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209)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209화(209/312)
재회 (13)
한국호텔.
2시가 되기 전 아야카가 벤츠 S클래스 차량에서 내렸다.
㈜푸름에서 나온 법인 차다.
비록 팀장급에 불과했으나 그녀 앞엔 세계홍보팀장이란 이름이 붙는다.
어지간한 지부의 부지부장급 힘을 가진 게 그녀다.
아야카는 현을 기다리며 한국호텔을 보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이며 비싼 곳이다.
문득 아야카는 차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한 커뮤니티 내용이 떠올랐다.
-우리 첫 번째 전설이 을매나 검소하게요!
-왜? 현 어디서 봄?
-ㅇㅇ, 버스 정류장 앞에서 버스 기다리던데…….
-그는 도덕책…….
-현…… 뚜벅이였어……?
-뚜벅뚜벅…….
-한 달에 300따리 벌면서 차 끄는 나님, 반성한다.
-겸손하네, 우리 현^^
지금은 뭘 해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현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리에 맞는 격도 중요한 건데.’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부우우웅-
갑자기 호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뭐지?’
호텔에 들어가려던 한 시민이 말했다.
“미친…… 롤스사 블랙펄 에디션 차량이잖아……? 세계에 30대밖에 없는 건데!”
“내가 저 차량을 실물로 보다니?”
아야카도 차를 좋아했다. 검은색 바디가 멋진 롤스차가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회장님이라도 오셨나?’
아야카가 당황한 건 하필이면 자신들의 차량 뒤에 멈춰 섰다는 거다.
‘왜 하필 여기에?’
그녀가 아무리 높아도 일개 팀장인 바.
괜스레 움츠러들고 있을 때 호텔 직원이 문을 열어 줬다.
그 안에서 굉장히 젊고 댄디한 사람이 내렸다.
그 옆으론 비서로 추정되는 여인이 함께 내렸다.
아야카는 잠시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한국에 이런 젊은 부호가 있었나?’
그때 그녀의 생각을 한 시민의 목소리가 깨웠다.
“명장 현(現)……!”
“……?”
그녀가 당황했다.
“티, 팀장님……?”
“지금, 이게…….”
팀원들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엘리트 회사원의 힘을 보여 주자, 으쌰으쌰!’ 하고 있던 바.
곧 현이 다가왔다.
“아야카 팀장님?”
잠시 당황했던 아야카였지만 빙긋 웃었다.
계약 건에 아야카가 흔히 사용하는 상대방의 넋을 빼놓는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를 구사하는 거였다.
모르는 언어는 그들을 당황시키며 유리한 지점에서 시작하게 해 준다.
곧 아야카가 일본말을 시작했다.
“놀랍군요. 첫 번째 전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분이셨네요.”
눈웃음치는 아야카는 현의 당혹한 표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표정변화 없이 옆을 돌아봤다.
옆에 있던 여인이 말했다.
“매니저 김혜인입니다. 소문의 아야카 팀장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야카는 당황했다.
일본인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었다.
또한.
“그런데 아야카 팀장님께선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신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아야카는 혜인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녀는 며칠 전 귀국했고 최근까지 미국에 있던 바.
아야카가 다급히 한국어로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한국어도 좀 잘하는 편이에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아야카 팀장입니다.”
그들이 호텔로 들어갔다.
아야카는 입술이 메말라 가는 느낌이었다.
‘뭐야, 이게?’
세계홍보팀 사람들은 세계를 담당하기에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었다.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그런데 놀라운 건 김혜인이라는 여인이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아보고 그들의 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5개 국어를 해……?’
아니, 확인되지 않았으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호텔 회의실에 그들이 함께 들어갔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계약금에 관한 딜을 시작해야 했다.
그 전에 아야카는 자신들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매드무비 영상을 가지고 오셨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매드무비.
멋지고 웅장한 장면들의 편집본이다.
이건 아야카가 가지고 오길 제안했던 내용이다.
현이 직접 올린 동영상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만든 건가? 아니면 만들어 놓고 가지고 있던 건가?’
