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225)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225화(225/312)
집들이 (2)
고야드 왕국과 프라함 왕국은 본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왕국이었다.
그러나 현수라는 작은 연결 고리에 의해 두 왕국은 평화를 찾았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냉전이 한 사내에 의해 종결되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란 말인가.
또한 전쟁 종전으로 바라드와 벤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때론 바라드가, 때론 벤이 서로의 왕국에 넘어가 담소를 나누게 된 거다.
그러던 중 넬이란 여인이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 방문했다.
현수가 많은 칭찬을 했었던 여인이었기에 두 왕은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집들이란 말이 두 왕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녀가 말하는 집들이란 거주지를 옮긴 대상과 두터운 친분을 가진 자들이 그곳에 방문하여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생각했던 왕들이 충격에 빠진다.
“집들이 선물입니다.”
자신들이 놓치고 있는 것.
집들이 선물이란 말에 두 사람이 귀를 기울였고 카벨이 능숙히 말했다.
“집들이 선물이란 보통 거주지를 옮긴 자에게 필요한 것을 선물합니다.”
“거주지를 옮긴 자에게 필요한 선물이라?”
“예, 보통 그는 손님들의 마음이 담기며 손님들의 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네, 넉넉지 못하면 마음으로나마 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을 들고 가며 꽤 여유가 있는 이들은 꽤 값진 것을 들고 가기도 하죠, 무엇을 가져가야 한다는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가져간 것이 기억에 남는 편인가?”
불현듯 카벨은 한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한 친구가 집들이를 오며 강아지 간식을 사 왔다고.
물론 평범한 집들이 선물이란다.
하지만 정작 그 집은 개를 키우지 않아, 친구의 장난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다.
카벨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예,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가져왔는지는 오래 기억될 겁니다.”
벤은 탄식을 흘렸다.
“허허, 내 그저 이 몸만 가면 되는 건 줄 알았더니.”
“나 역시 마찬가진데.”
두 사람이 자신들을 내려다봤다.
그 둘은 딱 거지꼴이었다.
일부러 이렇게 온 것이다.
혹시라도 미행이 붙거나 또는 현수의 아틀라스가 발각될까 싶어서 말이다.
그에 카벨이 말했다.
“그럼 가는 길에 집들이 선물을 준비해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호오, 준비할 수 있단 건가?”
카벨이 품속에 품은 수십 개의 던전이 적힌 종이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지고 옛것처럼 변했다.
그가 가진 스킬 ‘물건위장’의 힘이다.
“아틀라스에서 발견된 지도입니다. 인근의 던전들을 나타내죠. 집들이 선물이란 ‘마음’입니다. 두 분께서 땀 흘려 얻어 가신 것에 집들이에 초대한 이가 오래오래, 두 분의 마음을 간직할 것입니다.”
그에 벤과 바라드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었다.
두 사람이 카벨과 곧 한 던전에 들어갔다.
선물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카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레벨 380대 던전을…….’
그러다 한 가지 사실을 자각했다.
이 둘의 레벨은 480대다.
더불어 둘 모두 현이 만들어 준 전설 아티팩트 보유자였다.
또한 레벨만 480이라고 하여 강한 건 아니다.
그들은 한국 서버에 10명이 채 되지 않는 초네임드 NPC였으며 전설이었다.
이런 초네임드 NPC와 초네임드 몬스터들이 강한 이유는 동 레벨과 차별화된 특성과 강함, 실력에 있었다.
심지어 던전 밖을 나온 두 사람에겐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았다.
“끌끌, 역시 검쟁이 놈들은 약해 빠졌다니까?”
“……창쟁이, 네가 보스 몬스터를 죽일 때 나는 수백의 몬스터들과 싸웠다는 건 아나?”
“내가 열 살 때도 상대했던 놈들이다.”
“……다음 던전에서 이 힘을 제대로 보여 주지.”
심지어 두 사람은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
이 순간 카벨은 느끼고 있었다.
‘이건 버스다. 그냥 버스도 아니야, 미친 듯이 달리는 버스라고!’
카벨은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생명의 씨앗 획득량이 너무 많습니다.] [종합하여 측정됩니다.]또 이 버스의 손님은 자신이 아니었다.
