왕국의 안녕과 평화만을 바랄 수 있는 자라면 누가 왕이 되든 좋다 생각했다.
뚝뚝-
여전히 팔에서 피가 흐르는 현수를 보며 생각한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저 룩부르크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을 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생각이 변화하고 있었다.
‘어째서 전하께서 그를 자신의 후임으로 생각하셨는지.’
어지러운 고야드 왕국을 누구보다 자비롭게 다스릴 수 있는 자.
승리의 기쁨보다 백성의 슬픔을 먼저 애도하는 자.
그에 룩부르크는 묵념하는 현수의 앞에 서서 말했다.
“지키도록 하겠네.”
***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걸어 온 룩부르크 후작.
“지키도록 하겠네.”
지키다니?
그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걸어갈 길을 내가 지켜 주겠네.”
[룩부르크 후작이 왕이 되는 길을 그 누구보다 지지할 것을 약속합니다.]현수는 깨달았다.
왕국 제일 귀족 룩부르크 후작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