그는 모른다.
단지 그것을 본 후 토대로 계약금을 책정할까 한다.
현수가 USB를 꺼냈고 아야카가 말했다.
“랭커와 스타는 다르다, 들어 보셨나요?”
“예, 들어 봤습니다.”
“실제로 랭킹은 높아도 스타가 된 자들과 그러지 못한 자들로 나뉘죠, 스타가 된 자들은 극소수니까요. 편집은 꽤 괜찮은 사람이 했나요?”
현수의 뇌리에 호범이 스쳤다.
이건 호범이 편집한 매드무비다.
호범은 한때 유명했던 편집자 진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알고 있다.
현수는 어제 저녁 영상을 받은 후 물어봤다.
‘호범 님, 자신 있어요?’
호범은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냈다.
[매드무비의 역작이 쓰여집니다.]자신이 주몽의 각궁을 만들었을 때를 응용한 거다.
또 현수도 실제로 보았기에 자신감 넘쳤다.
“팀장님이 이 영상을 보시기 전과 후의 계약금은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야카가 생각하는 계약금은 10억이다.
현수가 말했다.
“아직 공개할 생각이 없는 영상이니 모두 내보내 주세요. 이제부터 협상은 우리 둘이 하죠.”
아야카는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혜인을 내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리고 크게 기대하진 않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알까? 내가 하는 일이 매드무비를 보고, 영상들을 하루에 수백 번씩 돌려보는 거라는 걸.’
랭커들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아야카가 이어폰을 착용했다.
그리고 오직 노트북에 집중했다.
‘첫 시작은 똑같겠지, 웅장한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할 거야.’
딸깍-
영상이 시작되었다.
검은 화면이 떠올랐다.
아야카의 예상과 어긋나게 웅장한 음악은 없었다.
적막한 고요 속. 아레스 안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현이 의자에 앉아 있다.
그 밑으로 하얀색 자막이 떠오르며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레스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말해 주세요.
영상 속 현이 고개를 숙인다.
무엇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의 경직된 몸이 풀린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그가 첫마디를 뗀다.
-나는, 살고 싶었다.
적막이 걷힌다.
웅장한 음악이 빠른 템포로 깔리기 시작한다.
악마 그라우트와 그 앞에 주저앉은 현이 보인다.
악마 그라우트가 질문했다.
-이것이 그대가 걸어온 길이라니, 무너지지 않고 왜 이렇게까지 걸어왔는가?
화면이 빠르게 전환된다.
빠른 템포의 음악 사이로 한 소리가 끼어든다.
그 소리는 모두가 아는 소리인 망치질 소리다.
따아아아앙-
화면 속에 보인다.
[첫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한 자루 검을 든 현의 주변으로 격랑하는 얼음의 파도가 뻗어지고 있다.
바라드를 위한 첫 번째 검.
정체 모를 한 여인의 목소리가 퍼진다.
-세상 그 어떤 검이 이 검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를 시작으로 빠르게 화면들이 전환되기 시작한다.
따아아앙!
[두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용이 없는 세상에 빚어지는 용광검.
따아아앙!
[세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백성과 나라를 위한 사인검.
따아아아앙!
불타는 세계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삼지창.
[다섯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한국의 설화 자체인 주몽의 각궁.
따아아아앙-
[여섯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장검 지존도.
따아아앙-!
[일곱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나라를 구한 열두 척의 배 거북선.
[여덟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이이제이의 마검 티르빙.
[아홉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전설급 공격형 쌍룡검.
마지막.
[열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군주의 코트.
이어서 화면이 전환된다.
-하아하아.
오랜 대장장이질에 지쳐 쓰러져 가는 현수의 모습이 비춘다.
땀에 절은 그의 눈은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홱, 망치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한다.
따아아아앙-!
내려쳐진 순간 전 세계인이 궁금해했고 모두가 보고 싶어 했던 알림이 새겨진다.
[첫 번째 초월이 쓰여집니다.]보는 아야카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절정에 이르는 템포와 같이 그녀의 손이 땀에 젖어 간다.
