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290)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290화(290/312)
등불 (5)
역사의 기록에 대해 이세진은 말했다.
‘역사의 기록은 이야기가 시작함을 알립니다.’
‘또 역사의 기록이란 임의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죠.’
대표적으로 설화석을 들 수 있다.
‘확실한 건, 역사의 기록은 어떠한 길의 시작 혹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어떠한 곳에 대대로 내려올 하나의 하이라이트로 작용할 거라는 겁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정확한 발동 조건은 뭡니까?’
역사의 기록에 새겨진 유저의 수는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적다.
그에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다.
도대체 어떠한 발동 조건을 가졌는지.
‘우리나라 설화(說話)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완성시켰던 것처럼, 이순신 장군이 수차례 바다를 지켜 내어 역사적 기록을 이룬 것처럼, 그 시대를 이끄는 뛰어난 누군가가 일구어 낸 것에서 시작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외 시스템이 인정하는 다양한 것들에 의해 들려오기도 하니, 어떠한 이유로 100% 들을 수 있다곤 말할 수 없습니다.’
두루뭉술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세진은 확실한 예시를 들었다.
‘아마, 유저 최초로 왕이 탄생한다면 그땐 확실히 들릴 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역사의 기록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이 발발했다.
현수는 지금 새겨지는 역사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 조건이 까탈스럽다는 것이 발동한 이유.
[버림받은 기사와 보잘것없는 영주에게서 기록됩니다.]룩시우는 많은 심경의 변화를 이뤘다.
그가 성문을 부수고 넘었을 때 수십 번의 질문을 던졌다.
‘왜 나를 위해…….’
‘내가 그럴 가치가 있나?’
‘어제의 치욕 때문인가?’
또 현실적으로 이곳까지 당도할 수 없기까지 하다.
“친구들, 불렀어.”
룩시우는 알고 있었다. 친구라 하지만 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현수는 많은 것을 건네었을 거다.
이해되지 않는다.
얼마 전, 현수는 룩시우에게 물었다.
‘대아틀라스전에 참가해 줄 수 있을까? 네 힘이 필요해, 룩시우.’
‘싫다.’
당차게 거절했다.
자신이 곧 떠날 것을 알아서가 첫 번째, 두 번째는 그때의 룩시우는 심적으로 지쳐 있어서다.
몇 번이고 끈질기게 들러붙는 현수의 심정을 일부 이해했다.
영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영주로서의 진짜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룩시우는 자신의 사정이 있었음을 말하지 못했고, 그저 자신의 심정만을 밝혔다.
‘……어둠.’
‘…….’
‘절망, 슬픔, 고통, 분노, 두려움, 좌절…….’
‘…….’
‘지금 나를 표현하는 단어다.’
말문을 잃은 현수를 그저 지나쳤다.
그런 모졌던 자신이었음에도 그는 이곳까지 왔다.
또 그의 생각의 변화는 거기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룩시우는 보았다.
기사단장 선.
‘룩시우 경!’
선이라는 목검을 휘두르길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자신을 동경한다며, 자신처럼 되겠다며 빠르게 커 기사가 되었던.
그 기사가 룩시우를 보며 피눈물 흘리며 현수를 벤다.
다른 기사들을 본다.
‘룩시우 님…….’
‘룩시우 니이임!’
‘제발, 우리에게 안식을……!’
‘안식을 선사해 주소서!!!’
원치 않았던 삶임이 느껴진다.
혈왕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다.
자신에게 흡수되어 죽든가, 마인이라도 되어 살든가.
말도 안 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주어 백 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자들.
늙지도 못한 채, 서서히 줄어드는 에냐 왕국의 인구수를 목도한 이들.
비록 당장의 죽음이 두려워 마인이 되는 걸 택했으나 그들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들에겐 현수를 베는 것이 곧 룩시우를 베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검을 들고 자신에게 뛰어오며 즐거워하던 그 어렸던 수백의 아이들이, 어엿한 기사가 되어 삶의 종지부를 바랐다.
하여 검을 들어, 새로운 주군을 품기로 한다.
여러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힌 이유 사이로.
가장 커다랬던 이유는, 어둠과 절망밖에 없다고 말하고 지나치던 자신에게 현수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빛, 희망, 환희, 즐거움, 웃음…….’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그는 어리숙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만졌다…….
‘그것들을 주고 말 거다. 꼭.’
역사의 기록이 시작된 이유가 드러난다.
어떠한 장면, 역사적 상황, 또는 위대한 어떠한 것에 의해 시작되는 서사.
