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46)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146화(146/312)
영상 촬영 (3)
오른손으로 하는 4년 만의 망치질.
현수는 어색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일 쥐어 본 것처럼 익숙했다.
그 이유를 현수는 알 수 있었다.
‘아레스가 치료 목적으로도 많이 쓰인다더니.’
현수는 아레스에서 시스템의 보정을 조금도 받지 않는 특별 케이스였다.
그렇기에 그동안 아레스에서의 제작이 현수의 실력을 녹슬지 않게 했다.
‘아니, 오히려 늘었다.’
현수가 마침내 대장간을 장악해 간다.
칠지도에서 만들어야 하는 검날은 총 일곱 개.
중심을 이루는 검날 하나와 여섯 개의 가지를 표현하는 것들.
따앙! 따앙! 따앙! 따앙!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단조.
집게를 잡은 손으로 쉴 새 없이 위치를 바꿔 가는 현수.
잠시 장내가 조용해졌다.
진섭과 지혜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진섭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의사인 그는 훌륭한 명의(名醫)들의 집도를 무수히 많이 봐 왔다.
때론 거침없고 때론 과감하고 때론 누구보다 조심스럽고 정교하다.
더불어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이게 현수 군의 본모습…….’
말로만 들어 왔던 모습이다.
그리고 현수를 은근히 짝사랑하던 간호사 지혜.
그녀는 검은색 반팔 티셔츠 하나를 입고 제작에 몰입하는 현수를 보며 홍조가 물들었다.
‘내, 내가 아는 현수 씨가 맞지?’
병원비를 들을 때마다 사형선고를 듣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다.
병원에 올 때마다 어깨가 축 처지고 온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짓던 그가, 대장간 안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자신감 넘쳤고 ‘이 분야는 내가 최고다’를 여실히 보여 주는 표정.
더불어.
이안의 부탁을 받고 왔던 촬영팀 두 명.
한때 이안과 같은 방송국에서 일했던 그들은 현수라는 이가 쓰러지는 걸 보고 이런 말을 했었다.
“호범아, 평생 방송 일은 안 하겠다던 네가 왜 저런 사람을 위해 편집을 하겠다는 거야?”
처음 그들은 그것이 동정인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그들은 카메라에 담기는 현수를 보고 있다.
오직 대장간 안의 현수의 모습만.
찌르르르-
촬영팀은 등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나이에……?’
‘이거 완전 국보급 아냐.’
큰 키에 잘생긴 얼굴, 땀을 송골송골 흘려 가며 열중하는 그의 모습이 남자인 촬영팀의 마음마저 흔들었다.
‘이거 대박이다…….’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은 뭐만 하면 시청률과 연관 짓곤 한다.
더불어 대장장이 현(現)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그들은 호범에게 이 영상이 언제 오픈되는지 들었던 바.
‘이거 올해의 동영상감이다.’
‘이 영상이면 현은 어디까지 올라갈까.’
두 사람은 기대했다.
그리고 밤낮을 넘게 이어지던 작업.
사람들은 교대해서 차에서 자거나 혹은 임시 숙소로 갔다.
그때 숙소에 갔던 한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
바로 박 원장이었다.
진수의 옆에 선 박 원장은 그를 눈에 담았다.
‘몇 시간이 지났지?’
처음 그를 봤을 때 했던 생각.
저 어린놈이 하면 뭘 하겠냐.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역사학자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한국대학교 역사학 교수였다.
또 최고의 감정사로도 활동했던 바.
곧 검날이 완성되어 간다.
솟아오른 하나의 검날과 그 옆에 자리 잡은 멋들어지는 여섯 개의 가지들.
‘진짜구나…….’
박 원장은 감탄했다.
무수히 많은 담금과 단조질 끝에 현수가 칠지도에 글자를 새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금상감 기법…….’
칠지도는 금색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금색 글자를 새겨 넣기 위해 조각칼로 그 글자들을 만든다.
그다음 금실을 그 안에 끼워 넣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굉장한 고난이도 기술이었으며, 즐거운 뜻도 있다.
‘한반도의 증명.’
먼 옛날 한반도에서 백제가 최초로 금상감 기법을 실현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기술인 바.
어느새 금실이 글자에 끼워지기 시작했으며 몇 시간이 흘러 현수가 말했다.
“완성했습니다.”
그에 촬영팀이 서둘러 다가가 완성된 칠지도를 가까이서 촬영한다.
‘아름답다…….’
대장간 일에 무지한 일반인들조차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제작품이었다.
그리고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를 바라보던 박 원장도 걸음을 옮겼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어느새 새하얀 천 장갑을 낀 그가 칠지도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현수는 긴장했다.
박 원장이 우리나라 최고의 감정사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그를 보던 박 원장이 말했다.
“완벽한 재현이다, 이 외의 말은 떠오르지 않네.”
비로소 현수는 안도하였다.
다시 현수가 칠지도를 건네받았고 호범이 말했다.
“이제 대장장이 현의 인터뷰를 딸 시간입니다.”
곧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현수의 인터뷰를 따는 호범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를 위한 첫 번째 영상 제작은 만족을 넘어서 호범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진짜 칠지도를 재현할 줄이야.’
현수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문득 이 사람과 함께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쉬운 것도 있긴 하네.’
그렇지만 호범은 입맛을 다시었다.
최고의 작품이 나와 주었으니 필요한 것은 띄워 주기였다.
물론 현수는 국립박물관 직원의 인터뷰를 따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는 조건부였다.
직원이 만족한다면 인터뷰에 응해 주겠다는 거였다.
“흠흠.”
그리고 목을 가다듬는 그를 보며 그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에 있다.
