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4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145화(145/312)
영상 촬영 (2)
진섭은 현수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턱을 어루만지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른손 치료를 위해 K-31주사를 주입하려고 하긴 했었지.’
K-31주사는 맞으면 며칠 동안 마비된 신경이 되살아나는 기적 같은 주사다.
대신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치료 전, 그 이전의 퍼포먼스를 얼마나 내었는지를 체크한다.
재활과 치료라는 것은 결국 그 이전과 비교해 얼마만큼 상태를 끌어 올렸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붙습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의료진이 항시 대기하고 있을 것.”
-의료진이요?
“네, 그 의료진 중엔 아마 저도 포함되어 있을 예정입니다.”
곧 통화를 종료한 진섭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주치의 진섭은 굉장히 바쁜 인사였으며 대기하는 의료진으로 쓰일 만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진섭도 궁금했다.
‘도대체 현수 군은 어떤 힘을 가진 대장장이지?’
그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
국립박물관 직원 김진수는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 대전에서 백제의 유물인 칠지도가 발견되었다.
칠지도(七支刀)는 무엇인가?
중앙의 검날 하나에 여섯 개의 가지가 달린 검이다.
놀랍게도 한 자루는 일본 국보로 지정되었고 현재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 중이다.
백제에서 제작되었으나 일본에 있는 이유는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하사해서라고 알려지기도 하며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 신비의 검이었다.
아무튼 이번에 그러한 칠지도의 ‘조각’이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 조각이 가지 모양의 작은 칼날 두 개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녹슬 대로 녹슬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칠지도.
진수는 칠지도를 복원 혹은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강현태 씨…….’
직원 김진수의 입안이 썼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용광검 앞에 섰다.
곧 국립박물관장 박광훈이 그 옆에 섰다.
“기자들이 난리일세.”
광훈은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학자였으며 교수였다.
말년인 지금엔 이렇게 국립박물관장이 되었다.
“복원할 수 있냐, 없냐. 우리나라 복원 기술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거냐며 몰아붙이더군.”
광훈이 어이없는 건 이거였다.
“복원? 대장장이가 없는데, 이걸 어떻게 복원해? 그리고 흉내만 내는 복원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얼마든지 3D 기술을 이용해 찍어 낼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겠지. 백제의 칠지도를 기계로 찍어 낸다고요? 진짜 칠지도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요?”
지금 국립박물관이 필요로 하는 건 진짜 명장(名匠)이 빚어낸 칠지도다.
“어떻게 할까요?”
“……방법이 없잖아, 이 형태 그대로 전시하는 수밖에.”
현재로선 이것이 가장 깔끔하다. 칠지도의 칼날이란 이름을 써서 적은 후 모니터로 진짜 칠지도의 영상을 송출하는 것.
하지만 직원 진수와 박물관장 광훈은 직업 정신이 투철한 자들이었다.
본인들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했다.
박물관이란 어떤 곳인가?
역사 속의 것을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 하는 곳이다.
때론 과거의 모습 그대로가 좋기도 하지만, 문제는 칠지도는 두 개의 칼날 조각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진짜 칠지도를 보러 국립박물관에 오는 이들에게 이것만 보여 주기는 힘들다.
그때 진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현수구나, 잘 지냈니? 뭐? 칠지도를 볼 수 있겠냐고……?”
광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인맥으로 보러 오겠다는 건가?’
워낙 세간의 관심을 사고 있어서 이런 사람도 생기나?
그런데 의아했다.
평소 진수의 성격이라면 바로 매몰차게 거절했을 터다.
그가 곧 통화를 끊고 조심스레 말했다.
“보러 와도 되나요?”
광훈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그걸 말이라…….”
“강현태 씨 아들입니다.”
“뭐?”
강현태?
용광검 복원자?
전국 국립박물관의 많은 무구들이 강현태의 손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했다.
국립박물관은 은혜를 입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대장장이의 아들이었으니 그 역시 고대의 검에 관심이 있겠지.
더불어 명장이 남긴 것들이 많았기에 이 정도 은혜 한 번은 베풀 수 있었다.
광훈이 승낙했다.
승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립박물관에 들어온 이를 보며 광훈이 헛웃음을 지었다.