[지지 않는 기사가 새로운 왕을 마음속에 품습니다.]그것은 훗날 왕이 될지도 모르는 자와 그를 따르게 된 가장 강한 기사의 이야기의 서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것.
[역사에 기록됩니다.]그리고 그 기록의 첫 장에서 벤다.
서거어어억-!
자신을 이용하고 버렸던 왕과 대조되게,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친구들을 모아 이곳까지 뚫고 들어온 그를 위해.
당혹하는 ‘일전’에 섬겼을 뿐인 혈왕을 한 번 베고.
나아가 양손으로 꽉 쥔 검으로 또 한 번 베어 낸다.
“크하아악!”
입에서 왈칵 피를 토하는 그를 뒤로한다.
빠르게 내달려, 이제 새롭게 섬겨야 할 왕을 지키고자 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지금의 자신, 저 많은 기사와 혈왕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가?
더불어 핏줄기를 뿌리며 분노한 혈왕에 의해 그들의 강함은 더 커다래진다.
“룩시우우우, 네 뜻대론 되지 않을 것이다아아!”
[혈왕의 명] [마인들이 25% 더 강해집니다.] [기사단장 선의 레벨이 갱신됩니다!] [기사단장 선 Lv.525] [기사 랭의 레벨이 갱신됩니다.] [기사 랭 Lv.476] [광폭화에 따른 페널티로 스스로를 잊기 시작하며, 인간의 감정이 지워지기 시작합니다.]“너로 인해 저들은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잃는구나!”
가슴을 후빈다.
저들은 강해진 대신 동경했던 자신을 잊어 가고.
살아생전의 기쁨, 환희, 즐거움, 분노, 슬픔, 아픔을 잊어 간다.
까뒤집어지는 눈 사이로, 선이 외쳤다.
“……베소서. 제발, 나를 베소서, 내가 동경했고 내가 사랑했던 기사여!!”
그 절규의 울음 아래 달리는 룩시우의 가슴이 펌프질한다.
나를 둘러싸고 환호했던 수백 명의 어린아이의 환영이 비친다.
‘그대들을 베겠다.’
그들을 베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그들을 벨 수 없는 약자.
악마 상태에서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종자.
지금의 자신에게, 저들에게 안식을 선사할 힘은…….
“룩시우!”
그 틈에 파묻힌 새로운 주군에 의해 모든 것이 걷힌다.
휘리리리리릭-
그가 인벤토리에서 꺼내 던진 대도.
그 대도가 그의 손에 힘껏 쥐어진다.
본래의 레벨에서.
[룩시우의 레벨이 갱신됩니다.] [룩시우 Lv.487]또 한 번의 부족함을 느낀다.
이 순간,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현수와 룩시우는 이어져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는 그를 보는 순간.
쌍룡검에서 빨려 들어오는 거대한 각성의 기운.
‘궁금하다, 룩시우.’
잠재력 165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가진 존재.
한때 지지 않는 기사라 불린, 수백만 기사 중 가장 뛰어났던 사내.
그 기사가 본래의 힘을 품었을 때 얼만큼의 힘을 발휘할지.
드러난다.
[깨어나라.]쿠화아아아아아앙-!
거친 빛이 룩시우에게서 폭사된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기사가 깨어납니다.]띠링!
그의 정보창이 변경된다.
[무패의 기사 룩시우 Lv.538]현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저 500을 넘겨서가 아니다.
네임드와 네임드가 아닌 자는 동 레벨일지라도 강함의 차원이 다르다.
무패의 기사란 네임드 NPC 중의 NPC였던 바.
더불어 룩시우는 생각 외로 재능 없던 종자.
태생적으로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것을 알기에, 오직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연마해 온 둔재.
다른 이들이 한 번 연습을 할 때 열 번씩 하여 탄생한 강자.
현수에게조차 보이지 않았던 무패의 기사의 힘이 드러난다.
“크하오오오오오!”
“크햐아아아아아!”
“크하아아아아아악!”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수백의 목검을 쥔 어린아이들을 보며 룩시우는 그들을 보던 그때의 작은 미소를 짓는다.
“……이만 잠들거라.”
직각으로 세워진 쌍룡검.
“여명(黎明).”
세상을 덮는 어둠 사이로, 그의 검은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이 된다.
그 떠오르는 태양의 불빛이 서서히 번져 나가는 순간.
콰르르르르르륵-!
그의 검에서 뻗어지는 수백 줄기 검기가 앞의 모든 기사를 모조리 도륙하고 베어 낸다.