‘대중은 그저 공무원 한 명이 인터뷰에 응한다고 생각할 거야.’
우리가 TV를 볼 때 국립박물관 직원이 인터뷰하면 크게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냥 직원 중 한 명인가 보다.
저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씀해 주시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아쉬웠다.
‘좀 더 파급력 있는 인물의 인터뷰라면…….’
그때 촬영팀이 말했다.
“다 됐습니다. 이제 직원분 거 인터뷰 따고 끝내죠.”
곧 진수가 넥타이를 가다듬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전혀 뜻밖의 인물이 나섰다.
“그 인터뷰, 내가 하겠네.”
“……?”
호범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나선 이는 다름 아닌 박 원장이었기 때문이다.
호범은 박 원장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저 사람 세계적으로도 꽤 알려져 있잖아.’
물론 일반 사람들은 아무리 유명해도 감정사는 잘 모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품과 가품!’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박 원장은 교수 시절 그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꽤 익숙해진 인물이었다.
“워, 원장님이요?”
진수가 당황했다.
이는 현수도 의아했다.
아직 카메라가 돌지 않는 걸 확인한 박 원장이 현수를 바라봤다.
4년 전.
‘국가에서 지원할 수 없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강현태 씨는 세상에 몇 안 남은 대장장이입니다! 그를 국가가 아니면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의원실로 달려가 현태의 병원비를 위해 가장 크게 싸웠던 인물이 박 원장이었다.
또 고작 어린 사람이라는 편견에 둘러싸여 현수를 무시했던 것도 사실인 바.
그가 역사학을 전공하고 국립박물관장이 된 명확한 이유도 있다.
역사를 사랑해서다.
“백제의 칠지도를 이렇게 완벽히 재현해 준 자에게 이 정도 선물쯤이야.”
박 원장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이 백제의 칠지도는…….”
시작된 인터뷰를 보며 호범이 감탄했다.
‘역시 방송물을 먹은 사람이라 다르구나!’
띄워 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칠지도는 보셨겠지만 과거의 기법을 따 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진짜 칠지도의 재현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한 제작품입니다.”
일부러 촬영팀이 질문을 유도하게 한 거다.
“그렇군요, 그럼 원장님은 제작자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에 박 원장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 유일의 명장(名匠)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껏 수백 개도 넘는 제작품을 감정해 왔던 사람으로서…….”
호범은 감탄했다.
‘대박, 완전 대박이다!’
현수는 전설 위의 전설을 제작해 역작을 배출했다.
그리고 호범은 이번 영상이 자신의 역작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현수 개인의 스토리.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그가 겪은 트라우마.
그를 이겨 내는 모습.
완벽히 재현된 칠지도.
끝으로 마지막 박 원장의 확신에 찬 말들까지.
꿀꺽-
‘이거 조회 수 얼마나 올라갈까? 2천만? 3천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볼 테니 그 정돈 될 거라고 호범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이땐 몰랐다.
그의 예측보다 몇 배에 해당되는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될 거라는 걸 말이다.
***
촬영이 종료되었다.
국립박물관은 상부에 보고하여 값어치를 매겨야 했다.
“가격은 곧 측정돼서 송금될 거야.”
그에 현수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칠지도는 기부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속처럼 제 영상이 올라간 후 전시해 주시겠어요?”
이 귀한 칠지도를 무료 기부한다니?
국립박물관 입장에선 매우 기쁜 일이다.
또한, 현수의 말을 추정하면 몇 개월 내로 전시할 수 있을 테니, 국립박물관에서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일이다.
곧 모든 인원이 돌아가고 호범이 물었다.
“그래도 금액이 꽤 될 텐데, 기부라니. 통이 크시네요.”
현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호범은 아레스에서 칠지도가 만들어졌다면 현실에서보다 더 값졌을 거라 생각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가상에서의 값어치가 더 크다는 건.
그런데 현수가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더 값지게 되돌아올 겁니다.”
호범은 이해하지 못할 말이었다.
촬영을 끝낸 후 현수는 서울로 돌아와 아버지를 뵈러 갔다.
현수는 매주 병원에 와서 아버지에게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진섭은 비록 현태가 식물인간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위로 삼아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일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우리가 이야기했던 꿈. 물론 아레스라는 가상현실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기증한 칠지도는 그 시작이 되어 줄 거야.”
현수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
몇 개월 후.
국립박물관.
최근 국립박물관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그 열기가 조금 식고 난 후 밝음유치원의 원생들이 소풍을 왔다.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을 생각하며 소풍을 왔던 아이들은 박물관이란 말에 실망했다.
6살 수현도 마찬가지다.
꿀벌 같은 노란색 옷을 입은 수현은 어서 빨리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이나 보고 싶었다.
그때 가이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 재현품이 바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백제의 칠지도예요. 삼국시대 당시 백제의 근초고왕은…….”
지루한 설명 뒤로 요새 화제가 된다는 말에 수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수현은 놀라고야 말았다.
아름다운 자태의 나뭇가지를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검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아…….”
“대박.”
“진짜 특이하게 생긴 검이다.”
“이 칠지도는 강현수 장인께서 제작하여 기부하셨고, 근래에 아레스에서…….”
수현은 홀린 듯 그 검을 바라만 봤다.
듣기만 했고 책으로 보기만 했던 것.
또 그것들 대부분은 녹이 슬고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아니었다.
너무도 멋져 그에 시선을 빼앗긴 수현이 말했다.
“선생님, 저도 배운다면 저런 검을 만들 수 있을까요?”
현수 혼자서 세상을 바꾸진 못한다.
그러나 몇몇 이들의 인생은 분명히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