지금 현수는 아틀라스에 있건만 그는 말도 안 되는 버스를 타고 있던 거다.
30분.
그 30분 만에 열 개가 넘는 던전이 무너졌다.
“아, 거 검쟁이 놈 진짜 느려 터졌군!”
“무슨 소리지? 네가 다섯 마리를 상대할 때 난 일곱 마리를 상대했다.”
심지어 자존심 강한 두 왕은 어느새 더 뜨겁게 호승심이 붙어 사냥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네가 봤을 때 누가 더 강하지?”
“허허, 당연히 나겠지?”
“나지?”
“허허, 나여야 할 걸세?”
“…….”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두 왕의 살기가 카벨에게 직격했다.
‘수, 숨이…… 커헉……!’
두 왕의 살기를 온몸으로 맞은 카벨은 기절하고야 말았다.
“얘, 왜 이러지? 정신 좀 차리게.”
“허허, 약골이구만.”
그랬다.
두 사람 기준으로 카벨은 약골이었다.
***
‘큰 문제가 생기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중국 지부장 타오가 화상회의에서 MVP에게 아틀라스를 주자며 한 말이다.
물론 해당 MVP는 자신들의 높은 기준치를 충족시켜야 했고 타오는 은근히 바랐다.
중국 지부가 기획한 영지 아틀라스가 자국민들에게 돌아가기를.
많은 고대의 영지들이 세계 각국에서 기획되었다.
하지만 타오는 자부했다.
‘5년이 지났을 때 가장 뛰어난 영지는 아틀라스일 거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처음엔 느리지만 계속 성장하면 가장 큰 대영지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영지 아틀라스가 품은 힘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고대의 잠든 것들이 깨어난다.
이 말과 딱 맞다.
한데, 5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과 달리 빠르게 단축되고 있었다.
심지어.
[유저 현수가 성자(聖者)가 남긴 것에 다가섭니다.]성자.
타오와 왕 팀장의 앞에 떠오른 알림이다.
이 알림은 아틀라스 내의 것들이 깨어나는 것과는 달랐다.
아틀라스의 주인이자 새로운 영주.
그가 성군(聖君)에 이르렀던 대단했던 왕의 힘 일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힘은 많은 인재를 품어야 하는 성군의 길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역시 중국 유저가 얻길 바랐다.
또 얻어도 한참 후였다.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
“이게 말이 되는 걸까요, 지부장님.”
꿀꺽꿀꺽-
시뻘게진 눈의 왕 팀장이 벤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 때렸다.
“어떻게 일개 유저의 집들이에에에!”
그가 절규했다.
“전설들이 오냔 말입니다, 또 왜 한국팀은 이걸 보고하지 않았을까요?”
지부장 타오도 맨정신으론 버티기 힘들었다.
왜냐?
이 모든 책임 자신이 지기에.
꿀꺽꿀꺽-
그 역시 커피를 원샷 때려서 억지로 정신을 깨운다.
“유저가 친분 있는 NPC를 굳이 누가 보고하겠나?”
지부장 타오의 말은 합당했다.
단지…….
“저들이 유별날 뿐이야.”
그러나 타오는 작은 희망을 품었다.
“전설 스텟에 다가섰다는 거지, 얻은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 다가섰다는 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의미.
성자가 남긴 힘을 유저 현수가 얻는 건 터무니없는 씨앗 확보 개수와 속도에 벌어진 일.
하지만 계속 이 정도 속도라면 얻을 수 없…….
[아틀라스의 씨앗 획득량이 폭발적으로 급증한 상태에서 더 빨라집니다.] [획득량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획득량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획득량이 비정상적입니다.]“저건 또 뭐야야아아아!”
그러나 곧 벌어진 일에 타오와 왕 팀장, 그리고 중국 특별유저관리팀이 절규하고야 말았다.
***
성녀 아리아는 가장 성스러운 여인이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사제 클래스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저들은 성녀 아리아의 힐 한 방이면 죽은 자도 깨어난다는 우스갯소리도 할 지경이다.
또 그녀의 진짜 진가는 힐에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성기사 한 명을, 그녀는 순간적으로 최고의 성기사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버프와 디버프 능력이 상식을 초월해서다.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장에서 가장 크게 활약하는 건 강한 전설들이 아닐 것이다.