‘완전 애잖아?’
적어도 30대 초반을 생각하고 있던 광훈이다.
곧 그를 유심히 보던 현수라는 아이가 말했다.
“이 검, 제가 재현해도 될까요?”
***
현수는 국립박물관의 상황을 이해했다.
국민들은 칠지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박물관장의 배려 덕분에 칠지도의 조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조각에 불과하지만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복원과 재현. 둘 중 하나를 말하자면 재현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 검, 제가 재현해도 될까요?”
“뭐? 네가?”
진수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고 박물관장 광훈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크흠!”
“그건 좀…….”
진수는 난감함을 표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국보가 될지도 모르는 물건을 맡길 순 없었다.
그러다 아차 했다.
‘맡기는 건 아니구나?’
재현과 복원은 전혀 달랐다.
복원은 원래대로 만들거나 혹은 남아 있는 것에 살을 붙이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재현은 말 그대로 그것과 같은 것을 제작하는 거였다.
‘우리 쪽에서 딱히 위험을 감수하는 건 없다.’
진수는 현수를 몇 번 봐 왔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현수도 막 철부지 같거나 하진 않았다.
그 조건에 대해서 현수가 말해 나갔다.
박 원장은 일단 이야기를 들어 두었다.
즉, 현수가 말하는 바는 칼날 조각과 이 재현품을 함께 두자는 거다.
이야기를 듣던 박 원장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리 쪽이 손해 보는 일은 분명히 없겠지. 하지만 이는 애들 장난이 아닐세. 어깨너머로 아버지께 배운 것과는 차원이 다를 거야. 더불어 자네는 방금 말했네, 조각과 재현품을 함께 두자고. 좋은 생각이지, 암 그렇고말고.”
이 조각이 본래는 이런 모습이다.
영상으로 송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세상에 더 이상 대장장이들은 없어도 감정사들은 넘쳐 난다는 걸 아는가? 나 역시 대학교수였지만 감정사로도 활동했었지.”
실제로 아직도 유능한 감정사는 많았다.
“그저 한번 해 보겠다는 마음이라면 하지 마시게, 수많은 감정사들이 재현품을 보기 위해 올 것이고 그것이 별로라면 언론은 떠들걸세. ‘저딴 게 재현이라고?’ 하고 말일세.”
그 이야기를 듣던 진수는 불현듯 어떤 이야기가 스쳤다.
‘와아, 이거 진짜 멋집니다. 현태 아저씨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아저씨, 오래오래 우리의 국보급 명장으로 남아 주세요.’
당시 현태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없어도 아마 괜찮을 걸세.’
‘괜찮긴요, 아저씨 없으면 안 됩니다. 하하하!’
‘혹시……?’
진수가 조심스레 말했다.
“맡겨 보는 건 어떨까요?”
박 원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이 오늘 왜 이러지?
물론 손해 보는 건 없긴 하다.
“혹시 모르잖아요.”
“으음…….”
박 원장은 이미 경고했다.
그럼에도 현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차피 감정사인 자신이 별로라면 전시하지 않으면 될 뿐.
그때 현수가 말했다.
“만족하신다면 인터뷰도 한번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에 흘끗, 진수가 박 원장의 눈치를 봤다.
물론 진수에게 인터뷰를 해 달란 말이었다.
진수는 불같은 성격의 박 원장이 뭐라 할까 싶어 서둘러 중재했다.
“그, 그래. 훌륭하게만 제작한다면야 뭐. 아, 나도 참관해도 되는 거지?”
“물론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승인을 받아 낸 현수였다.
***
경상북도 경주시.
대장간으로 차들이 도착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혜인이 작성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칠지도 제작 과정 및 제작자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의료진은 진섭과 간호사 지혜.
그리고 국립박물관에선 진수란 자가.
또 촬영은 호범과 그가 데려온 이들이 하기로 했다.
곧 진섭이 K-31주사를 가져왔다.
“주입되면 뜨거운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곧 오른손에 주사를 맞았다.
쭈우우욱-
“크흡…….”
현수는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오른손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든다.
사실 오른손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단지 디테일한 부분, 더불어 무리하면 영향을 받는다.
뜨거움이 가시고 난 후, 현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4년 만이다.’
