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2)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2화(2/312)
아직 만들고 싶다 (1)
현수의 아버지는 세계 최고의 명장이라 불렸다.
부전자전이라고 강현수도 무기 만드는 게 좋았다.
검, 활, 창, 방패. 그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만들었고 세상에서 만드는 게 제일 즐거웠다.
아버지는 이 정도면 제작 중독자 아니냐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 마주 앉은 의사가 말했다.
“사고가 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장간 일은 무리입니다.”
의사가 현수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장간에 불이 났다. 아버지의 실수는 아니었다.
전선에서 일어난 스파크 때문으로 원인은 밝혀졌다.
그날 안쪽 방에서 자고 계셨던 아버지가 있었고 외출했던 자신은 그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철근이 무너졌고 그의 오른손을 찍었다.
가까스로 아버지를 대장간 안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지만 병원에 이송된 아버지는 결국 식물인간 판정을 받으셨다.
그리고 현수는 이처럼 대장간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고 몸엔 지독한 화상이 가득 자리 잡게 되었다.
“다른 일을 알아보시는 게 어떨까요?”
현수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대장간 일만 줄곧 해 왔다.
그래, 현수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이 몸으론 직장 구하는 게 쉽지 않네요.”
현수의 오른손은 일상적인 일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
문제는 화상이다.
온몸을 가득 채운 화상.
누가 봐도 얼굴을 찌푸릴 만하다.
의사는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화상을 지우기까지 약 30억 원이 필요합니다.”
현대 의학은 많이 좋아졌다.
어떤 화상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을 정도로. 문제는 그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거였다.
“저희 병원에서도 어떻게 현수 씨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담당의도 현수의 사정은 알았다.
곧 현수가 쓰게 웃음 지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수가 나선 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안타까운 청년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함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
현수는 맥주 몇 캔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본래 살던 집은 다 타 버려 허름한 원룸이었다.
맥주를 들이켜며 한 TV 프로그램 재방송을 틀었다.
제목은 ‘해모수의 용광검 복원’이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오.”
현수는 TV 화면에 나타난 아빠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내레이션이 나온다.
-깨끗하게 복원된 용광검. 2040년 모든 것이 기계화된 현재 강현태 씨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무기를 제작하는 명장(名匠)이다.
해모수가 썼던 용광검은 국립 박물관에서 복원을 의뢰했었다.
방송국 직원이 감탄하며 인터뷰하는 게 잡힌다.
-대단해요, 그 녹슬고 부러지기 직전이었던 용광검을 완벽히 복원하시다니.
아버지는 그에 한참이나 말을 잇지 않으셨다. 이유는 현수가 제일 잘 알았다.
당시의 아버지는 오랜 시간의 망치질로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대장장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셨었다.
때문에 용광검을 실제로 복원한 건 현수였다.
현수는 10살 때부터 아버지의 대장간 일을 도왔고 어느 순간 아버지에 견줄 만한 대장장이가 된 거다.
현수는 아버지가 했다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에겐 창피해서라고 둘러댔지만 아니다.
이 세상에 한 명의 명장밖에 남지 않았다고 알려진 이때.
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싶었다.
-과찬입니다.
한참 대답하지 않던 아버지가 쓰게 웃으셨다.
곧 여러 화면이 다시 지나갔고 방송국 관계자가 자극적인 멘트를 던졌다.
-세계에 남은 마지막 명장이라 불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대장장이 숫자가 많이 없어서라고도 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증명된 답이었다.
또 아버지는 자신감 가득했고 방송사는 그걸 알고 있었다.
-완성품이 증명하지 않을까요?
대장장이는 많이 없지만 세상에 감정사는 넘쳐 났다.
해외에서 취재 왔던 방송국의 취재진과 감정사들도 아버지의 작품을 보고 감탄했다.
방송이 끝난 후 맥주를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뭐 해 먹고 사나.”
사실 뭐든 해 먹고 살 만할 수 있겠지만 흉터가 문제였다.
또 세계에 몇 없는 대장장이였지만 대장장이는 돈 자체를 벌기 힘들었었다.
