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308)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308화(308/312)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마지막 제작품 (3)
다카시는 일본 사카이시 지역의 대장장이다.
또 사카이시에선 사카이 회칼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전 세계 요리사들의 꿈 중 하나로 사카이 회칼을 가지는 것이 있을 정도다. 지금의 일본을 대표하는 칼임이 분명해.’
하지만 현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가 사카이 회칼을… 그것도 다카시가 만족할 만할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 다카시가 말했다.
“제작법은 내가 알려 주도록 하겠네.”
현수의 가슴이 뛰었다.
새로운 가르침을 받는 것.
‘다카시는 나나 아버지보다 뛰어난 명장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50년의 시간, 또 26대로 내려져 오던 제작법을 전수받은 자였으니까.
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가장 중요한 걸 이야기할 때다.
이 순간 다카시는 살아오면서 가장 큰 비참함을 느꼈다.
그는, 현재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상태였다.
또 명장 현수의 몸값은 아레스의 영향으로 전성기 시절의 다카시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내가 나이 일흔이나 먹고 이 어린 청년에게 구걸이나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그때, 입술을 달싹이던 다카시에게 현수가 말했다.
“의뢰비는 100엔입니다.”
“…?”
현수가 몸을 일으켰다.
“제작은 오늘부터 진행하고 싶습니다.”
사실, 다카시는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는 지금 세상의 대장장이 따위 존재해서 안 된다 생각한다.
그때의 일 이후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거다.
또 현수라는 인물은 그것을 상업으로 철저히 잘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을 일으켜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낸다.
그 미소가, 자신의 비참함을 감춰 주기 위함임을 다카시는 알았으며.
“명장의 마지막 제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것이 그의 진심임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함께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다카시도 현재 현수가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제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족한 너의 왼손을, 내 왼손으로 채워 주마. 허허, 웃기지 않느냐?”
그래, 우습다.
두 명의 명장은 모두가 손 하나씩이 불편하였으니.
허나 그리 말하며 느낀다.
부족한 두 사람의 손이 만나 제작될 것은 결코 범상치 않을 것임을.
쿠르르르르-
용광로에 불이 지펴지며 제작이 오래도록 이어진다.
그는 기초부터 잡아 간다.
“이놈아, 단단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것을 모르는 게냐?”
“일본도가 부러지지 않는 건 중앙에 연철을 섞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네가 알던 도검 제작법이 아닌 이것을 받아들이거라.”
오랜 시간 이어지는 제작에서 현수는 놀라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익혀 간다는 즐거움….’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또 그의 가르침에서 얻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레스란 게임에서 그렇게 가짜를 제작해 대더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실력이란 말이냐?”
“….”
또 자신을 꾸짖을 수 있는 유일한 대장장이가 다카시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뭐가 가짜라는 건가요?”
사실 현수가 100엔으로 값을 정한 이유.
그의 숭고한 뜻을 위함도 있으나 다른 사실도 있다.
이처럼 가르침을 받으며, 최근 느끼고 있는 ‘무언가 잘못되었다.’의 진실을 알 수 있을까 해서다.
다카시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건 현수에게 수십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허허, 알고 싶으냐? 그럼 만족할 만한 회칼을 만들어 보든가.”
“이익…!”
“어허, 집중하지 못해? 마음이 흐트러지면 정중앙을 두들길 수 없는 법이다!”
“기필코 어르신을 만족시키고 말 겁니다!”
“다시.”
“다시.”
“다시!”
“다시이!”
마침내, 가르침의 일부가 끝났다.
사실 다카시는 놀라고 있었다.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었구나, 꽤 훌륭한 대장장이였어.’
일순 현수를 보던 다카시의 눈이 슬퍼졌었다.
‘그러고 보면 아오이가 죽지 않았다면 비슷한 나이였겠구나….’
슬픔을 삼킨 다카시와 현수가 본제작에 들어갔다.