그리고 그런 현수를 보는 넬, 혜인 역시 가슴 졸이고 있다.
‘세계인에게 공개될 첫 번째 제작 영상…….’
그것이 백제의 칠지도다.
칠지도는 세계적으로 꽤 이슈가 있는 검인 바.
더불어 국내에서는 현재 유물 발굴로 가장 핫하다.
‘성공적으로 거치된다면…….’
어떤 파급력을 일으킬까.
더불어 이것이 대장장이 현(現)의 작품인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곧 제작이 시작되었다.
쿠르르르-
불을 뿜어내는 용광로를 모두가 바라본다.
제련.
정제.
현수가 주홍빛 광물을 단조하기 위해 집게로 고정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내려치려던 현수의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래도록 기다려 왔던 순간인데…….’
현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일순 눈앞으로 자신의 손으로 떨어지던 기둥이 스친다.
그리고 이걸 내려치면 영영 내려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친다.
“왜 저러지?”
카메라 화면 너머.
그를 보는 호범이 데리고 온 일행.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은 호범의 부탁을 받고 왔다.
“무서워하잖아?”
대장장이가 단조를 무서워한다?
이 촬영 괜찮은 게 맞나?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 진섭이 말했다.
“트라우마…….”
진섭이 우려했던 하나의 수.
오른손이 멀쩡해져도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수를 괴롭히고 있다.
그 모습을 한 남성이 보고 있다.
그는 이제 막 도착한 박광훈 원장이었다.
곧 진섭이 하는 이야기들이 귀에 들린다.
‘그런 일이 있었나?’
자신도 들은 것 같다.
아들이 대장간에서 현태를 구해 낸 후 큰 부상을 입었다고.
물론 그것과 대장장이 기술은 별개지만.
광훈은 처음엔 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와 버렸다.
왜? 그 역시도 칠지도 재현은 꽤 궁금했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실 안 내켰다.
어제 현수를 처음 본 그는 이 생각을 했다.
‘어린놈이 상업적으로 이걸 이용하겠다는 건가?’
유물들.
그리고 국가에 길이 남은 국보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현수는 어렸다.
저 어린 자가, 그런 것을 그저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았다.
결국 카메라 화면 너머.
“크흡!”
현수가 주저앉아 쓰러졌다.
“허억허억.”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촤, 촬영 중단하죠!”
“물 가져와요!”
촬영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벌렁 드러누운 현수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박 원장의 입안이 썼다.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2040년.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로봇들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더 이상 과거의 전유물을 좋아하지 않으며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 칠지도는 천 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왕의 하사품이다.
‘그런 걸 저 어린 청년이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박 원장은 몸을 돌렸다.
잠깐의 기대를 걸었던 자신이 우습다.
그때.
“잠깐만요,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
거친 숨을 몰아쉬는 현수는 알았다.
현실의 대장간 일은 아레스에서만큼, 아니 아레스에서보다 더 중요했다.
영영 오른손을 쓸 수 없다는 불안감, 두려움.
이것을 이겨 내지 못하면 현수는 영영 오른손으로 망치를 쥘 수 없을 것임을 확신했다.
설사 오른손이 호전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문득 아버지와의 일화가 떠오른다.
‘머릿속에 잘 새기고 간직하거라.’
아버지는 책에 그려 놓은 무수히 많은 유물들의 제작법을 책에 그려 놓으셨다.
슬픈 말이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현수야, 역사를 지켜 다오.’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비로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잠깐만요, 할 수 있습니다.”
거칠어진 호흡이 안정되고 몸이 이완된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현수를 본다.
“괜찮으시겠어요?”
“네.”
진섭의 물음에 쓴웃음을 지은 현수가 답했다.
그리고 이어 다시 망치를 쥐었다.
시간이 흘러 비로소 아버지의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유물들.
‘나만이 재현하고 복원할 수 있다.’
칠지도는 그중 하나다.
그렇게 생각하자 무한한 자신감이 솟았다.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둘러봤다.
이 자리의 이들은 단 한 사람도 현수의 현실 대장장이 일을 본 적이 없는 바.
‘보여 주고 싶다.’
현수가 망치를 들었다.
비로소.
따아아앙-
한 명의 대장장이가 역사를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