사람들은 전설로 내려져 오는 어떤 것을 장식품으로 원하지, 그냥 누가 만든 검은 원치 않는다.
심지어 무기 소유가 불법이 된 이 나라에선 더 그랬다.
때문에 박물관 등의 복원 의뢰 등으로 밥벌이를 하곤 했다.
‘말이 30억이지…….’
흉터를 지우는 데 드는 비용.
거기에 아버지의 입원비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때.
“야, 현수야.”
누군가 쿵쿵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열자 친구 지훈이 치킨 봉다리를 흔들었다.
“새끼, 우울 타고 있었냐?”
“왔냐?”
친구 지훈은 고마운 녀석이다.
그 일이 있은 후 꾸준하게 자신의 집에 놀러온다.
자신이 외롭지 않게 해 주기 위함인 것을 안다.
“짠.”
경쾌히 맥주캔을 부딪쳤다. 녀석이 오니 기분이 나아졌다.
화기애애하게 맥주를 들이켜다 현수가 인생 이야기를 늘어놨다.
“하……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하냐, 앞으로가 막막…….”
“쉿. 좀 닥쳐 봐.”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위로는 개뿔, 닥쳐 보라니?”
지훈은 찐친이었다.
“눼눼, 그러시겠죠.”
말은 저렇게 해도 전화해서 투정하면 바로 달려온다.
자신의 입을 조용히 하게 한 지훈이 TV를 바라봤다.
“오늘이야.”
“뭐가?”
“너 검도 금메달리스트 한울 알지?”
“알지.”
“오늘 그 사람이 목각인형 때리기 도전한다고.”
“목각인형?”
“엉.”
지훈이 TV로 파프리카 방송을 연동시켰다.
곧 한 남성이 비장한 표정으로 목각인형을 두들겼다.
한 대, 두 대, 세 대.
일반인인 자신이 봐도 두들기는 게 심상치 않다.
한 대 때릴 때마다 크게 흔들리는 목각인형.
아홉 번째쯤엔 꽤 많이 부서진 게 보인다.
그런데…….
“아오, 또 실패네!”
열 번째에도 결국 부서지지 않았다.
“아놔, ㈜푸름 이 악독한 새끼들, 깨지도 못할 걸 왜 넣은 거야.”
세계인이 열광하는 게임 아레스.
애석하게도 현수에겐 그를 할 여유가 되지 않았다.
“안 되면 안 하면 되지, 왜들 난리냐?”
현수의 말에 지훈이 검지를 저었다.
“왜긴? 저거 부수면 5천만 원짜리 캡슐 준다.”
“5, 5천만 원?”
이제 23살인 현수에겐 천문학적인 돈이다.
“그래, 인마. 그것 땜에 사람들이 도전했었는데, 지금은 저거 깨면 거의 훈장급이지.”
“훈장까지야?”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천재들이 다 못 깼거든. 검도 천재, 궁술 천재, 격투기 천재까지 싹 다.”
“모든 능력치 똑같은데, 당연히 못 깨는 거 아닌가?”
온라인 RPG 게임을 떠올리는 현수에겐 흔한 발상이다.
“이 게임 문외한아, 특별한 사람들은 좀 다른 게 가상현실이야, 저기 저 검도 천재가 때릴 때마다 하얀빛 터진 거 봤지?”
“어. 그게 왜?”
“저거 치명타라는 건데 아주 정확하게 가격해야 터지는 거다. 일반인들은 열 번 중 한 번 터질까 말깐데, 쟤네는 두 번 만에 터져.”
“그런데도 못 깨?”
“엉, 그런데도 못 깨. 그냥 저거 깨지 말라고 만든 거다.”
“흠…….”
현수는 턱을 쓸었다.
“그럼 만들어서 때리면 되지 않나?”
“야, 내가 방금 설명했잖냐, 저긴 초보존이라 직업도 없어서 대장장이로 전직 못 해. 그래서 아티팩트 만드는 게 불가능…… 어?”
지훈이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 만들 수 있냐?”
“현실이랑 만드는 과정 같으면 충분히 만들지?”
자신이 말해 놓고 현수는 눈이 커졌다.
“어……?”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내려다봤다.