다카시가 흘러내리는 쇳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단조의 작업에서 그가 집게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따아아앙!
따아아앙!
따아아아앙-!
단조와 담금질이 끝나 간다.
그것이 완성되어 갈수록 되레 다카시의 마음은 더없이 불편해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르게 흥분되고 있었다.
그것은 본디 제작을 하던 때에 느꼈던 감정.
허나 그를 떨쳐 내며 담금질을 마무리한다.
치이이이익-
그리고 연마를 진행한 후 문양을 새겨 넣는다.
어느덧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칼날이 만들어지고 나무를 이용해 현수가 칼자루를 만든다.
거의 완성된 것을 보며 다카시가 말했다.
“날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네.”
“….”
일본의 유명 대장장이들은 예부터 칼자루와 결합하면 숨겨지는 부분에 이름을 새기곤 한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유명한 대장장이였는가에 따라 칼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다카시는 한 번도 새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낯간지러운 짓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
현수는 슬픔을 투영한다.
그 모습은 마치 영정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에 방문한 노인을 보는 것 같았다.
또 한 글자, 한 글자 글자를 새기는 노인의 숨이 가빠 온다.
‘나 때문이었다….’
다카시는 여전히 잠에 들려고 하면 자신이 제작한 일본도에 죽은 이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가 만든 무기가 사람들을 죽였다.
마지막 자신의 이름 한 글자를 새겨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
칼자루와 칼날을 결합해야 하는 작업에서 다카시는 그것을 쥐고 한참이나 움직이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자신이 제작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자신을 괴롭힌다.
“이익….”
힘을 주려 해 봐도 되지 않고 온몸의 떨림이 번져 간다.
그때, 커다란 두 손이 다카시의 양손을 감싸 쥐고 천천히 힘을 주어 결합하게 했다.
꾸우우욱-
“네놈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 말을 할 것이더냐?”
다카시는 슬프게 웃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그런 소리라면 백 번도 천 번도, 더 들었다.
철커억-
마침내 그의 유작(遺作)이며, 명작(名作)이며, 손자의 꿈이며, 칠지도의 답례품이 완성되었을 때.
“당신은 내 꿈이었습니다.”
그가 현수의 눈을 바라봤다.
어째서 현수와 만난 적 있던가 하고 느꼈는지 알게 된다.
약 11년 전.
아오이가 살아 있던 시절.
40대 중반의 대장장이와 손을 잡고 방문한 한국 소년이 떠올랐다.
전시된 일본도를 보며 소년은 질문했다.
‘할아버지! 저도 나중에 이렇게 훌륭한 검을 제작할 수 있을까요!?’
그에 자신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이란다, 허허.’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허, 허허, 허허허허허!”
그랬다.
나는, 누군가의 꿈이었고, 그와 함께 유작을 탄생시켰다.
*
*
*
제작이 끝난 사카이 회칼은 아름다웠다.
검 끝에서 시작되어 천천히 내려오며, 그저 햇빛에 반사되었을 뿐인데도 번들거린다.
딸칵-
용이 수놓아진 상자에 담아 잠근 후 다카시에게 건넸다.
“어르신이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
다카시는 현수에게 국립박물관에 전달할 것을 말했고 그는 거절했다.
“국립박물관에 어떤 것을 전시한다는 게,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명장이었던 어르신이 칠지도에 대한 답례품이라는 마음을 담아 전달하면 언론은 움직일 겁니다.”
“….”
다카시는 두려운 눈빛이 가득해 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현수는 알았다.
‘10년 전 사건에 의해 질타받을 것이 두려우신 거겠지.’
하지만 현수는 눈앞에 벌어질 일들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해 보도록 하지.”
다카시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는 꽤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다카시는 작게 웃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네.”
“하고 싶은 일요?”
기쁜 일이다.
삶의 의욕을 잃어 가던 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그것을 굳이 묻지는 않았다.
“긴급제작.”
“…예?”
곧 이어진 말에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웬 스킬 이름이지?