그리고 마지막 대륙전쟁.
성을 향해 걸어가는 현수의 머리 위로 솟구치는 광물.
그 광물이 완전히 빚어져 그의 손에 쥐어진 순간 아야카는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진정한 초월이 쓰여집니다.]끝으로 음악의 템포가 느려지며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작아지는 그 소리 사이로, 다시 한번 처음의 그 화면이 비춘다.
첫 화면.
악마 그라우트의 질문.
피에 절어 앉아 있던 현수가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이 내가 걸어온 길이다.
끝으로 화면이 다시 어둡게 물들었다.
어두운 화면 속.
[명장 현(現).]글자가 떠오르며 검은 배경화면에 그가 걸어온 길들이 보여진다.
그것은 그의 손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열 자루의 전설과 두 자루의 쌍룡검이 원을 그리고 직각으로 서서 그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영상이 종료되었다.
영상이 종료된 순간 아야카는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따분했던 그녀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이거 왜, 재밌어……?’
누가 편집한 건지 모르지만 뛰어난 실력이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현이 만들어 낸 아티팩트들이 있었다.
또한, 아야카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처음 도입부에서 웅장한 음악이 깔리는 게 아닌, 현의 스토리로 시작했다.
아야카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 갔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재밌으면 이게 공개되었을 때 시청자들은 얼마나 재밌어 한다는 거야……?’
그보다 다른 걸 생각한다.
이건 계약금을 딜하기 위해 본 것이다. 자신이 매료되었다 한들 잘못된 걸 지적한다.
“나는, 살고 싶었다. 심금을 울리는 말이에요, 하지만 멋지기 위해 이 대사를 넣었다면 역효과가 날 겁니다.”
이건 아야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존재하지도 않는 감성팔이를 해 대는 거 세계인들은 싫어한다.
그런데 현이 말했다.
“……공감한다면요? 세계인들은 스토리를 좋아하잖아요.”
“스토리를 좋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어거지 스토리는…….”
“어거지가 아닙니다.”
현수가 슈트 상의 단추를 풀러 나갔다.
“사람들은 딛고 일어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죠, 금수저의 성공보다 흙수저의 성공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팔소매를 걷었다.
“또한 제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거라서요, 사람들은 제가 전설의 직업을 얻었기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믿죠.”
아야카가 갸웃했다.
곧 걷힌 소매에서 흐릿하게 남은 화상 흉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야카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말처럼이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절망에서 시작되어 비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현수가 말했다.
“제 매니저님이 그러시던데요, 계약금을 낮게 잡을 거라고요.”
아야카가 생각했던 계약금은 10억 원이다.
그리고 현수는 자신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힘은 녹슬지 않는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서버통합 예고편은 더욱더 빛을 발하고 값지게 될 거다.
그리고 김혜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곱씹는다.
‘그 계약금은 현수 님이 정하세요.’
혜인이 정한 서버통합 예고편에 출연하는 가치.
“30억. 그 이하로는 안 합니다.”
아야카는 당황했다.
하지만 곧 현수가 했던 말들을 곱씹다 그의 오른손에 유독 크게 도드라진 흉터를 발견했다.
그녀가 경악했다.
“설마, 명장 현(現)이…….”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것은 아야카가 살면서 보았던 어떤 이야기보다 값진 것이 될 거다.
“진짜 명장 현(現)이었던 겁니까……?”
불현듯 아야카는 떠올렸다.
그가 방금 전 했던 말.
‘팀장님이 이 영상을 보시기 전과 후의 계약금은,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아야카는 이해하고 말았다.
현은 랭커뿐만 아니라 세계적 스타가 될 것이다.
‘나는, 살고 싶었다’란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자 극적인 공감대를 끌어 올렸다.
계약금에 대해 말하기 전에 아야카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1분의 압축된 영상. 그녀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었지만 인정할 건 했다.
“이건 영상이 아니에요.”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술이에요.”
그래, 현이란 사람이 1년간 걸은 길은 예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