“이, 이거 완전 사기캐네에!”
현수가 지훈을 떨리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아레스도 사람들이 현질하고 그러냐……?”
“당연하지!”
“그럼 템 때문에 현질도 해?”
“없어서 못 사지!”
현수는 잠시 TV 화면을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 5천만짜리 캡슐이 아른거렸다.
“어쩌면 나도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그에 지훈은 확답하진 못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변수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결정적으로 아직 모른다.
그의 대장장이 기술이, 게임에서도 적용되는지.
“나 한번 해 볼까? 아레스.”
살길이 막막한 현수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
다음 날.
현수는 지훈과 함께 캡슐방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
아레스를 해 보기로 마음먹은 현수는 그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다.
“기본 캡슐값만 1천만 원이라니…….”
VVIP캡슐이 많이 비싸긴 했지만 보급형 캡슐도 만만치 않게 비쌌다.
현수에게 그런 큰돈은 없었다.
“내가 꼭 캡슐 얻는다.”
“오…… VVIP캡슐 얻으면 나도 시켜 줘, VVIP캡슐은 싱크로율 거의 99.9%라잖냐.”
싱크로율에 따라 게임은 더 현실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보급형도 85%에 달하는 바.
사실 VVIP캡슐까진 필요치 않으나 부자들의 전유물인 셈.
두 사람이 함께 캡슐방에서 결제를 완료했다.
“즐아~!”
지훈과 현수는 게임 내에서 만나려면 한참 남았다.
먼저 지훈이 캡슐 속에 슉 들어가고 현수도 자신의 앞에 캡슐에 들어갔다.
푸쉬이익-
캡슐 문이 닫혔다.
이윽고 전선들이 몸에 다닥다닥 붙고 고글이 내려와 씌워졌다.
현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오늘도 현수는 무더운 여름날임에도 긴팔에, 긴바지, 모자, 마스크를 쓰고 왔다.
온몸을 가득 덮은 흉터 때문이었다.
이것 때문에 그는 자신의 본 모습이 까마득할 정도였다.
평소의 그는 온몸에 지렁이가 수백 마리 기어 다니듯 부풀어 오른 화상 흉터가 가득했으니까.
[캐릭터 생성창에 접속합니다.]어둠 속에서 하얀 글씨가 떠올랐다.
곧바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현수는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바로 앞에 거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거울.
그 거울 앞에 선 자신의 그 어디에도 흉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왼쪽 뺨을 감싼 울긋불긋한 흉터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던 왼쪽 눈썹도.
팔을 가득히 덮었던 것들도 모두 깨끗이 사라져 자신의 모습 그대로가 나타났다.
그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가만히 있어도 미세하게 경련하던 그의 오른팔이 흔들리지 않았다.
곧 알림이 들려온다.
[캐릭터 외형을 변경……]“패스.”
[캐릭터 닉네임을……]“현수.”
그는 자신의 이름 그대로를 쓰는 게 좋았다.
문득 아버지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빠는 왜 잘 다니던 기업 때려치우고 대장장이 해?’
‘재밌어서.’
‘어휴, 아빤 조선시대 때 태어났어야 하는데.’
꿀밤을 타악 먹인 아버지가 말하셨다.
‘그럼 넌 왜 하는 거냐? 앞길도 창창한 놈이 공부나 하지. 뭐 하러 천대받는 대장장이질을 하려고 해?’
‘재밌어서.’
당시 아버지와 자신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사실 작은 꿈을 하나 품는단다.’
‘어떤 꿈?’
그것은 실현되기 힘든 꿈이었다.
‘내가 만든 완성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그것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꿈.’
현대에선 절대 실현될 수 없는 꿈.
그런 말씀을 하셨던 아버지는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현수야, 이 제작 중독자 녀석아. 뭘 하든 네가 재밌고 행복하면 된 거 아니겠냐?’
그를 곱씹었다.
그래, 뭘 하든 내가 재밌고 행복하면 된 것이다.
[접속을 시작합니다.]그래서 현수는 아레스를 해 보려 한다.
명장(名匠)이 낳은 또 다른 명장이 게임에 접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