“내가 가짜라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네, 자네는 한국 최고의 명검들을 긴급제작이란 것들로 빚어냈네, 그 외 여러 가지 것들이 있겠지.”
현수는 이 순간 엄청난 깨달음을 새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정녕 진짜 제작이었다 믿는가?”
남이 보기엔 쉬운 문제가, 자신이 생각하기엔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다카시는 정확하게 꼬집고 있었다.
“자네의 장점이 무엇인가?”
그랬다.
현수의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킬에 의존치 않고 제작할 수 있는 대장장이라는 것.
헌데, 어느 순간 그것을 버리고 긴급제작이란 힘에 의존해 왔다.
또 머릿속에 있는 것을 뚝딱하여 티르빙을 만들었고.
12년 주기로 만들어야 하는 사인검도 뚝딱 만들었으며.
그 어떤 것보다 더 몰입해서 제작해야 할 쌍룡검을, 긴급제작으로 빚었다.
‘퇴보….’
어느새 스스로가 ‘스킬’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
엄청난 깨달음이다.
“자네가 현실에서 어떻게 제작했는지 잊지 말게.”
현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차마 그 말을 할 순 없었다.
그렇게 몸을 돌린 노인이 멀어져 갔다.
며칠 후, 현수는 뉴스와 기사를 통해 그의 행보를 보았다.
-자취를 감췄던 일본의 명장 다카시.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에 사카이 회칼 기증 의사 밝혀…
-국립박물관 측, 유례 없는 사례라 난감하다는 반응…
-네티즌들, 백제의 칠지도에 대한 보답이란 말에 열광.
-다카시, 그는 누구인가? 일본 전 총리로부터 명장직을 수여받은 일본의 인간문화재…
-10년 전 오사카 일본도 난동 사건 재조명…
마지막 줄의 기사를 보며 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 명장 다카시에게 ‘고생했어요, 다카시’라는 말을 남기고 있어…
-일본인들 상당수가 명장의 마지막 뜻을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극소수의 반한 일본인들의 목소리 완전히 묻혀…
-네티즌들, 기증도 마음대로 못 하냐며 서명…
-100만 명 넘게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국립박물관 측, 이례적으로 명장 다카시의 사카이 회칼을 거치할 것으로 밝혀…
-기부 후, 다카시의 행방은 다시 오리무중인 것으로…
사실 현수는 다카시에게 말하고 싶었다.
‘제 스승이 되어 주세요.’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욕심이었기에.
‘하지만 다카시 어르신에겐 정말 배울 게 많아 보였어.’
어쩌면 현수가 크게 성장할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다카시 어르신께선 아레스의 대장장이 자문에 관여하신 분이시다.’
아레스 쪽에서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행방이 묘연한 또 다른 자문자들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수는 자신의 문제점이 긴급제작임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무엇을 하시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수는 진심으로 다카시를 응원하며 걸음을 옮겼다.
한편.
하고자 하는 새로운 꿈을 찾은 다카시.
그는 꽤 즐거웠다.
‘어찌 보면 이것도 제작의 일종 아니던가? 허허!’
다카시는 예전의 그 기분을 떠올린다.
자신이 처음 대장장이가 되었을 당시, 자신이 만들어 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즐거워했던 이들!
이것도 그것과 크게 다를 바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러면서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
[28대째 일품국밥.]일평생 자신의 입맛을 가장 황홀하게 해 준 국밥집에서 일을 배워 보는 것이었다.
대장장이가 제작품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듯.
요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다카시였다.
다카시는 이곳의 비법을 전수받아, 일본에 2호점을 내는 것을 꿈으로 하고 있었다.
그때.
딸랑-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현수였다.
28대째 국밥집에 밥을 먹기 위해 온 현수는 당황했다.
다카시가 앞치마를 두르고 깍두기를 버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이 왜 여기에….”
다카시는 당당하게 외쳤다.
“이랏샤이마세!”