그는 바로 성녀가 될 것이며 그녀가 전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다.
그처럼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성녀 아리아는 넬이란 여인과 차를 마셨다.
‘현수 님께서 아틀라스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아레스교의 전설.
아레스교가 위험에 빠진 날, 성자가 그들을 구원하리라.
그를 믿고 있던 아리아는 감탄했다.
심지어 현수에게 성자의 가호를 내린 당사자였기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이 만든 운명이다.’
또 아리아는 물었다.
‘어째서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나요? 교황청과 영주 현수의 친분을 위해선가요?’
넬이란 여인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영주님은 먼 옛날. 성녀 아리아 님의 목숨을 구하신 분입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과 다르죠.’
아리아는 동감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빌미로 어떻게든 아리아 님을 이용하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영주 현수 님에게 그것은 해야만 했던 일이고 그 뒤로 끝난 일이었죠.’
사실이다.
그 후로 아리아는 욕심 많은 다른 이방인들과 달리 그것으로 끝낸 현수에게 더더욱 호감이 생겼다.
‘한데, 영주님은 아니어도 저는 욕심 많은 이방인입니다.’
아리아는 감탄했다.
자신이 악인(惡人)이 되든 또는 한낱 상인(商人)이 되든.
‘제 욕심은 제 영주님을 왕으로 올리는 것에 있습니다. 아틀라스엔 전염병이 들끓고 치료할 수 없는 병이 퍼져 있죠. 욕심 많은 전 성녀님의 은인인 현수 님을 저버리지 말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수를 좋은 영주로 두고 자신이 모든 걸 끌어안고 가겠다는 말을 넬이 하고 있던 거다.
아리아는 당시 웃고야 말았다.
그는 좋은 사람을 두었다.
그러다 아차 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 곁에 있는 것이다.’
신비로운 힘을 가진 자였다.
또한 아레스교 입장에서는 아틀라스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으며 성자의 길을 실현할지도 모르는 현수와 친분을 다지는 게 맞았다.
‘먼 옛날. 성자가 유일하게 아레스교와 교류할 수 있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넬의 말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다.
현수에게 고마웠던 마음.
그리고 앞으로 영주 현수와의 관계.
나아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악과 싸우기 위해 아리아는 아틀라스로 향했다.
그녀 곁엔 고작 성기사 한 명이 다였다.
그러나 해당 성기사는 전설에 다가서는 아레스교 최강의 기사 파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수풀을 헤치고 아틀라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웬 노인과 거대한 강골을 지닌 사내가 나타났다.
“자네도 집들이 가나?”
집들이?
아리아는 처음 들어 보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노인이 혀를 찼다.
“에잉, 어찌 집들이를 가는데 빈손으로 가신단 말인가!?”
옆에 강골을 지닌 사내가 맞장구쳤다.
“맞는 말일세, 어찌 빈손으로 간단 말인가? 우린 다 준비하고 계획하고 있었건만. 그렇지?”
노인과 강골을 지닌 사내가 평범해 보이는 영지민에게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영지민이 빛의 속도로 고개를 끄덕여 대고 있었다.
***
한 시간 후.
[영지 퀘스트 생명의 씨앗 모으기를 진행 중이십니다.] [정각 12시에 하루 동안의 총획득량에 대해 알게 됩니다.]현수는 4천 명의 대장장이들 사이사이를 돌며 그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가장 기초적이며 그들에게 앞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틀을 잡아 줬다.
그러면서 현수는 들려온 알림에 우뚝 멈췄다.
곧 12시다.
생명의 씨앗 퀘스트는 12시 정각에 하루 동안 모두가 총 몇 개를 획득했는지 알려 준다.
어제의 결과는 참담했다.
‘121개.’
그랬기 때문에 현수는 큰 기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이미 내가 500개 이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또 그 정도면 천천히지만 깨울 수 있다고 했지?’
그 정도로 위안 삼고자 했다.
현수는 불안한 마음을 날려 버리고 편안히 12시를 기다렸다.
‘오늘은 한 300개 정도면 좋겠는데…….’
4천 명의 대장장이들이 함께하게 되었으니 어제완 다른 게 당연했던 바.
그러나 곧 현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무슨……?’
그곳엔 자신이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개수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