뚝, 뚝-
피보다 먼저 룩시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괴성을 흘리던 수백 기사들의 표정은 달랐다.
검은 피부가 인간의 피부로 돌아온다.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면서도 그들 모두 편안한 표정으로 한때의 ‘동경’을 본다.
“……울지 마십시오, 나의 우상이시여.”
환하게 웃으며 선이 뒤로 기울어진다.
“…….”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내가 아끼고 사랑했던 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베어 내어 죽인다는 사실에.
그러나 새로운 주인은 진실을 알린다.
“죽음이 아니다.”
룩시우가 옆을 보자 현수가 있었다.
미묘한 웃음을 지은 현수가 말한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룩시우의 눈이 흔들린다.
NPC여서 몰랐던 사실을 유저인 현수는 알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 정화의 내용 일부를 빠르게 전한다.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깨어날 수 있고 영원한 안식에 빠질지, 살아갈지를 고민할 수 있다.
“……그런가.”
룩시우가 검을 꽉 쥔다.
정화된 기사들 너머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에냐 왕국군이 보인다.
툭, 툭-
현수의 가벼운 어깨 두들김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나아가 더 많은 자들을 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걸음을 옮긴다.
그 뒤를 거대한 힘 하나가 쫓는다.
“네놈이…… 감히 네놈이 나를 문단 말이더냐!?”
분노한 혈왕의 눈에 핏대가 선다.
그의 힘의 원천은 대체로 피에서 비롯된다.
룩시우가 만들어 낸 기사들의 피가 한곳으로 모여 구를 형성한다.
[피축제] [반경 60m를 뒤덮는 피의 폭발이 벌어집니다.]폭발시키기 전, 날카롭게 벼려진 피의 단검을 내던진다.
푸우우우우욱-
분명 룩시우의 등에 피의 단검이 꽂혔지만 뒤조차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곤 무심하게 문을 나선다.
“…….”
혈왕의 눈이 흔들린다.
돌아보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는 두 번 다시 혈왕의 얼굴을 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거다.
“……죽이겠다!”
거대한 피축제가 비로소 지상에 떨어지려 한다.
그보다 먼저.
콰앙-!
하찮은 영주의 검이 그를 벽에 처박는다.
[시전에 실패합니다.]혈왕의 얼굴이 분노로 얼룩진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며 자각한다.
하찮은 영주, 두려워 입조차 열지 못하던 자. 수십만 병력과 혈왕을 상대하기엔 무력했던 영주.
“네 상대는 나다.”
그를 생각하자 조소가 흐른다.
확신이 서린다.
다섯 군좌에 앉은 자신에게 그는 너무도 쉬운…….
“……!?”
정신을 차린 혈왕이 당황했다.
‘저게 뭐지?’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다.
또 현수는 듣는다.
[히든 퀘스트: 정화가 변경됩니다.]띠링!
[연계 퀘스트: 혈왕(血王)이 생성됩니다.] [연계 퀘스트: 혈왕(血王)]등급: SSS
제한: 혈왕과 싸우는 자
보상: 에냐 왕국 정화
실패 시 페널티: 사망
설명: 에냐 왕국의 몰락은 혈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혈왕을 죽일 시 모든 마인이 인간으로 정화될 것이다.
현수는 저 많은 이들을 정화시킬 수 있는가 궁금했다.
하지만 떠오른 알림이 가능함을 느끼게 한다.
또 혈왕은 자신을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며 자신의 명치를 찍어 댔던 인물.
이 순간을 현수는 기다려 왔다.
꽈악-!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사인검을 오른손에 쥔다.
꽈아악-!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든 악(惡)을 멸하는 바빌론을 왼손으로 쥔다.
[아티팩트를 조합합니다.]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빛이 터뜨려진다.
[모든 악(惡)이 두려워합니다!]이 악에는 대악마조차 포함되는 것일 터. 또 어쩌면 재앙교의 신조차 포함될지 모른다.
한 자루 검이, 기다란 대도 형태가 되고 검 면에 ‘멸악의 사인검’이라 새겨진다.
[초월 위의 초월 등급입니다!]한껏 더 강해진 멸악의 사인검을 등 뒤로 끌어가 지면을 밟은 발에 힘을 싣는다.
“그만 끝내자.”
쿠그그그그그그그그-
[모든 악(惡)을 멸합니다!]혈왕은 당황했다.
서거어억-!
고작 일격에 자신의 몸이 두 쪽으로 양단되고 있다.
수십만 군세와 혈왕이란 이름에 떨었던 비루했던 영주.
‘이놈…….’
그자가 왕의 재목임을 자각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